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무대, 2014 마을미디어 축제
- 2014 마을미디어축제 <자화타찬> 후기
이세린 (구로FM, <마중> 편집위원)
멀게만 느껴졌던 마을미디어 축제가 목전으로 다가온 건 순식간이었다. 2014년 축제가 끝난 지금도 2013년 마을미디어 축제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마을미디어가 뭔지 잘 몰랐을 때, 무대에서 재생되는 마을미디어 영상과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내가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1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정말 마을미디어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2014 마을미디어 축제는 2013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이번 축제에서는 스태프까지 하게 되었는데, 축제 전부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분들과 계속 교류하면서 축제가 어떻게 준비되는지를 지켜볼 수 있어서 더욱 소중했다. 축제를 통해 내가 보고 느꼈던 것을 이 글에 남겨보고자 한다. 나의 이야기를 적어내려갔지만, 참여했던 각자가 느꼈을 이틀 동안의 즐거운 시간이 다시금 떠오르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축제가 시작되기 전
기다리던 축제 포스터가 메일로, 문자로 전해져 왔다. 12월 5일-6일! 2013년 때랑은 달리 이틀이라는 넉넉한 시간동안 진행되었다. 당연히 프로그램도 많이 늘었다. 2013년에는 리빙 라이브러리라거나 토론하는 프로그램들이 시상식 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각자의 작품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대미를 장식할 시상식은 더 성대하게 열리는 것 같았고, 그 전에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 마을미디어 영상제, 체험부스, 전시 등 보다 알찬 프로그램들이 자리했다. 더 커진 축제 규모, 또 그 속에 가득히 들어찰 마을미디어 컨텐츠들을 생각하니 1년 사이 마을미디어가 확실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가슴이 벅찼다.
축제가 열리는 장소는 성북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였다.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근처, 그러니까 서울의 북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조금 걱정이었다. 우리 마을미디어 분들이 여기까지 오시려나? 서울 동쪽 끝에 있는 구로에서 가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게다가 시상식은 토요일 저녁. 아이가 있는 주부 DJ분들이 오시기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일 년에 딱 한번 있는 축제였다. 다른 마을미디어 분들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우리 DJ분들을 소개하고 싶었고, 일 년간 고생한 우리 멤버들에게 상도 한 아름 안겨드리고 싶었다.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오실 거죠?” 물으며 설득했다.
▲ 2014 서울마을미디어 축제 '자화타찬' 포스터
2013년 시상식 때 구로FM이 '줄줄이사탕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웃기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구로FM의 장점을 담아낸 상이라 참 기발하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상식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개인, 단체, 컨텐츠로 부문이 나뉘고, 부문 별로 지원한 이들 사이에서 심사를 통해 수상자가 정해진다고 한다. 예전 방식도 장점이 있지만 보다 권위 있는 상이 된 것 같아 좋았다. 구로FM은 욕심 넘치게도 개인, 단체, 컨텐츠 부문에 전부 하나 이상 등록을 했다. 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밑져야 본전 아닌가! 후보 등록과 함께 그동안 활동했던 내용을 담은 사진과 글을 제출했다. 한 해 동안 노력해온 일들, 함께하며 즐거웠던 순간들이 하나하나 다시금 떠올랐다.
# 첫 설렘을 함께, 체험부스 ‘나도 마을DJ, 나도 마을앵커’
축제 당일이 되자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는 꼭 ‘마을미디어 축제 전용관’이 된 것 같았다. 스태프들이 일찍부터 포스터와 현수막을 이곳저곳 붙이며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이었다. 로비 쪽에는 신문, 잡지 형태의 마을미디어가 전시되었고, 마을미디어 관련 책자들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는 영상, 라디오 형태의 마을미디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부스가 열렸고, 상영관이 있는 위층에서는 마을미디어 영상제가 준비되었다. 각기 다른 형태의 마을미디어들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날이 축제 첫째 날이 아니었나 싶다. 마을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만드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마을미디어의 각기 다른 면면을 다 알 수는 없다. 나에게는 낯선 마을미디어들, 그러니까 청소년들이 만든 마을영화라거나 번화가로만 알았던 동네의 마을잡지가 그래서 더욱 반갑게 느껴졌던 것 같다.
축제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고, 스태프들은 각자가 담당한 곳으로 흩어져 이들을 맞이했다. 내가 맡은 일은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체험부스를 보조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엔 마을미디어도 ‘백문이 불여일견’인 것 같다. 마을미디어의 즐거움을 전하기에 글은 어쩐지 어색하다. 비록 체험은 잠깐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그 즐거움을 전하는 데는 낫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이 어떤 것을 느끼고 갈지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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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마을앵커(좌), 나도 마을DJ(우) 진행 모습
낮에는 마을 뉴스영상을 만들어보는 ‘나도 마을앵커’ 프로그램이, 저녁에는 마을 라디오를 체험하는 ‘나도 마을DJ' 프로그램이 열렸다. 마을영상, 마을라디오에 대해 짧은 이론을 배우고 직접 실습을 해보는 과정이었다. 마을앵커 시간에는 처음 접하는 영상 이론에 집중하느라 그러지 못했는데, 마을DJ 체험이 열렸을 때는 내내 앉아 엔지니어링을 하면서 비로소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그 중에는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글 쓰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참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하나같이 똑같다. 처음 라디오를 접한 사람의 그 눈빛! 사실 한두번 본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감동스럽다. 토크를 이어가기 위해서 애써 한두 마디만을 말하던 사람이 나중에는 같이 녹음하고 있는 사람들과 한참을 알고 지낸 것처럼 자연스레 질문을 하고, 그러다 보면 정까지 들어버리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가끔 일에 지치면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마을 라디오를 만드는 일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이런 순간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 두근두근 생방송!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 ‘내가 제일 잘나가’
축제 이틀 째, 바삐 성북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로 향했다. 가는데 드는 시간은 어차피 정해져 있는데 마음이 급해 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다. 다름이 아니라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 때문이었다. 이 날 방송제에서 강북FM의 북한산 반달곰 김일웅 씨가 메인진행자였고, 나는 무려 보조진행자를 맡게 되었다. 축제가 있기 한 달 전부터 계속해서 준비해온 프로그램이지만, 또 전날 리허설도 해보았지만, 심지어 가족의 응원까지 받았지만! 그렇다고 떨리지 않는 건 아니었다.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는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부제처럼 이번 축제에서 마을라디오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어떻게 해야 마을라디오들이 즐거이 함께하면서 각 마을의 자랑거리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기획도 수정하다가 드디어 메인코너가 결정되었다. 바로 오프닝 경진대회! 말 그대로 각 마을라디오의 DJ들이 각자가 준비한 라디오 오프닝을 선보이는 것이다. 방송국 로고 제작권이라거나 시그널 음악 제작권처럼 쟁쟁한 상품들도 걸어두었다. 방송국 이름 정도는 알지만 미처 들어보지는 못한 각 방송국의 프로그램들을 짧게나마 눈앞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설렜다. 하지만 막상 참여 신청을 받으려니 각자의 일들로 바쁠 마을라디오들이 얼마나 신청을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는데, 생각보다 많은 마을 라디오들이 신청을 했다. 무려 8팀! 중랑의 마을라디오 '뻔'에서는 무려 두 팀이 출전해 더욱 놀라웠다. 구로FM에서 출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는 서울시의 영상 플랫폼인 라이브서울에서 생중계되었다. ‘라디오는 생방송을 해봐야 는다’는 말을 마을라디오의 조상이라 불리는 관악FM에서 매번 들었다.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나는 생방송을 해 본적이 없다. 아마 다른 마을라디오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해본 적 있는 건 그냥 공개방송이었다. 뭐가 그리 다르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겪어보니 그 긴장감은 공개방송에도 비할 수가 없었다. 바삐 엔지니어와 FD와 함께 합을 맞추고, 스탠바이를 하는데 누군가 현재 라이브서울 동시 접속자 수가 몇 명이라고 말해주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몇 백 명 정도였던 것 같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순간. 물론 방송은 자비 없이 시작되었다.
▲ '내가 제일 잘 나가' 공개방송 모습
연합방송제가 열리는 장소는 어제 체험부스가 열렸던 마을방송 스튜디오였다. 의자를 많이 가져다놓았는데도 모자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팀끼리 모여앉아 오프닝 발표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방송이 시작되니 일제히 진행자를 바라보았다. 보이는 라디오라 허투루 움직이지 않으려 신경을 쓰면서 대본을 읽었다. 그 짧은 대사를 읽는데 목이 얼마나 타던지! 하지만 스튜디오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만큼이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송은 1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오프닝 경진대회 참가팀은 1부와 2부에 4팀씩 배정되고, 앞뒤로 마을미디어 초대석과 축하공연, 시상식이 붙었다. 마을미디어 초대석은 박준희, 김혜련 시의원을 전화인터뷰와 현장인터뷰로 모셨다. 비록 시간은 짧았으나 마을미디어와 서울시 정책에 대한 무게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축하공연에는 창신동라디오 덤의 예술감 충만한 부부, 조르바와 같이가면이 파격적인 반짝이 의상을 입고 나서주었다. 마을라디오로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이 모두가 한데 모인 이 곳에서 노래와 춤을 보여준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모두 함께 모여 공연을 본다는 것이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 축하공연 중인 창신동라디오 덤의 '조르바', '같이가면'
물론 초대석과 공연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역시 사람들의 이목은 오프닝 경진대회에 제일 주목되었다. 팀들은 각기 다른 자신들의 매력을 선보였다. 엄마와 딸이 함께 나와 오프닝을 선보인 팀도 있었고, 꽁트로 시선을 끈 팀도, 아나운서 같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팀도 있었다. 오프닝을 진행하기 전 짧은 인터뷰를 하고 오프닝이 끝나면 간단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와 반달곰의 역할이었는데, 매번 너무 좋다고 말하고 보니 나중엔 약간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허풍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각 팀의 각양각색 오프닝을 볼 때마다 우리 방송국 DJ들이 떠오르며 다음엔 이렇게 오프닝 해보자고 할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덧 방송은 끝나가고,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만의 작은 시상식 차례가 왔다. 그동안 익숙하게 뵈어 왔던 마을미디어계의 '어른' 이주훈 센터장님과 안병천 관악FM 대표님이 각각 3위, 2위 수상을 맡아주셨다. 놀랍게도 이 두 상은 중랑 마을미디어 뻔에서 전부 차지해 부러운 눈초리를 톡톡히 받았다. 1위 수상과 심사평은 CBS <세상을 여는 아침> 손근필 PD가 맡았다. 주파수를 가진 지상파 방송에서 직업을 가지고 하고 있는 사람에게 마을 라디오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대망의 1위는 동작FM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진행하고 계시는 최혜정, 정의진씨가 차지했다. 참여한 모두에게는 셀카봉이 돌아갔는데, 이 셀카봉이 예상 외의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왠지 웃음이 났다. 순위에 상관없이 셀카봉을 들고 즐거워하는 각 마을라디오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방송이 끝나고, 빨간 불이 드디어 내려갔다. 관객 쳐다보랴, 화면 쳐다보랴, 게스트 모시랴, 화면에 띄울 판넬 꺼내랴 우왕좌왕 정신 없었던 지난 두 시간이 한나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래도 보조진행자라 조용히 진행자를 따라가면 됐지만, 시시각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반달곰 김일웅 씨는 어땠을지 글을 쓰는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생방송에 보이는 라디오라는 새로운 도전. 그만큼 실수도 많았다. 관객 분들도 눈치챘을까?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다음 기회가 있다면 조금 더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마음 속에 맴돈다.
▲ 공개방송 진행 중인 강북FM 김일웅(좌), 구로FM 이세린(우)
# 우리 모두의 무대, 2015년 마을미디어 대상
연합방송제로 정신없었지만, 급히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2015년 마을미디어 대상에서 중간에 들어갈 공연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비밀리에 준비한 우리의 공연은 바로 '마을미디어 렛잇비'였다. 직장생활을 노래로 재밌게 풍자해서 인기가 많은 코너인데, 이 내용을 마을미디어 관련한 내용으로 패러디한 것이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주현 씨의 제안으로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에서 실태조사 팀으로 함께했던 유희, 구로FM에서 함께 일하는 규리, 강북FM의 은해 이렇게 넷이 한 팀이 되어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냥 가사를 바꿔서 부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공감을 얻으면서 웃기게, 혹시나 비관적으로 보이진 않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가사로는 와닿질 않아서 한데 모여 같은 렛잇비 에피소드를 몇 번씩이나 돌려보기도 했었다. 다섯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도움(특히 정은경 샘 감사합니다!)이 모인 덕에 가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 시상식에 올릴 <렛잇비> 공연 리허설 중
이제 연습만 남았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축제며 정산 등 각자의 이유가 있어 다 같이 모여서 한 연습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시상식이 열리는 축제 두 번째 날에 옷과 소품을 들고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곳곳을 전전하며 연습의 최종 스퍼트를 올렸다. 열심히 연습을 하던 중에 스마트폰이 울렸다. 바로 구로FM '구반장의 육아톡톡' DJ분들이었다.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 도착하셔서 나를 찾았던 것이다. 연습을 잠시 멈추고 로비로 달려가 DJ분들을 맞았다. 이내 '라디오 서당'의 심운 DJ님도 도착하셨다.
끝내 와주셔서 너무나 기뻤다. 한 번의 걸음도 어떤 이에게는 한없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내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미안해하던 얼굴을 기억하기 때문에 못 오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들이 각자의 일을 취소하고 가족을 설득해서 여기에 와 주셨다. 축제에서 마주친 그 누구보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연습을 하러 금방 돌아가봐야 해서 축제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옆에 붙어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 너무 아쉬웠다. 오늘 시상식이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랄 뿐이었다.
연습을 끝내고 시상식장으로 들어왔다. 각 부문 시상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틀어지는 영상이나 무대를 보니 축제를 준비한 손길들이 떠올랐다. 마을미디어 뮤직비디오 <빌리지 스윙>에 들어갈 영상을 찍으러 구로FM에 오셨던 분도, 그 앞에서 라디오를 녹음했던 나와 숙자 샘도,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을 들었던 청년들도, 축제 디테일을 챙기며 밤을 새던 마을미디어지원센터 스탭들도 떠올랐다. 저번 축제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 그 노력들이 이젠 눈에 보였다. 같이 렛잇비 공연을 준비하던 친구는 피곤했는지 그 짧은 사이에 잠깐 잠이 들기도 했다. 곧 끝나버릴 자리인데 왠지 애틋한 기분이 들어버렸다.
시상이 진행될 때는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았다. 나는 다른 마을미디어의 활동가는 몇몇분 알지만 방송을 만드시는 DJ, PD님들은 잘 모른다. 다들 상을 받고 내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리 방송국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시며 기뻐하셨다. 어떻게 보면 다른 화려한 행사들에 비해 참 작은 무대, 참 작은 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상 하나로 가슴 벅차게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을 말할 수 있다. 또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의 동네로 돌아갈 수 있다. 그만큼 이번 시상식에서 주어지는 상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상인 것이다.
대미를 장식할 대상이 발표되었을 때, 좁지만은 않은 무대가 꽉 찬 것을 보았다. 발표되던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우리 방송국이 최고라고 기뻐하던 사람들이 한가득 무대에 섰다. 저 사람들이 있기에 이 두 곳, 동작FM과 성북 와보숑이 상을 탔겠구나 싶었다. 시상식이 진행될 때마다 몰래 마음속으로 '구로FM!'을 외쳤다. 장난이기도 했지만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겠다는,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방송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힘을 모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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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서울 마을미디어 축제 시상식 대상 수상팀들. 동작공동체라디오(좌), 성북마을방송 와보숑(우)
아 참, 렛잇비 무대는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연습을 했건만, 역시 귀여운 연기가 어려웠던 건지 내가 결국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너그러운 웃음을 지어주었다. 무대에서 내려와서 속상해하는데, 뭘 실수했는지 모르겠다며 넉살 좋게 격려해주는 팀원들 덕에 마음을 좀 놓을 수 있었다. 100%의 무대는 우리들끼리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시상식이 열렸던 극장에서 나와 구로FM DJ분들께 축하를 드리고(구로FM은 컨텐츠 부문과 인물 부문에서 하나씩을 수상했다) 주먹밥을 먹는데 그제서야 축제가 좀 끝난 느낌이 들었다. 한결 깊은 추억으로 남을 축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저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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