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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11월_리뷰] 전파로 나누는 유쾌한 대화 -‘마포FM’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3. 12. 3.

[서울마을미디어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11.31]

 

 

전파로 나누는 유쾌한 대화

- ‘마포FM’ 리뷰

 

김지연(<마중>객원기자)

 

 

나는 마포를 좋아한다.’라는 뻔한 문구로 시작하는 시를 쓴 적이 있다. 집은 김포에 있고 학교는 성북동에 있지만 틈이 나면 마포를 걸어 다녔다. 아현동, 동교동, 서교동, 합정동, 대흥동, 망원동, 상수동, 창전동, 상암동, 공덕동……. 맥락도 순서도 없이 걸으면서 보았던 마포는 다양한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동네였다. 내가 많은 동네 중에서 마포를 걸었던 이유도 그 다채로운 생동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생의 촘촘한 결들을 들을수 있는 곳이 있다.

마포FM은 마포와 서대문 일부를 방송권역으로 하는 FM라디오 100.7Mhz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다. 2005년에 설립하여 꾸준한 활동을 계속해 현재는 23개나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시간도 돈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과 애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각각의 프로그램에는 그 노력과 애정, 그리고 마포 특유의 다채로운 시각이 녹아있다.

 

이야기가 다르다

마포FM에서는 마포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달하는 지역 밀착형 시사프로그램 송덕호의 마포속으로’, 마포 주부들의 생생한 일상의 유쾌한 토크 톡톡 마주보기’, 마포 구석구석의 소식을 전달하는 마포투데이등 마포에 대한 다양한 소식과 마포구민의 유쾌한 토크를 들을 수 있다. 복지기관, 일자리기관, 문화예술기관, 건강기관, 도서관 등 마포의 기관별 소식, 마포의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 마포에 관한 각종 핫이슈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송덕호의 마포속으로에는 여기는 마포라는 코너가 있다. 숨쉬는 도서관의 코디네이터, 마포구청 자원재활용 팀장, 자립음악생산조합 기획자, 길하마을(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하는 마을) 운영자 등을 만나 각 기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 코너다. 동네에 살고 동네에서 일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동네를,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주인공이 다르다

마포FM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직접 진행하며 그들의 활기찬 일상을 담은 행복한 하루’, 성소수자 레즈비언 언니들이 초대하는 ‘L양장점’, 8090을 추억하는 이들을 위한 ..(여러분의 기억이 담김 요술램프)’,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세상 ...’, 청소년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직접 진행하는 청소년 프로그램등이 있다. 방송 매체의 주류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던 이들이 마포FM에선 주인공이다. 혹독한 겨울 감기에 걸린 파트너 DJ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며 양해를 구하고 추운 겨울 모두에게 유자차 한 잔을 권하는 행복한 하루정구철 DJ의 목소리, 독특한 억양으로 사연을 읽으며 고민과 경험, 웃음까지 나누는 ‘L양장점언니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미디어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음악이 다르다

마포FM에는 인디 뮤지션들이 직접 참여하는 인디 전문 음악방송 게릴라디오와 홍대 앞 인디 밴드들의 열정을 담은 뮤직홍’, 신촌의 문화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룰루두근 신촌등이 있다. 거리에서, 카페에서, 혹은 라디오에서 반복해서 틀어주는 최신가요 이외에는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만큼 목마름은 커져간다. 홍대, 신촌 등을 비롯하여 개성 있는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마포는 그 목마름을 해소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마포FM 역시 그 역할을 해낸다. 개성 있는 뮤지션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음악을 듣고, 라이브 공연도 즐기며, 뮤지션의 일상도 듣는다. ‘뮤직홍에서는 승미DJ와 초대 작곡가가 청취자에게 자작곡을 선물하는 코너를 통해 음악을 통한 청취자와의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

 

 

라디오는 제작자가 소리를 내고 청취자가 그 소리를 듣는 구조다. 그러나 그 구조를 위해서 제작자는 청취자의 소리를 들어야하고, 청취자는 자기 소리를 내야한다. 일방적인 듣기와 말하기가 아닌 함께 듣고 말하는 대화에 가깝다. 마포FM에서 나누는 대화는 어느 라디오에서 나누는 대화보다 가장 살아있고, 다정하다. 마치 반짝이는 눈으로 동네를 산책하다가, 저쪽 편에서 나와 같은 얼굴로 동네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누군가를 만나, 작은 술집에 들어가 한밤 내내 즐거운 수다를 나눈 기분이다. 온갖 주제와 온갖 인물이 등장하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없는 것. 그게 마포FM의 대화법이기 때문이리라.

 

송덕호의 마포속으로를 듣고 알게 된 사실인데, 122일부터 서울에서 세계 공동체 라디오 아시아-태평양 국제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한다. 사실 서울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의 환경이 가장 열악한 도시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컨퍼런스를 통해 공동체 라디오가 더욱 발전하고, 앞으로 더 나은 여건에서 방송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는 송덕호 DJ의 말처럼, 공동체 라디오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게 될 날을 기대하며,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마포FM은 마포구민의 경우 100.7Mhz에서 또는 www.mapofm.net에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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