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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월_인터뷰] 미디어에 눈뜬 엄마들, 너나들이를 주목해주세요

by 공동체미디어 2015. 2. 10.


미디어에 눈 뜬 엄마들, ‘너나들이’를 주목해주세요


진행: 이경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정리: 김보람 (<마중>객원필자)



 우리는 때로 ‘엄마’라는 이름 안에 수많은 가능성을 가두어놓기도 한다. 가정과 아이, 일의 간극을 채우는 멋진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고... 그런데 여기 ‘엄마’라는 이름에 가려 펼치지 못한 끼를 발산하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 서울 금천구의 글엄마 동아리 ‘너나들이’가 그 주인공.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글공부가 어엿한 웹진 <플랫슈즈>로 탄생하기까지! 열정으로 똘똘 뭉친 ‘너나들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짓기 공부하던 엄마들, ‘미디어’에 눈뜨다


 ‘너나들이’는 서울 금천구의 여성소모임에서 시작됐다. 공동육아, 품앗이 육아, 마을공동체에 관심있는 30~40대 여성들이 모여 글공부 모임을 만들고 공동육아 협동조합 설립 준비를 시작한 것이 2013년. 내밀한 여성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품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 10월 창간한 웹진 <플랫슈즈(flatshoes.or.kr)>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마중: ‘너나들이’는 어떻게 시작된 모임인가요?

박언경: 2013년 쯤이었을 거예요. 금천구 생활협동조합에서 주부들이 모여서 글공부를 했었어요. 매주 금요일마다 애를 안고, 업고, 모였던 엄마들이 15명 남짓 될 거예요. 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던 엄마들끼리 마음이 맞아서 공동육아 협동조합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센터’를 소개받았고, 그동안 꾸준히 글쓰기를 해왔으니까 미디어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는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저희 모임의 사업 첫 단계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었는데, 어린이집이 오픈하기 전부터 미디어 사업을 먼저 시작하게 됐어요.


마중: 웹진 기사들을 읽어봤는데 여성으로서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재밌더라고요.

박언경: 필진 중에 대학교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도 계시지만 마을 필진 대부분은 글에 관해서는 ‘초짜’ 들이에요. 아직도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매호 저희가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선택하는 편이에요. 창간호는 ‘출산’을 주제로 잡았어요. 웹진을 출산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엄마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도 출산이니까요. 2호는 ‘적(敵)’, 3호 주제는 ‘로맨스’에요. 요즘 3호 기사를 쓰는 중인데 첫사랑에 대한 얘기도 있고 다양해요. 불륜까지는 가지 말자고 서로 약속했어요. (웃음)


마중: 작년에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에 참여해보니 어떠셨어요?

박언경: 저희는 ‘교육형’ 사업에 참여했는데 확실히 교육은 아무리 받아도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총 10회차 교육을 나눠서 영상과 글쓰기 교육을 받았는데 회차가 짧으니 겉핥기식 교육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팀에게 조언을 해드린다면 영상이든, 글쓰기든 하나에 집중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저희는 글쓰기 교육을 7회나 받았는데도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어요. 글쓰기에 익숙한 분들이었다면 충분했겠지만, 일기도 안 썼던 사람들이 글에 대한 열망만 가지고 시작했던 거라서 아무래도 부족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마중: 필진들이 다들 아이를 키우고 계시죠? 매번 일정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박언경: 네. 마을 필진 중에서 초등학생 엄마가 둘, 좀 큰 아이들이 있는 엄마가 두 분 계시고 저는 6살 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작년엔 금요일 저녁마다 모였는데 추운데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열정에 정말 놀랐어요. ‘이 정도 열의라면 주말에 모여도 나오겠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웃음) 주말엔 남편에게 스케줄이 맞춰지고 아이들이 뭐 배우러 다니거나 하면 거기 맞추느라 본인을 위해서는 시간 쓰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평일 오전에 시간을 잡기로 했어요. 평일 10시부터 11시, 되도록 12시 안에는 끝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자립을 위한 고민, 그리고 새로운 도전들


 웹진 <플랫슈즈>는 3호까지 발행됐고, 총 30여 개의 기사가 나왔다. ‘엄마’, ‘아줌마’, ‘기혼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고립감을 넘어서고 싶다는 이들의 진심이 글 속에 가득하다. 웹진 운영을 지속하며 지역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서기 위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마중: 웹진이 나오기 전엔 오프라인 신문을 만드셨었죠? 웹진으로 형태를 바꾼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박언경: 네, <금천여우>라는 신문을 500부 정도 발행했어요. 저는 신문을 계속 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편집하는 분들이 너무 힘들어하셨어요. 마감 기일도 있고 인쇄 비용도 맞춰야 하니까 숨이 턱까지 찬다고... 그런 부담이 있어서 다른 매체를 생각하게 됐어요. 가장 큰 목표는 자립할 수 있는 미디어, 그리고 마을과 함께 호흡하고 마을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미디어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되려면 만드는 이들의 부담을 덜고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매체여야 할 것 같았어요. 제작 비용도 웹진이 더 효율적이었고요.


마중: 작년에는 매달 한차례씩 발행했죠?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박언경: 네, 매달 발행해서 3호까지 발간했어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격월간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글쓰기가 익숙치 않다보니 글쓰기 연습이 되지 않으면 기사 쓰기가 점점 힘들어지더라고요. 또 원고를 쓰는 틈틈이 마을미디어사업의 실무 일도 해야하니까 벅차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올해는 한 달은 글쓰기 공부를 하면서 역량 강화를 하고, 다음 한 달은 기사를 써서 웹진을 만드는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어요. 자립을 위한 기반도 다지고 글쓰기 역량도 키우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마중: 웹진을 만들면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어떤 부분인가요? 

박언경: 사업을 계속 (지원을 받아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잖아요. 기회는 한정되어있고 다른 단체들도 지원을 받아야 하니까요. 지원사업 없이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요. 웹진 운영비는 도메인과 계정 비용밖에 들지 않아서 그건 저희 자체 비용으로 해결하기로 했고요. 공간이 없는 게 문제인데... 그동안 카페에서 모이곤 했는데 늘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서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해는 공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알아보고 있어요. 1년간 <플랫슈즈>를 열심히 끌고 나갈 방안을 찾으면서 마을 내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이런 고민도 같이 할 것 같아요. 



‘엄마’와 ‘활동가’ 사이


 ‘너나들이’ 활동은 엄마들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했다. ‘너, 나 그리고 우리’라는 모임의 이름처럼 이들은 공동체 활동이 개인과 가족 차원을 넘어서 지역 사회에 대한 헌신과 기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1인 다역을 해내느라 몸은 힘들지만 새로운 활동 앞에선 에너지가 솟아나는 엄마들, 이들이 앞으로 펼칠 활동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마중: <너나들이>는 박언경 ‘활동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죠?

박언경: 그러게요. 너무 이슈화됐죠? (웃음). 작년에 금천구 ‘마을지기’로 활동했었어요.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에서 만난 인연들을 통해 알게 된 기회였어요. 마을지기는 마을 안에 있는 활동가들을 만나본다던지, 숨겨진 대여 공간들을 찾아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인적 물적 자원들을 수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을 해요. 마을을 잘 모르는 주민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거죠. 저는 시흥 2동 마을지기로 활동했고 활동 결과물이 올해 백서로 제작됐어요. 주민센터나 관공서, 공동체에 배포되면 주민들에겐 굉장히 큰 도움이 되겠죠.

 

마중: 개인적으로 올해의 활동 계획은 아직 없으세요? 

박언경: 사실은 작년에 너무 달렸어요. 너나들이 활동에, 마을지기 일에도 갑자기 뛰어들었고, 신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조합원이기도 했고, 회사도 들어가서, 생협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게 있어서 4~5가지 일을 한 번에 하다보니 ‘되게 벅차다.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늘 면접을 한 군데 보고 왔는데... 서울시 마을 지원 활동가 일이에요. (웃음) 결국 또 하게 되네요. 서울시 마을지원 활동가는 마을지기보다 더 포괄적인 업무인 것 같아요. 마을컨설턴트, 간사 업무가 추가되고요. 마을지원 활동가에 뽑히면 그 일을 하게 되겠죠. 너나들이 활동은 숨고르기 하듯 이어갈 것 같아요. 


마중: 마지막으로 마을미디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언경: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미디어가. 지금은 라디오 아니면 신문으로 너무 정형화 되어있잖아요. 저희처럼 웹진 만드는 팀도 더 많이 나와서 서로 노하우도 나누고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활동하는 아줌마들도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요. 저희 웹진의 시작은 미미하지만 올해는 힘을 발휘하고자 해요. 다양한 콘텐츠가 쌓이면 대대적으로 홍보도 하려고요. 어떤 매체든 지속성을 가지고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잖아요. 힘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웹진을 잘 유지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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