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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월_인터뷰]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특별한 마을신문 도봉N

by 공동체미디어 2014. 6. 19.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특별한 마을신문 도봉N

- 마을신문 <도봉N> 인터뷰



이세린 (구로FM)


 무려 6년째다. ‘마을 신문 도봉N’이 첫 호를 낸 게 2009년 9월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마을미디어들이 시작된 지 1, 2년 정도 된 상황 속에서, 도봉N의 ‘장수’는 돋보인다. 게다가 재작년부터는 라디오와 영상 제작에까지 나섰다. 마을미디어들의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후배의 마음으로 도봉N의 문을 두드렸다. 중앙대에서 마을미디어 관련 연구를 하고 계시는 이은비 씨와 함께였다. 도봉N에서 ‘아무 생각 없는 PD'와 ’잘나가는 사진기자‘를 맡고 계신다고 장난스레 말하시던 박영록 씨, 김미현 씨와 나누었던 즐거운 대화를 여기 옮겨 적어본다.


도봉N의 박영록(사진 왼쪽)과 김미현(오른쪽)



 도봉N은 마을 신문으로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들을 담아내고 있다. 도봉 안의 숨은 명소를 기록하기도 하고, 도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취재하기도 한다. 작은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놓치지 않는다. 가장 최근 나온 도봉N 46호는 ‘2014 전국동시지방선거 특별판’이었다. 평소보다 많은 12p 가량의 지면에 모든 도봉구청장 후보들과의 인터뷰를 넣었다. 생각보다 심층적인 내용에 지면을 마주한 우리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도봉구의 어떤 언론도 이걸 해내진 못했다며 웃으시는 두 분에게서 도봉N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박영록 : 저희는 저널리즘적인 성격을 가지려고 하는 거죠. 구에 대한 의정활동이나 구청장님의 행정적인 부분도 다 다루어 가면서 비판적인 성격을 갖는 게 마을신문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글을 받거나 하면 ‘문집’의 형식이잖아요. 그러면 ‘우리끼리’만 하는 게 되고,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거라면 최신뉴스를 막 소개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그 뒷이야기까지 소개하고 이 동네 여론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것도 필요한 건데, 기존 메이저 신문을 보시던 분들이 “꼭 이렇게 해야 돼?” 라는 질문을 하시죠. 하지만 메이저 신문이 다루지 않는 걸 우리가 다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만들고 있는 거죠.


 라디오나 영상을 만드는 것도, 먼저 이런 신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하기 좀 더 쉬웠던 면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신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도 중요하지만, 배포 역시 중요한 문제다. 도봉N이 출간되면, 만 부나 되는 도봉N을 배포하기 위해 자원 활동가들이 모인다. 비치에 그치지 않고 직접 공원이나 지하철로 나가 주민들에게 도봉N을 설명하며 한 부 한 부 건넨다. 특히 이번 호는 선거 전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기 위해 발송 없이 배포만으로 모든 부수를 내보냈다. 노년층이 많은 도봉구에서 오프라인에서의 배포는 더욱 중요하다.


김미현 : 저희가 기사 쓰는 것에 몰두를 많이 했어요. 마감 시간 안에 채워야 하고, 고민을 막 하게 되지만, 기사가 막상 나왔을 때 배포가 안 되면 소용이 없잖아요.


 고생스러운 과정이지만, 도봉N을 알리고 따끔한 피드백을 받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도봉N이 도봉구에서 구 소식지 다음으로 많이 알려지게 된 힘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열성적으로 배포하는 것. 모두가 함께하기 위해 속도를 맞추어야 하는 마을미디어에서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도봉N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좀 특별한 사람들이었던 걸까? 그렇지 않다. 처음 신문이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신문을 만들고 배포하는데 참여하는 대부분의 자원 활동가들은 평범한 주부, 직장인들이다. 초기 때부터 함께해온 멤버들이 꾸준히 교육을 하며 새로운 ‘마을신문 전문가’를 키우는 노력을 했다. 새로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고된 과정일 수도 있지만, 지역에 뭔가 도움이 된다는 데서 오는 ‘열정’이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된다. 


김미현 : 도봉N을 통해서 많이 배웠고, 도전도 되었고, 이런 경험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일을 하면서 ‘아, 내가 새로운 세상을 좀 맛보는구나.’ 라는 거. 저는 되게 즐겁게 시작했던 것 같아요. 보람도 느끼고. 제 주변에 친구들은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거든요. 이런 일 한다고 하면 뭔가 다르게 보더라고요.

 전엔 지역에 정말 관심이 없었죠. 도봉에서 산지 한 17년째 사는데, 우리 지역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데 제가 지역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곳, 골목길에서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이런 곳을 지역에 소개하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지역에서 도봉N 사진가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웃음)


 참여자들의 입장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이 어떤 보람을 가져다주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을에 살아가는 일반 주민들이 겪게 될 변화의 힘을 믿는 것, 그것이 열정적인 사람들을 만들어가는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마을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렇게 열정적인 개인들이지만,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기 위해 또 중요한 문제가 바로 ‘돈’일 것이다. 도봉N은 매 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 발행 때마다 100만 원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기존 멤버들을 중심으로 50-60명 정도가 후원을 하고, 후원 주점 같은 행사를 통해 발행비를 마련했었다. 지금은 센터의 지원을 받지만 여전히 매 호 발간 때마다 제작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은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박영록 씨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주었다.


박영록 : 수익이 잘 나는 구조로 가게 되면 마을신문이 잘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자기들이 돈을 내고 자기들이 만들어가는 게 독립성이나 주제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죠. 시의 지원이나 구의 지원도 그렇고, 더더군다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어느 한 쪽 지원을 받으면 다른 쪽에서 공격을 하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안정성의 이유로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된다고 하면 더 힘들 수도 있어요.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꾸준히 기사를 낼 수밖에 없게 되고, 그러면 전문성도 더 필요해지잖아요. 신문을 지속적으로 점점 깊이 있게 만들려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늘리는 게 오히려 더 관건이 아닌가 싶어요. 


 처음 도봉N을 만들어보려 할 때, 외부에서 돈을 지원받았었지만 끝내 실패했다. 결국 참여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도봉N은 그 돈으로 시작되었다. 도봉N에서의 활동에 사람들이 지쳐갈 때, 잠시 쉬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다음 호를 만들 수 있었기도 하다. 여전히 활동비, 제작비 같은 것들이 어렵게 다가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돈만 생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되었다.



 그럼, 도봉N이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첫 번째로 이야기 했던 것은 ‘어떻게 청년과 만날 것인가’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도봉N에 참여하고 있는가 물었을 때,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유난히 20대~30대 청년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도봉 바깥에서 보내는 만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과 함께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다양한 시선을 담아낸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시즌제로 운영되며 지금은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라디오, 영상 쪽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미디어가 청년을 마을로 향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를 원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도봉N에선 팟캐스트 쪽에 자리를 마련하고 활동비를 비롯해 제작 지원이 될 만한 것들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 또한 활동하면서 새로운 청년들과 함께하기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어서, 한참 동안이나 여기에 관한 고민을 나누었다.


마을신문 도봉N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 @사진제공 도봉N 김미현  


 두 번째 고민은 ‘어떻게 다른 마을들과 함께할 것인가’였다. 다른 마을들과 함께 경험을 공유하다보면 아까 이야기한 것 같은 고민들에 해답을 얻을 수도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또 ‘마을 살이’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A라는 마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B라는 마을의 라디오에 담아볼 수도 있다. 혹은 A와 B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인터뷰라는 기회로 이렇게 도봉N을 만나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곧 열리는 웃떠말*(편집자 주 : 서울 마을미디어 네트워크 정기 모임, 웃고 떠들고 말하기)처럼 각 마을미디어들이 함께 모이는 장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를 함께한 박영록 씨와 김미현 씨는, 팟캐스트나 영상 뿐 아니라 도봉N 신문도 아직 ‘실험을 해 나가는 단계’, ‘성장하는 단계’라고 말하신다. 여태까지의 성과에 박수를 받기보다는, 앞으로의 활동을 바라보려하는 모습이 멋졌다. 인터뷰의 일부만 추리게 되어 아쉽지만, 마을미디어들이 서로 교류하며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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