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를 보다, 그리고 함께 결산하다

    - 2015 서울마을미디어축제의 전시 프로그램과 시상식의 모습들


    성상민 (<마중> 객원필자)



     좋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모두들 한 번씩은 지역 특산물 관련 행사에 참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집 근처에서 하는 행사이면 몰라도 바쁘게 지내느라 온갖 피로가 쌓인 주말, 인파로 가득한 도로를 뚫고서 겨우 행사에 참여해도 남는 것은 없다. 행사를 이유로 터무니없게 값을 높여 받는 가게들에 별달리 특별한 맛도 없는 음식들, 가뜩이나 사람이 너무 북적여서 맛을 조금이라도 즐길라치면 바로 떠나야만 한다. 그저 허울 좋게 축하 가수 몇 명을 불렀을 뿐이다. 이렇게 아무리 주제가 좋아도 내실을 기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흔하디흔한 행사로 남고 만다.


     올해로 4회 째를 맞이하는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서울 지역 마을미디어의 한 해를 결산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2012년 처음 열린 이래 더 효율적이며 사람들의 호응을 끌 수 있는 축제가 되기 위해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큰 틀의 차원에서 보자면 계속 꾸준히 유지되는 행사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한 해 동안 나온 마을미디어를 돌아보는 전시 프로그램과 서울마을미디어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인 ‘서울마을미디어시상식’이다.



    서울, 그리고 전국의 마을미디어를 살펴보다


     흔히들 전시회 하면 거창하게 공간 한 곳을 통째로 빌려서 널찍널찍하게 전시물을 게시하는 형태를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서울마을미디어축제를 주최하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예산은 그리 많지 않고, 영화제-시상식-연합방송제-포럼 등의 행사의 다른 프로그램과 동시에 열릴 수 있는 장소에서 전시 공간을 구성해야 하다 보니 결국 단순히 테이블 위에 전시물을 배열하거나 적당히 벽이나 캔버스에 거는 식으로 전시회가 마련된다.


     하지만 전시 프로그램이 조촐하다고 전시물까지 조촐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울마을미디어축제에서 전시되는 마을미디어 매체 전시는 서울의 마을미디어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에 좋은 참고자료 역할을 수행하기에 그 가치는 무척이나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매체 이외에도 실제 활동모습을 찍은 사진도 같이 전시하여 한 해 동안 각 마을미디어가 어떻게 살아왔나를 알 수 있게 하는 전시이기도 했다. 다만 신문이나 잡지, 단행본의 형태로 ‘발간’된 매체에 한정하여 전시여서 아쉬울 뿐이었다. 여력이 된다면 팟캐스트형이나 TV형의 형태로 제작된 마을미디어도 볼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아니면 해당 형태의 마을미디어는 온라인 전시로 홍보하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마을미디어축제에서 진행된 행사 중 유일하게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된 프로그램이 전시였기에 전시물의 배치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축제가 열린 홍대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3층 바실리오홀에서 열린 전시는 축제 첫째 날에는 포럼 행사가 같이 진행되는 바람에 파티션으로 공간을 두 개로 나눠 그 중 좁은 공간에 전시가 배정되었다. 그리고 둘째 날에는 같은 공간에서 굳이 파티션으로 공간을 나눌 필요가 없는 네트워크 파티와 상담소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전날보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물 자체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공간과 배치가 달라지는 만큼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받아들이는 느낌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다음 번 행사에서는 이러한 지점에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던 전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는 마을미디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이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합격점이었다. 마을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도봉N의 이상호 편집위원이 쓴 마을신문 제작 과정과 동작FM의 양승렬 방송국장이 쓴 팟캐스트형 마을라디오의 송출-홍보 과정, 그리고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연상케 하도록 재미있게 만든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 대한 연대기 전시물은 분명 많은 정보 제공과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미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았다. 서울마을미디어센터에서 낸 자료집과 가이드북은 물론, 서울 각 지역에서 제작된 마을미디어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도 부천의 <콩나물신문>이나 전라북도 남원의 <지리산 산내마을신문> 같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제작되는 마을미디어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전시의 큰 장점이었다. 2012년 이후 서울에서 적극적으로 ‘마을미디어’라는 용어를 사용해 마을미디어가 서울만의 전유물로 착각하기 쉬운 상황에서, 마을미디어의 시도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해 마을미디어에 관심 있는 이에게는 생각의 폭을 넓히고,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이에게는 힘을 북돋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허겁지겁 정신없지만… 그래도 시상식은 즐겁다


     서울마을미디어축제를 취재하다보니 어느덧 축제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다가왔다. 바로 올 한 해 동안 참신한 마을미디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활동가와 매체에 상을 주는 ‘서울마을미디어시상식’이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축제 역시 끝난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쉽지만, 피날레를 겸해 열리는 행사인 만큼 축제를 준비하는 스탭들은 행사의 퀄리티를 높이는 동시에 큰 문제없이 행사를 마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관람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도 리허설을 위해 제대로 쉬거나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결국 몇몇 스탭들은 축제가 끝날 때까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기도 했다. 화려한 행사의 뒷면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행사를 지탱하는 스탭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 스탭들의 노고로 올해도 서울마을미디어시상식은 시간이 초과된 관계로 특별상을 시상하는 과정에서 수상자들의 소감을 결국 듣지 못했던 것을 빼면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다행히도 특별상을 수상한 단체 중 은평시민신문의 박은미 편집장은 축제 이후 따로 진행된 행사 정리 회의 및 뒤풀이 행사에서 못 다한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었다.) 개인상-인기상-콘텐츠상-단체상, 그리고 대상으로 상을 주는 기본적인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지만 올해 시상식의 특별한 점을 꼽을 수 있다면 ‘마을미디어를 뽐내는 시간’, 줄여서 ‘마뽐시’ 프로그램이 중간 중간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마뽐시’는 원래 2013년 서울마을미디어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행사이다. 그 당시에는 올해처럼 시상식 막간이 아니라 단독으로 진행되었고, 총 10개의 마을미디어를 선정해 한 마을미디어마다 5분씩 자신이 활동하는 마을미디어에 대한 발표를 하는 형태였다. 그런 프로그램이 잠시 일 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가 올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비록 선정된 마을미디어도 10개에서 6개로, 발표시간도 5분에서 3분으로 줄었지만 전시에서 매체를 살펴보거나 연합방송제에서 잠시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각 지역의 마을미디어에 대해서 생생히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서울마을미디어축제, 내년에도 다시 만납시다


     또한 올해 행사의 의미 있던 순간을 하나 더 꼽자면 앞서 잠시 언급한 ‘특별상’이다. 이미 <마중>에도 관련 기사가 발행되었지만 2015년은 공동체라디오가 1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비록 여전히 정부는 공동체라디오의 출력을 키워줄 생각을 하지 않는 등 별다른 지원이나 정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지만, 이렇게 정부에게 소외된 와중에서도 전국 각지 7곳의 공동체라디오는 활동가들의 희생과 노력을 통해 계속 꾸준히 활동하며 지역의 소식을 전달하는 존재이자 동네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연대의 매개체가 되어왔다.


     서울에는 현재 마포FM과 관악FM, 이렇게 총 두 곳의 공동체라디오가 존재한다. 마포FM은 지역을 이야기하는 뉴스, 커뮤니티 프로그램 외에도 동네에 연고지를 둔 축구팀 FC 서울 팬을 위한 <전격! ‘서울’ 사람들>,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 성소수자를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 <L양장점>, 비혼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야성의 꽃다방>, 인디 뮤지션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송인 <게릴라디오>와 <뮤직홍> 등 다양한 청취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수년 이상 제작, 편성하며 공동체라디오의 의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보여왔다.



     관악FM은 마포FM처럼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대신 관악구 지역의 이슈에 집중하며 다른 지역 언론들과 달리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다보는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이 두 공동체라디오가 10년 간 해왔던 활동들에 감사를 표하며 특별상을 시상했다. 또한 공동체라디오는 아니지만, 2004년부터 11년간 은평구에서 마을신문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시민과 공동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날카롭고 세밀한 초점을 갈고 닦은 은평시민신문 역시 함께 상을 받게 되었다.


     아쉽게도 시간 문제로 인해 수상 소감을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세 매체의 수상을 지켜보며 이 매체들이 계속 오래갈 수 있길 바라는 동시에 서울의 다른 지역,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도 더 활발히 마을미디어가 정착했으면 했다. 더 나아가서 서울의 팟캐스트형 마을라디오들이 주파수를 확보해 더 간편하게 사람들이 마을미디어에 접했으면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드디어 시상식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대상 시상식이 다가왔다. 영광의 수상자는 중랑구의 마을미디어 뻔, 개인상(<엄마랑 딸이랑 랑랑>의 진행자 신하람, 강승미)와 콘텐츠상(지역소식 부문 <중랑이래요>에 이어 대상까지 수상하며 3관왕의 영광을 이룩하게 되었다. 모두가 축하의 박수를 쳤고, 이윽고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각자의 마을미디어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은 무척이나 멋졌고, 동시에 올해의 서울마을미디어축제가 끝이 났다는 메시지기도 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일 수밖엔 없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났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내년에도 마을미디어는 계속 제작될 것이고, 당연히 서울마을미디어축제 또한 열릴 것이니까. (내년 행사에서도 강북FM의 나종이 씨가 시상식의 사회를 맡을지 기대해보는 것도 기다리는 재미가 되지 않을까.) 또한 내가 만드는, 내가 좋아하는 마을미디어가 상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상을 받지 않았다고 마을미디어의 가치가 깎이는 것은 아니니까. 매년 그래왔듯 스탭들은 바삐 움직이며 행사를 준비할 것이고, 우리들은 그러한 스탭들의 노력에 활발한 참여와 호응으로 보답하며 함께하는 것. 그렇게 서울마을미디어축제를 우리 모두의 행사로 계속 가꿔나간다면, 행사가 끝난 아쉬움은 내년 행사를 기대하는 두근거림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






    [필자소개] 성상민 (<마중>객원필자)

     2005년 만화언론 <만>의 객원필진으로 데뷔한 이후 2006년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강풀 특별전 전시 기획 참여와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서 2009년 문화부 기자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현재는 <미디어스>에서 정기적으로 만화 및 문화 평론을 하고 있다. 또한 학점 관리에 큰 문제가 생겨 경희대 사회학과를 1년 더 다니는 게 최근 확정됐다. 트위터 주소는 @skyjets_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