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마을미디어 콘텐츠 총결산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4년 마을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며 허둥댔던 4월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고 2015년이 한움큼 지나가버렸네요. 수년간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마을미디어가 탄생하고, 성장하고, 연결되어 왔는데요. 그런 만큼 라디오, 영상, 신문, 잡지 등 수많은 콘텐츠들도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동네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나오다보니, 하나 하나 뜯어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2014 마을미디어 콘텐츠 총결산!"
말 그대로 2014년 말까지 배출된 마을미디어 콘텐츠를 모으고 정리해서 분석해봤다는 말씀^^ 마을라디오들은 한 달에 몇 편이나 만들고 있는지, 주로 어떤 주제로 방송을 하는지, 그에 비해 영상이나 신문, 잡지는 어떤 콘텐츠를 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글만 봐도 마을미디어의 다양한 콘텐츠 흐름이 슥~ 잡힐 거예요.
물론 마을미디어는 늘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생기고 없어지는 방송들, 콘텐츠들이 많아서, 실시간 현황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 글에서는 마을미디어 콘텐츠들이 어떤 경향을 보이는지에 주목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1. 얼마나 많을까?
2014년 12월 기준 서울에는 총 22개 매체를 통해 1400여개 콘텐츠가 만들어져 있어요. 그 중 라디오가 약 1000회, 영상이 100여 편, 신문과 잡지가 합쳐서 290호 이상 만들어졌답니다. 제작 빈도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차이가 편차가 크기는 하지만, 대략 라디오는 프로그램마다 월평균 1~2회, 영상과 신문/잡지는 월 1~2회부터 연 1~2회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요.
2. 방송(라디오/영상) 콘텐츠 유형 분석
라디오와 영상을 이용한 방송 콘텐츠는 위와 같이 다루는 내용을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겠는데요,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소식 : 우리 동네 소소한 소식들을 직접 알리는 방송
- 교양정보 : 역사, 교육, 여행, 육아,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정보를 우리 마을에 맞춤 제공하는 방송
- 시사토크 :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던 시사 이야기를 동네 사람과 함께 친근하게 풀어내는 방송
- 인터뷰 : 우리 동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터뷰 위주의 방송
- 문화예술 : 책, 음악, 방송, 영화, 스포츠 등 문화예술 분야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
- 커뮤니티 : 마을 안에서도 특정한 계층(청년, 모녀, 생활협동조합, 장애인 등)이 주체가 되는 방송
물론 어떤 방송은 지역소식을 전하는 코너와 인터뷰 코너가 합쳐져 있기도 하고, 시사토크를 하되 대학생 청년들이 모여서 하는 등 분류가 명확하지는 않고 섞여있거나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가장 주요한 특징을 중심으로 분류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 이제 각 카테고리별로 어떤 방송들이 있는지, 그 방송의 특징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1) 지역소식
먼저 우리마을 소식을 주민이 직접 전하는 '지역소식'입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콘텐츠들 중에는 <송덕호의 마포속으로>, <톡톡 도마토리>, <우리동네 이야기 우동우동>, <관악라디오가좋다>, <라디오로맨스>, <동작사랑방 수다만만세>, <중랑이래요> 등이 있습니다. 그럼 이 중에서 딱 두 개만 자세히 뜯어볼게요!
<동작사랑방 수다만만세> (동작공동체라디오, 라디오 팟캐스트)
동작사랑방 수다만만세는 2013년 1월 16일 첫 방송 이후 이년동안 매주 수요일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미숙, 김영림 두 DJ가 동작구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왁자지껄한 수다로 풀어주고 계세요. 85회까지 방송되는 동안 110여명의 게스트를 초대(2014년 12월초 기준)해서 동작구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온 방송입니다.
<성북마을뉴스>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영상뉴스)
(P9)
성북마을뉴스는 "모든 주민이 앵커다"를 모토로 2013년 4월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한 번씩 카메라를 들고 성북구의 이슈를 쫒아 주민들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2014년 말까지 40여 편이 제작되었는데, 매회 다른 주민이 앵커가 되어 지역 소식을 전하니 정말 생생하더라고요.
2) 교양정보
이번에는 교양정보를 다루는 컨텐츠를 살펴볼까요? 각종 역사적 사건을 동작구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심운 훈장님의 <라디오서당>, 세계여행이야기 <월드와이드 마마톡>을 비롯해, 금융복지정보를 알려주는 <돈이 궁금해>, <구반장의 육아톡톡>, 생활의학 정보를 다루는 <우리주치의 공동배>등이 있습니다.
이중에서는 동네 훈장님의 천자문 교육프로그램, <라디오서당>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라디오서당> (구로공동체라디오, 라디오 팟캐스트)
마을미디어 최초의 교육방송, <라디오서당>은 2013년 11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격주 제작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심운' 훈장님께서 사자소학 이야기를 해주시던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는 고사성어와 천자문을 통해 생활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으로 알차게 채워져 왔는데요, 아쉽게도 지금은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3) 시사토크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마을들 각각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사토크 컨텐츠를 살펴보겠습니다. <웅담패설>, <이상한 나라의 늬우스>, <동키의 이슈톡톡>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여기서는 강북공동체라디오(강북FM)의 '웅담패설'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웅담패설> (강북구공동체라디오, 라디오 팟캐스트)
<웅담패설>은 북한산에 사는 세 DJ, 반달곰 김일웅, 비단곰 장수연, 물곰 이현정이 사회적 이슈를 들어보고 짚어보는 방송입니다. 2014년 6월 11일 첫 방송을 시작했고, 세 곰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모양이에요~ 간혹 새로운 곰DJ를 모집할 때가 있다고 하니 강북구 분들 호시탐탐 자리를 노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
4) 인터뷰
다음은 인터뷰 콘텐츠 소개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으로, 마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으로는 <은평의 사회적기업가에게 듣는다>와 <신정숙이 만난 사람>, <반달곰이 만난 사람>, 또 <산증인 프로젝트>, <진지걸의 사람책>, <수요일의 만남> 등도 있습니다. 그럼, 창신동라디오방송국 덤에서 방송 중인 <산증인 프로젝트>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볼까요?
<산증인 프로젝트> (창신동라디오방송국 덤, 라디오 팟캐스트)
<산증인 프로젝트>는 마을사람들끼리 서로의 삶의 산증인이 되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마을 청소년들에게 사운드 기술교육도 해주고, 노래나 연주를 통해 주민들의 삶을 음반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랍니다. 지난 11월 30일에는 주민과 수료생들이 모여 음악회도 열었답니다.
5) 문화예술
이번에 살펴볼 분야는 문화예술 관련 컨텐츠로, 가장 많이 제작되는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책 읽는 라디오 독감>, <동네청년의 책수다>, <책 읽어주는 여자> 등 책을 주제로 한 방송이 있고, 음악 관련 방송으로는 <선우아빠의 After Hours>, <노량진 봉숙씨의 메탈헤븐>, <풍류락의 음악 it 수다>와 <이즘의 중품격 음악방송 딴따라(딴데서 따라하는 라디오)> 등이 있습니다. 영화 관련해서는 <영화 들려주는 여자>, <좋은 미교의 TV & MOVIE>, <친절한 영화씨>가 있고, 기타 주제로는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나종이의 Heartist>, 스포츠 수다 <K리그 퐈이야> 등이 있습니다. 은평라디오의 <책 읽어주는 여자>는 어떤 방송일까요?
<책 읽어주는 여자> (은평 라디오, 라디오 팟캐스트)
2013년 10월 16일 첫 방송을 한 <책 읽어주는 여자>는 김미영 DJ가 책을 통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차분한 목소리가 방송내용들과 잘 어울리네요~
6) 커뮤니티
마을의 청년이나 중년 등 연령대, 모녀관계, 혹은 생활협동조합 커뮤니티, 파킨슨병 환자나 장애인 등 특정 계층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들을 커뮤니티 콘텐츠로 엮어봤습니다.
대학생 방송 <훈남들의 수다놀이터 훈수터>, 모녀방송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 파킨슨병 환자모임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파킨슨사랑방>, 중년 여성들의 방송 <행복한 라디오>와 <와글와글 속닥속닥 아줌마 수다방>, 그 외에도 <구로아이쿱 생협방송 윤소맘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용산공동체라디오의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을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 (용산공동체라디오, 라디오 팟캐스트)
작년 1월 25일부터 용산FM에서 매주 토요일 방송하는 <엄마와 딸의 동상이몽>입니다. 엄마와 딸 두 쌍이 매주 한 가지 주제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방송이에요. 지금까지 55회 이상 방송됐고, 가끔 어머님들이 딸을 혼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마이크 앞에서 서로 동등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볼 땐 이런 게 방송의 힘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3. 신문/잡지 콘텐츠 유형
마을미디어 콘텐츠 중에는 영상이나 라디오만 있진 않죠. 신문과 잡지도 많은 콘텐츠를 볼게요. 신문이나 잡지는 라디오, 영상에서는 프로그램별로 나뉘었던 지역소식, 교양정보, 시사토크, 인터뷰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호에 여러 가지 기사가 함께 실리기 때문이죠.
2014년 한 해 동안 한개 호 이상 발행된 마을신문과 잡지들입니다. 신문은 <은평시민신문>, <금천IN>, <도봉N> 등이 있고, 잡지는 <월간 이리>, <4인분 말고 1인분>,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신문 하나, 잡지 하나씩 골라 자세히 살펴볼게요.
신문 : <은평시민신문>
은평시민신문은 2014년 12월로 10주년을 맞이한 유서깊은 마을신문입니다. 2004년에 인터넷 신문으로 출발해서 2009년부터 종이신문을 내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거의 100호 가까이 발행 중입니다. 내용은 그야말로 종합지인데요, 은평구의 행정, 시민사회, 사람, 행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잡지 : <4인분 말고 1인분>
마지막으로 <4인분 말고 1인분>, 마을잡지입니다. '우리 동네 비혼 언니들을 위한 매거진'이라는 타이틀로 은평구 역촌, 응암동 비혼여성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만들어진 잡지인데요, 1인가구를 위한 먹거리, 놀거리 등 동네살이 정보를 담고 있네요. 단 1호만 발행됐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네요. 내용과 취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집 툴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적어서 엮어냈다는 부분도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마을미디어 콘텐츠를 두루 살펴봤습니다. 마을미디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정말 많은 콘텐츠들이 만들어졌네요.
마을미디어 활동하시는 분 중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분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워서 시작했는데, 그렇게 '나'를 찾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더니, 결국 동네 이야기를 같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마냥 즐거운 단체도 있고, 같이 사는 공간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있는 단체도 있을 거예요. 어느 게 옳거나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분들은 늘 고민하고 계시겠지요,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다른 곳은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
이 글에서 다룬 콘텐츠들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짧은 몇 마디 소개로는 통통튀는 각각의 콘텐츠를 충분히 소개하기에 부족하겠지요. 하지만 마을미디어 하시는 분들도, 우리 동네를 다룬 콘텐츠에 관심이 있었던 분들도 다른 동네, 다른 사람들의 콘텐츠도 살펴보면서 풍부한 마을미디어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머지않아 공중파 방송 부럽지 않은, 오히려 더 다양하고 내 이야기를 잘 눌러담은 마을미디어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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