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23호 리뷰 2016.9.13]


    순도 100% 삶의 이야기, 강북FM 라디오 극장


    김일웅 (강북FM)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 정유정 <종의 기원>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하는 것도, 듣는 것도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나의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드라마에 빠져들기도 하죠. 어쩌면 고달픈 현실을 잊기 위한 방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드라마를 마을미디어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강북FM 라디오 극장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동네 극단과의 협업으로 시작


     라디오 극장의 시작은 방송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강북FM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모임과 단체들을 소개하는 <후.아.유>라는 연속 기획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해 1월에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전문 극단 진동이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을 했었습니다. 녹음을 마치고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강북FM에서 라디오 극장을 진행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고 진동에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첫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이후 논의가 이어지면서 두 가지 콘텐츠를 격주 단위로 제작하기로 했고 <쿵푸팬더>와 <버섯돌이의 밀착 생활극장>이 각각 1월 21일과 28일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쿵푸팬더는 영화로도 유명한 콘텐츠를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하여 제작한 방송입니다. 연극인들이 진행한만큼 탄탄한 각색과 실감나는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극단 일이 바빠지면서 아쉽게도 4회를 끝으로 방송을 마쳤습니다. 버섯돌이의 밀착 생활극장은 제목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방송을 제작했습니다. 설 명절이 있었던 2월에는 명절 증후군을,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 날 에피소드가 방송되는 등 시기적 특석을 반영해 소재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버섯돌이의 밀착 생활극장은 극단 진동의 예술감독인 버섯돌이가 극본을 쓰고 지역의 아마추어 극단인 동네극단 우이동 멤버들이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실감 높은 방송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동네극단 우이동의 사정으로 6월 23일 10번째 에피소드를 끝으로 녹음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지만 라디오 극장이라는 콘텐츠를 이대로 접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컸던 관계로 시즌2를 준비하기로 하고 녹음에 참여할 주민들을 모집했습니다. 모집이 잘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는 다르게 참여자들은 금새 모였습니다. 선착순 5명만 모집한다는 안내 문구를 보고 새벽 2시에 문자를 보내 참여의사를 밝혀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모인 시즌2 녹음팀은 버섯돌이가 이끄는 가운데 방송의 컨셉과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과정을 논의하며 7월 29일 대망의 첫 에피소드를 녹음하게 됩니다.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라디오 극장 시즌2


     라디오 극장 시즌2는 수유동 123번지 소통빌라를 무대로 하하와 호호 가족, 자두와 수박 가족 그리고 옥탑방으로 이사 올 예정인 1인가구 고양이의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그래서 시즌2의 부제는 소통빌라 사람들입니다. 시트콤처럼 매회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동질성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전문 극단과 아마추어 극단의 구성원들이 녹음에 참여했던 시즌1과 달리,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참여자들은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던 한 분을 제외하면 연기 경험이 전혀없는 분들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분들이 극본도 직접 쓴다는 사실입니다. 첫 모임에서 스스로 극본도 써야 한다는 버섯돌이의 이야기에 당혹스러워했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초벌 작성된 극본을 함께 수정하기도 하면서 한 편 한 편 완성해나가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활동하는 극단과의 협업으로 시작해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어지고 있는 라디오 극장의 시도는 마을미디어가 콘텐츠를 확대하는 하나의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생활 속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측면에서 마을미디어와 잘 어울리는 콘텐츠이기도 하구요. 연기와 드라마에 관심있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마을미디어의 본분(?)에도 충실한 콘텐츠라고 자평해봅니다^^





    언제나 하이라이트는 뒤풀이


     라디오 극장도 다른 방송과 마찬가지의 제작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집니다. 기획 회의/소재 선택-극본 작성-극본 검토-연습-녹음-차기작 기획 회의/소재 선택의 과정을 반복하는거죠. 극본을 쓰고 녹음을 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전체 제작과정의 백미는 기획회의를 겸하는 뒤풀이입니다. 비슷한 상황과 경험에 대해서도 각자 미묘하게 달랐던 느낌과 해석이 오가며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일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조금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그거 극본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네요“라며 설정과 상황을 덧붙여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집단지성의 묘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시즌2를 맞이한 라디오 극장은 앞으로 소재 공모 등을 통해 청취자들과의 소통과 참여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연말에는 호응이 높았던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는 공개방송도 진행해 볼 예정이구요. 무엇보다 시즌을 거듭하며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강북FM의 간판이자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라디오 극장,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더 많은 마을미디어에서 시도해보시면 좋겠다는 제안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




    [필자소개] 김일웅(강북FM)


    강북FM에서 총괄PD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을미디어가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