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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1,12월_이슈] 은평에서 마을미디어 하는 법

by 공동체미디어 2014. 12. 22.

 

 

은평에서 마을미디어 하는 법
- 모여라! 은평마을 2014년 10월 집담회 ‘은미모를 아시나요?’ 참관기

 

성상민('마중' 객원필자)

 

 

 

▲ 지난 10월 27일,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는

‘은평구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모임’, 줄여서 ‘은미모’의 집담회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마을미디어’가 눈에, 그리고 귀에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이란 걸 듣도 보도 못했던 옛날에는 신문은 무조건 메이저 중앙 일간지요, 방송 역시 무조건 중앙에서 보내오는 방송이 전부였다. 물론 그 시절에 ‘지역’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각종 지역신문들이 있었고 KBS, MBC, SBS는 각 지역별로 지사나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별 뉴스와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지역신문들은 지역의 소식을 전달하긴 하지만 그걸 빼면 중앙 일간지와 차이가 없었고, 몇몇 지역신문들은 관공서에 광고 장사를 하면서 먹고 산다는 풍문이 들려오기도 했다. 지역방송 역시 수도권의 방송들과 별반 차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면서 <오마이뉴스> 같은 언론이 등장하면서 나아질 줄 알았지만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마을미디어라는 단어가 친숙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소식을 친근하고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마을미디어를 접하면서 동네 소식을 듣는 동시에 한편으로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가끔씩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시선으로 마을미디어를 바라보는지 볼 수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만 보는 것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다. 좀 더 직접적으로 그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은평구에서 ‘은미모’의 집담회가 열린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대체 ‘은미모’가 무엇일까. 얼핏 보기에는 미모와 관련 있는 이름인 듯싶지만 알고 보니 ‘은미모’는 ‘은평구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모임’의 줄임말이란다. 은평구는 마을공동체 모임과 마을미디어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서울시의 자치구 중 하나이다. 그 중 <은평시민신문>을 포함한 6개 마을미디어 모임이 모여 올해 ‘은미모’를 결성했다. 대체 그들은 무슨 고민을 가지고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10월 27일, 은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서 열린 ‘은미모’의 집담회에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맨 처음으로 이야기를 한 사람은 팟캐스트 ‘은평라디오’를 만들고 있는 동네스튜디오의 ‘생강 PD’ 김경미 씨였다. 은평라디오는 작년 10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은평구 마을 주민들의 소식을 다루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이다. 현재 은평라디오에는 ‘책 읽어주는 여자’를 비롯해 다섯 개의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김 PD는 각각의 프로그램에 얽힌 이야기들을 말하면서 정기적인 팟캐스트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과정과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은평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인 ‘책 읽어주는 여자’와 ‘영화 읽어주는 여자’는 청취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능숙하게 잘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방송이라는 것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이었고 너무 긴장을 한 탓에 발성이 떨리는 듯 불안한 과정들이 있었다. 또한 방송을 만드는 사람과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같은 지역에 산다는 것을 빼면 그 전에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방송을 차츰 진행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고, 그때서야 김 PD는 미디어가 ‘사람을 만나는 창구’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은평라디오의 다른 프로그램들 역시 은평구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고 있다. ‘와글와글 속닥속닥’은 부제 ‘아줌마 수다방’에서 드러나듯 은평구에 사는 ‘아줌마’들이 모여 자신들이 사는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에 참여하는 ‘아줌마’들은 자신들이 사는 ‘은평뉴타운’이라는 공간에 살면서 고립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래된 골목과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높고 빼곡한 아파트들이 가득 메웠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던 그들에게 동질감을 심어준 것은 바로 은평라디오였다. 그들은 ‘와글와글 속닥속닥’을 통해 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동네청년의 책수다’ 역시 은평구라는 공간을 잘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김 PD가 직접 진행자로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우연히 은평구에 책을 쓰는 작가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되었다. 그 작가를 시작으로 ‘동네청년의 책수다’는 은평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작가와 마을에 살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려나가게 되었다. 비록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많이 제작되지는 못했지만 김 PD는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이외에도 ‘은평의 사회적기업가에게 듣는다’, ‘마을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이 은평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시도를 마음껏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 은평라디오를 만드는 동네스튜디오의 ‘생강 PD’ 김경미 씨가 자신들의 사례에 대해서 발표하고 있다.

 

 김 PD는 은평라디오를 만들면서 홍보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재 은평라디오는 팟캐스트 외에도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막무가내 라디오로 놀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은 실제 영자 신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자가 참여해서 아이들 교육을 위한 영어 방송을 간단히 만드는 등 정말 이름대로 ‘라디오로 놀아보는’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던 프로그램이었고 평가도 괜찮았다. 하지만 ‘우리마을 기획 PD, 라디오로 실타래를 엮어봅시다’는 은평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은평라디오의 제작에 포섭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율은 저조했다. 방송 자체에 대한 인지도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조금씩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페이스북, 다음 카페와 같이 청취자나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소통하기 위한 공간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고 있다. 결국 할 수 없이 다음 카페는 사실상 방송 자료를 모아놓는 공간으로 용도를 전환했다. 김 PD는 이렇게 사람이 오지 않는 문제를 ‘홍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녀는 예전에 포토샵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처음에는 사람이 오지 않았지만, 나중에 웹자보를 직접 만들어서 홍보를 하니 3시간 만에 정원이 찬 이야기를 꺼냈다. 김 PD는 방송이든 교육 프로그램이든 홍보가 잘 되어야 사람들도 찾아온다는 경험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 다음으로 사례를 말한 이는 ‘아줌마들의 동네탐방 나들이’(아탐나)라는 마을미디어 모임을 만들고 있는 부미경 씨였다. 부 씨는 <은평시민신문>에서 활동했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활동할 때 야심차게 기획했지만 묻히고 만 <은평을 걷다> 특집을 아쉬워했었다. 직접 동네 주민들이 은평을 직접 걷고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다룬 기획이었다. 하지만 야심차게 기획한 것과 달리 글을 정기적으로 쓸 사람을 찾기 어려웠고 이미 다른 일이 너무 바빠서 계속 진행하기 어려웠다. 또한 은평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며 마을에 있던 오래된 건물들이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마을의 모습들을 담는 활동도 있었다. 하지만 그 활동 역시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다시 흘러 마을공동체,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서울시 차원에서 흘러나오자 그녀는 이러한 기획을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기획도 <은평을 걷다>처럼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했다. 그녀는 마침 <은평시민신문>에서 충분하게 일을 했다고 생각해 나올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신문 활동을 그만두고 나서 몇 주 뒤, 사람들을 모으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게 되었다.

 

 모임의 대상은 아줌마들이었다. 그들은 은평구 안에서 아이들을 기르면서 각자가 생각하고 보고 느꼈던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자신을 포함한 총 세 명이 처음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원래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영상 작업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이였다. 모두들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활동에서 가장 필요한 자금은 당시 한창 시작되던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부 씨는 다른 사람들이 방송, 신문 같이 매우 일반적인 계획들인 것에 비해 자신들의 기획은 마을에 대한 역사와 기록을 남기는 것이어서 선정되었던 것이 아닐까하며 지원에 응모할 때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선정이 된 뒤에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을에 오랫동안 살던 ‘원주민’들이 필요했다.

 

 


▲ ‘아줌마들의 동네탐방 나들이’(아탐나)의 부미경 씨가 활동을 하면서 직접 만든

마을지도를 꺼내면서 자신들의 활동과 이야기를 발표하였다.

 

 마을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도통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한 분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분은 이미 뉴타운 사업 당시 다른 사람들과 크게 싸운 바람에 마을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사람들을 찾으려 노력하자 조금씩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분은 은평에서 오래된 초등학교의 2회차 졸업생이어서 당시 상황을 쭉 꿰고 있었고, 일본에서 살다 오랜만에 고향 은평에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찾는 과정에서 입소문이 서서히 생기니 더 많은 ‘원주민’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많은 노력 끝에 작년에 처음 <진관동 이야기>라는 책과 영상물을 내게 되었다. 2014년 현재 아탐나에서는 후속 활동으로 ‘불광동 이야기’, ‘은평, 골목을 누비다’, 그리고 <진관동 이야기>의 후속인 ‘진관동 이야기 길따라’를 진행 중에 있다. 부 씨는 자신도 이렇게 모임의 사업이 커질 줄을 몰랐다면서 자신들의 활동을 반추했다.

 

 ‘불광동 이야기’ 작업은 은평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10년 후의 불광동을 상상해보는 기획을 했다. 단순히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 외에도 최근에 은평으로 이사와 살게 된 사람들도 참여하면서 독특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불광동의 현재도 충분히 새롭고 다채로운 기억들이었다. 부 씨는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문득 갖고 있었던 ‘오만함’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은평, 골목을 누비다’는 사진, 영상이 주가 되는 프로젝트이다.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미디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주민제안 사업으로 지원, 선정된 이 프로젝트는 아탐나가 진행했던 사업들 중에서 가장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다.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넘어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교육 프로그램에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붕괴>로 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감독 문정현 씨가 참여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부 씨는 문정현 감독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도 은평구에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며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문정현 감독 외에도 이 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다양했다. 사업을 주로 진행했던 진관동, 불광동 이외에 구산동 등 은평구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했던 사진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참여했다. 또한 ‘진관동 이야기 길따라’는 직접 진관동을 걸으면서 마을 지도를 만들어보거나 마을에 있는 길에 이름을 붙이는 등 마을에서 느낀 것들을 모으고 써보는 작업이다. 이 작업에는 은평구에서 오랫동안 생태교육을 하던 사람이 참여했다.

 

 부 씨는 이렇게 매 사업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너무나도 반갑고 참여한 사람들 자신은 물론 아탐나의 사람들 역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고 밝혔다. 사업에 참여한 모두는 자신이 그동안 은평구라는 마을에 살면서도 마을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은평 뉴타운으로 인해 마을의 오래된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마을 자체가 사라졌다고 생각했었을 뿐이었다. 집담회에 참여한 한 회원 역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꺼내며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재개발을 그저 싫어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던 이 회원은 아탐나의 작업에 참여하며 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작업을 한다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이 치료되는 경험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아탐나의 마을 기록 활동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을 넘어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탐나는 12월 초순에 ‘사진 낭송회’라는 이름으로 각자 자신이 사는 마을의 모습을 찍고 그 모습을 바탕으로 시나 소설을 쓴 것을 발표하고 책으로 내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이야기를 한 사람은 미디어 제작 및 교육단체 ‘숨쉬는미디어교육 자몽’의 유현정(달팽이) 대표였다. ‘자몽’은 스스로 자(自)에 꿈 몽(夢)을 쓰고 있다. 스스로 꾸는 꿈을 꾼다는 말처럼 자몽을 만든 유현정 대표 역시 3년 전 은평구에 이사를 오면서 꾸었던 꿈을 실현시켜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마포, 고양을 위주로 다문화 수업과 미디어교육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1년 은평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지만 막막한 마음뿐이었다. 미디어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기에 너무나도 어려운 동네였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이 척박한 곳에서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 다문화 수업을 제안하는 것에서 시작한 활동은 차츰 미디어교육, 마을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마을미디어’ 사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이 너무 많은데 과연 잘 될까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하던 것과 달리 이미 마을에는 자몽 외에도 미디어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던 사람이 많았었다. 그렇게 차츰 편견을 던지고 다시 마을을 바라보자 마을은 답답한 공간이 더 이상 아니었다. 자신이 사는 은평구에 좋은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디어라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말했다. 우리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곧 미디어고, 그것을 다루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곧 미디어교육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마을미디어에 억지로 좋은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담지 않기를 주문했다. 너무 처음부터 높은 목표를 잡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기억과 일상을 나누고, 그렇게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이 만날 때 좀 더 풍성한 마을미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유 대표는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자몽은 지역 단체와 협력해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3040 여성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마을에서 함께하는 다양한 공동체, 미디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몽이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미디어활동가의 마을 정착과 자발적 마을 동아리 지원이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미디어활동가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그들에게 ‘재능기부’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몽은 재능기부 대신 적절한 비용 지급을 통해 활동가가 마을에서 함께 살면서 소통하기를, 그리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미디어가 지속가능성을 갖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마을미디어가 단순히 겉포장만 좋은 것을 넘어 지역과 진정으로 함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 ‘숨쉬는미디어교육 자몽’의 유현정(달팽이) 대표가

자신의 경험과 ‘자몽’의 활동에 대한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례를 발표한 사람은 <은평시민신문>의 편집장이자 신문을 만드는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의 일원인 박은미 씨였다. 그녀는 <은평시민신문>이 생겨나고 걸어온 과정을 통해 마을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은평시민신문>은 2004년 인터넷 신문으로 처음 탄생했다. 하지만 박은미 편집장은 처음부터 <은평시민신문>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은평구에 살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거니와 마을공동체는 물론 마을미디어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전 연초에 본 점과 북한산에 갔었던 기억만을 믿고서 무작정 대학로에서 은평으로 이사를 온 이후 우연히 그녀는 <은평시민신문>을 알게 되고 어쩌다 보니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그녀의 삶과 생각은 그 이전과 확연히 바뀌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도 훨씬 낮던 시절에 그녀는 마을미디어와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빨리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은평시민신문>의 중요성이 은평구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 것 이상으로 은평구 내의 현안과 부정을 감시하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녀에게 있어 미디어는 곧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7년 이후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이룩했지만 여전히 민주주의는 익숙하지 않거나 미흡하다. 은평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은평시민신문>은 이러한 상황을 바꾸고자 은평구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안에 주목했다. 구의원들의 졸속 해외 답사와 날림 보고서, 그리고 그에 대한 반성 대신 의정비 인상안을 제출한 그들의 모습을 파헤치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이러한 일들이 <은평시민신문> 혼자만으로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은평구에는 총 16개 동이 있고, 총 50만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박 편집장은 하나의 신문이 50만의 소식을 담기보다는, 각각의 동에서 각자의 신문을 내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것이 각자의 마을에서 미디어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박 편집장은 여전히 마을미디어에 대한 주민과 관공서의 인식이 좋지 않아 어렵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마을 안에서 ‘고립’된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은평시민신문>에 애착이 있다고 밝혔다. 박 편집장에게 있어 <은평시민신문> 활동은 단순히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을공동체에 주목하고, 서로 연대를 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발표를 마치면서 오늘 사람들이 발표를 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며, <은평시민신문>이 각각의 은평구 내 마을미디어와 마을공동체와 함께 힘을 모으고 합치는 존재가 되길 바랬다. <은평시민신문>은 12월 5일 후원의 밤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각 단체의 사례 발표가 끝난 뒤 자유로운 집담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모두들 각자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서울시가 마을미디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번 집담회가 단순히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생산적인 활동이 되길 바라는 고민, 각각의 자치구에서 자체적인 마을미디어 정책을 만들고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한 토론 등이 이야기되었다. 약 30분 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 뒤 집담회는 마무리되었다. 질문들이 모두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모임에 참여한 모두가 마을공동체는 물론 마을미디어에 관심이 있으며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정책은 올해로써 3년차를 맞이한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지를 넘어 좀 더 발전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은미모 사람들의 이날 나왔던 고민들은 은평구의 마을미디어를 넘어 서울시, 더 나아가 한국의 마을미디어 정책과 앞날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은평구 외에도 더 많이, 더 활발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


* 2015 은미모 활동 영상 (제작 : 동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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