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1월_이슈] 우리가 바로 그 우물 안 개구리였다

by 공동체미디어 2016. 1. 20.


우리가 바로 그 우물 안 개구리였다

- 2015 서울마을미디어 영상제 ‘마을영화에 빠지다’ 후기


조래준(동작마을TV)



 “오빠! 이거 해볼래?”

 뜬금없이 도착한 와이프의 메시지. 동작FM의 라디오 프로그램 <엄마는 방송중>의 공동 진행자인 와이프가 동작FM에서 미디어영상교육을 한다며 관심 있으면 신청해서 배워보란다. 교육내용을 보니 다큐공동체인 ‘푸른영상’의 현직 다큐 감독님이 직접 기초이론부터 시작해서 촬영과 편집까지 10주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이 끝나면 수료작 촬영으로 마무리하는 교육이다. 영상 촬영 쪽에 관심이 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혼자 가면 쑥스러울 것 같아 후배를 급하게 섭외 후, 동반신청을 했다. 그렇게 영상교육을 신청하고 VJ가 되기 위한 12주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교육 첫날의 미션은 2명씩 짝지어 핸드폰으로 영상 촬영하며 상대방 인터뷰하기였다. 12명의 교육생들 모두 서로 첨보는 사이이니 서로 인터뷰하며 친해져 보라는 감독님의 사려 깊은 배려인 것이다. 서로 인터뷰하며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그 영상을 다 같이 보면서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영상촬영에 필요한 촬영기법도 배우고, 영상촬영을 위한 기획안도 짜고, 기획안에 맞춰 촬영도 하고, 그 영상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편집도 했다. 그렇게 8주의 교육이 끝나고 드디어 수료작에 대한 기획회의 시간이 왔다. 그 사이 인원은 반토막으로 줄어 교육생은 6명만 남았다. 처음 계획은 3명 1개조로 조를 나눠 10분 안팎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남은 인원이 6명이니 감독님께서 3명 1개조는 그대로 하되 3~5분짜리 하나, 8~10분짜리 하나. 조별로 2개씩 만들어 보란다.

 처음엔 “뭐 그 까이 꺼...”라며 쉽게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고 회의를 거쳐 조별로 2개씩의 아이템 확정! 그 아이템이 멋진 영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짜임새 좋은 기획안도 만들고 만들어진 기획안에 최대한 충실하게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에 돌입. 쉽게 만 생각했던 편집이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1차 가편집 후 모여서 의견 나누고 다시 2차 편집하고 또 모여서 의견 나누고... 그렇게 5번 정도의 수정을 거쳐 마지막 완성본이 만들어졌다. 어! 그런데 이건 뭐지???!!! 조별로 짧은 거 하나, 긴 거 하나 였는데 만들어진 영상 4편 모두 런닝타임 7분안 팎이었다.





 내가 촬영을 담당했던 상도동 청소년 까페 나무에서 출연진과 주민들을 초대해서 상영회를 하던 날. 사람들이 올까 했는데 까페를 가득 채운 사람들. 한편씩 상영될 때마다 집중해서 관람하고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오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어보니 영상 1편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고 영상제작 하시는 분들의 대단함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10월 초에 상영회를 끝마치고 어영부영 별 생각 없이 1달이 흘렀다. 매월 1편 이상 꾸준히 영상제작을 해보자 했던 다짐이 잊혀질 즈음  마을미디어 영상제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다시 모였고 무엇을 어떻게 찍어서 출품을 할까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아이템을 정하고 촬영기획안을 짜고 있는데 뜬금없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하나. 2015 마을미디어축제에 상영될 영상들에 대한 투표 안내 글이었다.. 어?? 뭐지??? 멋진 영상 한편 만들어서 상하나 타봐야지 했는데.., 아쉬웠다.. 여하튼 우리 출품작은 <대륙서점>이 되었다. 온라인 투표에 올라온 다른 단체의 영상을 보면서 우리들은 모두 ‘자뻑’이 되었다. “우리 영상이 제일 좋아.” “상은 무조건 받을 텐데 어떤 상일까?” 그렇게 우리는 김칫국을 통째로 마시고 있었다. 마침내 12월 11일이 되었다. 퇴근을 서둘러 한 후 행사장으로 갔다.




 제 4회 서울마을미디어 축제 ‘수고했어, 마을미디어’ 행사의 중의 하나인 마을미디어 영상제 ‘마을영화에 반하다’가 시작되고 그 꿈은 완전히 무너졌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제작되어 상영되는 게 아닌가? 그것도 우리보다 잘 만들어서. 아래에 각 작품별로 리뷰를 간략하게 적어본다.


뻐끔뻐끔(네이처힐 5단지 작은도서관미디어팀) /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친구(네이처힐 5단지 작은도서관미디어팀) / 우리 아이들의 그냥 사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우리가 용돈을 많이 받아야 하는 이유(청청청) / 용돈을 적게 받았을 때와 많이 받았을 때의 비교체험 극과극.

악플러(청청청) / 꽁초(동그라미) / 초딩들은 괴로워(동그라미) - 업무전화 때문에 못 봄.. ㅠ.ㅠ

4인4색(아사다모) / 같은 질문을 20/30/40/50대의 여성들에게 하고 각기 다른 대답들을 편집..

스토리가 있는 이동사진관(우리마을기자단) / 어르신들의 열정이 돋보였던 영상.

쇼미더 도봉(도봉N) / 마을소식을 전해주는 뉴스. 

도망자(대한성공회 성북나눔의 집) / 방과 후 공부방에 대한 학생들 이야기.

성북마을미디어 뉴스56회(와보숑) / 마을 소식을 전하는 뉴스. 진행하는 여자아나운서가 프로같아보임.

마을미디어. 그리고 청년(와보숑) / 마을미디어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청년들 이야기.

대륙서점(동작마을TV) / 기술의 발전과 함께 우리주변에서 하나씩 사라져 가는 마을서점.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영상을 만들어 출품했는지도 몰랐고 만들어진 영상의 퀄리티도 수준이상 이었다. 특히나 어린 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들은 정말 좋았다. 그리고 도봉N이나 와보숑의 영상들은 우리 동작마을TV도 열심히 해서 더 멋진 영상을 만들어야겠구나하는 전의를 불사르게 해주었던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 우리가 바로 그 우물 안 개구리였다. 내년 2016 마을미디어축제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진 영상을 들고 찾아와야지...



 지금 이 시간에도 마을에서는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들이, 모임이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전달해주는 전달자로서 마을신문, 마을라디오, 마을TV, 마을학교 등 여러 단체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활동이 그저 아름아름 아는 사람들끼리의 침목모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활동하는 진정한 미디어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마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며 그런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본다. □



[필자소개] 조래준(동작마을TV)

2015년 우연한 기회에 동작FM에서 진행한 마을미디어 영상교육을 받은 후 가칭 동작마을TV 총괄PD로 활동중.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