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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2월_이슈] 오래 가기 위해서, 올해 웃기 위해서

by 공동체미디어 2015. 2. 10.


오래 가기 위해서, 올해 웃기 위해서

-이른바 ‘아이블러그 사태’를 통해서 본 플랫폼과 기술생태계 구축의 필요성


양승렬 (동작FM)


 마을미디어와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왔던 지난 연말과 연초의 끔찍한 악몽이 하나 있다. 언제나 영원할 것 같았던 존재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준비 없는 이별! 이 모든 과정을 목도하면서도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어떤 마땅한 방안을 강구할 수도 없었던 무기력함! 그렇다. 이른바 ‘아이블러그 사태’라는 멘붕을 겪으며 필자가 느꼈던 심정이다. 조금 오버한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와 비슷했으리라 본다. 사라진다는 공포와 회복 불가능이라는 재앙으로 다가왔던 ‘아이블러그 사태’는 많은 마을라디오와 팟캐스트에서 콘텐츠 업로드와 팟캐스트 호스팅 서버로 사용하고 있던 사설 서버업체 아이블러그(www.iblug.com)의 급작스런 서비스 종료를 가리킨다. 다행히 겨우겨우 조금씩 복구는 되고 있지만 그 여파는 아직도 크게 남아있다. 아이블러그는 서비스 종료와 함께 자사 서버에 있는 모든 콘텐츠들이 얼마 후 삭제되므로 더 이상 이용불가하다고 밝히며 그 원인으로 수익구조 창출의 한계를 들었다. 즉 더 이상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설업체가 경영난 등의 이유로 회사 문들을 닫는 경우는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에 딱히 별 감흥은 없다지만 이게 우리의 유일한 무료 서버였고 많은 수의 마을미디어, 팟캐스트들이 이곳에 상당한 양의 콘텐츠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파장이 컸다. 


 이 사태를 맞으며 다른 일반 팟캐스트들은 몰라도 마을미디어의 경우에는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미디어를 통해서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시민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미디어의 공공성을 확장해 가는 마을미디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이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서버와 플랫폼을 시장에서 제공하는 사적인 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와 땀까지는 아니어도 노력과 정성을 다해 제작했던 수많은 마을미디어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서 증발해 버린 이후 마을미디어는 올스톱(All Stop) 상태로 속수무책 거의 한 달여의 시간을 보냈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처럼 달콤하게 속삭이던 아이블러그가 우리들의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진 후 그것이 쉽사리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대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기술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어쨌든 아이블러그는 우리 곁을 떠났고 이제 우리는 ‘포스트 아이블러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그 동안 아이블러그 외에도 포딕스(podics.com) 등의 몇몇 무료 서버업체가 있었지만 이들의 운명은 비슷하게 귀결됐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을미디어에서 얻은 교훈은 자체 서버와 플랫폼의 필요성 그리고 우리 내부의 기술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전체적인 고민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것이 공공의 영역에서 개발되고 지원되어야하며 기술적으로 접근성과 호환성이 뛰어나야 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작년 가을 무렵부터 서울시 뉴미디어과에서 운영하는 라이브서울(tv.seoul.go.kr)과 마을미디어네트워크가 함께 마을미디어 각 현장을 찾아다니며 그 마을과 마을방송국을 소개하는 공동기획 콘텐츠 ‘우리 동네 왜 왔니’라는 프로그램이 제작 중에 있다. 마을미디어네트워크에서 내용을 만들고 라이브서울에서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미디어의 서버문제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라이브서울 서버에 마을미디어 각각의 채널을 만들고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라이브서울 자체가 처음부터 마을미디어에 특화된 것이 아니고 기존의 아이블러그나 팟빵에서 구현되는 팟캐스팅 기술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부족함이 많았다. 하지만 라이브서울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를 채울 수 있어서 좋은 점이 있고 마을미디어에서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안정적인 서버를 사용할 수 있어서 서로 좋은 점이 있다. 아이블러그 서비스 종료 후 지금은 라이브서울에 마을미디어 각각의 채널이 생성되어 있고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기존처럼 팟캐스팅 서비스가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하나하나 직접 수동으로 XML값을 입력해야 하는 큰 불편함이 있고 라이브서울 페이지 자체도 스트리밍 호환성이 떨어져서 인터넷 브라우저마다 다른 플레이어 설치를 요구한다(크롬에서는 QuickTime Player를 설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라이브서울의 담당부서인 서울시 뉴미디어과에 여러 차례 수정요청과 제안사항을 전달했지만 좀처럼 빠르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울시의 답변은 다가오는 3~4월 중으로 라이브서울의 팟캐스팅 시스템(XML 자동화 등)을 리뉴얼하겠다고 한 상태다. 하지만 팟캐스팅 시스템이 개선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라이브서울이 가지고 있는 성격상 마을미디어에 특화된 플랫폼을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다. 따라서 마을미디어에 의한, 마을미디어를 위한, 마을미디어의 안정적인 서버와 쉽고 편리한 플랫폼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기본적인 토대는 서울시 라이브서울 서버를 이용하고 미완의 ‘서울마을방송’ 애플리케이션에 최근 팟캐스트 통합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팟빵(podbbang.com)의 기능적 장점들을 이식하여 마을미디어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참고로 최근 이용자가 몰리고 있는 유료 서버업체 한 곳을 보면 월 1GB의 저장용량에 약 5만원 가량의 이용료를 책정하고 있다(백업 비용 포함). 서버의 지속가능성과 비영리 공익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마을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서울시 서버를 별도의 비용 없이 이용하면서 마을미디어를 위한 팟캐스팅 시스템(XML 자동생성, 과거 데이터 업로드시 순서 문제해결, 통계 확인, 다운로드 가능 등)을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올해로 만 3년에 접어든 마을미디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콘텐츠 유통의 확장성을 고민하면서 자체 플랫폼의 기획, 운영에 대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참여자와 제작편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들이 수용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고 활용될 것인지에 대해서 진일보된 기획이 수립돼야 한다. 이처럼 올해 마을미디어네트워크와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는 중점적으로 플랫폼 연구와 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육성을 함께 고민해 나가며 마을미디어가 오래 가기 위한, 그리고 올해 한 단계 도약의 성과를 내기 위한 서버, 플랫폼, 기술에 대한 의제설정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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