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신문, 마을에서 스스로를 지켜가기

    -  대담 :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 오산 (콩나물신문 이사장)



    진행 및 정리 : 이세린 (구로FM)



     주민이 만드는, 주민의 이야기를 담는, 주민에게 필요한 지역소식을 보도하는 그런 신문. 마을신문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인 듯하다. 모두 가치 있는 것들이지만, 그렇기에 어느 것 하나 쉬이 담아내기는 힘들다. 어느 가치에 보다 집중하느냐에 따라 마을신문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올해 창간 11주년을 맞은 은평시민신문과 2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콩나물 신문의 모습도 조금은 다르다. 마을신문으로서의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은평시민신문의 박은미 편집장과 콩나물 신문의 오산 이사장이 함께하는 이 대담에서는, 그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나누며 한 발짝 더 나아간 마을신문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 각자의 신문을 함께 나누어 보고 있는 박은미 편집장(우측)과 오산 이사장(좌측).

    두 사람은 대담을 시작하기 전부터 디자인, 판형, 발행부수,

    발행주기 같은 것들을 서로에게 바삐 물어보았다. 



    박은미(이하 박) 어제 질문지 받고 좀 당황했다. (웃음) 우리는 동네에서 신문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랄까 신문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 투쟁적인 결사체는 아니다. 동네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만들고 있으니, 힘을 좀 빼고 이야기 나눠도 될 것 같다. 


    마중 맞는 말이다. 질문들이 좀 딱딱했던 것 같다. 질문보다는 대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으면 좋겠다. 일단 시작해보자면, 두 분은 처음부터 각 신문에 함께하셨나.


     저는 처음 만들 때는 없었고, 그 다음 해부터 같이 했다. 바로 상근을 시작한 건 아니고 시민기자로 참여하다가 기자로 일하다 쉬다 그런 시간의 반복이었다.


    오산(이하 오) 우리 콩나물신문은 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고, 지역에서 관심 있던 분들이 협동조합 관련 교육을 듣게 되었다. 그 중에 몇 사람이 신문 쪽에 관심이 있어서 콩나물 신문을 만들었다. 저 역시 기존에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신문과 협동조합이라는 관심사가 합쳐져서 콩나물 신문 창간에 참여하게 되었다.


    협동조합이 먼저고, 그 뒤에 내용이 신문으로 채워져서 그런지 협동조합답게 운영을 잘 하시는 것 같다. 은평시민신문이 만들어지게 된 건, 12~3년 쯤 전에 구청에서 하는 일들이 주민들 맘에 들지 않아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그것도 들어주지도 않는 상황이 있었다. 그 때 주민들이 시민단체도 만들고, 신문도 만들게 되었다. 콩나물신문과는 출발 지점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 '보도' 분위기가 우리 신문사가 가진 전통이 돼버린 것 같다.


    마중 저도 은평시민신문을 읽으면서 '지역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나물 신문은 처음에 시작했던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이었나. 


     지금 신문사 사무실이 있는 담쟁이문화원의 한효석 선생은 늘 '도시락 폭탄이라도 던져서 어른으로서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시던 분이다. 그 분이 사재를 털어 문화원을 만들었고 협동조합 교육을 열었다. 그 교육생들의 소모임 중 하나로 콩나물신문이 시작되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전에 했던 시민기자 경험으로 지역 언론에 관심이 있었고, 한효석 선생은 고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신문을 만든 경험이 있었다. 함께했던 사람들이 이렇게 각자 마을신문에 대해 그리는 꿈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매주 모여서 제호를 정하고 정관을 고민했다. ‘콩나물신문’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신문을 만들어본 경험자들도 있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문 개념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함께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조합원들 각자가 마을신문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 마을신문, 협동조합과 만나다


    마중 자연스럽게 협동조합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은평시민신문도 협동조합으로 운영구조를 바꾼 것으로 아는데,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궁금하다.


     '협동조합으로 바꿀까 말까'만 1년을 논의했다. 처음 온라인 신문으로 시작하면서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했고, 종이신문을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신문사의 형태는 주식회사가 되었다. 그런데 주식회사라는 형태가 동네에서 활동하기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주식회사는 주주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사실은 주주가 아닌 구독자(주민)들도 신문의 주인이니 이게 맞지가 않았다. 구독료를 받는 신문이다보니 비영리단체로 등록할 수도 없다. 당시 협동조합에 대한 충분한 사례도 없었고, 있다 해도 그게 우리한테도 맞을지는 의문이었다. 결국 '기왕 모르는 건데 부딪쳐보자'고 해서 교육도 받고 세미나도 하면서 (협동조합 전환을) 준비했다.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진 않았지만, 더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여태까지 신문 만들면서 많이 지쳐있었다. 급여나 생업 같은 문제는 늘상 따라다니고, 신문사의 비전과 전망도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걱정 했던 대로 쉽지 않기는 했다. 서류작업만 6개월 이상 걸렸다.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흔치 않아 공무원들도 절차나 방법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10주년이 지나고 올해를 맞았다. 그래서 우리도 협동조합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는 차원에서 처음으로 편집국 외에 사무국을 뒀다. 조합원들에게 구독료만 받는 게 아니라 조합원들과 어떻게 함께 하고 성장할 건지 고민하고 전담할 사람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봤다.



    “ 주민과 함께하는 마을신문, 어떻게 가능할까


    마중 협동조합 형태의 신문사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현재 신문에 조합원들이 돈을 내는 것 외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


     그게 가장 큰 숙제다. 1/3은 적극적인 조합원이고, 1/3은 적극적이고 싶은데 삶이 허락지 않아 마음만 함께하는 분들이고, 1/3은 좋은 일 한다니까 힘을 보태준 정도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조합원이 기자다’라곤 하지만 아직은 선언적인 수준이다. 글쓰기를 모두가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쉬운 글쓰기' 교육도 하고 있다.

     부천에는 '배달학습제'라는 것이 있어서, 원하는 교육이 있을 경우 강사료를 지원해준다. 협동조합이다보니 조합원 중에 활동가, 강사 분들이 많다. ‘2015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사용설명서’를 보면, 글쓰기 뿐 아니라 조합원들 각자가 강의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들을 쭉 적어놓았다. 

     조합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야구단도 만들었다. 야구협동조합 전 이사장이 우리 조합원이라서 가능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천의 둘레길을 걷는 산악회도 있고, 도시권 공부모임, 인문학 모임 등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소모임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 단위로 번개모임도 한다. 신문을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콩나물신문에 오면 누구나 재미있고,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소모임이 있다는 것을 자꾸 알린다.

     모두가 다 열정적으로 신문 제작에 참여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과부하가 걸릴 것이고, 지금 구조에서는 예비군들을 만들어두는 정도가 가능한 것 같다. 열심히 하시던 분들이 지칠 때 쯤 새로운 분들이 나타나서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다는 점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특정 인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누구'의 신문으로 규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호도 편집회의 때 글쓰기 수업을 통해 새로 함께하게 된 분이 오셔서 대환영을 받았다.


    저희는 시민기자학교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안 했다. 우리도 조합원 참여에 대한 부분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편집위원들이 모여서 편집회의를 좀 하고 틀도 잡아서 취재하지만, 현장에 가면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새로운 이슈들이 마구 등장하기 때문에 사전에 논의한 대로만 진행할 수는 없는 부분이 많다. 합의한 대로만 진행되면 마음이 편하지만, 이런 영역은 남겨둘 수밖에 없다. 정기성을 지켜야 하는 문제, 신문사가 해야 할 언론으로서의 역할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늘상 전적으로 조합원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 현재로서는 총회라거나 조합 모임에서 어떻게 활동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또 글쓰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한다. 아무리 교육을 해도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신문 제작에 조합원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는 숙제이지만, 꼭 직접 글을 써야만 참여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스스로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 '만약에 어떤 사람이 조합원을 대거 데리고 와서 이 신문을 장악하면 어쩌나', '그럴 경우 우리는 어떻게 편집권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우리는 좀 장악하러 오라고 공공연하게 장려하고 있다. (웃음) 왜냐면, 콩나물신문이 어떠해야한다고 정해놓은 것이 없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민주적이고 참여가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문 만들기 한 주 전에 '열린 편집회의'를 하는데, 조합원이 아니어도 참여가 가능하다. 적게는 열 명, 많게는 스무 명 정도가 모인다. 편집장과 편집기자가 회의를 주관하고, 그날 나오는 이야기를 가지고 신문이 만들어진다. 네다섯 명만 자신의 관심사를 어필해도 신문의 방향이 달라진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10명만 모여도 편집회의를 장악할 수 있다. 단, 협동조합이니까 설득의 과정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조합원이 워낙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 얼마 전에 모 복지관 중간관리자가 가임기 여성은 일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됐는데, 그 복지관 관장, 과장이 우리 조합원이고 임신한 복지사도 동네에서 만나는 분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도 조합원이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기사는 양쪽 모두에서 보내주는 정보를 가리지 않고 싣고, 조금 다른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를 보기로 했다.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조합원의 참여가 유도되는 면도 있다. 운영에 대한 책임은 이사회가 지지만, 편집에 자기 의사를 반영하려면 아무리 이사라도 한 사람의 편집위원으로서 편집회의에 참여해야만 한다.


     저희도 마찬가지다. 이사님들이 오히려 스스로 권력이 될까 늘 경계하신다. 이사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돈도 많이 내시지만 한편으로는 개입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작은 신문사에서는 어떻게 편집 방향 같은 것들을 끌어나가야 할지가 늘 고민이다.



    “ 마을신문이 만들어낸 어떤 변화들


    마중 이야기를 들어보니 은평시민신문은 신문사를 통해 지키려고 했던 어떤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어려움도 있겠지만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변화를 이끌어낸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생각하시는 것처럼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고, 원하는 대로 변화가 일어나는 그림같은 일은 잘 없다. 그래도 작년 초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구의원들이 선거 전에 해외연수 명목으로 놀러를 다녀온 거다. 뭘 배우러 가기 보다는 고생했으니 쉬다 오려고 간 것인데, 그러다보니 의회 사무국에서 해외연수 보고서를 인터넷 곳곳에서 짜깁기해서 냈다. 우리가 표절 검색기 돌리니까 베낀 것들 리스트가 쫙 나와 버렸다. 그래서 이건 좀 심하다 싶어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주민이나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심각성을 알게 되고 중앙언론이나 방송에도 많이 보도됐다. 그 사안을 붙잡고 우리가 끈질기게 보도했고, 다른 지역에서 해외연수를 올바르게 다녀온 사례를 찾아 소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해외연수 조례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런 것 때문인지 요즘은 구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못 간다. 언제 가는지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또 은평은 재개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여기서 살 지 떠날지도 결정을 못하니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온다. 그러다보니 소비도 축소되고 경제가 침체된다. 마을공동체 활동도 시작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취재하다보면 험악한 전화도 많이 받는다. 물론 고맙다는 전화도 많이 오지만, 싸우는 전화도 많이 온다.


    마중 쉽지는 않았겠지만 참여하신 분들이 보람 많이 느끼셨을 것 같다.


     좀 더 재밌는 것들을 하고 싶은데, 해결되지 않는 지역정치의 문제가 늘 있고 그 문제를 외면할 수가 없다. 은평구 인구가 50만 명인데, 그 안에 협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 많은 단체들이 네트워킹 하고 있고 세월호 관련 1인 시위 같은 것들을 함께 하기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그와는 별개로, 우리 동네가 얼마나 큰 패러다임 안에서 돌아가고 있는가를 보는 단체나 사람들은 많지는 않다. 그런 역할을 신문이 많이 하게 됐다. 은평의 여러 단체들과의 퍼즐이 그렇게 맞춰진 것이고, 우리는 그 퍼즐 중에 하나인 것이다.



    마중 이야기를 들어보니 은평시민신문은 확실히 다른 지역 단체나 마을미디어에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을 것 같다. 콩나물신문도 조합원들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지향하는 가치가 있거나 지역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부분은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 신문이 되게 유하고 소식지같은 측면이 있지만 사설 같은 부분은 날카롭기도 하다. 예를 들어, 부천 시의회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이 다수당이다. 게다가 경기도의원 8석, 국회의원 4석도 새정연이다. 그런데 시장 비서 출신의 시의원이 세 명이나 된다. 그러자 비서정치 내지는 가신정치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래서 신문에 관련 사설을 실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시의 공유지 매각과 관련해서 새정연이 당론으로 밀어붙이려고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문제도 비판했다. 그랬더니 기존 지역언론과 해당 시의원으로부터 도대체 사설을 누가 쓰냐는 항의가 들어왔다. 신문사의 입장으로 쓴 글인데 내용에 대한 반박 의견이 아니라 누가 썼는지를 밝히라는 것은 그 글을 쓴 사람을 공격하겠다는 의미 아닌가.

     어떻게 보면 이런 점이 지역에서 콩나물신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증거가 될 것 같다. 조합원이 300명 가까이 되고, 종이신문은 5천부를 뽑는데 많지는 않지만 지역 곳곳에 뿌리기에는 충분하다. 인터넷 신문의 경우 조합원들이 SNS로 퍼트리면서 꾸준하게 일일 접속자 수가 4~5천 건 정도 나온다. 기존에 있던 지역의 인쇄매체나 인터넷 신문들은 우리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면서 더 주목을 받는 부분이나 책임을 나눠 지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공보비에 대한 의존이 없기에 시나 의회에 의존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 안정적인 재정 구조에 대한 고민


    마중 지금까지 마을신문의 목표와 운영, 성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 마을신문에 있어 다른 축으로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여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 문제일 듯 한데, 지자체로부터의 지원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은평에도 지역신문이 6개인가 있는데, 구청에서 구독료 개념으로 신문을 사서 통반장들한테 보낸다. 우리는 인터넷일 때도 종이로 나올 때도 이런저런 이유로 예산을 안 줬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게 되고 구청장도 바뀌고 하면서 공평하게 주라고 해서 저희도 구청에서 사게 되었다. 그런데 금액이 매체마다 다르고, 어디에 얼마나 지급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어느 매체를 왜 몇 부 더 사는지에 대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는 것이다. 제가 알기로 우리 신문을 가장 조금 사는 걸로 알고 있다. 월 100만원 정도의 금액인데, 그게 크게 재정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제가 일하기 전부터 이런 지원이 있어 왔는데, 아무래도 좋은 형태의 지원이 아니지만 이 지원을 받지 않았을 때 대안은 어떻게 마련할지 같은 피곤한 지점들이 있다. 이 기회에 통반장들에게 신문이 전해지는 측면도 있고. 서울이 유일하게 계도지 예산이 없어지지 않은 곳인데, 좋은 제도가 아니라 이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공무원들은 밥그릇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절대 바꾸지 않는다. 다른 형태의 지원은 딱히 없다. 그 외에는 구독료, 광고료 등으로 채워진다. 행정 광고 요청은 현재 오긴 하지만 뜨문뜨문 올 뿐만 아니라 6개 신문사를 똑같이 나눠주는 식이고, 밉보이면 광고를 주지 않는다. 



    마중 보통 마을신문의 수익모델로서 광고료를 많이 이야기하던데, 광고료가 정말 재원으로서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 콩나물신문은 꽤 많은 광고가 실려 있던데, 어떤가.





     이 광고들은 조합원 광고다. 조합비가 현재 만 원 이상인데, 2~3만 원 정도 더 내면 광고를 낼 수 있다. 제가 생각하는 마을신문이나 지역신문의 기본 수익모델은 지역상공인들이 전단지나 명함 같은 것으로 홍보하는 것을 신문 광고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사마다 각자 맡은 책임이 있는데,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도우미 이사가 있다. 지역상공인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거다. 하나에 100만원 하는 큰 광고는 들어왔다 나가버리면 타격이 크지만 작은 광고는 조금 줄어도 크게 티가 안 난다. 조합원들에게도 안정적인 홍보처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광고효과가 크지 않지만 협동조합이다 보니 내가 속해있는 조합원들의 가게를 이용할 수도 있는 측면이라 앞으로 콩나물신문이 커져 나가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저희는 예산을 받아서 제작하는 것은 처음 만들 때부터 경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무력해진 이유 중에 하나가 참여정부 이후 들어왔던 지원이 끊기면서 타격을 안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큰돈이 들어와 버리면 회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착도 적어지고, 자생력도 떨어져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삼성을 크게 비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지 않나. 콩나물신문은 시의 지원금, 홍보비는 받지 않고 준다고 하면 받더라도 운영비를 크게 좌우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관리할 생각이다.



    “ 계속해나가야 할까? 그럴 수 있을 거야


    마중 한편 재정 외에도 지속가능성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얼까. 은평시민신문의 경우 여태까지 10년을 만들어온 저력이 있지만 앞으로는 또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전에는 애써 지속해야 할 이유를 만들려고 했고, 우리의 역할을 정하고 하면서 스스로 마취제 놓으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은 마음을 많이 놓고,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어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신문을 직접 만드는 상근자들, 신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비를 터는 이사님들, 편집위원들……. 다 조금씩 모여서 하는 거다. 자꾸 쓰게 되는 표현인데, 이걸 꼭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독립운동 하듯이 하고 싶지 않다. 나도, 기자도, 조합원도, 이사님도 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담고 싶고, 나누고 싶고, 소개하고 싶고, 알고 싶다. 그게 우리 삶에 도움이 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억지로 하려 하면서 사람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여태까지 너무 애써서 악으로 버텨온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과정이 필요했고, 그래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건 같이 일하는 사람들, 함께하는 조합원들, 이사들이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서 너무 힘들어지면 조합원들이나 이사님들하고 의견 나눠서 속도 조절할 수 있고, 그렇게 하자고 얘기했다. 그런 게 우리 신문이라 가능할 수도 있다. 사람이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람이 계속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고.


    마중 콩나물신문은 창간 준비호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속가능성 물어보니 “힘들면 안 하지 왜 지속 가능해야 돼요?’ 하셨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


     지금도 그렇다. 저희는 언제나 망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


    부천에서 있었던 벼랑끝 기자회견이 콩나물신문에서 한 것 맞나? (https://youtu.be/84BCVETVULo)


     맞다. 그것도 재미로 한 거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빤한 답으로는 조합원 참여, 재정안정이 답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협동조합과 언론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남들이 안 가본 길을 가는 것이고, 설령 망하더라도 그 과정을 잘 정리해놔서, 누가 시도했을 때 어떤 식으로 만들었고 망해갔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이사회를 비롯해 편집 과정들이 실시간으로 다 공개되고 있고, 이런 기록이 다음에 지역신문 활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콩나물신문이 잘 돼서 참여한 기자나 구성원들이 ‘만들어보니 별 것 아니네?’라고 생각하게 되고, 다른 지역에도 여기저기 퍼지면 좋을 것이다. 그런 경우 협동조합 간에 서로 연대하면 콩나물 일보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래로부터의 전국단위 일보 말이다. 종이신문이 망한다는 요즘에 건강한 신문 한번 만들어보자는 이런 허무맹랑한 꿈이 있다. 그게 또 재미인 거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은 낙관주의에서 온다는 말도 있다. 콩나물신문에 대해서 저는 낙관적이다. 저희 조합원을 보면 고등학생 조합원도 있고, 최연소 이사는 초창기부터 같이 했고 지금은 군대 가서 곧 돌아온다. 젊은이들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미래세대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만들려면 현재가 재밌어야 한다. 신문 만드는 사람이 관심 있고 재미있어서 쓴 기사와, 마지못해 쓴 기사에는 차이가 있더라. 그런 기사는 읽는 독자도 고역이다. 한번은 실험적으로 기사가 펑크 난 자리를 그냥 백지로 내기도 했었다. 한 쪽에 메모란이나 사다리타기, 방석무늬, 종이배접기 같은 걸 넣은 적도 있다. 편집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다. 재미가 있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은 큰 목표에 취해서 재미를 잊기 쉽다. 목표가 있으니 “주간지로 가야 돼!” “조합원 몇 명 달성해야 돼!” 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지치는 거다. 사실 작년에는 출자금 다 까먹으며 살았고 올해는 초반에 이사님들이 많이 애쓰셨다. 출자금도 다 썼고, 생각보다 조합원도 빨리 안 늘었다. 조합원이 다 기자라고 해도 쉽지 않은 부분들을 채워주는 기자를 채용했는데, 우리 능력에 넘치다보니 매달 2백만 원 씩 적자가 났다. 처음에는 이사들이 메웠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니 이사들이 서로 눈치보고 힘들어해서 결국 상근기자도 구조조정을 했다. 그 때 우리에게 재미는 없고 책임만 남은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마중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는데,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한다. 오늘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서로에게 한마디를 부탁드린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표현해주셔서, 자주 보고 있다. 덕분에 저희도 마음의 무게를 많이 내려놨다. 망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망하진 않을 것이다. 10년을 넘게 보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다. 다만 좀 더 재밌게,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의 신문사를 만들고 싶다. 종이신문을 보지 않는 요즘의 분위기, 기사가 공짜가 돼 버린 시기에서 특히나 좁은 지역에서의 신문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 아이들 만나보면, 동네 이야기들을 통해서 세상을 공부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낙관적인 성격이라, 잘 될 거라고 보고 간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그때그때 하다 보면 어딘가 가 있지 않을까.


     비슷한 일을 해서 그런지 비슷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언론 환경이 굉장히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있는데, 저희는 알 권리보다는 알릴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억지로 듣게 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소소한 이야기, 건강한 소리를 계속 메가폰처럼 알려주고 싶다. 지역은 세계와 맞닿아 있지 않나. 밀양 문제가 우리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신문 최근 호에 실렸듯 부천에도 고압송전탑 문제가 있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가 밀양 송전탑 문제, 국가 에너지 문제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중앙 언론이 담지 못하는, 우리 삶과 연결된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려 한다. Think Globally, Act Locally의 마음가짐이다. 콩나물은 앞으로 잘 될 거고, 망해도 잘 망할 거라고 생각한다. □



    ※ 이 기사는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95호에 『미디어운동 10년을 논하다 (10) 마을신문 대담』으로 실린 글과 동일함을 알립니다.



    [필자소개] 이세린 (구로FM)

    <구로FM>에서 PD로 일하고 있다. PD지만 가끔 진행도 하고(ㅋㅋ) 공동체라디오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뉴스레터 <마중>에 함께하며 마을미디어 이곳 저곳을 인터뷰 다니고 있기도 하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