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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월_인터뷰] 뿌리 깊은 나무, 마포FM

by 공동체미디어 2014. 8. 28.



뿌리 깊은 나무, 마포FM

- 마포FM 인터뷰


이세린 (구로FM, 마중 편집위원)


 ‘공동체라디오’라는 이름, 여전히 참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동체라디오를 말하면 십중팔구는 “그게 뭐야?”라며 물어오곤 하죠. 그런데, 어쩌다 한번쯤은 조금 다르게 답해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아, 마포FM같은 거?” 라면서 말이죠.


 마포FM은 미디어나 지역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어디선가 들어봤다 말할 만큼, 나름대로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지역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입니다. 1,2년차가 되어가는 팟캐스트 공동체라디오들이 이제 막 뿌리를 내리는 묘목이라면, 지난 2005년 개국한 마포FM은 ‘거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터뷰를 청하러 가는 길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마포FM의 문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마포FM의 송덕호 보도국장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서툰 질문에도 의도를 파악하고 정확히 답해준 덕에 밀도 있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마포 곳곳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알리는, 평일 아침 9시마다 지역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의 면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포FM, 어떻게 운영될까? 

 가장 먼저 물었던 질문은, “마포FM은 어떻게 운영되나요?”였습니다. 마포FM은 오랜 시간을 방송해온 만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을 텐데, 많지 않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방송국들만 봐 와서 그 규모나 구조가 잘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답은 이랬습니다.

 

 

  - 상근자는 7명. 3명은 직원, 4명은 인턴이다. 자원봉사자는 120명 가량.
  - 법인 총회는 마포FM의 창립 정신을 같이 하는 150명 가량으로 구성된다. 1년에 한 번 열린다.

     사업이나 예산을 결정하고, 임원을 선출한다.
  - 이사회는 총회에서 뽑힌 직원 대표, 회원 대표, 활동가 대표, 지역단체 등이 모여 구성된다.

     월 1회 열린다. 방송국의 일상적인 업무들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 편성 회의는 프로그램 팀의 대표가 의무적으로 참석한다. 봄, 가을에 맞춰 연 2회 열린다.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새로 만드는 등 개편에 대해 논의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참석할 수 있다.
  - 운영위원회는 편성 회의에서 뽑힌 이들과 내부 상근자로 10인 가량으로 구성된다.

    편성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검토해 추진사항을 세부화하고 최종 결정한다.

 

 

 역시나! 이렇게 많은 모임들이 한 방송국 안에 자리하고 있을 줄은요. 보통의 방송국이나 시민단체들이 운영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진 않을지 모르지만, 그 또한 낯선지라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마포FM이 돌아가는 모습이 비로소 상상이 되더라고요. 여기에 더해 보다 가볍게 만나는 자리들도 있다고 하니, 이 많은 모임들을 어떻게 챙기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 작은 규모로 존재하는 방송국들도 점차 이런 구조를 잡아나가게 될까요?


 공동체라디오의 힘, 지역 네트워크

 마포FM의 청취율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마포 안에선 최소한 3~5%가 될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파수가 있지만 출력이 크지 않은 점, 모든 프로그램을 팟캐스팅하고 있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이는 참 높은 수치입니다.

 이런 청취율이 가능한 데는 ‘마포’라는 지역의 덕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성미산마을 비롯해 ‘마을’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이 마포에 자리해 있으니까요. 또 마포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문화적인 시도를 해나가는 지역이기도 하니, 트렌디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편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송덕호 보도국장은 ‘지역 자원’과 방송은 다른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지역에 자원이 많다고 해서 방송이 풍부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기존 방송은 출연료로 끌어들일 수 있는데 공동체라디오는 그게 아니거든요. 결국은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의 네트워크들의 힘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거든요. 일상적으로 지역에 있는 네트워크들하고 관계망을 가져야 해요.“


 “지역에 있는 단체들이 자기가 품을 낼 수 있는 단체는 얼마 없거든요. 대부분 조그맣고 자기 일 바쁘고, 특히나 ‘마을 미디어’에 관심을 가질 여력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 단체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단체들하고 평상시에 활동을 같이 해 줘야 돼요. 우리는 방송국이니까 와서 방송 해 달라, 이런 게 절대 안 돼요.”


 머릿속에서 우리 지역의 A 단체가 이런 방송을 만들면 좋을 텐데, B 모임에서 이런 방송해도 재밌을 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런 방송이 만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참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열며 ‘방송국’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마포FM. 유난히 다채로운 방송들을 선보이는 데는 이런 일상적인 노력들이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두가 주인 되는 방송국

 마포FM은 주파수를 통해 하루에 20시간가량을 방송합니다. 상대적으로 형식이 자유로운 팟캐스트라고 할지라도 정기적인 프로그램 하나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데, 주파수가 있는 라디오라면 부담이 더 크겠죠. 그런데도 매번 많은 사람들이 마포FM의 문을 두드리고, 최소한 6개월 이상을 방송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키는 이유가 뭘까요?


 “방송 활동 하시는 분들에게 공동체라디오가 왜 중요한지, 여러분들이 참여하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것을 기본 강의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하게 얘기를 해요. 방송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 방송에 참여함으로서 자기가 만들어내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지에 대해서 자기 스스로 설득되고 이해하지 않으면 지속이 어려워요.”


 아무리 주파수를 통해 방송된다고 해도 청취율 파악이 어렵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면서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방송의 가치를 이해시키고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 되려 그 힘듦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이야기였습니다.

 

 

 


 “방송에 참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이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방송국의 주인이다 하는 생각이 들게끔 행사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 있어요. 오퍼레이팅도 각 팀에서 완전히 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방향에 대해서 논의를 많이 하지만 정식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 팀에 모든 책임이 있어요. 저희는 거기에 크게 관여하지 않아요. 관여할 여력도 없고……. 그 팀이 자기 책임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거고, 또 그런 책임감이 방송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요.”


 문득 스스로가 방송을 만드는 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방송 계속해 나가는 일이 힘들 텐데, 하고 걱정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분들이 주체적으로 나설 자리는 마련해놓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고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방송국을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오랜 시간을 지속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고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9주년과 10주년을 넘어

 마포FM은 다가오는 9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내년이면 벌써 10주년이 되기도 하죠. 마포FM의 고민거리가 있다면,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이미 작년부터 ‘10주년 위원회’를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10주년 위원회에서는 주로 마포FM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요. 마포FM이 재정자립이 100퍼센트 되고 있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하면 재정자립을 이루어내면서도 지금처럼 역량이 부족한 모습이 아니고 지속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요. 지금은 지역의 공동체를 만들면서도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사업 모델들을 몇 가지를 찾아냈고, 체계적인 사업 계획을 잡아가고 있고요. 그 외에 소소한 것들은 방송국의 10년을 정리하는 기획이나 규모 있는 이벤트들을 같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이제 막 2년차에 접어든 마을미디어들과도 같은 고민이었습니다. 여태까지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생존해온 마포FM인 만큼, ‘후배’ 마을미디어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없을지 물었습니다. 송덕호 보도국장은 정말 어려울 텐데……. 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공간도 없고, 인력도 없고, 사업을 하기엔 역량이 부족하고, 방송 외에 무언가를 도모하기도 힘든 상황일거라고 하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지역과 함께할 것, 방송국의 비전을 명확히 할 것. 이 두 가지라고 합니다.


 “지금은 조언 드릴 수 있는 건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모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고요. 그런데 그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고민으로는 답을 내기 어려우실 거고, 지역의 여러 활동들과 함께 같이 하는 가운데서 찾아나가셔야 할 거 같아요.” 


 “아무래도 가장 핵심적인 건 재정적인 거겠죠. 초기에는 회비를 내는 후원회원들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셔야 할 것 같은데, 지역에서 그냥 방송 활동을 한다고 누구나 회비를 내지는 않거든요. 방송국의 비전이라든지 목표라든지 하는 것을 좀 명확하게 잡아서 설득력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고요. 회원을 확보해 활동을 충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마주할 때, 이미 겪어 온 문제들을 조언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는 건 참 다행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포라는 지역에서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마포FM이 그랬듯, 마을미디어가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지역에서 해결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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