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와 청년활동가, 그 사이에서

    -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 <마을미디어의 재구성> 실태조사 팀 후기


    이세린(<마중> 편집위원, 구로공동체라디오)


     '마을'과 청년, 그렇게 가까워보이지는 않는 단어이다. 마을미디어에서도 그렇다. 지난 1년간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다른 지역의 마을미디어 분들도 많이 만나 뵈었는데, 왠지 나 말고는 마을미디어에 청년활동가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또래를 만나고 싶다, 마을미디어 속 청년으로서의 고민을 나누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한창 하던 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마을미디어의 재구성>이라는 교육과정이 열렸다. 작년 9월부터 진행된 이 과정에는 부제가 하나 붙었다.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이 바로 그것이었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의 설렘이란! 과연 이런 과정에 사람이 모이기는 할 것인가부터, 모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지 두근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처음부터 양성과정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일정 문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양성과정이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 진행되면서, 10월 한 달간 진행된 후반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전반전이 폭넓은 이론과 답사로 이루어졌다면, 후반전은 참여자들 간 팀을 나눠 팀별로 직접 마을미디어에 대한 무언가를 제작해보는 시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뒤늦게 세 팀 중 실태조사 팀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센터 스탭을 포함해 총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팀은 마을미디어 속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 마포FM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청년들


     설문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현직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의 리스트를 추려보았다.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난관이었다. 도대체 청년은 뭐지? 청년의 기준이 도대체 무엇일까?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도 있지만, 굳이 그런 게 아니어도 기준을 잡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찾은 기준은 '서울시 기준' 만 20세~39세였다. 이 기준에 따라 약 25명 정도로 대상자를 추려볼 수 있었다. 기준을 정했음에도, 우리는 나이를 잘 모르는 분들을 떠올리며 이 분이 청년인지 아닌지를 고민해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청년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어른 같았던 분들.

     나의 경우, 청년활동가라고 하면 이제 막 사회로 진입한 20대의 이미지, 혹은 30대라고 할지라도 꽤 오래 활동을 해온 중년의 활동가 밑에서 활동하는 이미지가 떠올랐었다. 하지만 추려낸 25명이 꼭 그 이미지에 맞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질문을 짜기에 앞서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우리의 생각과 실제 마을미디어 청년의 삶이 같지는 않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설문조사 질문을 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좀 가짓수가 적었던 질문이 이야기 끝에 16개의 항목으로 늘어났다. 이름, 성별 등 기본적인 질문을 포함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정해졌다.


    - 활동하는 단체의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몇 명의 활동가들이 같이 일하고 있나요?

    - 근무 형태(상근, 비상근)는 어떻게 되나요? 일주일에 활동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 단체 내에서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 한 달 활동비는 얼마인가요?

    -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좋은 점 /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 지역의 다른 청년들과 관계망이 있나요?

    - 앞으로의 전망은 무엇인가요?

    - 마을미디어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받고 싶은 희망연봉은 얼마인가요?

    - 만족도를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인가요? 그 이유는요?

    - 앞으로 청년들이 마을미디어에 더 많아지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위 질문들은 크게 현재 여건을 묻는 질문, 앞으로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어떤 답변들이 들어올지 예상하며 질문을 정하긴 했다. 아마도 규모는 작을 것이고, 상근을 하지는 못할 것이며, 급여도 적을 것이다 같은 것들. 아무래도 청년이기 때문에 마을미디어 일에서 발언권이 적지는 않을지, 청년이 적어 외로워하고 있지는 않을지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지레짐작에 불과할 뿐, 마을미디어 속 청년들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메일을 돌리고, 전화를 걸며 답변을 부탁드렸다. 바쁜 시기, 많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11분이 답변을 해주셨다. 몇몇 곳은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마포FM, 가재울라듸오, 월간이리, 창신동라디오 덤, 노들야학까지 총 다섯 곳에 방문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설문조사로는 얻어내기 힘들지도 모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온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양성과정에서 우리 팀 구성원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마을미디어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았고, 나 또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마을미디어와 그 바깥을 가르는 경계에 서성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걸어간 길과 그 길을 걸은 이유를 알게 되면, 우리도 그 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인터뷰가 끝나고 가재울라듸오 황호완 님과 함께


     아쉽게도 나는 마포FM과 가재울라듸오, 월간이리의 인터뷰에만 참여했고, 창신동라디오 덤과 노들야학은 다녀온 분들께 간단히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재울라듸오의 경우 인터뷰를 따로 글로 정리하기도 했었다. 이 곳들은 여건에 맞게 섭외했다고만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이 다섯 곳이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진 마을미디어이자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들이었다. 마을미디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여건이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방송국 상근을 하시는 분도 만났고, 기존에 있던 큰 단체에서 마을미디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는 분도, 모두가 가볍게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선에서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분도 만날 수 있었다.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참 경력을 쌓은 활동가도, 활동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은 이도 있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비전과 고민도 그에 따라 달랐다. 각자에게 마을미디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으며 벅차오르다가도 서로 다른 진단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마을미디어는 생각보다 참 범위가 넓은 단어였다.

     아무튼 과정 끝에 설문조사 결과가 쌓였다. 우리의 처음 목표는 이 자료를 기반으로 청년활동가에 대한 기획대담을 여는 것이었다. 청년활동가의 현실은 어떠한지, 이것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청년활동가가 늘어날 것인지 같은 것들을 기획대담에서 논하고자 했다. 그런데 조사가 끝났는데도 이 주제는 여전히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 여건상의 문제도 있어, 우리는 기획을 약간 바꿔 보이는 라디오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영상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영상에서 소개한 내용이지만 간단히 풀어보면, 응답한 대부분의 활동가들은 30대였다. 미디어와 관련한 일을 해오던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시민단체나 마을공동체 등에서 활약해오던 이들이다. 활동에 있어서 좋은 점으로 대부분 주민들과의 만남이나 마을 살이 등 정신적인 보람을 꼽았고, 어려운 점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관계맺음의 어려움, 보조사업으로 인한 사무적 업무의 과중 등 다양한 응답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의 근로 여건은 열악했다. 응답한 활동가들 중 상근활동가는 많지 않았지만 그들에게서 주에 50시간을 일하고도 70~80만원만을 번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비상근으로 마을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상근활동가가 필요한 곳에서도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상근을 유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근 활동가들의 경우도 가장 많이 받는 경우가 주 2일 근무에 월 32만원이었고, 아예 활동비를 받지 않는 경우도 두 건이나 있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마을미디어에 필요한 지원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인건비 지급'을 꼽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닐 것이다. 반은 웃고자 하는 목적으로 넣었던 희망연봉 질문에도 시큰둥하게 낮은 임금을 적어 넣은 이들에게 최소한 그 정도는 보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실적 여건이 어려움에도 희망을 놓지 않는 답변들이 그나마 우리에게 위안을 주었다. 아직은 힘든 점이 없다는 응답, 활동을 위해 헌신하고 매진하는 사람들끼리 연대하자는 응답, '상암동 디엠씨에서 일하는 것보다 마을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를 말하는 응답 같은 것들. 자긍심이 있다면 다 극복할 수 있다는 낙천적인 말은 분명 아니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돈 문제에 있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면, 모든 게 불안정하고 경쟁 일변도인 요즘 세상에서 청년 뿐 아니라 누구든 마을미디어로 향할 수 있지 않을까.

     실태조사가 끝난 지금 다시금 내용을 돌아보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는 활동가의 응답을 볼 때는 현실적인 경각심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마을미디어라는 여전히 생소한 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또래가 많지 않은 마을미디어 판에서 언니들과 함께하고 친해진 것도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도 있다. 청년은 마을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청년에게는 자기표현의 기회가 충분하고, 온갖 기업들이 자신들의 망에 세련된 방식으로 이들을 끌어 모은다. 마을미디어의 청년은 마을의 다른 사람과 자기표현을 돕는 봉사자 이상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게다가 많은 청년들은 한 지역에 정주해서 살아가지 않는다. 돈이 없기 때문에, 고시를 준비하기 때문에,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이들에게 마을은, 마을미디어는 어떤 의미일 수 있을까. 물적 기반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늘 반복되는 고민의 깊이를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



     마을미디어에는 청년이 필요하다.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지금의 마을에는 청년의 목소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을미디어에서 청년의 나이에 일을 시작해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디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들과 미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에. 떠오르는 대로 읊어본 이 이유들은 어쩌면 정교하지 못할지 모르겠다. 마을미디어 안에서 보다 다양한 결로 청년을 말하고, 또 그에 따른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기록이 그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