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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8월_인터뷰] 도봉구 은행나루에 마을방송 걸렸네! - 김미현, 이미실, 이형엽

by 공동체미디어 2016. 9. 3.

[마중 23호 인터뷰 2016.9.13]


도봉구 은행나루에 마을방송 걸렸네!

- 방학3동 은행나루 마을방송국 김미현, 이미실, 이형엽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이경진(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다 보면 가장 필요하지만 찾기 힘든 것이 바로 ‘사람’, ‘돈’, 그리고 ‘공간’이라고 한다. 특히 안정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없는 경우, 마을미디어를 해보고 싶은 주민들이 있어도 모일 곳 찾는 것부터가 일이다. 게다가 활동에 필요한 장비들을 싸들고 이 공간 저 공간 옮겨 다녀야 하니 열정에 불타던 주민들도 힘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얼마 전 도봉구에서 특별한 민관협력 사례가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바로 올해부터 마을라디오 교육을 시작하여 얼마 전 수료 공개방송을 마친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의 이야기다. 이번 <마중>에서는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형엽 방학3동장님과 이미실 대표제안자님, 김미현 운영담당자님을 만나보았다.



마중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김미현(이하 김) : 마을미디어와 함께 시작해 벌써 미디어계 5년차로 접어든 마을신문 도봉N에서 은행나루마을방송국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김미현이다.


이미실(이하 이) : 이번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신청할 때 대표제안자와 운영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는 주민 이미실이다.


김 : 이미실 선생님은 지역 문화재인 간송 전형필 가옥에서 근무하시며 마을에서 마당발 역할을 하신다.


이 : 마당쇠에 가깝다.


이형엽(이하 동) : 방학3동 동장 이형엽이다. 구청에서 일하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 사업을 맡아 급 바빠졌다.




마중 : 최근 첫 마을라디오 교육을 마치고 수료 공개방송까지 여셨는데, 어떠셨나?


동 : 어렸을 때 다들 방송에 대한 로망 같은 걸 가지고 있지 않나. 저도 어릴 때 방송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흉내를 내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 : 처음부터 참여자분들의 열정이 대단했는데, 심지어 그 열정이 교육 끝날 때까지 식지 않고 이어진 게 참 놀라웠다. 게다가 동네 주민들인데도 프로 못지않은 작품을 만들어주시기까지. 강사님들이 역할을 잘 해주시기도 했고, 주민들도 잘 뭉쳐서 가능했던 것 같다.


김 : 교육에는 22분이 참여하셨고, 단 한 분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수료도 하시고 이후에 방송도 함께하기로 했다. 라디오교육과 공개방송도 방학3동 주민센터 2층 마을 활력소 은행나루 공간에서 진행됐다. 라디오교육 수료 후 은행나루마을 방송국 개국 공개방송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은행나루 공간이 꽉 찼다.



마중 : 교육 들으신 분들은 주로 어떤 방송을 하고 싶어 하나?


김 : 원래 교육의 1차 목표는 방학3동을 기반으로 도봉구 마을 소식 방송을 하는 거였다.  공개방송 후 준비모임을 하면서 먼저 방학3동과 도봉구 마을소식을 전하는 “소마뉴 도봉”이 시작이 되었고, 시문학 방송, 청소년들의 방송, 은행나루 초대석 등 다양한 내용으로 방송을 하고 싶어 한다.



▲ 운영자 겸 강사 김미현



▲ '소마뉴 도봉' 1회 다시듣기


동 : 사실 아직 스튜디오가 정식으로 마련된 것은 아니고, 올해는 일종의 준비운동 단계다. 마을방송국을 찾동 공간에서 운영하고 또 같이 만드는 모델에 구청장님도 찬성을 해주셔서 추경예산에 스튜디오 구성비용을 올렸는데 잘 안 됐고, 주민참여예산도 미끄러졌다. 아마도 도봉구 안에서도 방학3동이 찾동 사업에도 선정되고, 마을방송국 예산까지 가져가면 너무 한 쪽에 집중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 찾동 사업 자체는 방학3동 주민센터 1층과 2층을 리모델링해서 활용하는 것까지만 지원받는 거라서, 마을방송국이 들어서려고 확보해둔 지하 1층 공간은 아직 리모델링도 장비구매도 못한 상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내년까지는 추경이든 주민참여예산이든 뭐든 꼭 마을방송국 예산은 마련을 할 생각이다. 여기 계신 두 분(이미실, 김미현)도 주민자치위원이신데, 찾동 활동 자체가 주민자치위원회를 위주로 이루어진다. 찾동 자체가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고... (찾동 사업을 하는) 다른 곳들은 아마 ‘민’과 ‘관’이 융합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텐데, 우리는 그 부분은 거의 해결되었고, 한 발 나아가서 마을활력소 분과에서 고정적으로 마을미디어 쪽을 담당하고 활성화시키려 한다.



마중 : 찾동 사업에 마을미디어 활동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동 : 찾동 매뉴얼 책자에 (마을미디어의) 중요성이 언급되어 있기는 하지만 필수적으로 함께 가야한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저는 이런 소규모 지역단위에서는 공동체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미디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재주꾼 주민 김미현, 박영록 선생님(강사로 활동)이 계셨던 거고.


김 : 이번 마을미디어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도봉교육혁신지구 사업의 희망동 마을아카데미에서 청소년들 팟캐스트 교육을 제가 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진행 중이던 찾동 사업을 마을미디어와 함께 가면 좋겠다고 동장님도 마침 생각하시던 차에 서로 연결이 됐고, 올 초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지원에도 선정이 된 거다. 뭔가 타이밍이 착착 잘 맞아 떨어졌다.


이 : 희망동 마을학교는 방학3동에 있는 3개 초등학교와 함께하고 있다. 3학년 16학급 사회과 단원 정규수업 중에 ‘우리 마을 바로알기’라는 수업을 하게 되고, 여기서는 저희가 만든 마을교과서를 부교재로 사용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기록되면 또 마을미디어의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김 : 방학3동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에서는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이렇게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 알리는 것으로 자리가 잡히고 있는 것 같다.


동 : 요즘은 미디어 홍수의 시대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작은 주민센터 내 방송국이 있다면 주민들에게는 더 좋지 않을까. 작지만 우리 동네 이야기, 가까운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미디어가 동네 사람들에게는 더 와 닿을 것 같다.



▲ 이형엽 방학3동장


마중 : 많은 곳에서 이 방학3동 은행나루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찾동 자체로도 좋은 민관협력의 사례인데, 마을미디어까지 무척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 같다.


이 : 매월 한 두 번씩 토요일에 수제Bee 프리마켓이며 마을 벼룩시장 같은 행사가 있는데, 그 때 주민센터 직원들이 꼭 나오셔서 화장실도 열어주고, 천막도 다 쳐주고 하신다. 예전의 동주민센터와는 정말 많이 다르다. 그렇게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가 만들어지니까, 직원들도 주민들도 서로 대하는 게 달라졌다. 얼마 전에 찾동 담당하던 주민센터 직원 한 명이 구청으로 발령이 나서 가게 되었는데, 보내면서 동네 누나들도 다 울고 본인도 울고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동 : 이제는 거의 주민들이 센터 직원이 다 됐다. 은행나루는 공간도 주민이 함께 운영을 하는데, 9시에 직원들이 출근해서 오픈해드리고 나면 주민 운영진이 자발적으로 당번을 하면서 저녁 9시까지 공무원들하고 무관하게 알아서 지켜주시고, 문 잠그고 보안까지 걸어주고 가신다. 물론 처음에는 갈등도 있고 이래저래 시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안정된 상태다. 처음에는 관여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더 편을 가르는 모양새가 되고 해서 알아서 하시게 두었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는 방치해도 될 정도로 주민 역량이 뛰어나다.




▲ 인터뷰가 진행된 방학3동 주민센터 2층 은행나루 공간



마중 : 역시 사람 관계가 풀리는 것이 가장 먼저이고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그럼에도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동 : 물론 순탄하게만 왔던 건 아니다. 찾동 하면서 희망동 마을학교도 하고, 마을방송 교육도 하고, 지하에 스튜디오 꾸미는 문제도 있고, 은행나루 공간 자체의 이슈도 있고... 그래도 이것들이 다 따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어서 그나마 괜찮다. 사실 아까 구청으로 떠나는 직원 때문에 울음바다가 된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쉽고 그리워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분이 담당하던 일이 많아 앞으로 어떡하나 싶었던 것도 있었을 거다.(웃음)

 그 돌파구는 주민에게서 찾았다. 그 분이 떠나고 난 빈자리를 다시 다른 공무원이 담당해서 메울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직원이 떠나면 또 문제가 반복될 것 아니겠나. 앞으로는 아예 주민 주도로 교육을 진행하는 걸로 방향을 잡았다.

 또 올해 초 활동을 시작했던 청년활동가가 건강상 이유로 같이 못하게 되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일 역시 운영진이 새로 들어오시고 다른 주민 분이 회계도 맡아 해보겠다고 하셔서 또 잘 굴러가고 있다.



마중 : 어려운 점을 물었는데 또 훈훈하게 마무리가 되다니. 자랑글이 될 것만 같다. 그래도 힘들거나 어려운 점,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면 말씀해 달라.


동 : 물론 벌여둔 것이 많으니 일이 힘들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힘들 테고. 그래도 즐겁게 힘들다. 보람 있게 힘들다.


김 : 제가 이렇게 동네에 나와 있다 보니 집에 있는 고3 아들이 밥을 굶는다는 것? (웃음) 농담이고, 요즘은 보이지 않는 의무감 ‘좋은 마을미디어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좀 생긴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더 열심히 헌신을 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김 : 마을미디어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연계하면 지역에 뿌리내리는 마을미디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을미디어 교육사업 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마을미디어가 찾동사업의 예시처럼 파트너로 잘 갔으면 한다. 미디어가 서울시 정책과 다 연결되니깐 결국은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마중 :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으신지.


동 : 우리 사례를 찾동이 나아갈 하나의 방향, 롤모델로 봐주시면 좋겠다.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


이 : 처음부터 꽉 채우려 하지 않고 조금씩 여백을 남기는, 여유가 있는 방송을 만들어가고 싶다.


김 : 방학3동 마을미디어,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이 잘 되려면 홍보도 중요하지만 좋은 청취자가 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방송하는 사람들만의 취미방송이 아니라 주민들의 목소리로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마을방송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은 주민모임과 동주민센터, 마을의 미디어전문 활동가가 하나가 되어 찾동과 마을미디어에 좋은 예시가 되고 있다. 주민센터 장소가 주는 장점을 살려 마을미디어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제가 방송국 운영자를 겸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성장해서 다른 운영자가 나타나고, 이런 과정이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다. □



▲ 왼쪽부터 김미현, 이미실, 이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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