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라디오, 목소리로 나누는 마을살이

    - 동네스튜디오 리뷰

     

    권혁신

    (자문 김경미)

     




      이 글의 필자가 은평라디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9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은평구 동네 청년들의 독서 모임인 ‘동네책장’에서 은평구에 거주하는 저자를 초청해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고 궁금했던 것을 묻는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나눈 대화를 녹음하고 편집하여 동네 스튜디오의 김경미 PD가 ‘동네 청년들의 책수다’라는 제목으로 은평라디오에 방송프로그램으로 올렸다.

      1회 녹음 장소에 갔다가 얼떨결에 녹음에 함께한 필자는 그 이후로 ‘동네 청년의 책수다’ 3회 방송까지 참여하게 됐다. 녹음분이 날아가는 바람에 재녹음하는 해프닝까지 겪으면서 어렵사리 진행된 동네 청년의 책수다는 3회를 끝으로 잠정 휴업에 들어갔고, 필자의 은평라디오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올해 열리는 ‘은평, 미디오로 날다’라는 미디어 교육에 팟캐스트 라디오 제작도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나도 한번 라디오 방송을 배워서 팟캐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덜컥 수강신청을 하면서 이 기사를 쓰게 됐다. 

     
    은평구의 특색이 살아 있는 컨텐츠

     

      은평라디오는 2013년 6월 4일 첫 시범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총 5회의 시범방송을 거쳐 9월 23일부터 정식방송을 시작했다. ‘동네스튜디오’에서 제작해 매 달 한 회씩 업데이트되는 정식방송의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프로그램은, 한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는 ‘책 읽어주는 여자’이다. 5회의 시범방송 동안 진행을 맡아온 김미영 씨가 지금까지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 그 다음에 시작한 프로그램은 ‘영화 읽어주는 여자’로, 장보성 작가가 한 편의 영화와 그 영화의 OST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6회까지 진행된 ‘와글와글속닥속닥아줌마수다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은평구에 사는 주부들의 솔직한 속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프로그램인데, 지난 6회에서는 은평 방송 제작자들이 개국 1주년 특별 대담을 가졌다. 이 글의 서두에 소개한 ‘동네청년들의 책수다’는 작년에 세 권의 저자들과 만났고, 올해에는 ‘18세상’,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의 저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지역의 방송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대비되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바로 시민동과 사회적 경제 구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은평구의 특색을 보여주는 ‘은평 마을 활동가에게 듣는다’와 ‘은평 사회적 기업가에게 듣는다’이다. 은평구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 비해 시민사회와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구로 손꼽히는데,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그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은평구의 마을 활동가나 사회적 기업의 대표를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활력이 용솟음치는 은평구 시민사회의 웅비를 기대하게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동네스튜디오’의 라디오프로그램이 토크쇼나 대담에서 두드러진다면, ‘거북이라디오’팀에서 만들고 있는 ‘전설 따라 삼천리’라는 프로그램은 흥미로운 기획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2013년 8월 은평구의 지역 신문인 은평시민신문에서 서울시 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3기 거북이라디오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다. 마을의 오래된 전설과 그 유래에 대해 소개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아직도 몇몇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라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되었고, 거북이라디오 프로그램을 수료한 10명이 넘는 지역 주민의 참여로 3월 18일 ‘서오릉 장희빈 이야기’와 ‘신사동 고태골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마을미디어로서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은평라디오의 한계와 가능성

     

      은평은 다양한 마을미디어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역인 만큼, 동네스튜디오가 나름의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나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중심의 방송이다 보니 청취자가 제한되어 있고, 다루는 내용이나 방송에 참여하는 이들의 숫자와 계층에도 한계가 있다. 오랜 역사 위에 자체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마포 FM이나 자체 스튜디오와 상근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동작 FM과는 달리, 은평라디오는 은평구청의 인터넷방송 스튜디오에서 제작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채 개별적인 역량들을 중심으로 근근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구조는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참여자와 청취자를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월 26일부터 시작된 마을 미디어 교육은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막무가내, 라디오로 놀아보기’, ‘우리마을 기획PD, 미디어 실타래를 엮어봅시다’, ‘듣는 라디오를 나누는 라디오로 함께 만들기’의 세 가지 프로그램에서는 라디오 방송에 관심 있는 은평구민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라디오 방송을 기획, 진행, 제작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은평구 주민들이 은평라디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듯하다. 교육에 참여하는 은평구민들이 다양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한 방송을 제작한다면 은평라디오의 컨텐츠와 청취자는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물론 이 교육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홍보와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보다 은평구민들과 함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 내 다양한 청소년 여가 시설과 시니어 교육 기관을 활용한다면 취약 계층인 청소년과 노년층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은평라디오만의 독자적인 녹음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라 하니 보다 활발한 방송 제작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제 고작 개국 1주년을 넘긴 은평라디오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일 것이지만, 1년간의 활동을 통해 한계와 가능성을 뚜렷이 드러낸 만큼,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키워서 앞으로 더욱 왁자지껄한 은평라디오로 성장해 은평구민의 사랑을 듬뿍 받길 바란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