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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0월_이슈] 마을미디어가 행정에 던지는 작은 질문

by 공동체미디어 2014. 11. 7.


마을미디어가 행정에 던지는 작은 질문

- 우리 손으로 만드는 2015년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계획서 후기

 

양승렬 (동작FM)




마을에 미디어로 무지개가 뜨다


 2012년 <우리마을 미디어문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서울시 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은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면서 회색빛 거대도시 서울을 알콩달콩 소소한 마을의 이야기와 지역주민들의 당당한 목소리로 채워나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조한 ‘살맛나고 재미있는 마을공동체’가 지역 곳곳에서 주민들의 자발성과 책임감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마을미디어는 미디어라는 다소 전문적인 영역의 활동을 행정의 지원과 민간의 역량이 결합하여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일상과의 접목을 통해 자본과 권력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과 마을의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그렇게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신문, 잡지, 라디오, 영상 등의 형태로 다종다양한 마을미디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민이 시장’이라는 서울시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서울시 전역 및 서울시청과 서울광장 일대에서는 ‘2014 희망서울 정책박람회’가 열렸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제안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공감을 통해 문제해결에 다가서며 서울시 정책의 토대를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간다는 취지의 이 행사는 민선 6기 서울시의 중요한 척도가 되는 자리였다. 이 정책박람회의 ‘공감’, ‘토론’, ‘제안’ 프로그램을 통해서 모여진 다양한 의견들이 과연 얼마나 관을 움직이고 행정에 반영되어서 ‘시민이 시장’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뭐?


 서울 곳곳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모임)는 현재 80곳 내외에 이르고 있다.(매체 합산, 2014년 지원/비지원 포함) 이 가운데는 (사)마포공동체라디오나 (사)관악공동체라디오, 은평시민신문 처럼 마을미디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훨씬 전부터 지역에 뿌리 내리고 미디어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매진해 온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과 관계가 깊다. 마을 안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공동체 회복),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풀뿌리 민주주의),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민들이 직접 제기하고 공론화(의제 발굴)할 수 있는 마을미디어는 비영리성, 공익성을 갖는 지역밀착형/주민주도형 활동이다. 여기에 공적지원이 일부분 투입되고 필요한 정책과 제도가 마련되며 행정과 현장의 긴밀한 소통체계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 즉 행정의 역할이다. 



희망의 상상력,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깨자!



 이러한 로드맵을 마을미디어 현장에서 먼저 제안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사업계획 수립과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 ‘2014 희망서울 정책박람회 <마을미디어 현장과 정책 잇기 - 우리 손으로 만드는 2015년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계획서>’(이하 정책박람회)가 마련되었다. 정책박람회는 조은형(창신동라디오 덤), 안병천(관악FM), 김일웅(강북FM), 양승렬(동작FM)의 공동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되어 3차례의 확대 사전모임을 통해 방향과 주제 등을 정해나갔다. 첫 고민은 ‘우리는 항상 서울시에서 내려오는 정해진 양식의 지원사업 계획서만 바라보면서 그 안의 짜여진 내용들을 채우고 선정되어지길 기다리는 존재’라는 한탄에서 출발하였다. 주민이 주인이 된다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 그리고 주민주도형 소통채널을 만들어가는 마을미디어사업이 그러한 형식틀에 갇힌 채로 진행된다면 중장기적 발전계획을 세우기도 힘들거니와 마을의 다양한 이해와 미디어라는 특성을 살리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박람회를 통해서 사업계획내용을 역으로 민이 관에 제안하고 그것이 현실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보자는 상상력이 발동된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다양한 정책제안들


 9월 20일(토) 서울시청 신청사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박람회에는 약 30여명 가량의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모였고 3개의 테이블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며 마을미디어 정책내용을 제안했다. 첫 번째 테이블은 현재 서울마을미디어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들로 구성됐고 두 번째 테이블은 신문과 잡지,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마을미디어들 그리고 마지막 테이블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자랑하는 ‘조상’급 마을미디어들이 모여 앉았다.(마을미디어판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마포FM과 관악FM을 재벌, 기업, 또는 조상으로 부른다.) 정책박람회에서 논의되어 취합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리: 김일웅(강북FM))


■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리모델링

- 마을미디어 활동을 위한 공간 및 기초 장비 지원  

- 상시적 지원사업 체계 구축

- 연차에 맞는 체계적인 컨설팅 제도 마련

- 마을미디어 대중강좌 및 양성과정 교육 확대

- 청년 인력 지원을 위해 마을로 청년활동가 마을미디어 카테고리 신설

- 마을미디어 채널 마련(라디오 주파수, tv 채널 등) 필요

- 사업기간의 현실화 : 연초 사업 시작 가능한 구조 마련 

- 사업 정산 및 증빙 절차 개선

- 마을미디어 아카이브 확대 : 마을차원의 기록 및 아카이브를 위한 예산 마련

- 지역 공공기관 및 유휴공간의 유동적 활용

- 마을미디어네트워크 강화 : 마을주도성 강화

- 마을로 청년활동가 마을미디어 카테고리 신설


■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 활성화 방안 : 사업 인프라를 중심으로 

- 마을미디어 지속성 확보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규모 및 역할 강화

- 효율적 사업 운영을 위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전문성 및 독립성 강화

- 수평적 사업운영을 위한 마을미디어 민관 거버넌스 협의체계 마련

- 마을미디어 콘텐츠 연구 및 개발

- 지역 마을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거점형 시범사업 실행

- 마을미디어 정책연구소(가) 준비

- 마을미디어 전문 강사풀 및 양성체계 마련 



 마을미디어 신규 단체들과 2~3년 가량의 활동경력을 가진 곳들이 모인 라디오 테이블과 복합형 테이블에서는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들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제안들이 많았다.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문턱 낮추기와 다양한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 마련을 위해서 마을(현장)중심의 현실적 지원사업 체계 구축과 절차 개선, 양질의 마을미디어 재생산을 위한 강사 양성 체계 마련, 공간․장비에 대한 지원, 사회적 일자리와의 연결 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큰 그림을 고민하고 있는 ‘조상’ 테이블에서는 마을미디어의 단단한 토대 구축을 위해 중간지원조직(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위상과 역할 강화, 거점형 시범사업 실행 등의 의견이 도출되었고 마을미디어 정책연구 강화와 수평적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내용도 제안되었다. 



마을미디어가 행정에 던지는 작은 질문 하나  


 테이블별로 열띤 논의를 거쳐서 ‘2015 마을미디어 지원사업 계획서’의 내용이 성안되었다. 백지상태였던 사업계획서의 내용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고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참여자 모두가 결재란에 자기 이름을 라벨지로 붙였다. 이 사업계획서의 결재란은 1차 결재가 서울시 담당과, 2차 결재가 서울시장 그리고 마지막 최종 결재권자가 시민으로 되어 있다. 이번 정책박람회를 통해서 마을미디어들의 요구는 또 한 번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었다. 지난 3월 열린 ‘서울마을미디어 청책토론회’와 내용은 비슷하다. 비슷한 내용이 반년 후 다시 한 번 제기되고 현장에서 만드는 내년도 지원사업 계획서 형태로 성안되어 담당부서에 제출되는 이 모습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나는 대표제안자 중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에 작은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우리에게 마을미디어는 마을의 말입니다. 

당신들에게 마을미디어는 무엇입니까? 

마을의 말, 듣고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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