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어떻게 하건, "중랑이래요"

    -중랑구 마을미디어뻔 매체 리뷰


    이현숙 (마을미디어뻔)


    ‘사람 냄새’가 나는 중랑


     중랑구에는 ‘면목역’이 있다. 신내동 아파트 단지와 묵동, 혹은 중화동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7호선이 지나가는 길. 몇 십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조금은 낡고 후미지고 좁은 도로 ‘면목로’가 지나가는 곳에. 나름 분수대와 조각품이 어우러진 광장도 있다. 수시로 종교 단체에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도 하고, 각종 복지 단체에서 나눔 마당이나 바자회도 열고, 올해 4월과 5월에는 촛불도 매일 밝혀져 있던 곳이다. 

     나는 면목역 광장에서 중랑의 사람들을 본다. 지하철에서 막 올라온 할머니는 길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노점에서는 맛있게 달궈진 꼬치구이 냄새도 난다. 자전거가 너무 많아 2중 주차까지 할 정도로 빼곡하고, 광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는 이번에 선물 받은 무선조종 자동차를 따라 신나게 뛰어 다닌다. 나무 주위로 둥그렇게 만들어진 벤치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 낡은 옷을 걸치고 앉아 조는 건지 자는 건지 지친 몸을 쉬고 있는 부랑자들. 면목역에는 중랑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고단한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소가 있다. 아직은 ‘희망’이라고 부르기엔 희미하지만 그래도 욕심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마에 핀 주름살처럼 오래된 동네 이야기가 넘쳐 난다. 


     내가 아주 오랜만에 고향 면목동에 이사 왔을 때, 동네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사는 공간에서, 허용된 시간의 범위 안에서 더 나은 마을을 만들어보려고 꿈틀대고 있었다. 단체들은 어떤 때는 오전에 모여 강좌를 꾸려 나가고, 밤에 모여 토론회도 하고, 문화 생활도 누리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환경, 여성, 보건, 복지 등 마을의 여러 문제를 하나씩 들춰보면서 대안도 찾아보고.. 아무튼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꿈틀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중랑의 마을활동은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눈에 띄는 유명 인사가 없어서일까? 이름난 마을 단체가 없어서일까? 역시 그 어떤 활동이든 사람이 없어서 문제인 것일까? 


    사람의 문제는 사람으로 푼다


     사람이 없는 것은 [마을미디어뻔]도 마찬가지였다. ‘좋은미교의 TV&Movie’, ‘세 남자 쌩쑈 중구난방’, ‘행복한 라디오’와 더불어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만한 무언가가 늘 아쉬웠지만, 사람이 없으니 새로운 시도를 못했던 것이다. 관 중심의 소식지 말고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활 정보를 담아내고 싶다는 게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막 들 무렵이었다. 때마침 두 가지 좋은 기회가 생겼다. 첫째는 중랑에서 마을 활동이 활발해 진 것이다. 월 1회 회의를 통해 각 단체의 활동을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정도에서만 그쳤던 마을네트워크가 점차 활발해지고 각 단체들의 연대도 끈끈해졌다. 또 하나는 [마을미디어뻔]에서 하는 라디오 교육의 초점이 ‘마을 뉴스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기르는 것’에 맞춰졌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이 생기고, 자라나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라디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어도, 막상 방송을 제작하려면 담아낼 내용 고민으로 부담도 되고 답답하기도 해, 중랑구 마을 소식 방송을 만들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너무도 막연했다. 그래도 ‘사람’이 있으니 해결책이 나왔다. 교육에 참여한 한 여학생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낸다. 또 어르신이 한 마디 거든다. 





    복작복작 마을미디어뻔 성장기


     [중랑이래요]는 그렇게 탄생했다. 원래는 중랑소식, 중랑뉴스 등 식상한 이름을 놓고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까 고민했던 건데 그 여학생의 “[우리마을 이래요]로 하는 것은 어때요?” 한마디에, 어렵던 문제가 갑자기 한번에 풀리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마을 방송의 색깔이 눈에 막 그려졌다. 다른 마을뉴스에 주눅들지 말자, 우리 마을은 이렇다고 당당하게 말하자. [이래요]라는 이름으로는 중랑은 이래요, 하고 소개도 하고, 중랑에서 이런 저런 ‘일해요’라는 중의적 의미까지 담을 수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한 초등학생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CM도 만들었다. 중랑구 마을 소식(앞으로의 행사 소개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정보)과 서울시 소식, 그리고 두 가지 깊이 있는 코너가 만들어졌다. 직접 찾아가 취재하여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들려주는 “뻔뻔하게 가 봤습니다”와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깊이 있게 토론하는 “심층취재 - 갈 때까지 가 보자”가 그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녹음한 취재 음성을 어디까지 방송할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리고 가볍게 소개하는 코너와 더불어 거의 녹화중계 수준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탄생한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유유자적]은 그렇게 중랑 소식의 또 하나의 축으로 제작되고 있다. 


     [중랑이래요]는 첫 인터뷰 실습으로 ‘생각나무BB센터’가 주최하는 다문화축제에 취재를 나갔다. 녹음기 사용도 어설프고, 특히 처음 해보는 인터뷰인지라 무얼 질문하고 어디까지 대답을 들어야 할 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질문도 대답도 어설프기 그지 없었다. 물론 처음 녹음기를 인터뷰 대상자에게 들이대기 직전까지의 쑥스럽고 부끄러운 느낌도 참 민망했고. 하지만 그 첫발이 지금의 [중랑이래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을네트워크는 이제 매일 올라오는 소식으로 바쁘다. 각 단체들이 가을을 맞아 행사를 열심히 하고 있고 [마을미디어뻔]의 취재를 기다리고 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마을미디어뻔]은 찾아가 인터뷰 하고 편집하느라 밤낮없이 바쁘고, 다행인 것은 이런 활동 속에 우리도, 마을 사람들도 더 열심히 하는 동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제 겨울이 되면 야외 활동은 줄어들겠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아직도 찾아가야 할 곳이 많고, 아직도 알지 못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으며 무엇보다 중랑에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용감하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이게 바로 중랑의 삶이에요. 우리 중랑은 이래요” 하고 말하고 싶은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