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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10,11월_리뷰] 작고 소소한 자화상같은 이야기 - 알바를 위한 매거진 '놀이터 알'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6. 11. 9.

[마중 25호 리뷰 2016.11.25]


작고 소소한 ‘자화상’같은 이야기

- <놀이터 알> 리뷰


박윤하 (<놀이터 알> 독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소집된 여름, 나는 홍대 인근 편의점에서 주말 알바를 하고 있었다. 공항 철도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이라서 유동인구가 적을 줄 알았는데 관광객들로 붐볐다. 책이라도 읽을 요량으로 비교적 한적하다고 생각한 곳의 편의점 알바를 택했는데 의자에 앉을 틈도 없이 “어서 오세요.”, “얼마입니다.” 를 반복했다. 사람들은 자꾸 계산대에 물건을 쌓아 두고 딴 일을 보러 간다. 돈을 던진다. 카드를 던진다. 손님이 없을 때는 쓰레기통을 비우고 바닥을 대걸레질 한다. 손님이 먹고 간 자리를 치운다. 핫도그를 3개씩 만들어 둔다. 냉장고에 비어 있는 음료를 채운다. 폐기를 꺼낸다. 사장은 앉아 있는 나에게 앉아 있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의자를 빼겠다고 했다. 이렇게 8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 모습이 내 주말의 전부였다. 


 일요일의 끝은 언제나 ‘안녕, 나의 주말’이라고 인사를 보낸다. 이렇게 나의 주말을 통으로 갖다 바쳐도 내게 떨어지는 돈은 적다. 월세와 통신비, 교통비를 내고 나면 여유 있게 차 마실 돈이 한 푼 없어 나는 결국 한도가 낮은 신용카드를 신청했다. 친구와 “이건 미래의 나에게 후려 쳐맞을 짓이야’ 라고 농담삼아 이야기했다. 그래도 안도했다. 적어도 아플 때 병원은 가고, 배 곯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시간 당 최저임금보다 약간 더 높은 6100원을 받았다. 최저임금은 나의 생활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끼치므로 최저임금위원회의 행보를 눈여겨 보았다. 마침 <놀이터 알>에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와 구성원, 최저임금 결정 방식과 이에 대한 비판이 세세하게 잘 나와있었다. 이와 더불어 알바노조에서 진행했던 최저임금 만원을 위한 단식 농성의 모습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일상의 단식’, 가장 공감했던 말이다. 한달의 예산 중 식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 학교에서는 1200원짜리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고, 주말에는 폐기로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다. 쉬는 시간이 없어 굶고, 돈이 없어 굶는 것, 이미 알바노동자들에겐 비극조차 아닌 일상인 것이다. 이렇게 배고픈 나 같은 사람을 대신하여 우리네 삶이 바뀌어야 한다고, 비오는 날에 우산도 없이 맨 몸으로 비를 맞으며 존재의 ‘존엄’을 말하는 이들에게, 이제라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놀이터 알>의 자화상 그리기에 대한 후기는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은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내가 보는 나’를 그리는 작업인데 그림을 그릴수록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나’가 완성되었다. 만약 나도 자화상 그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조금 더 차분한 모습의 나를, 타인의 어떠한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의 모습을 완성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또 <’야옹냐옹’과의 동거이야기>는 팍팍하기만 한 알바노동자의 일상에 스며든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무심코 다가온 따뜻한 생명체와 나누는 우정은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힘겹게 알바를 하고 있는 것도, 늘어나는 학자금대출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는 것도 온전히 나만의 일이라 절망했다. 너무나 당연한 비극은 이제 더 이상 비극이 아니라 ‘일상’으로 치부될 뿐이었다. <놀이터 알>은 이 잡지가 알바노동자에게 ‘당신들의 편’이 되어주고자 제작되었다. 나는 <놀이터 알>을 읽고, 적어도 알바를 그만 둘 때 고용노동청을 통해 ‘주휴수당’정도는 요구할 대담함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웅장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히 나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듯한 잡지로 느껴졌다. 앞으로도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아져 나 같은 ‘평범한’ 이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길, 일에 파묻혀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자화상’ 같은 잡지가 되길 바란다. □   






[필자소개] 박윤하 (<놀이터 알> 독자)

작가를 꿈꾸고 있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좋은 하루되라고 ‘하루’라는 필명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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