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꿈꾸는 힘찬 발걸음, 노원FM


    세린 (구로FM)

     

     4호선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노원역까지 이동하고 나면 노원구 상계동에 도착할 수 있다. 높거나 세련되지 않았던, 왠지 오래 본 듯 익숙한 아파트들 사이에 오래 가지 않아 상가가 하나 있다. 노원의 공동체라디오, 노원FM의 스튜디오는 바로 그 곳에 있다. 노원FM의 두 분을 만나기 전, 어디서 만날지를 고민하다 결국 스튜디오에서 뵙기로 했었다. 노원FM 멤버들이 녹음을 할 때마다 걸어갔을 그 길을 똑같이 걸어서 노원FM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에는 노원FM의 우귀옥 씨, 박미경 씨가 계셨다. 노원FM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마을미디어 일이 있으면 서울 어디든 한걸음에 달려오시는 열정을 가지신 우귀옥 씨의 얼굴은 참 눈에 익었다. 박미경 씨는 노원FM 사무국장 일을 맡기 전부터 노원에서 마을 활동을 하던 사람이었다. 작년 7월, 박미경 씨가 활동하고 있던 노원 마을넷에서 박미경 씨를 비롯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누구나 라디오 팟캐스트 교실’이라는 라디오 교실을 열었다. 9월까지 진행되었던 이 교육에서 두 분은 만났고, 함께 라디오를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박미경 씨는 노원FM의 사무국장을, 우귀옥 씨는 노원FM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금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시는 두 분이지만, 이렇게 노원FM이 만들어지고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작년 7월 열렸던 1기 교육이 열릴 때는 장비도, 노원FM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당시 마을미디어센터의 추천으로 강의를 맡아주신 분은 동작FM의 양승렬 국장이다. 양승렬 국장은 강의를 하는 내내 팟캐스트의 매력에 대해 말해주고, 교육 이후에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갈지에 대해 고민해보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동작에 동작공동체라디오 동작FM이 있는 것처럼, 노원에도 노원공동체라디오 노원FM을 만들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1기 교육이 끝나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이 힘을 합쳐 올해 4월 노원FM이 개국하게 되었다.

     

     

     ▲ 노원FM의 방송은 http://www.podbbang.com/ch/9232 에서 청취할 수 있다.

     

     노원FM은 대부분 2~3년차를 맞고 있는 다른 마을미디어 방송국들에 비하면 그 시작이 오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시작된 지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른 곳들보다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이, 땅!” 소리를 듣고 뛰어나가는 달리기 선수처럼 노원FM의 성장세는 참 빠르다. 올해에는 지난 5월부터 7월 간 교육을 2기 교육을 열면서 활동에 더욱 힘을 받았다. 평일 저녁, 노원구의 커뮤니티공간인 카페카페룸룸에서 진행했던 교육에는 1기 때와는 달리 마을 활동 경험이 없으신 직장인 분들도 많이 참여하셨다고 한다.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다. 이번에는 강사도 노원에서 직접 맡아서 진행했고, 이미 진행 경험이 있는 1기 멤버들이 2기 멤버들과 짝을 지어 든든한 도움이 되어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회까지 해낸 2기 멤버들은 준비기간을 가진 후 9월부터 노원FM 방송에 합류한 상태다. 어떻게 이렇게 결속력 있는 활동이 가능했을까? 박미경 씨는 대표인 우귀옥 씨가 사람들을 묶어내고 이끄는 힘이 있으시다며 웃었다. 마을미디어 방송국에는 그 무엇보다 열정과 확신이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다른 의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한 사람이 노원FM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원FM은 처음 시작될 때부터 회원제로 운영이 되어 왔다고 한다. 놀라서 하는 질문에 박미경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랫동안 활동을 해 온 다른 마을미디어 방송국들도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익을 내기 힘든 마을미디어에서 방송국을 운영할 수 있는 재원을 갖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방송을 만드는 주민들에게 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노원FM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고, 운영위원회 또한 1기 멤버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정기적인 회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노원FM 운영에 대한 것은 무엇이든 그 회의에서 논의한다. 다들 회의를 할 때 꼭 조금씩 늦는다며, 벌금을 걷어야겠다고 우귀옥 대표가 장난스레 말한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발판이 이미 마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멤버들의 참여는 운영 뿐 아니라 방송을 만드는 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노원FM은 팟캐스트형 공동체라디오이지만 나름대로 편성 개념도 갖추고 있고, 방송 업로드 시간을 무작위로 하지 않고 녹음 다음 날 9시로 맞춰 올리는 등 체계가 있다. 파일을 서버에 업로드하는 일은 사무국장인 박미경 씨가 맡아서 하고 있지만, 방송을 녹음하고 완성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각 팀이 알아서 한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애를 먹어서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기술 분야에 열의를 보여주시는 분도 계시고 조금은 숙련되었다고 하신다. 중요한 순간에 기술적인 문제가 닥쳐서 이곳 저곳 전화해가며 해결하기도 했던, 손에 땀이 나는 에피소드도 함께 나누며 인터뷰가 아닌 것처럼 잠시 수다도 떨었다.

     

     

     

    ▲ 2기 교육을 수료한 노원FM 멤버들과 교육 수료생들의 모습. (사진 출처 : 나우온)

     

     두 분께 노원FM 일을 하시면서 행복했던 기억을 물었다. 두 분은 1기 교육과 2기 교육이 끝나고 있었던 공개방송을 손에 꼽으셨다. 올 해는 작년하고 좀 어떻게 달랐냐고 여쭤보니, 사실 작년이 더 재밌었던 것 같다며 두 분은 멋쩍게 웃으신다. 작년에도 올해도 공개방송은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던 마을 카페 카페카페룸룸에서 진행되었는데, 작년처럼 주변 사람들이 다 와서 함께 보아주는 분위기가 조금 덜 만들어졌던 것 같기도 해서 못내 아쉬운 마음도 있다는 것이다. 다름이 아니고 1기 교육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하면서 이틀로 나눠 공개방송을 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다음에 공개방송을 하게 된다면 노원역 무대에서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하신다. 노원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방송을 들려줄 노원FM을 잠시 상상해보았다.

     

     

      마을라디오 방송국에 인터뷰를 할 때는 꼭 반복하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상근자는 있으신가요? 앞으로 공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홍보는 어떻게 하시나요?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노원FM에서 빛을 잃어버리는 느낌이었다. 노원FM도 내년에는 상근자가 있었으면 좋겠고, 지금 신세를 지고 있는 노원의 인터넷 언론 ‘나우온’ 사무실에서 독립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이나 다음 카페를 만들어두었고, 우귀옥 대표가 몇 번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아직은 사실상 운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다른 곳으로 옮길지 그냥 운영할지도 고민이 된다. 완벽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노원FM에는 넓지 않은 사무실임에도 라디오 장비를 놓을 수 있게 배려하고 사무를 보는 중에도 녹음을 위해 말을 아끼신다는, 마을에서 만난 더부살이 식구들이 있다. 교육이 끝나고도 정기적으로 모여 노원FM의 운영을 함께 고민하는 주민 멤버들이 있다. 주변에서 안 힘드신가 궁금해 할 정도로 매주 꼬박꼬박 방송을 녹음하는 DJ가 있다.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성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에서도 활동하면서 선배 마을라디오들과도 교류를 이어가고, 모티브로 삼을 수도 있다. 노원FM은 이토록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초반 스퍼트에서 지치지 않고 마라톤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가 마무리되고 헤어질 때가 되었지만 박미경 씨는 스튜디오에 남았다. 이내 도착하신 라디오 게스트 분과 녹음을 진행하기 위해서이다. 멋쩍게 게스트 분과 인사를 나누며 사무실을 나서니 스튜디오에서 늘 방송이 진행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렇게 쭉 노원FM이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

     


    [필자소개] 이세린 (구로FM)

    <구로FM>에서 PD로 일하고 있다. PD지만 가끔 진행도 하고(ㅋㅋ) 공동체라디오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뉴스레터 <마중>에 함께하며 마을미디어 이곳 저곳을 인터뷰 다니고 있기도 하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