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7월_이슈] 세월호의 문제, 신자유주의의 문제 - 마포FM의 북콘서트 "세월호가 묻는다" 참관기

by 공동체미디어 2014. 7. 28.

 

 

세월호의 문제, 신자유주의의 문제
- 마포FM의 북콘서트 “세월호가 묻는다!” 참관기
 

 

성상민(만화평론가)

gasi44@daum.net

 

  지난 4월 중순, 진도 해상에서 청해진해운이 소유한 유람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사고 초기에 발생한 탑승객 전원 구조 오보와 얽혀 많은 이들이 낙관을 가지고 사건을 주시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남은 것은 비극이었다. 언론은 사건을 파헤치는 대신 선정적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 몰두했고, 정부와 집권 여당은 사건 대응에 무능했던 것은 물론 사건의 책임을 단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와 그가 속한 종교 집단에 떠넘길 뿐 진상 규명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고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는데 정작 책임지는 이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는 세월호 사건을 빠르게 잊기를 강요하고 있다. 오로지 유족과 그들의 심정에 동조하는 이들 정도만 잊지 않으려 애쓸 뿐이다.

 

 


북콘서트 강연을 시작하기 앞서 행사를 주최한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이

강연 진행자인 심리학자 김태형 씨를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7월 4일,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에서 개최된 마포FM의 북콘서트 “세월호가 묻는다!”는 세월호 사건을 다시 기억하기 위한 시도이자 세월호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에 대해서 파헤치는 기획이었다. 북콘서트는 ‘도서관, 공동체라디오를 만나다’라는 큰 틀 아래 진행되었다. 행사를 기획한 마포FM은 지역을 기반으로 공동체라디오를 비롯한 마을미디어 사업을 꾸준히 해왔던 곳이고, 행사가 열렸던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은 규모가 큰 도서관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마을도서관이다. 마포구라는 한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국 사회를 휩쓴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클 수밖에 없는 기획이었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그 날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흔히 관용어구로 사용하는 ‘불금’에 북콘서트가 열려서 그랬던 것일까. 아쉽게도 북콘서트에 참석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원래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늦게 행사를 시작했지만 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 안에 북콘서트를 보기 위해 온 사람은 스무 명 가량 정도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행사의 질은 꼭 참석자의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좌석을 뒤로 하고 진행된 북콘서트는 행사에 오지 않는 사람이 아쉽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북콘서트를 여는 공연으로 인디 싱어송라이터 레이닌 씨가 노래를 불렀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추모 영상을 상영하고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이 행사를 기획하게 된 변을 간단하게 말한 뒤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레이닌 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녀는 강당에 구비되어 있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면서 자작곡 <보다>와 <보이지 않는>을 불렀다. 노래를 부르기 전 <보다>는 세월호 사건을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는>은 반려동물이 한때 사랑받다 어느 순간 버림받는 운명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밝혔다. 그 말대로 두 개의 노래는 단조를 위주로 구성된 약간 어두운 멜로디와 현실에서 경험하는 무관심을 표현하는 가사로 구성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음반이나 음원이 발매된다면 꼭 사서 듣고 싶을 정도의 노래들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불안증폭사회>, <트라우마 한국사회> 등 심리학에 대한 대중 저서를 집필한 심리학자 김태형 씨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대중들을 위한 저서를 여러 편 집필한 필자답게 강연은 심리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위하여 눈높이로 진행되었다. 강연자는 세월호 사건이 단순히 배 하나가 침몰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배 전체가 침몰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300여명이 희생당했지만, 한국에서는 매일 약 40명이 자살을 한다. 열흘에 한 번 꼴로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는 셈이다. 심지어는 이라크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보다 같은 기간 자살한 사람의 수가 더 많다. 강연자는 이런 상황을 일컬어 한국은 매일매일이 전쟁이라 표현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

 

  김태형 씨는 한국이 사람 중심의 사회에서 돈 중심의 사회로 변했다는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짚는다. 일상생활에서 돈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허다하며, 세월호 사건 역시 배를 구입해 운영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구조하는 과정까지 돈에 관한 문제와 얽혀 있었다. 왜들 그렇게 돈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단순히 돈이 없으면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옛날보다 더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졌지만 사회는 각박해졌다. 강연자는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도 단순히 가난해서 자살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다. 각종 단체로부터 식량을 지원받아 최소한 굶지 않고 살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 원인은 자존심에 있었다. 사람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싶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시 받으며 사는 현실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사회를 극단적으로 바꾸고 말았던 것일까. 강연자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시기는 IMF 구제금융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행되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한국에 도입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사회에 승자독식의 원리를 심었다. 오로지 1등만이 대접받는 원리 속에 자기혐오와 차별이 발생하고 이는 곧 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협동은 찾아볼 수 없고, 무한경쟁으로 가득 찬 세상이 도래하고 말았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 고독감과 개인이기주의가 만연하자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돈 중심의 세계관인 것이다. 이렇게 빠른 시간동안 각박해진 사회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것처럼, 사회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더 이상 자신이 가진 불안감이나 공포를 털어놓을 공동체도 없다. 그렇게 해소할 길을 잃고만 공포는 자신으로 향하고, 다시 자신과 비슷한 이들로 향하고 만다.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많은 이들이 쉽게 강연의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맞추면서 약 한 시간 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저자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일컬어 ‘우월감 트라우마’라 통칭한다.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방어하고 승자에게 무시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을 풀기위해서 맹목적으로 우월감을 추구하고 그것에서 자기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병적 심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는 다시 반복되며 더 큰 피해를 낳고,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가 되어 상황은 자꾸만 반복된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강연자는 신자유주의가 파괴한 것들의 복원만이 해결책이라 본다. 단순히 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고 기층 공동체를 다시 살려 사회적인 보호망을 만들 때 문제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결책 제시를 끝으로 김태형 씨의 강연은 마무리되었다.

 

  강연이 끝난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진 못했지만 북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많은 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운 심정을 드러내었다. 강연 전 공연에 참여했던 싱어송라이터 레이닌 씨는 “행사가 처음 시작하는 것이다 보니까 많이 오지 못하신 것 같지만 좋은 시간이었다.”면서 이번 기획이 단발성 기획이 아니라 지속적인 기획이 되기를 기원했다.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 역시 많은 이들이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었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 것과 동시에 마포도서관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행사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번 북콘서트가 마을공동체의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내었다.

 

  북콘서트는 12월까지 계속 “세월호가 묻는다!”는 표제 아래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행사 때에는 마포FM을 듣고, 마포구에 위치한 마을도서관을 애용하는 많은 마을공동체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따름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