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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0월 이슈] 조금 쑥스럽지만 모두가 행복한 마을영화

by 공동체미디어 2014. 11. 7.


조금 쑥스럽지만 모두가 행복한 마을영화
-마을영화 <포토그래퍼> 제작 참가기

이경란 (토우인형극단)

  2014년 5월 우연히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참여해보라는 남편의 권유를 받고 도봉구 마을 지원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센터장님과 3시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센터장님의 외부 출장으로 인해 30분가량 기다리던 중 지금의 <포토그래퍼> 영화의 감독이자 꽃동네 마을기업 소장님이신 김필준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의 질문의 요지는 자신의 영화에 그림자 인형극으로 엔딩씬을 표현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국제 영화제 출품예정이라는 말씀과 재미와 보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무조건 OK 했다. 또한 영화에 출연할 어르신들과 아이들도 필요하다는 말씀에 소개 시켜드리겠다는 약속까지 덜컥 하고 말았다. 각종행사나 대회 등 다수의 수상경력이 있는 우리교회 영광대학 어르신 난타팀과 아들 둘까지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둘째아들이 첫 촬영하던 8월의 덥고 습하고 불쾌지수 높은 날 오후 2시. 카메라를 들고 혼자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본 순간 보통 영화 촬영한다 하면 여러 명의 스텝들과 함께 갖가지 장비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던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님께 “혼자 오셨어요?”라고 여쭙자, “사람을 쓸 상황이 못 돼서요.”라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많을 걸 느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신인감독, 단 한명의 스텝의 도움도 없이 잠깐도 서있기 힘든 찜통더위에 하루 종일 카메라 들고 동분서주 하시는 모습을 보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3년 동안 인형극 공연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게 된 보람과 매력을 서울시 우리 마을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나누고 싶었지만 아무도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수 없듯 나 역시 인형극 외에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머릿속엔 온통 인형극과 관련된 일만 가득하니 주위 사람들의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서울시 우리 마을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되어『토우(土偶)』인형극단을 만들고 그림자인형극 『라이온 킹』공연을 준비하는 순탄치 않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명의 영화감독의 처지와 비슷했다. 밤샘 작업이 일쑤였고 힘든 일, 억울한 일 등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나의 선택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은 없었다. 영화 <댄싱퀸>에서 엄정화처럼 인형극은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이듯 영화촬영은 감독님에게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마을영화이고 1시간짜리 영화라 하루 한 두 시간 만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아이들의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단 몇 초의 장면을 찍기 위해 여러 날을 하루 종일 촬영하는  날이 많았다. 
  큰 아이는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해 가을 중간고사 시험기간까지 촬영하게 되었다. 왜 억지로 참여하게 했느냐는 원망과 불평의 소리를 엔딩씬 찍을 때까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또한, 둘째 아들은 마을의 불량소년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마을에서 위험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씬 이었다. 그날따라 아이가 늦게 일어나 아침도 안 먹은 채 몇 시간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힘들고 거친 연기를 하다 보니 행여 다 칠까 지칠까하는 걱정에 마음이 타들어갔다. 때문에 아이들에게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도 컸지만 녀석들이 고생해서 출연료를 받아보는 것도 보람되고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교회 영광대학 난타님 어르신들도 며칠에 걸쳐 장시간 촬영하시느라 고생하셨고 10만원의 적은 출연료라 개인에게 주어지는 돈이 한 푼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이 기꺼이 촬영에 응해주신 어르신들께 죄송스럽고 감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든 촬영을 마치고 드디어 시사회 날. 두 아들의 손을 잡고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작은 카페에서 열리게 된 시사회 장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보이는 부직포로 만든 레드카펫과 배달된 중국음식들이 셋팅되어 있었다. 촬영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배고픈 영화감독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나 드라마 같은 감독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그날만큼은 시나리오에서 제작, 편집까지 영화촬영 전 과정을 혼자서 다해내신 김필준 감독님이 단연 주인공이셨다. 평소엔 볼 수 없었던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무대 위에 오르셨고 배우들 모두 레드카펫을 밟으며 무대 위에 올라 간단한 자기소개와 촬영기간 동안 느낀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가 쑥스러워 했지만 행복해 보였다.

  이윽고 영화상영이 시작되고 나와 두 아들의 촬영장면이 나왔다. 누구나 그런 기분을 느끼겠지만 정말 나의 출연 장면이 나왔을 때는 창피하기도 하고 온몸이 오글거리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두 아들도 그랬다. 큰 아들은 아예 끝날 때까지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었다. 김필준 감독님의 땀과 정성, 감동과 재미로 어우러진 소박한 마을영화 <포토그래퍼>를 보면서 그동안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생했던 감독님의 수고와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보았다. 또한 같은 서울하늘에 살면서도 도봉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많은 분들에게 <포토그래퍼>를 통해 도봉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 펼치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사업이 보다 활성화되어 서울시민들이 자신만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포토그래퍼> 출연진들. 그리고 김필준감독님 모두 모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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