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 서울마을미디어의 2014년 살펴보기

    - 2014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유형별 평가워크숍 참관기


    성상민 (‘마중’ 객원필자)


     올해의 연말정산은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원래 연말정산이라는 것이 ‘13월의 월급’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직장인들은 한 푼이라도 더 자기가 낸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는 연례행사이긴 했다. 게다가 연말은 각종 업무 준비에 경조사가 겹쳐 바쁜 시기이다. 증빙 서류나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곤욕인데 정산을 한 결과가 예상보다 나쁘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번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쟁도 결국은 그러한 심리에서 시작된 문제이다. 그러나 연말정산은 단순히 세금을 다시 돌려받는 절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난 1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꼼꼼하게 따지고 생각하는 자리도 결국은 연말정산이기 때문이다. 단지 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지난 1월 13일부터 14일, 홍대에 위치한 ‘미디액트’에서도 작지만 뜨거운 연말정산의 장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이 2014년 한 해 동안 어떤 일들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점들이 좋고 나빴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다만 보통의 연말정산과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정산한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을미디어이고, 돌려받은 것 또한 돈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와 전망이라는 점이었다. 대체 이틀 동안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일까?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을 치열하게 정리한 ‘2014 마을미디어 활성화사업 유형별 평가워크숍’의 현장 속으로 지금부터 빠져들어 보자.





    교육형, 아이템형, 매체형, 복합형… 다양했던 서울마을미디어


     2011년, 서울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디어를 가르치는 ‘시민VJ 양성사업’을 기획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디어 교육으로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을미디어’라는 살이 붙기 시작했다. 미디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서울시 곳곳에 TV나 라디오를 표방한 마을미디어를 세우게 되었다. 비록 이렇다 할 주파수나 자본은 없었지만 이러한 자발적인 모습은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렇게 미디어 교육은 교육 그 자체를 넘어 마을미디어 전반을 지원하고 총괄하는 정책으로 진화했고 그 결과 2013년 본격적으로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정책과 사업을 전담하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생기게 되었다. 2014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미디어 교육을 중심에 두는 ‘교육형’, 미디어를 통한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 ‘아이템형’, 정기적으로 미디어를 제작하는 ‘매체형’, 그리고 교육과 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형’까지 총 네 가지 유형을 통해 마을미디어를 지원했다. 워크숍 역시 각각의 유형별 지원을 받은 마을미디어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활동을 발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워크숍에 나온 교육형의 마을미디어들이 서울시에서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하기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왔던 마을공동체였다면, 교육형에 뒤이어 바로 발제를 맡은 아이템 마을미디어들은 쉽게 시도하기 어려운 일들을 시작하기 위하여 새롭게 뭉친 단체들이었다. 도봉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전문가가 되다’는 마을미디어 교육을 받은 수강생과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마을 영화를 만들었다. 양천구 ‘모기동’(‘목2동’을 소리 나는 대로 친근하게 쓴 말)에서 활동하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은 이전부터 마을 축제와 행사를 통해 모였던 사람들이 더 많은 소통과 공유를 위해 마을미디어 지원을 신청한 케이스이다. 단체의 이름처럼 정기적으로 ‘마을극장’이라는 이름의 영화 상영회를 열어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함께 소감을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 맨 먼저 13일에는 교육형으로 지원을 받은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산아래 문화학교’와 성북구의 ‘함께하는 성북마당’의 활동가들이 나왔다. 산아래 문화학교는 2010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교육 활동을 하며 출범한 단체이다. 이들은 2013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4년에 본격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함께하는 성북마당(약칭 ‘함성’)은 2012년에 설립된 지역 단체들의 연합이다. 초기에는 지역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마을 미디어 교육에 참여했던 이들은 2014년에 처음으로 ‘주민기자 교육’을 내걸고 성북구 주민들과 만나게 되었다.


     한편 그 다음날에 워크숍에 참석한 마을미디어들은 한 유형 내에서 서로 다른 발자취를 보인 것이 흥미로웠다. 2014년 매체형으로 지원을 받은 ‘도봉N’은 2009년부터 꾸준히 지역에서 신문을 내던 단체이다. 이들은 원래 일일 주점이나 후원금을 통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매체였다. 딱히 구의 지원을 받은 것이 없었기에 구에 대한 비판도 자유로웠지만 이들은 어느 순간부터 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신문을 내는 돈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고민이 되었던 것은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활동하는 것이 지역 언론이 가야할 길인지에 대한 점이었다. 그런 고민과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교육형 지원을, 그리고 2014년에는 매체 지원을 받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신문을 넘어 영상, 라디오 콘텐츠를 제작해보기도 하고 문화강좌와 미디어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또한 2014년에는 도봉구의 모습을 담고 기록하여 전시하는 ‘미디어 아카이브’ 사업을 했었다. 비록 도봉N의 첫 모습이었던 신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들은 지원 사업을 통해 더 폭넓은 미디어의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동작공동체라디오(동작FM)는 2014년 같은 유형으로 지원을 받은 도봉N과 달리 지원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비춘 마을미디어이다. 2012년 처음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활동을 시작한 동작FM은 지속적인 지원을 통하여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대중음악웹진 <izm>(이즘), 지역 주민 인권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또한 2014년에는 공간 지원과 청년일자리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방송을 녹음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장기적인 지원이 지역의 매체를 성장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제를 맡은 복합형 마을미디어들은 한 형태에 국한 받지 않는 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둔 모습들을 보였다. 은평구의 ‘동네스튜디오’는 원래 아이템형으로 지원을 받았던 마을미디어였다. 하지만 이들은 아이템형 지원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계속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를 넘어 좀 더 미디어로써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여력이 되지 않았다. 동시에 교육에 대한 수요가 많아 이를 함께 충족해야만 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2014년 ‘복합형’ 지원이 새롭게 탄생했다. 곧바로 이들은 매체, 아이템, 교육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동네스튜디오는 2014년 이들이 만드는 마을미디어 ‘은평라디오’와 연계하여 라디오 기술교육, 포토샵을 통한 홍보 교육을 진행했다. 원래 사업 계획에는 마을미디어를 기획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사정상 이는 진행되지 못했다.


     강북FM 역시 동네스튜디오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복합형 지원을 신청했다. 동네스튜디오와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좀 더 안정적인 매체 제작과 활동을 위해 복합형 지원을 택했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방송을 만드는 사람을 확보해야만 했고, 강북FM은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사람을 모으는 길이라 판단했다. 절실함이 있어서 였을까. 강북FM은 5회의 공개방송과 지역 강좌를 콘텐츠로 올리는 한편 강북구 내 5개 장소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총 다섯 명의 주민이 새롭게 방송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들은 조금씩 교육과 활동의 순환 체제를 조금씩 만들고 있었다.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할 것


     워크숍에 참여한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은 전반적으로 지원 사업을 통해 마을미디어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비록 지원액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지원을 받기 전에는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던 마을미디어를 가능하게 만드는 디딤돌의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었다. 또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역시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지원은 물론 고충 처리부터 각종 행사, 프로그램 홍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도와준다는 점에서 칭찬을 받았다. 동시에 마을미디어의 지원 유형이 다양해 참신한 형태의 마을미디어들이 지원의 수혜를 받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참가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지적되었던 것은 각 지역의 서로 다양한 특성을 지닌 마을미디어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원 형식의 틀에 끼워 맞추는 과정에서 나오는 고충에 대한 문제였다. 교육형 지원을 받는 마을미디어들은 교육 프로그램이 10차시로 제한되어 있어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모든 마을미디어 활동에 있어 교육 프로그램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굳이 교육 프로그램을 분리하거나, 같이하고 싶을 경우 무조건 복합형으로 신청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어려움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내려오는 지원금이 그다지 많지 못한 상황에서 장비는 물론 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마을미디어가 대다수였다. 물론 지원센터 역시 이들의 어려움을 알고서 각종 장비, 공간 대여 및 지원 사업은 물론 청년일자리 지원 사업과 같이 취업 정책과 연계하여 인력을 확충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그러한 사업이 분명 어느 정도 도움은 되어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평을 남겼다. 분명 제도는 있지만 신청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물론, 이러한 지원을 받기 위하여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많기 때문이다. 도봉N의 박영록 활동가는 인력이 부족함에도 청년일자리 지원 사업을 신청하지 않은 것을 “1년 동안은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그 이후에 인건비를 자체 지원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신청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장비 대여와 같은 사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자잘한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지원을 받았지만 마을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지적된 지점은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또한 홍보에 힘을 쓸 여력이 없어 마을미디어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는 지역 내에서 잘 알려지지 못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마을극장의 유다원 활동가는 분명 서울시가 마을미디어를 지원하고 있지만 공공성을 확립시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또한 단순히 홍보 부족의 문제를 넘어 마을미디어가 진정으로 마을공동체에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작게는 각 자치구나 거점 별로 마을미디어 지원을 시행하자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단순히 자치구나 몇몇 지역 단체들이 마을미디어를 단순히 지역 홍보 매체로 여기지 않게 만드는 것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물론 참가자들이 지적한 문제들이 결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결코 아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1년 단위로 재계약되어 장기간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결코 녹록하지 않으며, 예산이 제약된 상황에서 시행할 수 있는 지원 사업과 정책은 결국 제약되어 있다. 이주훈 센터장을 비롯한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사람들은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각종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이를 쉽사리 도와주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분명 마을미디어는 물론 지원기구가 놓인 상황이 마냥 좋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부분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때일수록 속 소통하고 돌파구를 찾아내기 위한 모색만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길이기도 하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김희영 실장은 워크숍을 정리하면서 “올해 (모든 문제들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서라도 소소하게 변화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 말이 우리가 가야할 길의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워크숍은 단순히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의 성과와 어려움을 듣는 것을 넘어 마을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놓인 처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워크숍이라는 이름의 연말정산에 참여한 모두가 얻은 ‘13월의 월급’이기도 했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