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을, 도시를 잇는 끈 “마을미디어”

    ㅡ'월간 이리' 리뷰

    안보영

     

     

     

     

     월간이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경복궁 옆 통인동의 ‘가가린’이라는 자그마한 책방의 무가지 코너에서였습니다. 분량도 두툼했고 촌스러운 듯 멋있는 표지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더군다나 무가지라니, 뭐 별거 있겠나, 광고가 삼분에 일은 차지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펼쳐보니 내용이 에이포지 30쪽 내외 분량으로 꽉 차 있어 이런 책을 왜 공짜로 배포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월간이리에는 음악, 영화, 건축, 사진, 미술 등 예술의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었습니다. 책을 순식간에 다 읽고 덮었을 때에는 가슴속에 뭔가 따뜻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기고자들의 친절함과 편집자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였나 봅니다. 이 잡지가 마포구 상수동에 이리까페 라는 커피숍에서 발행하는 무가지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이리카페를 자주 들르게 되어 이제는 단골커피숍이 되었습니다. 그곳에 가면 월간이리 만큼이나 따뜻하고 정감 있는 무언가가 있는 듯합니다.

     

     월간이리는 이리카페서 발행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의 후원을 받아  제작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무가지인데다 광고를 싣지 않아 독자들이 보기에는 편하지만 제작의 부담이 있을 듯합니다.  2011년 1월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달 꼬박꼬박 월초가 되면 하얀 배경에 거친 검은 묵의 그림이 그려진 잡지가 이리까페에 진열됩니다. 평소 휴대기기들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작은 화면만 들여다봤었는데 커피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아 에이포로 된 네모반듯한 이 까슬한 종이들을 넘기고 있으면 세상이 다 고요해 집니다. 

     

     잡지에 기고되는 글은 종류가 꽤 다양 할 뿐더러 참신합니다. 연재되고 있는 글 중 제일 기다려지는 것은 ‘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어젯밤에 어디서 잤을까?) 라는 사진작가의 연재입니다. 방랑벽이 있는 작가는 상수동 인근에 집이 있음에도 지인들 집을 전전하다 그마저도 내놓고, 적도 부근 이름 모를 섬의 해안가 야자수에 매달은 해먹이나 태평양의 배 위에서 자고 일어 난 잠자리의 사진 같은 것들을 찍어 일기 형식으로 월간이리에 오랫동안 연재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방랑벽을 자랑하며 세계 일주를 하고 있는 작가의 글과 사진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달까요. 그 외에도 동물들의 뼈를 그리는 작가의 그림과 홍대 근처 술집 사장님의 일상을 엿 볼 수 있습니다. 이 잡지 안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또 직업, 성, 나이에 대한 편견 없이 들려줍니다. 그래서 읽고 나면 따뜻함이 오래가는 듯싶습니다.

     

      월간이리는 간행물을 마포구, 서울시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 지방 곳곳에 배포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마포구 아닌 곳에서 월간이리를 처음 발견했고 상수동의 이 조그만 까페에까지 이끌리게 되었습니다. 이리까페에서는 잡지뿐 아니라 ‘이리오너라’ 라는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11월 6회차에 접어든 따끈따끈한 이 신상 방송은 홍대 인근에서 음악을 하고, 미술을 하고, 탁구를 치는,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아무래도 경험이 없어서인지 두서없고 정신없는 방송이다 싶었는데 회를 거듭 할수록 자리를 잡아 제법 프로 느낌이 납니다.

     

     

     

      팟캐스트 ’이리오너라’ 또한 상업적인 용도로 제작한 방송이 아니다 보니 광고도 들어 있지 않고 오히려 코너 사이사이에 갓 데뷔하거나 작업 중에 있는 신선한 인디가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총 두 시간짜리의 방송으로 팟캐스트 방송 치고 꽤 긴 듯도 하지만 그 안에 네다섯 가지의 코너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쉴 틈이 없습니다. 코너의 첫 꼭지에는 보통 이리까페에서 공연 한 것을 녹음하여 싣게 되는데 관객들의 반응와 라이브 연주와 공연을 들을 수 있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공연의 수준 또한 높아 몇 번이고 반복 청취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5회 방송에는 판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젊은 소리꾼들이 이리까페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고 녹음 한 것을 방송 하였는데 국악공연을 많이 접하기 어려운 요즘 신선하고 소중한 방송이었습니다.

     

      종로구 경복궁 근처에 살고 있어 시청도서관을 이따금 들러 시민청에서 ‘마을미디어’라는 글씨를 자주 보았지만 제가 즐겨보고 듣던 잡지와 팟캐스트가 그 범주 일거라고는, 또 이렇게 가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개의 미디어를 통해 마을미디어의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후원도 늘어나 제작의 부담으로 사라지지 않고 사람 간에, 체제 간에, 세대 간에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잡지 혹은 방송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미디어는 사람 사이를 잇고 마을을 잇고 도시를 잇는 끈인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를 애정을 갖고 둘러보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고 덧붙이다 보면 ‘월간이리’에서 느꼈던 따스한 온기가 전달되는 마을이 되겠지요. 제가 살고 있는 효자동 쪽에는 어떤 마을 미디어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이야기 나누어 보아야겠습니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