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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10월_리뷰] 방송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다 - 동작FM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3. 10. 28.





[서울마을미디어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10.31]

 

방송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다

동작FM 리뷰

 

박지한(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

 

노량진에 위치한 동작FM은 자생적으로 송출을 시작한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중 한 곳이다. 일단은 라디오를 주 매체로 삼고 있으며 추후 신문 등의 매체로 범주를 넓히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동작FM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양승렬 대표는 추후 주파수를 가진 소출력 라디오로 의 확장까지 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작FM은 독특한 특징이 있다.

마을미디어의 라디오라면, 마을에 특화된(다시 말하면 지역성이 강화된) 방송을 기대하게 된다. 동작FM역시 서난정-강진석씨가 진행하는 <싸구려 커피>와 이미숙-김영림씨가 진행하는 <동작사랑방 수다만만세>를 통해 지역소식과 지역 내의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는 부사를 쓰기엔 머뭇거려지지만) 동작FM의 독특한 특징은 이를테면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같은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승렬 대표는 참여자들에게 마을미디어, 공동체 라디오로서 가지는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만 동시에 방송다운 짜임새를 갖추는 방향을 모색한다. 마을미디어는 방송이 주는 널리 알리는 것이란 축복을 특정한 계층이 아닌 우리주변의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동시에 참여했다는 도의적 올바름뿐만 아니라 그것이 당당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작업 역시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동작FM은 조금 더 짜임새 있고 조금 더 흥미로운방송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방송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 ‘널리 알리는 일과 그것을 흥미롭고 짜임새 있게 전하는 일모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작FM의 움직임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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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작FM 녹음중인 양승렬 대표와 참여자들

 

<스토리텔링형 방송>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는 맹명숙-김학규 씨가 진행하는 동작구의 역사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단순히 동작구의 지명, 명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동작구와 관련이 있는 인물, 혹은 사건 등을 다룬다. 그러다보면 동작구와의 접점을 이야기하다가 더 큰 내러티브가 있는 사건으로 까지 이야기가 확대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916일자 방송에서는 노량진 동아체육관(82년에 퇴계로 4가로 이전하면서 실제 동작구와는 인연이 끝났다)을 기점으로 한국 프로권투사에 길이 남을 두 명의 복서인 박종팔과 유명우를 다뤘다. 동시에 노량진 동아체육관의 관장이자 한국 최초의 근대적 복싱 프로모터 김현치 관장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노량진의 동아체육관은 한국 프로복싱에서 그 의미가 있는 명문 도장이다. 이 도장에서 훈련하고 이 도장의 이름으로 타이틀을 따낸 수많은 복서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 방송은 단순히 우리고장의 명물소개를 넘어 이 체육관이 한국 복싱에 끼친 영향까지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사단법인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 사업회 이사인 김학규씨는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자료조사로 그 안에 숨어있던 내러티브를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거기에는 아주 깨알같은잔재미도 숨어있다. 박종팔이 고향인 전남 무안에서 올라올 때 집에서 수확했던 유채씨 5가마중 2가마를 헐값으로 넘기고 노자를 마련해 서울에 왔다는 이야기나, 아버지가 부쳐준 쌀을 찾으러 영등포역을 가다가 체육관 간판을 보았는데 그것이 바로 동아체육관 이었다는 깨알 같은 에피소드 등이다. 이런 자잘한 일화들은 한국 프로복싱과 동아체육관이라는 커다란 이야기를 청취자들이 무리 없이 웃으면서 들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종의 완급조절까지 배려한 구성인 것이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는 그 회차에 다루는 주제에 따라 조금은 가볍게, 어떤 경우에는 경건하게, 어떤 경우에는 사심이 가득하게 진행된다. 6월 항쟁 기념방송이었던 박종철 고문사건을 다룬 방송에서는 실제 박종철 열사의 대학친구였던 김학규씨가 느꼈던 마음이 드러나고 최근 방송된 박동선의 코리아 게이트 편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박동선의 행적을 작은 부분부터 되짚어 나가며 거의 <그것이 알고 싶다>급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는 재미와 정보, 그리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동작FM의 킬러 콘텐츠는 아닐까.



 

<생생 정보통형 방송>

 

6시 내고향 으로부터 생생정보통 까지 이어지는 KBS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송되는 이유는 정보에 대한 누구나의 욕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욕구가 한국 미디어운동이 나아갈 방향으로 뻗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네에 맛있는 맛집이나 ‘10만원으로 인테리어 하기같은 것에 뻗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이를테면 아침 방송에 한식요리사가 나와 아무리 봐도 저건 1인당 65천원 정식에 VAT는 별도지 싶은 요리를 해놓고 참 쉽죠?’ 같은 밥 로스적 멘트나 날려대는 프로그램을 보면 뭔가 기분이 나빠지게 마련이다. 동작FM<일상의 재발견>은 이런 맹점을 피해간다. 정말 우리가 생활에서 해볼 수 있고 유용한 정보를 이야기한다. 621일 방송 된 <일상의 재발견>살림의 재발견코너 에서는 오이지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알려준다. 오이지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한 정보인 소금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소금을 포대로 사두면 간수가 빠져서 소금이 더 맛있어진다는 정보까지 무리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오이지 자체를 만드는데 어려운 음식은 아니지만 자칫 하면 오이지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것을 실패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생채기나지 않게 오이를 씻고 실온보관이냐 냉장보관이냐 에 따라 소금의 비율을 달리 하라는 팁은 정말 간단하지만 중요한 정보다. 바로 그것이 정보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지점이리라.

<일상의 재발견>은 요리를 포함한 살림분야 뿐만이 아니라 각자 다른 게스트들이 돌아가면서 소설, 영화 등등을 소개하는 소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그러면서도 들으면서 계속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이 프로그램은 정보를 얻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 동작FM을 들을 수 있는 팟빵 채널 홈페이지 (바로 가기: http://www.podbbang.com/ch/6160 )



<지역 밀착방송>

 

동작FM이 조금 더 짜임새 있는 방송을 추구하고 스토리텔링과 인포테인먼트 방송을 편성하지만 공동체 라디오가 가진 그 고유의 특성 역시도 방송에 반영되고 있다. 서난정-강진석 씨가 진행하는 <싸구려 커피>커피 믹스처럼 맛있는, 그러면서도 편안한방송을 추구한다. 이미숙-김영림 씨가 진행하는 <동작 사랑방 수다만만세>동작구의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왁자지껄 수다로 풀어보는 라디오방송이다. 동작구의 소식과 동작구에 자리 잡은 상점들의 사장들을 인터뷰하는 지역친화 방송으로써의 특성을 보이는 <싸구려 커피><동작 사랑방>은 동작FM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그 섭외력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그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직접 스튜디오에 불러 이야기를 듣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동작 사랑방>에서 문충실 동작구청장을 직접 불러 방송을 진행했고 <싸구려 커피>에서는 동작구 보건소의 주무관, 동작구청 사회복지과 직원 등 실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대해 우리가 몰랐던 행정서비스의 영역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원 사업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다. 동시에 동작구의 곱창집 사장이나 카페 주인 등을 직접 전화로 연결해 가게도 알리고 자신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영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릴 기회도 준다. 이 프로그램들도 인포테인먼트적인 성격을 띠나 바로 지금, 여기에 함께 살고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조금 더 사람을 향하고 있다.

 

동작FM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이 만들어낸 방송들, 혹은 활동들이 모이는 일종의 기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동작FM은 지역단체의 행사나 축제 등에 함께 참여하고 지역네트워크 활동과 마을공동체 활동에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양승렬 대표는 마을방송국은 단순히 방송제작/방송교육 만 하는 곳이 아니라 그 마을의 소통창구, 네트워크의 허브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걸 점점 경험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지역의 혁신학교인 국사봉중학교에서 생태수업과 연계된 청소년 라디오방송제작교육을 하고 있고 또 지역의 동작종합사회복지관 청소년 동아리 학생들에게 라디오 제작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어디든 찾아가고 누구든 만나려는 입장과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다발적인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동작FM은 한 명의 활동가가 운영 전반의 책임을 지고 있다. 그의 열정이 가득한 지금은 동작FM이 활발하고 역동적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진 그를 도울 수 있는 상근 활동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동작 FM은 후원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6-180-103900 (예금주: 동작공동체라디오)이다. 동작FM이 더욱 자라나 의미 있고 가치 있으며 더욱 재밌는 방송을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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