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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7월_이슈]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들, 한 곳에 모이다. - 제1회 전국마을신문워크숍을 마치고

by 공동체미디어 2014. 7. 28.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들, 한 곳에 모이다.

- 제1회 전국마을신문워크숍을 마치고


조양호(전국마을신문워크숍준비위원회/산내마을신문)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다. 사람들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본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 기기 안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나만의 뉴스를 생산하고 친구들과 공유한다. 이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문을 펼쳐 들고 읽는 사람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서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나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까지.


  그러나 정작 내가 사는 마을의 이야기는 나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웹의 진화와 모바일 플랫폼 덕분에 인적 관계망이 넓어지고 소통하는 친구들은 늘어났지만 정작 내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확인하기 어렵다. 같은 마을에 사는 지인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가끔 접하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 그런 이야기는 묻히기 십상이다. 디지털 관계망은 넓어졌지만, 아날로그 관계망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의 이야기,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안다. 그 일이 즐겁고 보람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일인지를. 마을신문을 만드는 일은 카페나 사무실, 방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개인의 경험과 생각들,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의 사진들을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과는 다르다. 편집회의를 하고, 취재를 하고, 마감 시간에 쫓기면서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하고, 교정을 하고, 인쇄를 해서 배포를 하는 일, 이것이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일상이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힘을 모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마을신문의 이야기는 발품을 팔아 집집마다 배포될 때야 비로소 주민에게 전달된다. 거리의 가판대에서 만져주는 손길도 없이 햇빛에 누렇게 변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터치 한 번으로 “좋아요”라고 표시해주는 사람도 마을신문에는 없다. 오타가 있었음을 지적당하고 기사 내용 때문에 서운해 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의 뉴스는 소비됨과 동시에 잊히고 다른 뉴스로 대체되지만, 마을신문의 뉴스는 마을의 관계에 개입한다. 그래서 마을신문을 만드는 일은 즐겁고 보람되지만 때로는 힘들고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런 동일한 느낌이나 생각이 마을신문워크숍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우연한 자리에서 몇 사람이 생각한 것은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가 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고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였다. 마을신문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보다 절실한 것은 바로 함께 이 상황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2014년 2월, 그런 생각을 가진 몇 사람이 대전에 모였다. 이유는 단 하나,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보자는 것이었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수다가 끝나고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공감대를 함께 느끼고 있는 사람들과의 수다가 필요하고 그 수다가 곧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그렇게 2월에 대전에서 모인 사람들이 <전국마을신문워크숍준비위>를 꾸리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워크숍은 6월 14일부터 15일까지 1박 2일 동안 산내마을신문이 나오는 지리산 자락, 남원시 산내면에서 진행되었다. 준비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적이었다. 4월에 옥천에서 한차례 프로그램 기획 회의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문자와 메일, 페이스북 메시지 등으로 상의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해서 아날로그 시대의 신문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워크숍 첫날, 전라도닷컴(http://jeonlado.com/) 황풍년 편집장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황풍년 편집장은 우리가 사는 마을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남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촘촘하게 기록하고 공유해야만 마을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점, 주류 언론이 채워주지 않는 빈 구석을 메워가는 것이 마을신문의 역할이고 그것이 마을을 단단하게 해준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공감했겠지만, 마을신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의 삶터를 우리 스스로 기록하는, 꽤나 역사적인 일인 것이다.


  기조 강연이 끝나고 나서는 즉석에서 참가자들이 제안한 여러 주제로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마을신문의 재정자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고, 인터뷰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고, 편집디자인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고, 신문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배움을 전해주는 사람도 모두 워크숍 참가자 중에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내가 생각한 바를 충분히 공유하면 배움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순간이다. 저녁에는 각 마을신문의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진 자유로운 뒤풀이 자리에서는 또 얼마나 힘이 되는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둘째 날에는 마을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산책하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했다.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리산 자락의 한 마을에 모였는데 토론만 하다 갈 순 없지 않은가? 산내마을신문팀의 안내에 따라 산책을 하면서 마을을 보고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을 마음속에 담고 기록으로 남겼다. 워크숍이 끝나기 전, 각자 가지고 온 마을신문을 전시해서 서로 살펴보고, 서로 마을신문을 우편으로 보내자고 주소를 교환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전국에서 마을신문들이 몇 부 도착했다.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나눈 1박 2일간의 마을신문워크숍의 소식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모여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마을신문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통의 매개 역할을 하고, 주류 신문과 잡지, 방송에서 다뤄주지 않는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한다. 하지만 그 의미를 함께 공감할만한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확인하는 자리가 곧 제1회 마을신문워크숍이었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 그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했고, 이틀의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을 주었다. 


  마을의 구석구석을 촘촘히 기록하는 사람들, 지금 당장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신문에 담아내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전국의 마을신문의 담긴 내용들이 함께 공유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우리 삶의 생생한 이야기가 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워크숍에서 결의한 대로 1년에 한 번씩 마을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해보기 위해 우선은 페이스북 그룹, 전국마을신문네트워크(https://www.facebook.com/groups/communitynewspaper/)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비주류의 길이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장 그곳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전국의 마을신문 만드는 사람들, 모두 화이팅이다. 아, 마지막으로 처음 열리는 전국마을신문워크숍을 함께 준비하고 지원해주신 미디액트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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