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발걸음

    - <공동체 라디오(2014, 최성은)> 리뷰



    동작FM 공민우



      공동체 라디오 활동을 시작한지 3달이 넘었다. 첫날부터 바로 녹음에 들어갔으니, 철저하게 실전과 부딪히면서 공동체 라디오를 배운 셈이다. 그 와중에 동작FM과 구로FM, 미디액트에서 공동으로 펴낸 <마을라디오교육 입문 교재 레벨1>은 큰 도움이 되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사업에 대한 소개부터, 관련자 인터뷰, 대본 쓰기, 녹음장비 조작법 등등, 즉각적인 활동을 위한 기초 지식들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은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작 3달 밖에 안 됐는데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한 <마을미디어교육 교재 레벨2>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쉽게도 레벨2 교재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책을 검색해보니 딱 한 권의 책이 나왔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시급하다!) 그 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게 된 <공동체 라디오_ 최성은 저> 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든 생각은 얇아서 부담이 없겠는 걸?’이었다. 문장도 명료해서 읽기가 수월했다.

    저자는 먼저 공동체 라디오의 개념을 표지, 머리말, 1장 도입부, 1장 본문, 이렇게 4번에 걸쳐서 설명한다. 약간 강박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이긴 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공동체 라디오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건 유익한 경험이었다. 정확하게 조율 된 악기도 시간이 흐르면 음계가 틀어지지 않던가? 공동체 라디오 활동도 비슷하다. 활동을 하다보면 소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본질을 잊기 쉽다. 그럴 때 <공동체 라디오>가 훌륭한 조율기 역할을 해줄 거라 생각한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시야를 확장시켜준다는 점도 이 책이 지닌 미덕중 하나다. 현재의 상황에 익숙해지다 보면, 주어진 프레임을 마치 원래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공동체 라디오>는 종적으로는 역사적 시각을, 횡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프레임 너머의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필자는 공동체 라디오의 역사가 1940년대 남미서부터 시작됐을 줄은 미처 몰랐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 미디어 활성화 사업으로 최근에야 주목을 받은 매체라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라디오의 주파수 사용 역시 한국은 정부의 통제 아래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운용되고 있다. (현재 7개의 방송국에서만 1W 규모로 사용 중이다.) 외국도 비슷한 수준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달랐다. 영국은 271, 프랑스는 600, 인도네시아는 무려 1000개가 넘는 공동체 라디오가 전파를 타고 있었다. 전체 주파수의 일정량을 공동체 라디오가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한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한국의 공동체 라디오는 세계의 기준으로 봤을 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외국도 처음부터 공동체 라디오가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시민 사회의 지속적인 요구와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우리도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공동체 라디오의 발전이 마음만큼 쉽지 않다는 점이다. 6공동체 라디오의 실천은 그런 점에서 공감도, 고민도 많이 됐던 부분이다. 저자는 대중성과 다양성 사이에서 딜레마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대중성을 쫓다 보면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동체 라디오의 취지에 어긋나고, 다양성을 쫓다 보면 청취자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무래도 예산문제다.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광고, 후원, 정부지원이 있다. 광고는 공동체 라디오의 비영리성에 배치되며, 상업방송에 비해 그 영향력이 미비하다. 후원은 기부 문화가 취약한 한국 사정에서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미인데, 정부는 공동체 라디오의 자립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공동체 라디오방송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공동체 라디오방송에 대한 공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97)고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활동가뿐만이 아니라 정부 측에서도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으면서 비록 두께는 얇지만 내용만큼은 가볍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동체 라디오에 대한 핵심적인 화두들이 압축적으로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활동하면서 조금은 흐려졌던 필자의 머릿속도 덩달아 정리된 것 같아 기뻤다. 다만 팟캐스트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팟캐스트 기반의 방송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에서 시의성을 놓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팟캐스트를 다룬 책도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다. 아무쪼록 <공동체 라디오>를 기점으로 다양한 연구들이 가지를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송국과 정부, 학계가 손을 잡고 박자를 맞춰나간다면 공동체 라디오의 영향력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마침 학계에서도 공동체 라디오가 이슈라고 하니, 쏟아져 나올 책을 기대해 보겠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