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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2월_이슈] 우리들이 만든 미디어, 다함께 즐기고 나누자!

by 공동체미디어 2015. 2. 10.


우리들이 만든 미디어, 다함께 즐기고 나누자!

- 2014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자화타찬’ 참관기


성상민(<마중>객원필자)




▲ 2014년 12월 5일부터 6일,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는

2014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자화타찬’이 개최되었다.

마을방송 스튜디오가 위치한 2층 로비에서는 출판물로 나온 마을미디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공중파 텔레비전은 기존에 방송하던 프로그램 대신 ‘대상’과 ‘축제’라는 수식어가 뒤에 붙은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항간에서는 이러한 식의 시상 프로그램이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나눠주기식으로 상을 준다는 것을 지적하며 미국의 ‘에미상’이나 ‘그래미상’ 같이 전격적으로 통합할 것을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방송사들이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해 동안 방송사에서 만든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기자, 예능인, 가수들을 생각하고 그간 애써온 노고를 ‘상’과 ‘행사’라는 형태로 다함께 즐길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은 각종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4년,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마을공동체와 마을미디어에 대한 지원 정책을 발표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대형 방송국에 비해 예산, 인지도, 송출 권역 등등 부족한 것이 많지만 한 지역의 소식과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을미디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생기고 있으며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물신양면으로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공중파 방송국이 매년 시상식과 축제를 개최하는 것처럼 마을미디어도 매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해왔던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을 만들기에도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말 축제를 위해 각각의 방송국이 축제를 여는 것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는 본격적으로 마을미디어를 지원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매년 ‘서울마을미디어축제’라는 이름의 연말 결산 행사를 개최해왔다. 특히 2013년에는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의 시민문화공간 ‘시민청’을 활용해 많은 서울시민들과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2014년 행사는 사정상 시민청 대신 성북구에 위치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 열리게 되었다.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는 시민청과 달리 마을미디어 제작과 상영에 특화된 공간이어서 실제 미디어를 만들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보강될 수 있었지만 대신 2013년의 축제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토크 프로그램은 축소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악화된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2014년의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행사가 진행되었기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12월 5일부터 6일까지 개최되었던 서울마을미디어축제 ‘자화타찬’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자.


같이 보고, 듣고, 만들기


 올해 서울마을미디어축제의 표어는 ‘자화타찬’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단어인데 한 글자만 조금 다르다. 그렇다. 바로 자기의 일에 스스로 칭찬을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저성어 ‘자화자찬’에서 나온 단어이다. 하지만 세 번째 글자가 다른 사람들을 의미하는 ‘타’(他)로 바뀌면서 표어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로 바뀌게 되었다. 우리가 만든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칭찬한다! 그리고 실제 행사 역시 그랬다. 2013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에서 벌어졌던 행사였지만 행사는 무척이나 각자가 만든 것을 나누고 서로 칭찬하는 것에 충실했다. 마을방송 스튜디오가 있는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의 2층에서는 출판물로 나온 서울 곳곳의 마을미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판형도, 내용도, 만든 사람들도 모두 다르지만 평소에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서울 각 지역의 마을미디어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서로가 만든 마을미디어를 나누는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영상제였다. ‘마을영화에 올인!’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영상제는 그야말로 전체 표어 ‘자화타찬’에 걸맞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입장하기 전에 종이로 된 칩 3개를 받은 뒤, 영화 상영을 마치고 GV(관객과의 대화)가 끝나면 각자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에 투표를 한다. (칩은 GV 때 벌어지는 깜짝 퀴즈에 따라 더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중 가장 많은 칩을 받는 작품이 인기상을 받는다. 마을미디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직접 가장 좋았던 작품를 뽑는 심사위원이 되는 것이다. 마을미디어축제라는 이름에 딱 걸맞는 행사 방식이었다.


 작품들은 크게 네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행사 첫째 날에 상영되었다. 이 중 세번째 섹션으로 온 특별 초청작인 영국 감독 켄 로치의 <지미스 홀>을 제외하면 다큐멘터리, 뉴스 등의 극영화를 제외한 영상물, 그리고 본격적인 극영화 작품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만든 작품들로 분류되었다. 각각의 작품들은 일반적인 영상물들에 비교하면 분명 현저하게 품질이 떨어진다. 하지만 제작에 쏟아 부을 수 있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고, 전문적인 영상 스탭이 부족해 독립영화보다도 열악한 제작 환경에 처해있는 것을 생각하면 자신들이 만들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의 품질을 내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역력했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자본, 기술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가득 담긴 내용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은평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 단체 ‘아줌마들의 동네탐방 나들이’(아탐나)에서 만든 <은평, 골목길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이 직접 마을의 모습들을 가감없이 담아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성북구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협동조합이자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조직인 ‘성북신나’에서 만든 다큐 <성북동 비둘기>와 단체 활동 소개 영상 <협동조합 성북신나 2014>는 김광섭의 유명한 시 ‘성북동 비둘기’를 바탕으로 성북동의 모습들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한편 자신들의 활동 역시 재치있게 소개하는 참신함이 돋보였다.


 극영화로 제작된 마을미디어도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다. 마을미디어 청년활동가 벤치마킹팀에서 제작한 <나 홀로 덤에>는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을 바탕으로 마을라디오에서 활동하는 청년 활동가의 일상과 조그마한 일탈을 코믹하게 돋보인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되었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제작한 <할머니의 꿈>은 머리를 길게 길러 실제로도 ‘할머니’라는 별명을 가진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이 ‘할머니’라는 별명이 싫어 머리를 자르러 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그리고 장애인 운동의 모습을 가장 잘 영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여성들을 위한 문화예술 창작학교 ‘줌마네’에서 제작한 <손님>, <진주머리방>, 그리고 다큐멘터리 공동체 ‘푸른영상’과 성폭력 예방 · 치유를 위한 부모모임 ‘가족의 힘’이 공동으로 제작한 <향>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절제된 시선으로 풀어내는 힘이 강점인 작품들이었다.


 단순히 마을미디어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왕초보 체험프로그램! 나도 마을앵커, 나도 마을DJ'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프로그램은 행사 첫 날 개최되었던 마을미디어 제작 체험 행사였다. ’나도 마을앵커‘는 영상물로 제작되는 마을미디어의 뉴스 프로그램, 그리고 ’나도 마을DJ'는 마을미디어의 사연 및 신청곡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식으로 마을미디어가 제작되는 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들이었다.


 필자는 ‘나도 마을DJ'에 참여하였다. 동작FM의 양승렬 대표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에게 실제 라디오 프로그램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과 원리를 배우고 끝으로는 실제로 시험삼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평소 라디오를 많이 듣는 필자이기에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예정되었던 1시간을 넘겨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 '나도 마을DJ' 프로그램 진행 모습


그리고 다함께 서로를 칭찬하기


 둘째날에는 마을미디어 제작 체험 행사가 열렸던 마을방송 스튜디오에서 마을미디어 연합방송제 ‘내가 제일 잘 나가’가 열렸다. 강북FM, 구로FM, 창신동 라디오방송국 덤의 활동가들이 진행과 기술을 맡은 연합방송제는 서울 각 지역에서 라디오 마을미디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팀들이 오프닝 진행을 통해 서로 간의 실력을 겨루는 ‘오프닝 경진대회’와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전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축하공연과 마을미디어 활동가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멀리서 소리로만 들을 수 있는 대형 방송국들의 라디오와 달리 연합방송제는 바로 눈 앞에서 다양한 개성을 지닌 활동가들이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것을 보는 것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 행사를 방청하는 시민들에게 있어서는 실제 대형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당첨되기 어려운 자신들의 사연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읽히는 값진 경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진대회는 동작FM의 ‘이상한 나라의 늬우스’가 수상하였다.


 그리고 연합방송제가 끝나고 한 시간이 흐른 오후 4시. 축제의 화룡점정인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이 시작되었다. 강북FM의 나종이 씨와 동작FM의 김대원 씨가 사회를 맡은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보통 시상식의 후보 소개가 지나가듯이 소개되는 반면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은 후보에 오른 마을미디어 팀 모두가 각자의 마을미디어 이름이 크게 박힌 현수막을 손에 들어 펼치면서 레드카펫 행사를 밟았다. 비록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레드카펫에 비하면 무척이나 작은 레드카펫이었지만 지난 1년 간 꾸준히 마을미디어를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이들은 레드카펫을 밟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부대 행사들도 흥미로웠다. 맨 먼저 진행된 축하공연인 ‘Inner心’은 사회를 맡은 강북FM의 나종이 씨 가족들이 만든 가족 사물놀이 밴드로 전통적인 사물놀이에 다양한 지역의 전통 악기를 결합시킨 독특한 사운드를 선사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꼭지 ‘렛잇비’를 패러디한 ‘마을미디어 렛잇비’는 네 명의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등장해 마을미디어를 만들면서 겪는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을 비틀즈의 ‘Let it be' 노래에 맞춰 코믹하게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또한 대상 시상식 이후에 열린 ’피터와 술래‘의 공연은 시상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행사와 서울마을미디어 대상의 의미를 더욱 강화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안녕? 마을미디어>와 같은 마을미디어 소개 영상, 그리고 동작FM의 김영림 씨가 발제한 ’마을미디어 콘텐츠 집중 분석‘같은 시간은 2014년 현재 서울시의 마을미디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값진 시간이었다.


 개인에게 주어지는 ‘마을미디어 스타상’, 단체에게 주어지는 ‘마을미디어 은하상’, 사진/영상-라디오/팟캐스트-신문/잡지 등 각 마을미디어 장르별로 주어지는 ‘마을미디어 콘텐츠상’의 시상이 모두 끝나고 어느덧 대상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행사의 끝을 장식한 대상에는 성북마을방송 와보숑과 동작FM이 공동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모든 시상식을 마친 뒤에는 행사 주최 측에서 시상식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간단한 먹을거리를 증정하였다. 그렇게 활기로 가득 넘쳤던 축제는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마을미디어를 관심을 두고 찾아오는 사람들 모두가 옹기종기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 시상식 행사의 첫머리, 마을에서 각자의 단체 깃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 어느덧 2015년이 되고, 어김없이 2015년 연말에도 서울마을미디어축제가 열리게 될 것이다. 과연 2015년의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어떤 표어를 내걸고, 어떤 프로그램을 갖추게 될까. 하지만 표어, 프로그램, 장소에 상관없이 서울마을미디어축제는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활동가들과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계속 있는 한 연말을 결산하고 함께 즐기는 축제다운 축제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연말의 몇 안되는 즐거움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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