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을미디어 리뷰

[8월_리뷰] 리뷰라기 보다는 덤으로 쓴 - 창신동 '덤' 리뷰

by 공동체미디어 2013. 8. 28.

<마을미디어 리뷰> 코너 소개

마을미디어에서 나오는 컨텐츠는 많은데 무엇부터 봐야할지 난망하셨죠? '리뷰' 코너를 주목하세요. 마을미디어 컨텐츠에 대한 감상과 비평, 그리고 추천콘텐츠까지! 속시원하게 안내해드립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08.31]

 

 

리뷰라기보다는 덤으로 쓴

- 창신동 라디오 '덤' 리뷰

 

조민석(마중 편집위원)

 

 

 

 

 

주어진 일만 하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어진 일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저는 주어진 일만 하고 사는 사람입니다. 주어진 일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일 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에 참견하지도 않고 호기심을 갖지도 않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아마 동네마을에서 살지 못할 겁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사정을 궁금해 하지 않고 그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건 아마 다른 사람이 제가 하는 일에 참견하지 않길 바라서 일겁니다. 그게 저에게는 가장 편한 질서일 겁니다. 그러므로 저에게 이웃과 아웅다웅 산다는 건 아주 귀찮은 일입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공동체에는 관심이 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고 다른 사람이 제 일에 참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혼자서 살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혼자 있는 게 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왜 모여 살아야 하는지 궁금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지난겨울 마을미디어활동가 분들을 뵙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마을미디어 뉴스레터 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활동가분들, 센터에서 일하는 분들과 같이 있어도 되는 사람인지. 무엇을 보고 듣던, 누구를 만나던 적응하고 이해해야 할 시간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뻣뻣하고 어색한 사람이 되어 가겠지요.

 

서울시에서 마을미디어 사업을 왜 추진했는지, 지원센터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각 마을의 활동가분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예 모르진 않습니다. 이게 왜 필요한 일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을미디어일이 주어진 일이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알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길가메쉬 서사시라는 책이 있습니다. 고전입니다. 정독해본 적은 없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만 대충 압니다. 그리고 이 책을 설명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길가메쉬는 난폭한 영웅입니다. 그는 신들에게 도전했고 영생을 얻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신들은 그가 원하는 모든 걸 앗아가 버립니다.

 

길가메시여, 그대가 찾는 것은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 신들이 인간을 창조할 때 죽음을 인간의 숙명으로 안겨주고 영생의 삶을 거두었기 때문이오. 그대가 살아 있는 시간을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오. 그대의 손을 잡는 어린아이를 사랑하오. 그대의 아내를 품에 안고 즐겁게 해주오. 기껏해야 이런 것들만이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오.”


길가메쉬는 영웅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영웅쯤 되니까 신의 영역을 탐냅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살아 있는 시간을 즐겁고 충만하게 보내는 것, 내 손을 잡는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것, 내 가족과 한 품이 되어 즐거움을 나누는 것 정도라는 점에서 그도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마을미디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이런 식입니다. 일 하느라 바빠서, 돈 버느라 정신없어서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이제는 모르고 싶지 않다는 것. 사소하거나 간지럽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는 것. 잘나고 잘사는 몇몇 사람들만이 아니라 너무 평범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에 조금 모자라는 사람들도 해야 하는 일 말고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이번 달 마중 리뷰 코너에서는 창신동 을 들어봤습니다. 뻣뻣한 30대 청년이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고 마냥 감동이다’, ‘재미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관심 없을 사적인 얘기들, 그냥 지나쳐도 별 거 없을 사소한 감정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듣다보니 앞에 적은 저 길가메쉬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해야 되는 일만 하는 것도 충분히 고되고 벅찰 텐데 무슨 힘으로 이걸 하실까?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마냥 모를까마는, 제가 안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껏해야 지금 하고 계신 활동에서 느끼실 보람에 한 숨 정도라도 바람을 넣어드리는 것뿐일 겁니다.


부디 즐거우시길! 

 

*소개

1. 듣기

창신동 은 네이버 카페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http://cafe.naver.com/radiodum)’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다운받아(다운받는 방법-http://cafe.daum.net/chamanet/GQJY/1http://cafe.naver.com/radiodum/10들을 수 있습니다. 2013년 1월 29일 첫 방송(http://cdn4.iblug.com/contents/sd/chamanet/mp3/1359408425428.mp3)을 들으면 동대문 그 여자님이 안내해주십니다.

 

2. 편성(‘같이 가면님의 글을 옮깁니다.)

① 동대문 그 여자’ 진행 쌩쌩그러나 조금은 쉬기도 하는 시간 세계유일의 봉제미싱사 방송

② 또또’, ‘미미’ 진행 두 여자 쑈 여인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제별로

③ 여왕님’ 진행 박여사가 간다 주민들의 생활이야기를 수필과 꽁트로

④ 같이 가면’ 진행 예술은 아무나 한다 창신동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활동 소개

 

3. 뉴스

한겨레에 쌩쌩그러나 조금은 쉬기도 하는 시간을 진행하시는 동대문 그 여자’ 김종임님이 소개되었습니다.

 

[토요판이진순의 열림 - ‘전태일도 우리처럼 재미나게 살고 싶었겠죠.’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598987.htm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