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속 새로운 마을을 만나다

    -산아래문화학교 <순정한 마을 프레임> 인터뷰


    이세린 (구로FM)


     신기하게도, 사람은 미디어에서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자신이 겪었던 것, 알고 있었던 것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새롭게 보이게 되는데 그 새로움이 사람에게 정말 큰 기쁨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마을’ 미디어가 주는 즐거움이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마을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즐거움이 아닐까? 지난 6월 29일, 그리고 7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산아래문화학교에서 마을사진 수업인 <순정한 마을 프레임>에 참여하고 계신 분들을 만났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신 김은아, 진선희, 임선영 씨는 그런 미디어의 즐거움에 푹 빠져 계신 분들이었다.




    ▲ 왼쪽부터 임선영, 김은아 씨. 


     산아래문화학교는 벌써 5년이 넘는 시간동안 활동하고 있는 금천구의 ‘마을학교’다. 마을미디어 뿐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하는 ‘통합문화예술교육단체’를 지향한다고 했다. “찾아내시겠습니까? 마을에서 놀면서 배우는 곳!”이라는 홈페이지의 문구에서 산아래문화학교가 마을에서 문화예술을 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순정한 마을 프레임>은 올해 2년차 진행 중이고, 마을교과과정 연구 작업, 통합예술교육지도사과정, 전래놀이로 동네 어린이들과 놀기, 생태문화답사도 진행해 왔다. 작은 마을 축제 ‘놀자’도 열고 있는데, 소소한 규모지만 작년에는 네 번이나 열렸다고 한다. 그만큼 동네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왔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 2013년 11월 16일, 마을 축제 ‘놀자’에서 전래놀이를 하는 어린이들


     산아래문화학교의 회원은 열 세 명 정도. 그 중 오늘 만난 세 분은 <순정한 마을 프레임>의 참여자이기도 하지만, 산아래문화학교에서 진행하는 다른 활동들의 간사도 맡고 계시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산아래문화학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산아래문화학교의 지난 활동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은아 씨는 “각자 잘하는 게 다르니까, 그걸 가져와서 풀어놓고 함께 자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활동”이라고 이야기했다. 소수만이 이끌어가는 형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재능과 역할을 나누는 방식으로 산아래문화학교가 그간 운영되어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아래’라는 이름, ‘순정한’ 그 이름


     산아래문화학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순정한 마을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올해 <순정한 마을 프레임>의 활동은 5월 15일부터 시작되었는데, 메르스 여파로 아직 커리큘럼이 끝나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은 것 같다.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그거였다. “교육 이름, 어떻게 그렇게 짓게 된 거예요?” 처음 들어본 ‘순정하다’는 단어가 <순정한 마을 프레임> 덕에 마음속에서 자꾸 맴돌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건 산아래문화학교 분들도 그랬다고 한다. 은아 씨가 이름의 이유를 말해주었다.


     “전에 마을 활동가들을 위한 어떤 역량강화 워크숍이 있었는데요, 그 때 강의를 맡은 교수님이 오셔서 금천에 대한 이미지를 '순정하다'고 표현을 하신 거예요. 금천 사람들이 유난히 순정하다고. 착하기도 하고, 바르기도 하고…….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순정한이라는 말에 다들 꽂혀서, 그런 사람들과 그런 마을을 사진에 담아내려고 그렇게 정했던 것 같아요.”




    ▲ <순정한 마을 프레임> 출사 중 함께 사진을 찍는 수강생들.


     선영 씨도 말을 덧붙였다.


     “금천구가 산이 많아요. 여기 호암산도 있고, 학교에서도 산에 많이 가요. 그래서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있고, 그래서 그런가 저희 구민들이 마음이 열려 있어요.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신 분도, 금천은 정말 다르다는 거예요. 정말 거기서는 앞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그랬는데, 여기는 사람들이 너무 정말 정이 많고 그렇다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모르는 순정한 게 있나보다, 그렇게 이야기도 나누고 그랬죠.”


     선영 씨 말 덕분에 산아래문화학교라는 이름도 달리 보인다.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영화 속 어느 산골 마을 같은 이미지 같아 잠깐 웃음도 나왔다. 어느 마을에서나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지만, 그 ‘순정하다’는 말 덕에 금천의 이미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따로 금천마을지원센터도 있고, 마을 네트워크도 활성화되어 있을 정도로 금천구에서 마을공동체가 잘 되는 이유가 그런 데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을 프레임, 마을을 재발견하다


     매주 금요일 오전,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순정한 마을 프레임>은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진 강좌와는 조금 다르다. 마을 미디어만의 특별함이랄까? 은아 씨가 바로 그 점을 설명해주었다.


     “사진의 어떤 기술을 익히는, 카메라에 사진 잘 찍는 걸 배우는 걸 기대하시고 오시는 그런 분들도 오시죠. 그런데 저희 수업은 그런 걸 설명해 드리기는 하지만, ‘예쁜 사진’ 찍는 것 보다는 뭐랄까 마음도 담기고, 마을에 대한 사랑도 담기고, 그냥 나의 느낌대로, 내 시선대로 찍기를 바라는 편한 수업 이예요. 각자의 그런 마음이 다 뭐라 평가할 수는 없는 거니까.”




    ▲ <순정한 마을 프레임> 출사 중 사진 찍기에 조언을 얻고 있는 수강생과 <순정한 마을 프레임> 강사.


     각기 다른 마을 미디어들이 어떻게 마을 미디어 수업을 만들어나가는지가 늘 궁금했었다. <순정한 마을 프레임>의 수업 내용은 정말 이런 목표에 맞게 짜여 있다. 우선 수강생들의 ‘장비’부터 다르다. DSLR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물론 계시지만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고, 많은 분들이 그냥 ‘폰카’를 쓰고 계신다. 요즘 휴대폰 화질이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잠깐 동안 재밌게 나누었다. 전문가 모드가 따로 있어서 설정도 자세하게 만질 수 있고, 흑백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아마 이 수업 전에는 그런 카메라 기능을 잘 활용하지 않았던 분도 계실 것이다. 휴대폰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말을 사진이 대신하게 된 세상이지만, 우리 동네에서 내 생활과 가까운 것들을 찍는 수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순정한 마을 프레임>의 강사님도 이런 수업을 경험해본 적은 없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함께 배우는 입장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하셨다고 한다.

     수업의 많은 시간은 동네에 출사 나가는 데 쓰이고 있다. 어떤 사진을 찍어볼지 고민하고, 찍은 사진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갖지만 말이다. 동네에서도 멀리 나가기보다는 걸어서 나갈 수 있는 정도의 곳으로 많이 향한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함께할 수 있었던 분들도 계실 것이다. 육아로 멀리 움직이지 못하는 여성 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2시간이 긴 수업 시간은 아니지만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서둘러 사진을 찍기보다는 동네에 마실 나온 듯, 풍경을 눈에 담으며 움직일 수 있다. 같이 이동했다가, 흩어졌다가, 가까이에서 찍었다가, 멀리서 찍었다가 하면서 말이다.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장소마다 얽힌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선희 씨가 말했다.


     “저는 금천구에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사를 왔거든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살았는데, 작년에 <프레임> 하면서 돌아다니면서 몰랐던 동네를 새로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길인데, 제가 사진을 찍고 이 동네를 보기 위해서 돌아다니다보니까 그냥 무심히 지나갔던 동네가 너무 달라요.”


     선영 씨는 마을의 그런 느낌을 고즈넉하다고 표현했다.


     “저는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마을이 고즈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사진을 찍는 게 거의 아침 10시에서 12시예요. 햇빛이 되게 좋을 때예요.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 속의 마을을 보면서 어! 우리 마을이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저 아래에는 단독주택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아파트랑 틀려요. 찍어보니까. 꽃을 키우시는 분들도 많고요.”




    ▲ 상가 앞 화단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순정한 마을 프레임> 수강생. 


     이런 말을 듣고 함께 출사를 나가니 정말 길가에 붙어있는 건물들이 다 낮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출사도 좋지만 사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사진 리뷰 시간도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그 때 수강생들이 함께 나누는 이야기들이 각자가 마을을 어떻게 보는지에 영향을 주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을의 재발견’은 한편으로 마을의 역사를 목격하고 기억하는 역할도 한다.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선영 씨가 말했다.


     “전에 어떤 분이 우리 동네에 있는 되게 오래된 방앗간을 찍었어요. 거기 일하시는 분도 되게 오래 되신 분이예요. 그런데 그 사진을 접하기 전에는 그냥 지나다니던 곳인데 리뷰를 하면서 그 사진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까 정말 스토리텔링이 되는 거예요. 정감이 가고.”


     다른 마을 미디어를 취재할 때 ‘기록하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 딱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은아 씨도 덧붙여 이야기했다.


     “정말 오래된 방앗간이예요. 지나갈 땐 몰랐는데 들어가 보고 알게 되었어요. 일하시던 분이 처음에는 약간 머뭇거리셨는데, 나중에는 술술, 내가 뭐 일한지 얼마나 오래 됐고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주시더라고요.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 해주시고, 어떤 분들은 정말 사진 못 찍게 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래요. 그런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 나누기도 했었어요.”




    ▲ 출사 후 사진을 리뷰하고 있는 <순정한 마을 프레임> 수강생들.


     나는 사진이 아닌 다른 미디어를 다루고 있지만, 마을 미디어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순정한 마을 프레임> 분들과 함께 출사를 나갔을 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했으나 한사코 거절하시던 할아버지도 계셨다. 나쁜 마음에서가 아니라 낯설거나 경계심이 들어 그러셨을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고민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르스 때문에 몇 번 수업이 미뤄졌지만, <순정한 마을 프레임>은 거의 수업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수업은 각자의 사진 책을 만들고 작은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작년에 <순정한 마을 프레임>을 듣고 올해도 또 듣는 분도 계시지만 대체로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은데, 다들 사진 책과 전시회를 너무나 기대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작년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는 처음이라 우여곡절도 있었다고 은아 씨가 말했다.


     “처음에 금천구에서 장소를 빌리는 데 마땅한 데가 없는 거예요.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거기는 벌써 상반기에 공고가 다 끝나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서 돌아다녀 봤는데 전시회 할 분위기나 이런 게 또 안 되는 거예요. 장소를 여러 군데 많이 알아보다가 예술공장이라는 공간 지하에 그냥 워크샵 하는 그런 공간에서 했어요. 책상을 다 나르고 다 치우고, 조명이랑 나름 신경을 많이 써서 세팅 다 하고 사진도 그냥 크게 뽑아서 벽에다가 붙이고, 그렇게 했었었어요.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는 다들 바쁘시니까 다 같이 참여를 못했는데 그래도 이틀 동안 조금이라도 번갈아가면서 전시회장을 지키기도 하고 그랬죠.”



    작년 <순정한 마을 프레임> 전시회 때, 수강생과 그 가족 분들.


     기획은 쉬워도 막상 실행에 옮기면 어려운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도 그 우여곡절을 겪은 것에 비해 그 때 전시회 사진들은 너무 좋아 보였었다.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서 그런지 말이다.


     “참가자들이 너무 좋아했죠. 결과물이 있고, 가족들이나 친구들한테 와서 볼 수 있게 했거든요. 작지만 내가 이거 하나, '작가 000' 해가지고 이제 내가 만든 사진들이야 하고 보여줄 수 있어서 되게 자기만족감이 컸던 수업이었어요. 사진 책도 그래서 다들 더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내가 만든 나만의 사진 책이니까.”


     아마도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순정한 마을 프레임>의 전시회가 또 열릴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산아래문화학교와 <순정한 마을 프레임>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소식에 귀를 기울여봐도 좋을 것 같다. □



    +

    마을 사진은 _________이다.

    김은아 “마을 사진은 역사다. 기록으로서의 의미도 있고, 또 나의 추억도 담겨 있으니까.”

    임선영 “마을 사진은 정감이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감.”

    진선희 “마을 사진은 나 자신이다. 우리 마을이고, 찍는 우리가 바로 구성원이니까.”


    [필자소개] 이세린 (구로FM)

    <구로FM>에서 PD로 일하고 있다. PD지만 가끔 진행도 하고(ㅋㅋ) 공동체라디오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뉴스레터 <마중>에 함께하며 마을미디어 이곳 저곳을 인터뷰 다니고 있기도 하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