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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 리뷰

[9월_리뷰] 삶의 자리를 연출하는 미디어 도봉N

by 공동체미디어 2013. 9. 30.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9.30]

 

삶의 자리를 연출하는 미디어 ‘도봉 n’

 

이창민(다큐멘터리 감독)

 

참으로 답답한 시대를 살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가 느끼고 내 이웃이 느낀다. 하지만 tv를 봐도 신문에도, 포털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기사들에도 나의 답답함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를 흐리멍덩해진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언론이 누군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설마 정의옹호와 불편부당을 신념으로 지키고 있는 언론들이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답답한 시대에 5년째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디어가 있다. 바로 도봉구 마을 미디어 도봉n이다. ‘동네사람들이 만드는 마을신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작한 도봉 n은 현재 마을 신문 도봉n과 주민들이 직접 만든 라디오, 동영상을 제공하는 도봉n미디어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신문 도봉n-20099월 창간호와 20139월 제 41호의 모습이다

 

 

우선 신문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마을 신문 도봉 N의 구성은 도봉구의 소식들을 제공하는 도봉n뉴스, 이슈와 사건, 그리고 일상에 대해 마을 주민들에게 들어보는 인터뷰n, 청소년들의 소식을 제공하는 청소년n, 이슈에 대한 시각이나 주민들의 기고로 이루어진 도봉 n칼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2010년 창간호부터 현재까지의 8면 구성을 유지하며 꾸준히 발행이 되어 오는 모습을 보면 이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과 뚝심을 느낄 수 있다.

마을 신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있으면서 이 동네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지를 균형을 지키며 알려주고, 유용한 생활정보, 교양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마을 공동체의 손과 발임을 자임하는 도봉n은 선언이나 선포, 혹은 선동이 아닌, 재잘대는 마을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는 모범적인 사례로 보인다. 5년을 바라보는 역사와 1만부의 발행규모라는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유용하고 흥미롭다.

지방에서 나고 자라 이제 겨우 4년 남짓한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도봉구라는 곳에 대한 이미지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이 리뷰를 위해 마을 미디어를 살펴본 것만으로도 내가 도봉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되었을 정도이다.

 

또한 도봉 n미디어는 마을 방송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시녀의 유쾌한 수다’, ‘차도남의 이 영화 어때?’등의 라디오 방송들과 매월 발행하는 도봉n의 주요기사를 영상으로 짚어보는 버라이어티 뉴스쇼, ‘보이는 마을신문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봉n의 마을 미디어들을 듣고 있으면 매끄럽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구수한 수다와 인정이 넘치는 사랑방에 앉아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신문 도봉 n에서는 매월 발간되는 신문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종교 미디어 학자인 피에르 바뱅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가 중세의 유럽에서 시장이 수행했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세 유럽에서 일요일이면 모두들 마을 중심에 있는 성당에 가고 미사가 끝나면 그 앞 광장에 형성되었던 시장에서 모두들 만나 한 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고 마을의 이슈, 그리고 소문들을 서로 나누는 것을 상상해 보자. 바뱅은 앞으로의 미디어의 역할이 바로 그러한 것 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 미디어를 연출하는 것은 단순히 그 자체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디어가 소비되는 공간을 연출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갑자기 이러한 주장들이 생각이 난 이유는 아마도 마을 미디어 도봉 n을 구석구석 돌아보면서 미디어의 그러한 속성-시장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듯 작고 가까운 이야기들을 나누는-을 가장 잘 수행하는 모델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것이다. 마을 신문 도봉 n100호를 넘고 200호를 넘는 날을, 36만 명의 도봉 시민을 위해 그만큼의 부수가 발행되는 날을, 그리고 우리가 이런 마을 미디어를 동네마다 가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도봉구 마을의 소식, 정보, 교양들과 그 마을의 구성원들이 직접 만든 컨텐츠들이 가득한 마을신문, 아니 마을종편(?) 도봉nhttp://www.dobongn.kr 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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