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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월_인터뷰] 열정으로 만드는 즐거운 마을 라디오, 강북FM을 만나다

by 공동체미디어 2014. 10. 12.


 

열정으로 만드는 즐거운 마을 라디오, 강북FM을 만나다

 


이세린 (마중 편집위원, 구로FM)

 

 낯선 수유역에서 내려 강북FM분들을 인터뷰하러 가는 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왕 인터뷰하는  거, 녹음하면서 해보면 어때요?” 도착해보니 정말로 마이크와 믹서가 세팅되어 있었어요! 녹음과 병행하다보니 한층 더 긴장되는 인터뷰 자리가 되었지만, 라디오 방송을 향한 강북FM의 열정을 확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습니다. 글과 함께 라디오 방송도 들어보시면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와 웃음들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





 인터뷰를 함께한 분들은 무려 네 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의 운을 뗀 것은 강북FM에서 ‘북한산 반달곰’으로 불리는 김일웅 씨였습니다. 스스로의 별명을 항상 먼저 이야기할 만큼 넉살 좋은 김일웅 씨는, 강북FM의 장수 프로그램인 <반달곰이 만난 사람>과 <웅담패설>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방송들의 엔지니어링을 보조하는 일까지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우아한 여자’ 조정림 씨는 강북FM의 대표이시고, 지금은 방송을 쉬면서 배움의 시간을 가지고 계십니다. ‘삼삼한 아줌마’ 박수진 씨는 <나와라 강동백> <여행의 기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꾸준히 함께했던 분이구요, 나종이 씨는 가장 최근 있었던 4기 교육을 수료했고, <나종이의 Heartist>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강북FM,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강북FM은 이 네 분을 포함해 강북구 사람 열네 명 정도가 힘을 합쳐 만들어나가고 있는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입니다. 2012년 있었던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때부터 강북FM이 시작되었으니, 벌써 2년차 라디오 방송국이죠. 그동안 네 번의 교육을 진행했고, 꾸준히 4-5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느 라디오 방송국과 마찬가지로 팟빵, 아이튠즈, 아이블러그 등에 송출됩니다.

 

 2년 동안의 노력 덕분일까요? 강북FM은 강북구의 마을 사람들에게도 ‘마을 미디어’로서 자리잡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을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을 미디어, 공동체 라디오란 쉽게 다가가기 힘든 낯선 이름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초대 손님과 전화 인터뷰 등으로 마을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왔고, 이제는 마을 축제나 공간 개소식같은 행사가 있으면 먼저 공개방송을 요청받기도 한다고 김일웅 씨는 말하더군요. 마을 청년들과 <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다>라는 책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세미나 내용을 라디오로도 방송해달라는 이야기를 먼저 듣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장비도 사람도 귀한 마을미디어에서 새로운 방송이며 공개방송을 한 번 치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강북FM이 이것들을 해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 뒤에 숨어있었을 많은 이들의 오랜 노력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 지난 7월 29일 북서울꿈의숲에서 열렸던 강북FM 공개방송.

이날 공개방송은 4기 교육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강북FM이 생각하는 강북은?

 질문을 준비하면서 문득, 강북FM 분들에게 강북구라는 지역에 대해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북구에서 살아가는, 또 그 곳에서 직접 라디오를 만드는 이들이 느끼는 강북구라는 지역은 어떤 이미지일까요. 우선 김일웅 씨는 강북구가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지역 내에 산업적 기반이 없고 그래서 ‘잘 사는’ 동네는 아닌 곳, 뉴타운이 들어선 미아동을 벗어나면 “정말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변방의 느낌이 나는 곳이라고요. 


 그런데 사실 공동체라디오에 있어 이런 환경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박수진 씨는 강북이 ‘도시성은 적지만 도시의 각박함도 적은’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난하지만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많은 곳, 그래서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정말 ‘마을’ 느낌 나는 곳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강북FM의 슬로건은 ‘마을방송, 생활방송을 지향하는 강북구공동체라디오 강북FM'입니다. 강북FM이란 이름으로 강북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를 알아가며 방송을 만들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박수진 씨는 말합니다. 강북FM의 그러한 방송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마을공동체로서의 강북구가 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강북FM은 OO다
 강북FM이 강북구라는 지역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북FM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도 강북FM은 제각기 다른 즐거움이 됩니다. 어떤 순간들이 강북FM 사람들에게 보람이 되는지, 강북FM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오신 네 분께 물었습니다.

 

 

▲ 왼쪽부터 강북FM의 박수진 씨, 나종이 씨, 김일웅 씨.

 
 나종이 씨는 강북FM은 ‘자유’다! 라고 합니다. TV나 스마트폰은 우리를 수동적으로 묶어놓지만, 공동체라디오는 오히려 반대라는 것이죠. 자신이 만든 방송을 쑥스러워하지 않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적극 홍보하신다던 나종이 씨에게선 늘 어떤 씩씩함이 느껴졌는데요, 공동체라디오가 누군가를 어떤 틀로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이야기를 펼치게 하는 장이기에 그런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강북FM이 ‘마약’같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비록 주파수가 아닌 인터넷으로 송출되지만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나간다는 희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강북FM과 함께하게 된지는 오래지 않았음에도 가장 이글거리는 나종이 씨 눈빛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박수진 씨에게는 강북FM이 ‘친구’입니다. 강북FM에 출연했던 사람이 계속 방송에 관심을 가져줄 때, 라디오 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 느끼는 그런 보람. 얼마나 값진 것인지는 마을 미디어를 만들고 계시는 분들 모두 공감하시겠죠?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이런 인연들이 생기기에 강북FM은 친구입니다. 특히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하셨어요. 마을 사람과 마을 사람이 라디오를 매개로 만나는 것이 마을 미디어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정림 씨는 강북FM이 ‘꿈을 이루는 곳’이라고 합니다. 조정림 씨는 어릴 때 라디오 PD가 되어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강북FM에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기에 함께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누군가 아, 라디오 방송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조정림 씨의 활동을 보고 그 사람도 공동체라디오에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정림씨는 말했습니다. 

 

 

▲ 인터뷰를 청하러 갔는데 왠지 마이크를 잡게 된 세린과 강북FM 대표이신 조정림 씨.


 김일웅 씨에게 강북FM은 ‘설렘’입니다. 매번 게스트를 섭외해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게스트를 섭외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된다고 합니다. 인터뷰 프로그램은 힘들지만 피드백이 종종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죠. 방송이 만들어지고 나서 게스트로 모신 단체 사람들이나 주변 분들에게서 “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중학생 대상으로 외부 교육을 할 때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정말 힘들었는데, 마지막에 재밌다고 말해주어 기뻤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에, 고생 중에 드문드문 찾아오는 보람이 있기에 강북FM은 설렘입니다.


 소위 말하는 ‘마을미디어의 장점’을 글로만 접했을 땐, 그렇게 감흥이 들진 않았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을 정말 감동시키고 움직이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강북FM의 네 분과 왁자지껄 이야기 나눈 강북FM의 경험들에 신기하게도 그런 가치들이 녹아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마을미디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그러한 경험들, 그들의 얼굴에 묻어나는 보람과 즐거움이 다시금 마을미디어가 지속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강북FM, 꼭 필요한 것은

 이렇게 강북FM은 강북구에도, 또 강북FM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방송국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있었던 시행착오들, 예를 들어 게스트와 합을 잘 맞추지 못했던 일이나 장비를 잘 다루지 못해 방송이 날아가 버렸던 일들은 더 좋은 방송을 만드는 경험이 될 수 있죠. 하지만 그것이 어려움의 전부는 아닙니다.


 우선 강북FM은 전용 공간을 아직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위치한 강북 마을 모임 사무실에 장비를 두고, 녹음이 있을 때마다 옆 회의실을 빌려 사용합니다. 장비를 설치하고 다시 거두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설치를 거듭하는데 쓰이는 시간이 꽤 많을 뿐만 아니라 전용 공간이 아니라 녹음 시간을 잡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공간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노력중이지만, 많은 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야 하기에 십시일반 손을 모아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 강북FM에는 상근자가 따로 없습니다.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적이다 보니 한 사람이 거의 매 방송마다 시간을 내야 하기도 합니다. 꾸준히 시간을 낼 수 있으면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이가 있었다면, 강북FM은 더욱 확장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공간과 인력. 강북FM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라디오에 대한 지역의 욕구 또한 자라나고 있는 지금 더욱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수진 씨는 공동체라디오가 취미생활을 넘어서는 전국적인 차원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런 조건들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내부에서 추가 교육을 진행하면서 팀별 자립 체계를 만드는 한편, 마을미디어가 초기에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원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일웅 씨는 덧붙였습니다.


 마을 미디어마다 각각 사정은 다르지만, 아마 이런 이야기들은 많은 마을 미디어들이 공감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북FM과의 만남은 즐거우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도 함께하는 자리였는데요, 마을 미디어들이 함께 고민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이런 문제들 또한 해결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강북FM이 궁금하셨던 분들에게 소개가 되는 글이었기를 바라며, 인터뷰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강북FM 파이팅, 마을미디어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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