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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12월_리뷰] 나는 금천인입니다! - 라디오금천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6. 12. 16.

[마중 26호 리뷰 2016.12.30]


나는 금천인입니다!

- '라디오금천' 리뷰


호아 이모 (라디오금천)




 예전부터 가끔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흔히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어디 사세요?”다. 처음 몇 번은 별 생각 없이 “금천이요.”라고 대답했다. 혹여나 “금천이 어디죠? 어떻게 갔더라?”라는 반문이 있다면, “구로,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예요”라고 알려주지만, 이때 대부분의 상대방 반응이 영 내 마음을 껄끄럽게 한다. 왠지 그네들의 시선에 ‘서울 다른 구에 비해 못 살고 교육적 수준도 낮은 동네...중국사람 많아 시끄럽고 지저분한 동네...에 사는 나’로 평가받는 것 같은 엉뚱한 자괴감에 점차 금천에 살아감을 부끄러워하게 됐다.

 어느덧 내 주소지 ‘금천’은 나름 치열하게 잘 살아왔다는 내 인생의 자부심에 숨기고 싶은 오점로 자리 잡게 됐고, 내 아이들이 조금 더 크기 전에 ‘탈 금천’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러던 지난 해 5월. 우연히 보게 된 ‘라디오금천 주최 : 라디오 교육생 모집’ 글.

 이 찰라의 순간이 내 삶의 가치관과 패턴을 깡그리 바꾸게 될 줄이야......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DJ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 동안 무지했고, 무시했던 금천에 라디오매체 활동이 있다는 충격과 호기심에 수강신청을 해본다.


 첫 교육 날. 혹시 내가 노인 복지관 행사에 잘 못 온건 아닌가 싶어 교실위에 붙여 놓은 현수막을 다시 확인해본다. 분명 ‘라디오 교육’이 맞는데 평균 연령이 참으로 높다. 눈높이 수업의 정석을 보여주려는 강사님의 어르신 교육생 위주의 수업방식에 교육생 중 유일하게 30대 중반인 내가 소외되는 듯하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내 마음은 어느새 ‘언제 관둔다고 운영진에게 말해야하나’는 고민만 남을 뿐 ‘역시 금천에서 하는 게 다 그렇고 그렇지...’라고 실망한다. 

 총 10회 차의 교육 일정과 어르신 위주의 수업. 첫 수업 때부터 뽀로통해진 내 표정에서 모든 것을 간판한 밀당의 달인들로 구성된 라디오금천 운영진들의 ‘꼬심’이 시작된다. 아니 유혹한다.

 “이렇게 교육받으면 나중에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제대로 배워놔야 나중에 방송 잘 할 수 있다.” 라는 원론적인 꼬심부터,

 “호아 이모는 결석도 잘 안 하고 숙제도 참 잘해오네. 우리 반 모범생이네.”

 “나중에 방송하면 진짜 잘하겠다. 멋진 DJ되겠네.”라는 우쭈쭈~ 기 팍팍 살려주는 꼬심까지.

 더불어 금천구 곳곳에서 목사, 학원장, 노인요양복지시설장, 수산업자, 주부, 아코디언 연주자 등 각양각색의 일을 하며 열정으로 치면 나보다 훨~씬 앞선 동기들의 격려에 결국 첫 수업만 듣고 때려 치려 했던 내 계획은 온전히 잊혀지고, 일명 ‘평균연령 쏘~하이 1기 교육생들’과 뜨거운 동기애를 발휘해 우리만의 멋진 공개방송 수료식을 꾸몄다.


 공개방송 경험이 준 자신감과 라디오금천 운영진들의 따뜻하고 끊임없는 러브콜에 좀 더 라디오금천의 방송 콘텐츠들을 살펴보고 점차 그 매력에 흠뻑 취해본다.




* 조규만의 즐거운 실버 : 매주 목요일 녹음. 방송분량 30분.


 ‘백세인생 시대! 내 나이가 어때서~?’ 50여년을 금천구에 살아오신 금천구의 산증인, 최고령 할배 DJ가 이끄는 ‘조규만의 즐거운 실버’는 어르신들을 위해 인생철학, 건강에 좋은 운동, 건강식, 즐거운 노후 보내는 법 등등 실버들에게 최적화 된 꿀 정보를 전한다. 불편한 무릎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본인 방송 녹음을 사수하시는 열정과 매 방송을 위해 투박한 손 글씨로 방송 대본을 써 내려가시는 노력에 라디오 입문자로서 아니 인생의 후배로서 배울 점이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 넘치는 열정과 재능으로 서울시립노인복지관에서도 명 DJ로 활동 중이시고 2016년 제 5회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오늘의마을’에서 영광스러운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윤명숙의 사랑채 : 매주 금요일 녹음. 방송분량 60분.


 금천구에서 전업주부로 손자를 돌보며 무료한 일상을 보냈던 윤명숙님. 

 자식의 분가로 그동안 바래왔던 시간적 여유를 즐김도 잠시, 막상 주어진 시간에 자신을 위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던 천상 우리네 엄마였던 그녀는 이웃의 손에 이끌려 라디오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라디오금천의 명실상부한 꽃대표로서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윤명숙의 사랑채’통해 들려주고 있다.

 60여년을 살아오면서 이제야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았다며 방송 기획, 대본작성은 물론 의류수선집 사장님, 갈비집 사장님, 지역 공부방 선생님, 구청장 등등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의 섭외까지 직접 도맡아하고 있다. 늘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구청장을 직접 초대해 그의 개인적 이야기를 나누며 공직인의 모습보단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을 주민들께 전할 수 있었고 한우사장님과의 방송에서는 그의 치열하고 어려웠던 삶의 과정과 가족사를 나누며 진행자와 청취자들 모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 라이브 금천 : 매주 금요일 11시 30분 생방송. 방송분량 30분.


 ‘라이브 금천’은 마을신문 ‘금천IN'의 편집자이자 금천구 대표 딸 바보 이성호님의 진행으로  금천구의 생생하고도 발 빠른 뉴스와 정보를 매주 금요일 팟빵 실시간라디오 채널 동네방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 금천구의 행정, 복지, 교육, 문화, 생활, 치안등 지역 구석구석의 소식을 쉽게 전해준다. 지역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선거철에는 해당 후보들이 게스트로 나와 지역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하고, 각종 도입 또는 변화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해당 담당자를 게스트로 섭외 해 주민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제공한다.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공론화해 해결책을 청취자들과 함께 모색해본다. 이런 취지로 구정질문을 한 구 의원을 초대해 질문 취지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었으며, 지역 재래시장인 독산동 우시장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고자 관련 공무원을 게스트로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우리 마을에 도움이 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뉴스를 소개하고자 대표님 초대 또는 전화연결을 통해 그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때문에 라이브 금천은 단순히 금천에 대한 알아가는 것을 넘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유발하는, 금천 내 공영방송 같은 중요한 역할을 이끌어내고 있다.  




* 마을수다라디오 : 매주 화요일 격주 녹음. 방송분량 60분.


 워킹맘이자 딸 셋 엄마 DJ 써니와 아들 셋 엄마 DJ 쓰리현의 본격적인 극 과 극 수다방송.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우리세대 뿔난 엄마 둘이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수다로 풀어내고 있다. 지난 71주년 광복절 때는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는 광복절과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국정화 교과서 논란이 심했을 땐 과연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를 함께 고민했으며, 깔창 생리대가 이슈화 됐을 땐 엄마로서, 여자로서 가슴 아파하며 진솔한 수다를 나눴다.

 이렇듯 사회적 문제를 우리네 삶과 가까이 있는 문제로 인식하고 엄마의 따뜻하지만 뼈 있는 시선과 입담으로 토크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며 자칫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오히려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대화의 장을 한판 멋지게 만들어내고 있다.   



* 포포즈의 음악방송 : 매주 목요일 녹음. 방송분량 30분~60분.


 10년 전 인터넷 음악방송에서 한 가닥 했었지만 결혼과 출산, 육아로 DJ이로서의 꿈을 잠시 접어야했던 이은희님. 우연히 길가에 붙은 라디오금천 강의 현수막을 보고 용기 내어 걸어본 전화 한 통으로 그녀의 삶이 바뀌었다한다.

 라디오금천 대표 음악방송 자리 잡은 ‘포포즈의 음악여행’은 그녀만의 감성적인 목소리로 다양한 팝송과 재즈, 그리고 그 숨은 뒷이야기를 편안하게 전해준다. 매 방송마다 선정 된 주제와 더불어 그녀의 높은 안목으로 선곡된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든 팝송과 재즈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노래들’, ‘나라 별 대표음악’, ‘안타까운 요절 가수 특집 편’, ‘여름철 가슴 싸늘한 음악들’, ‘명절 귀향길에 듣기 좋은 노래들’, ‘노벨평화상 수상자 밥 딜러 대표곡,’등 참신한 주제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한다. 더불어 청취자와 소통하기 위해 가끔은 청취자를 게스트로 초대한다. 지난여름에는 ‘브루노마르스 팬’과 함께 그의 특집방송을 꾸몄다.




* 김은혜의 줌마들이야기 : 매주 목요일 녹음. 방송분량 30분.


 평생 컴맹으로 살아오다 경단녀라는 딱지를 떼고자 컴맹 탈출은 물론 각종 IT자격증을 두루 갖춘 도전정신 가득한 열혈DJ 김은혜님. 그녀가 이끄는 ‘김은혜의 줌마들이야기’는 책을 소재로 이 시대 대한민국 평범한 아줌마로서의 공감대와 위로를 준다. ‘심플 라이프’편에서는 많이 가져야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의 생활패턴에 줄임, 생략의 미와 편함을 이야기했으며, 

 ‘풀꽃도 꽃이다’편에서는 입시지옥의 시대에 학부모로서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던지며 어른들에게 경종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편에서는 현 어지러운 시국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안타까움과 비참함을 솔직하게 전했다. 




* 진영대의 이야기가 있는 나의노래 : 매주 월요일 녹음. 방송분량 30분.


 늘 자신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진영대님의 ‘이야기가 있는 나의노래’는 저 마다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사연 있는 노래를 진DJ의 라이브 기타반주와 함께 부르며 옛 추억에 빠져 보는 시간이다. 게스트가 나와 직접 노래를 부르고, 부르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진DJ의 1:1 강습으로 더 맛깔스런 노래로 변모한다. ‘결혼식에서 신랑이 막춤과 함께 부른 남진의 둥지’편에서는 신청자를 게스트로 섭외함은 물론, 그의 남편을 전화로 연결해 음악으로 과거 결혼식장으로 함께 추억여행을 떠났다. 


 이 외에도 라디오금천에는 청소년 성장 고민방송 ‘별별톡톡’, 시흥5동 마을계획단 사업 일환인 ‘오동통’, 마을신문 금천IN과 함께하는 ‘들려주는 마을신문’, 고3 수험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본인들 재밌자고 하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등등 많은 방송과 활동을 한다.


 라디오금천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먼저 단순히 게스트와 DJ, DJ와 PD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관계의 형성이다. 금천에 살면서 ‘같은 공간 속 제각각이었던 우리’에게 마을에서 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우리 금천구에는 마을 활동을 하는 지역공동체가 참 많다. 라디오 활동을 통해 만난 그들의 따뜻한 시선과 배품의 모습에서 금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 라디오 방송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기관과 연계한 활동들을 통해서 조금씩 마을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는 모습에 금천 안에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이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이제는 당당히 말해본다. ‘더 이상 금천에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나는 라디오금천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금천인이라고!’ 더 나아가 내가 교육생 때 배운 초절정 스킬 ‘라디오금천 꼬심’을 십분 발휘해 예전의 내 모습이었던 마을회피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 말 걸어본다. “우리 라디오금천에 오시면 인생이 즐거워집니다. 망설이지 말고 어서 오세요~^^”라고. ^-^ □



[필자소개] 호아이모 (라디오금천)


 남들 앞에 나서기를 극도로 부끄러워하는 최강 소심쟁이로 평생을 살아오다 우연히 라디오 교육을 수강했다. 라디오 매력에 퐁당 빠져 현재는 과거의 몹쓸 모습을 버리고 나름 적극적으로 라디오금천에서 오퍼, 게스트펑크 전문(?)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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