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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월_인터뷰] 어느날, 라디오가 내게로 왔다!: 은평 마을 라디오

by 공동체미디어 2014. 1. 13.

 

[서울마을미디어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12.31]

 

 

어느날, 라디오가 내게로 왔다!

:은평마을 라디오 인터뷰

 

최은정(사회복지 글쓰기모임 SWC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나긋한 DJ의 음성과 이야기, 그리고 음악에 귀를 쫑긋 기울이던 그 시절. 라디오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로, 우리 삶에 자리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또 변화한 세월만큼 라디오가 이 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라디오는 여전히, 우리 삶과 매우 가까이 닿아있는 하나의 통로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야기를 통한 서로의 삶 그리고 온기의 공유. 우리는 라디오를 들으며.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렇게 함께 울고 웃습니다. 이것이 바로 “라디오”가 가지는 엄청난 힘이 아닐는지요?

 

여기, 라디오의 힘을 믿는 뜨거운 은평시민들이 만드는 라디오 방송이 있습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특별한 라디오, “은평마을 라디오”입니다.

 

 

▲ 은평마을 라디오 공개방송

 

2013년 12월 27일 3시. 은평구 평생학습관 2층 영어학습실에서는 은평마을 라디오의 첫번째 공개방송이 힘차게 시작되었습니다. 이제까지의 결과물 발표 자리가 아닌 ‘우리들의 첫 모임이자 첫 발판’이라는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선생님의 말씀으로 열려진 이 날의 공개방송은, 풍성한 먹거리와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가득한 “소통의 장” 이었습니다. 나의 글, 나의 말을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 꺼내기 시작하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날 술 먹다가 말 한마디 잘못해서 하게 되었다’는 어느 참여자분의 말씀처럼 ‘은평시민 라디오’ 역시도 그 출발은 서로간의 대화 혹은 이야기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은평마을 라디오는 현재 라디오 진행의 주축을 이루시는 한 분 한 분에게로, 뚜벅뚜벅 걸어왔습니다. 느리지만 한결같은 거북이의 우직한 걸음으로, 어느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순간에 “뿅!”

 

은평마을 라디오의 한 축인 ‘동네 스튜디오’에는 두 분의 여자가 계십니다. 바로, 『책 읽어주는 여자』김미영 선생님과 『영화 읽어주는 여자』장보성 선생님입니다. 각자의 인연이 모이고 만나 ‘책과 영화 읽어주는 여자’가 된 두 분은 각자의 삶 속에서 방송과 라디오의 의미를 찾아가고 계십니다. ‘한편으론 원하면서도 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지나갈 뻔한 자리’였지만, 지금은 대본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잘 조리할까를 고민 중이신 ‘책 읽어주는 여자’ 김미영 선생님. ‘영화’ 읽어주는 여자 장보성 선생님에게는 지극히 개인적 욕망에서 시작한 일이 라디오 방송입니다. 그러나 지금 장보성 선생님의 가슴 속에는, 새로운 욕망이 싹 트는 중입니다. 숨길 것도 자랑할 것도 없이, 편안히 머리와 가슴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은 욕망. 그러나 이런 두 분에게도 본인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은, 아직 익숙지 않습니다. 누가 옆에서 들을까 무섭고, 막상은 쑥스러워 잘 듣지 않게 되는 것이 라디오이지요. 두 분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지금 현재, 선생님께 라디오란 어떤 의미인지요?

 

장보성: 조용조용 폼 안 잡고 핏줄로 스며드는 또다른 일상? 그런 것 같아요.

 

김미영: 저는 라디오가 친구에요. 집에서도 늘 라디오를 들어요. tv는 잘 보지 않거든요. 많은 시간을 뉴스도 듣고, 음악프로그램도 듣고. 때로는 라디오에 집중하기도 하다가, 잠깐 라디오를 끊고 내 생각에 집중하기도 하는. 그렇게 나의 다른 일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늘 옆에 있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두 분에게 라디오는 “소중한 친구”이자,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 “일상 그 자체”입니다.

 

▲ 은평마을 라디오 공개방송

 

‘웃으며 걸어가는 행복한 거북이가 있다네!’

은평마을 라디오의 또다른 축인 “거북이 라디오”팀과의 만남.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으신 신명숙 선생님과 은평 지역 안에서의 나눔과 공감을 넘어 장애아와 장애 가족을 향한 편견에 도전하고 싶으신 김경숙 선생님. 현재의 잘못된 매스컴 문화를 우리 지역 안에서라도 바로 잡아 방송다운 방송을 해보고 싶으신 스티브 김 선생님과 좋은 메시지를 나누며 많은 사람들과 깊은 공감을 이루고 싶으신 최지현 선생님까지.

 

거북이 라디오를 통해 소박하지만 가장 따뜻한 꿈을 꾸고 계시는 네 분 선생님께 들어 보았습니다 ‘우리의 거북이 라디오는 이렇다!’

 

신명숙: 저희 거북이 라디오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어요. 물론 누구나 삶의 모습들은 달라요. 똑같이 태어난 쌍둥이도 다를 수 있는데, 저희 거북이 라디오 팀들은 굉장히 다양한 삶들을 살고 있어요. 장애인분들도 계시고, 나이를 불문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다 같이 갈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을 어울러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경숙: ‘웃으며 걸어가는 행복한 거북이’가 저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신명숙 선생님과 저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이거든요. 사실 장애아동을 키운다고 해서 막 슬프거나 우울한 건 아닌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시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마다 나름의 행복을 발견해 나가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스티브 김: 다른 방송 매체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고, 또 때가 타있는 느낌이 있어요. 우리가 라디오 방송을 하고자 하는 건, 기존의 방송이 해줄 수 없는 것들.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소통하고 계몽하는 그런 방송을 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지현: 거북이 라디오는 삶, 그리고 에너지 입니다!

 

 

 

은평마을 라디오를 이루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라디오는 “처음”을 선물하였습니다. 듣기만 하던 라디오를 직접 녹음하고 방송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주체가 되어 참여하고 만드는 라디오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일상을 벗어난 “힐링”의 시공간입니다. “아, 이거 내가 진짜 원했던 건가 보다!”라는 짜릿함. 은평마을 라디오 진행을 통해 느끼시는 선생님들의 이러한 즐거운 에너지가 은평시민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들의 유쾌한 수다’로 피어나길 바라봅니다.

 

서로 눈 맞추며 함께하는 라디오.

얼어붙은 이웃들의 마음을 따스히 녹이는 라디오.

너의 혹은 나의 라디오가 아닌, 우리들의 라디오.

 

[마을살이의 시작은 ‘모임’이며 그것이 소통의 출발!]이란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선생님의 말씀대로, 은평지역을 향한 은평마을 라디오의 걸음은 이제 “시작” 지금부터 “출발”입니다. 웃으며 걸어가는 ‘행복한 거북이’ 파이팅!!! 거북이의 씩씩한 걸음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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