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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0월_이슈] 마을미디어 하는 청년들, 여기여기 붙어라~

by 공동체미디어 2014. 11. 7.


마을미디어 하는 청년들, 여기여기 붙어라~

- 마을미디어 청년 네트워크 파티 현장 스케치


이세린 (구로FM)


 ‘마을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문득문득 느꼈던 감정이 있습니다. “아, 같이 이 일 하는 또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잘 몰랐던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과 어울리게 되어 좋은 것이 마을미디어 활동이지만,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면서 솔직한 고민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는 데는 또래가 편한 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드디어 마을미디어를 하는 청년들이 한 데 모이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바로 <마을미디어 청년 네트워크파티 - 마을미디어 청년들아 모여라>입니다. 9월 29일 낮 네 시, 미디액트 회의실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생생한 후기를 전합니다!



 # 네트워크 파티를 준비하면서

 ‘마을 미디어와 청년’이라는 주제, 사실 퍽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죠. 네트워크 파티가 열리기 전, 요 주제를 놓고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청년들과 동작, 구로, 창신동의 청년들이 두어차례 모였었습니다. 청년 대상의 활동가 양성과정인 <마을미디어의 재구성>과 첫 청년 네트워크 파티인 <마을미디어 청년들아 모여라!>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였죠. 많은 고민들이 터져나왔습니다. “마을미디어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어떤 것일까?” “마을미디어에서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마을 미디어를 하는 청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을까?” 같은, 퍽 가볍지만은 않은 것들이요.

 이런 고민들을 계속하는 한 편, 청년 네트워크 파티는 처음 열리는 것이니만큼 가벼운 분위기로 기획되게 되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회의실은 준비로 분주했습니다. 삭막했던 회의실에 알록달록 풍선이 달리고(혼자서 뻥뻥 터지는 바람에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하얀 벽을 향하고 있는 큰 조명들도 켜지고, 영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귀여운 한입거리 음식들도 준비되었습니다. 신나는 음악도 배경음악으로 깔리니, 어느덧 청년 네트워크 파티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 네트워크 파티 시작! 안녕, 낯선 사람~

  이날 각자의 지역에서 네트워크 파티로 모인 사람은 총 열 두 명입니다. 설재우 씨(서촌라이프), 배승천 씨(노들장애인야학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기민(성북동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차형근 씨와 김의영 씨(종점수다방), 정빈 씨(창신동라디오 ‘덤’), 정소민 씨와 엄샛별 씨(금천 ‘젊’), 이은해 씨(강북FM), 권수영 씨(서초마을미디어센터), 안유희 씨(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 그리고 저 이세린(구로FM)입니다. 여기에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청년들(주현, 유리, 경진, 은경샘)까지 모이니, 꽤 많은 숫자가 되었어요. 공동체라디오를 하는 분들, 서울시의 ‘마을로청년활동가’로 일하시는 분들, 마을미디어 사업 이전부터 미디어를 만들어오신 분들 등등 모이게 된 경로는 다양했습니다.

 물론 알던 분들도 계시지만, 마을미디어 관련한 자리에 아예 처음 오신 분도 계시고, 서로 모르는 사이인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죠. 그래서 이어진 자기소개 시간! “저는 어디서 일하고요, 나이는 **살입니다.” 같은 형식적인 시간이 되지 않도록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봤어요.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서로에 대해서 질문하고, 함께 앞으로 나와서 상대방에 대해 대신 소개해주는 거였습니다



 배승천(노들야학 ‘당.장.아’)  설재우님은 서촌라이프라는 멋진 월간지를 만들고 계신다. 저도 종로구 활동하는데 종로구 활동하신데서 흠칫 놀랐다. 서촌은 인왕산 청계천 서쪽을 서촌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 지역에서 태어나고 사시면서 동네 이야기 전달해보신다고 하셨다.

 설재우(서촌라이프)  배승천 님은 장애인야학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활동 일환으로 팟캐스트에서 당신이 장애를 아느냐, 당장애, 아니 당장아 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고정적으로 하시는 분들 네 분 정도이구요. 종로구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활동가이십니다. 

 

 이 순서의 규칙은, 각 팀이 나와 소개를 할 때 서로가 소개해주는 내용이 틀려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짝이 소개시켜주는 내용이 맞는지 들으면서 웃고 즐기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렀어요. 한층 밝아진 분위기로 다음 순서를 이어갔습니다.


 # 공과 질문을 함께 던진다! 질문나누기 시간

 다음 순서는 청년 활동가들이 서로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각자가 서로에게 궁금한 내용을 쪽지로 적어 한데 모았는데요, 이 중 하나를 뽑아 질문에 대답해줬으면 하는 사람에게 공을 던지고, 공을 받은 사람이 질문에 답한 후 다시 질문을 뽑아 공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 수차례 오가면서 이 날의 이야기는 깊어져갔습니다. 오갔던 이야기 중 일부를 여기 소개합니다. 


- 라디오제작 하시는 분들, 제작이 재미있는지 궁금하다.

 배승천(노들야학 ‘당.장.아’)  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라디오 제작 재밌다. 장애 관련된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이미 공통의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주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 의문이 나는 점을 서로 나누면서 오는 재미가 있다. 어느 정도 공동의 토대를 가진 사람들이 이제까지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 재밌을 수 있지 않을까.



-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원동력은 무엇인가. 

 김기민(성북동천)  그냥 안 한다. 여기 오신 분들마다 계기나 접근 방식이 다 달랐을 텐데, 저는  마을공동체 사업 하면서 잡지 하다 보니 마을미디어까지 하게 됐다. 저를 포함해서 성북동 멤버들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만큼 한다는 게 모토이다. 우리가 일부러 자학하려고 마을미디어 하는 건 아니고 생업이 아니기 때문에.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다면 안하는 게 맞는 것 같다.


- 청년은 몇 살까지라고 생각하나.

 설재우(서촌라이프)  전 참고로 유부남인데, 청년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설정해야 될지……. 뭐 다들 청년이라고 생각하니까 온 거 아닌가. 35세까지로 하죠. (웃음) 나이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마을미디어) 활동들에 청년이란 단어를 그렇게 붙이고 싶은 않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마을청년모임’ 이런 게 누군가에게는 벽이 되어서 다가갈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썩 선호하는 단어는 아니다. 


- 지금 여기 모여계신 분들이 자기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알바를 하고 있는 건지, 활동을 하는 건지, 취미생활인지 구분을 못하겠다. 

 김기민(성북동천)  대부분 활동가 보면 우리 또래는 잘 없지 않나. 50대 이상이 많은데, '남의 돈' 받으면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동네에 별로 없다. 동등한 주민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때때로 작은 지역회사의 경리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영수증 붙이러 여기 왔나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만약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싶으면 그만 두는 게 맞지 않나. 아직까지는 내가 활동하는 단체가 사업비를 지원 받았으니 (사무적인 일들이) 어쩔 수 없는 멍에다. 이걸 수용할 수 없게 되면 자체적으로 활동하던가, 활동 자체를 그만둬야 되는 게 맞지 않나 그런 고민을 나도 했었다. 


 여기에 미처 옮겨 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점차 깊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청년’이라는 수식에 대한 고민, 마을미디어를 비롯한 ‘마을 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마을미디어의 지속성과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재능기부’에 대한 고민 등이요. 고민이 깊어짐과 동시에 시간도 예상보다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 때 나온 고민들을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언젠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 누가 누가 잘 하나, 마을미디어 뽐내기!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각자의 마을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을 수 없겠죠? 인쇄 매체를 만드는 곳에서는 이미 한 쪽에 결과물을 전시해놓기도 했고, 창신동 라디오 ‘덤’이나 강북FM, 당.장.아 같은 라디오는 스크린에 띄워 짧게나마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김기민(성북동천)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는 희망제작소 교육을 통해 이어진 지역주민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단체, 전문가 예술인 그룹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만들고 있다. 성북동 초록옥상이라는 예술인 그룹, 스페이스 오뉴월, 내셔널트러스트 등이 함께 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탐방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어 6차례 마을여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설재우(서촌라이프)  ‘서촌라이프’는 처음에는 서촌 지역 소식지로 시작했다. 그런데 소식지라는 개념이 동네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달았다. 서촌은 뜨는 지역이라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생산되고 공유되더라. 그래서 잡지의 성격으로 바꾸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동네에서의 활동이 하는 사람의 만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을미디어는) 보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얇더라도 양질의 콘텐츠를, 사람들이 보고 생각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서촌이라는 지역은 관광지가 되어버린 지역이라 주거지와 관광지의 갈등이 있다. 이걸 흔히들 마을잡지, 마을미디어에서 그러하듯 아름답게만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날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예를 들면 경복궁을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이 온다. 관광객 버스가 전부 다 동네로 들어와 공회전 켜놓고 그 자리에 있다. 탓을 하려면 누구 탓을 해야 할까. 이런 걸 알아보기 위해서 심층 인터뷰를 했다. 막연하게 손가락질 했던 관광버스 기사들도 애로사항 있더라. 구청 공무원도 고충이 있더라. 바뀐 건 없지만, 중간 조율자의 역할은 한 것 같다. 


 이번 순서에서는 자신이 만든 컨텐츠를 직접 자랑하려니 쑥스러워하시는 분도 있었고, 이미 홍보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쑥스러움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또 우리 마을미디어의 자랑스러운 면들을 얘기하기에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앞 순서들에서 예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다음 순서로 넘어갔습니다.


 # 마을미디어 산전수전 나누기 “**해본 사람 접어!”

 대학생들이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술게임 중에 손가락 접기 게임이라는 게 있죠. 다섯 손가락을 쭉 편 다음, 돌아가며 “안경 쓴 사람 접어!” “머리 어깨 넘어가는 사람 접어!” 같은 조건을 말해서 해당되는 사람은 손가락을 접는 거죠. 다섯 손가락을 가장 먼저 다 접은 사람이 게임의 패자가 됩니다. 이 날은 이 게임을 조금 바꿔서요, 돌아가며 “마을미디어 하면서 **해본 사람 접어!”를 외쳤습니다. 조건을 이야기할 때, 또 손가락을 접을 때마다 각자의 사연을 나누었어요. 나온 사연은 대충 이랬습니다.


나는 마을미디어 하면서……

생일날 밤 11시까지 야근해봤다. 

일주일 내내 일을 밤 8시까지 해봤다. 

3일 동안 3시간 자봤다. 

방송의 기획, 코너 진행까지 혼자 다 해봤다. 

구청 직원과 싸워본 적 있다. 

길거리에서 호객 행위 해봤다.

섭외를 말아먹은 적 있다.  

녹음 잘 해놓고 외장 하드를 날려먹었다.

상사와 함께 마을미디어 뉴스를 진행할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맨 정신으로 방송을 못 하겠어서 술 먹고 대본 쓴 적 있다. 

지역유지나 직능단체 분들에게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버튼 하나를 잘못 눌러서 믹서 고장인 줄 알고 사람 부른 적 있다. 

빨갱이 같다면서 행사를 취소당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마을미디어 관계자 분들, 공감하시나요? 가장 많은 사연은 역시 ‘일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서로의 고생을 나누니 안쓰러운 분위기(?)가 되었지만, 식당 옆 테이블에서 혹시 라디오 하시냐며 물어온 사람이 있었다거나 하는 부러운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날의 ‘산전수전왕’은 서촌라이프의 설재우 씨가 받으셨어요. 과로하셔서 쓰러지신 적도 있다는데 건강 꼭 챙기시길 바래보아요. 부상은 이동식 휴대폰 충전기! 이렇게 네트워크 파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뒷풀이 자리도 분명 즐거웠을 거 같아요~




 # 마을미디어 청년 네트워크 파티를 돌아보며

 구로FM에서 일하고 있는 저는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이면서 소위 ‘청년 이슈’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기대했던 자리였고, 실제로 새로이 느낀 것들도 많았습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 또 많은 사람들이 ‘청년’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나눌 수 있는 고민 또한 생각보다 결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파티 중간에 ‘청년의 범위’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도 했었죠. 20대와 30대가 고민하는 ‘청년 문제’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제 막 사회생활이나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한 사람과 이미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의 고민도 다를 것입니다. 실제로 이날 파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굉장히 다르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을미디어 청년’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다음에 네트워크 자리가 또 생긴다면, 그런 공통의 고민이 큰 주제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날 행사에서는 지금 후반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인 ‘마을미디어의 재구성’을 소개했습니다. 이미 이 과정을 신청하신 분들이 자리에 오기도 하셨구요. 기존에 활동을 하시던 분과 새로이 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한데 모이는 교육과정이었는데요, 곧 과정이 끝나고 결과물도 나올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이다보니 이날 네트워크파티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을 거 같습니다. 양성과정을 마친 활동가들을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해주시고, 결과물도 지켜봐주시길, 또 새로운 네트워크의 자리가 생길 수 있길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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