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3 마중 21호 인터뷰]



    마을 잡지 대담 : 남산골 해방촌과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김기민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편집위원장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내가 살고 활동하는 지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그 시간과 경험은 쌓이면 쌓일수록 깊어지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분야의 활동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선 문외한이기도 하다. 지난 3년간 성북동에서 공동체 활동의 일환으로 마을잡지 간행 과정에 참여해왔지만, 실상 우리 동네 밖에선 어떤 잡지들이 만들어지고 또 유통되고 있는지, 사람들은 지역에서 간행되는 잡지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무지했음을 고백한다. 본업과 지역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주민으로서 내가 머무는 지역 밖의 활동에 대해 관심 갖고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그것이 부끄럽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좀 더 다양한 활동의 사례들을 통해 곱씹어 볼 수 있는 여지들이 있음은 분명하기에 아쉬움은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주선한 남산골 해방촌과 성북동의 만남은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는데 좋은 기회였고,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7호에 실릴 성북동 야생화 탐방을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남산골로 달려가 해방촌 동네잡지 <남산골 해방촌>의 발행인 배영욱 님을 만났다.




    내가, 우리가 하고 싶은 말


     지역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마을 잡지는 아마 그 지역 사람이 아니라면 흥미롭지 않거나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가령 용산02번 버스를 성북동 주민은 모르고 성북03번 버스를 해방촌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처럼, 같은 마을버스를 타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공동의 경험과 추억은 그 동네 살지 않는 사람은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마을 잡지는 그 공감대에 기초하는 매체로써 같은 생활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지역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역할을 한다. 새롭게 이주한 사람들은 나름 동네에 터를 잡고 산다고 살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들, 모르는 것들이 많은데 잡지는 그러한 것들을 해소해주기도 한다. 해방촌 종점 약국은 종점에 있지도 않은데 왜 종점 약국인지, 성북동의 ‘쌍다리’라는 마을버스 정류장은 쌍다리는커녕 다리 하나도 없는데 왜 쌍다리인지 알 길 없는 이주자에게 잡지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잡지는 만드는 사람들의 성향과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지역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확인시키기도 한다. 전 세대를 아우르거나, 혹은 재개발, 도시재생 등 우리가 사는 지역 안의 다양한 이슈와 이해관계들을 바라보는 시선 모두를 포괄하는 무색무취의 매체란 본질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까닭이다. (남산골 해방촌은 글자크기를 7.5 포인트로 결정한 순간 이미 어르신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잡지를 목표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시작부터 의도했든,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형성됐든 잡지는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축적되면서 어떤 지향성과 잡지 고유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동네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을 잡지가 갖는 본질적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한 동네에서 오며 가며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접촉하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을 의식하고 자기 검열하는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에 맞춰 글의 톤이 조절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산골 해방촌은 발행인과 편집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놓지 않는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지점으로부터 도출된 기조와 하고 싶은 말들을 참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스스로에게 또 다른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 가령 동네 분들에게 얼굴 못 펴고 다닐 정도는 되지 않을 만큼 적절히 조절할 뿐이다.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까?


     주민들이 동네 안에서 관계 맺고 교우하면서 함께 도모할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마을잡지 간행에 도전하게 된 성북동천과 비슷하게 남산골 해방촌 역시 미디어 활동 자체보다는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각자의 생계 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는 지역 내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면서 감당해야 하는 업무 부하와 부담이 참여자들 스스로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지는 구조는 남산골 해방촌이나 성북동천과 같은 마을미디어 단체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에게 여전히 고민거리이다. 정기적인 회의, 회의 일정 조율, 참석자 확인, 회의록 작성과 공유, 사업계획서 작성, 평일 일과 시간 중에 열리는 공모사업 심사와 각종 설명회 및 교육 등은 밥벌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오늘날 시민들의 삶과 자연스레 융화되기란 몹시 힘든 일이며, 지역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되는 계층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활동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뜻 있는 활동가가 있어야 하고 그 활동가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지역과 공동체의 역량과 자원이 충분해야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가 사는 지역과 공동체는 너무나 가난하고 빈약하다. 현재 그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맡는 건 사실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마저 사라졌을 때 그 활동이 더 이상 지탱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너무나 허망한 것이다. 새로운 참여자-주체의 발견, 구성원 충원, 세대교체, 그리고 확산은 활동 재원 확보와 함께 고민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우리에게 네트워크는 필요한가?


     올해 처음 열린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 모임 – 강사워크숍 <모든 것은 교육에서 시작되었다>을 계기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가운데 인쇄매체 단체들이 모여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해보면 좋겠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현재 마을미디어 영역에서 영상 또는 라디오 방송 등을 중심으로 활동이 논의되고 지원 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공감대 형성, 공동 목표나 의제 확립, 그리고 조직화를 통해 인쇄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목소리를 정책 수립이나 고충 처리 과정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에 인쇄매체 사업이 예년에 비해 많이 선정됐지만, 뭐든 시작보단 지속하는 게 어려운 법이므로 올해의 선전은 고민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마을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다 보면 지역 안팎에서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을 맺게 된다. 네트워크의 구성원이 되어 활동을 하는 경우도 하고, 모임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아는데 그치기도 한다. 참여한 단체들도 활동의 밀도는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다. 어떤 단체는 활발한 참여와 밀도 있는 결합으로 네트워크에 적극적인 반면 또 어떤 단체는 가입하여 이름만 올려두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남산골 해방촌과 성북동천 모두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

     네트워크 활동에 소극적인 단체들에게는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가 하는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사람과 관계 맺고 공동의 활동을 한다는 것에 대한 관계 또는 업무상 부담도 부담이지만, 보통 ‘왜’라는 질문을 갖고 있다. ‘내가 왜 다른 지역의 사람을, 그들이 하는 활동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네트워크가 적절한 답변을 해주지 못했거나, 혹은 답변을 통해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의문은 피부에 와 닿는 흥미나 관심사를 통해 해결되기도 하는데, 남산골 해방촌 발행인 영욱 님은 용산FM에서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방송을 청취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사는 동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같은 지역이니까 공유하게 되는 부분이 있음을 느낀 덕분에 적어도 자신이 사는 지역과 같은 권역의 매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네트워크 활동에 어떤 정석이 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추상적인 의제 중심의 동종업계(?) 종사자 모임보다는 마을미디어 활동을 후원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기업, 회사와 같은 영리조직과의 네트워크는 어떻겠냐는 영욱 님의 제안은 현실적 관점에서 그 가능성을 가늠하기에 앞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목적과 그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당사자 단체들의 연합으로서 네트워크는 하나의 이익단체이다. 그것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관점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며, 개별 단위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고려할 수 있는 유효 수단이다. 네트워크 참여 제안에 앞서서 각 단위의 단체, 구성원들에게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참여와 활동에 따른 기대 이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네트워크는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거기에 달려 있다. □



    ※ 이 글은 해방촌 동네잠지 <남산골 해방촌> 발행인 배영욱 님, 성북동 마을잡지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편집위원장 김기민의 대담 내용에 기초하여 작성되었으며, 대담에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인턴 활동가 조한철 님이 함께 하였습니다.



    [필자소개] 김기민(<성북동 사람들의 마을 이야기> 편집위원장 · 운영담당자, 성북동천 총무)

    카페를 열며 성북동과 인연을 맺었다. 성북동 주민 공동체 ‘성북동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경리와 회계를 맡아왔다. 그 카페는 이제 사라지고 없지만 여전히 성북동에 남아 먹고 사는 일에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이웃 주민들과 만나고 함께 잡지를 만들며 사람들과 함께 동네를 여행하면서 살고 있다. 동네에서 먹고 자고 놀며 일하는 삶을 꿈꾼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