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 삶터를 동시에 바꾸는 노동자협동조합의 도전

    - 다큐 <워커즈> 리뷰


    송주민(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



     다큐 <워커즈>는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비슷할까. 커다란 절구를 놓고 떡메치기를 하는 전통 행사 풍경. 등장인물들의 외모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구분을 짓기 힘들다. 보이는 모습 이면에 드리운 속사정도 우리의 이야기 같다. ‘과로사’로 상징되는 피로사회, 소외된 노동, 돈의 노예가 된 팍팍한 일상, 재개발로 붕괴되는 지역사회 관계……. 사실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로 직면한 보편적인 풍경이기도 할 것이다.


     <워커즈>는 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 일본의 노동자협동조합 ‘워커즈 코프’의 사례를 보여준다. 워커즈 코프는 너, 나, 우리 자신이 주인공인 주체성 있는 노동과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기여를 내걸고 대도시 한복판에서 일터와 삶터를 동시에 일구고 있다. 일본의 수도이자 현대사회의 모순이 집약적으로 표출되는 공간인 도쿄(스미다구)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활동은, 요 몇 년 사이 마을공동체 활동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쩍 는 서울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워커즈>는 그들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다큐다. 스펙터클한 극장보다는 텔레비전 ‘인간극장’ 프로그램에서 봤음직한 담백한 영상과 어찌 보면 ‘공익광고’스러운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나레이션은(일본 사람들 특유의 상냥한 목소리) 양념과 기교를 치지 않은 채 우리를 도쿄의 한 마을로 이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 아이들의 일상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 더해 주민이자 워커즈 코프의 구성원인 아동관 직원, 부모커뮤니티 활동가, 요양보호사들의 모습, 즉 일터와 삶터가 조화로이 어우러진 그들의 활동이 소탈하지만 묵직하게 담겼다. 외침과 구호와 웅장함은 없지만, 평범한 일상의 몸짓이, 주민들과 함께 떡메치기 대회를 준비하며 물건을 나르는 ‘지금 여기’의 현장이 변화의 출발이라고, 그러니 함께하지 않겠냐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워커즈 코프 직원들이 주민들을 ‘클라이언트’(대상자)로 여기지 않듯, <워커즈>도 관객들에게 목에 힘이 들어간 메시지로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말미에 나오는 아유미 케어 서비스(개호보호, 우리나라의 경우 요양보호) 사무실 노동자들의 활동이다. 그들은 ‘모두가 출자하여 스스로 경영하고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 뿌리를 박고 밀접한 이웃관계망 속에서 개호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주민들과 개호노동자들은 “돈으로만 할 수 없는 것이 복지”이고, “서민들은 정말 혼자 힘으로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돌봄 서비스의 일방적인 제공을 넘어, 돌봄이 이루어지는 순환적인 마을 관계망까지도 돌본다. 



     전통적인 가족 돌봄이 붕괴된 현대사회에서 서구적인 복지시스템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들을 케어하는 게 개호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다. 워커즈 코프는 여기에 동양적인 이웃과 인심, 가족 문화를 더했다. “보통 정해진 시간이 되면 끝나고 가는 게 개호보호 서비스죠. 아유미는 그것과는 다른 관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들과)함께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관계망은커녕 ‘출혈경쟁’으로 완전히 시장에 내맡겨진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도 참고 해볼 만한 대목이다. 나아가 철저한 ‘뿌리 전략’을 택한 그들의 활동은, 생존과 성장을 위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통념을 넘어,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마을미디어 본연의 자세를 다시 새기게끔 한다.


     평이한 TV 다큐, 혹은 단정한 교육용 다큐 같은 영상, 이 흐름은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엔딩 크레딧과 음악도 같은 리듬으로 단출하게 울려 퍼진다. 그저 소파에 누워서 보는 홈비디오를 본 것 마냥 부담이 없다. 그럼에도, 잔잔한 울림이 가슴에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마지막 일성이 가슴 한쪽에 뭉근하게 담겼다. 일터와 삶터를 동시에 바꾸는 도전, 협동조합을 준비 중인 마을미디어 식구들과 함께 새기고 싶다.


     “무연사회, 고독사라는 말이 당연하게 쓰이게 된 지금,

     워커즈 코프는 생명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손을 잡고 나아갈 것입니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