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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9월_이슈]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특별했던 1박 2일 - 2014 서울마을미디어 네트워크 워크숍 후기

by 공동체미디어 2014. 9. 24.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특별했던 1박 2일 

- 2014 서울마을미디어 네트워크 워크숍 후기


김일웅(강북FM)


 여름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지난 8월 29일 오후, 영등포에 위치한 하이 서울 유스호스텔에는 서울 각지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이고 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2014 서울 마을미디어네트워크 워크숍>에 참가하려고 온 마을미디어 활동가들. 마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소통하고 있는 이들은 무엇을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눴을까.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1박 2일을 따라가 보자.



 이 날 워크숍은 와보숑, 청소년휴까페 꿈꾸는 다락방, 노들야학, 아줌마들의동네탐방나들이(약칭 아탐나), 강북FM, 용산FM, 마을미디어 뻔, 줌마네, 가재울 라듸오, 도봉N, 동작FM, 창신동 라디오 덤, 소일거리 등 지역에서 마을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활동가들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워크숍의 첫 순서는 오리엔테이션. 워크숍 일정과 진행에 대한 소개 이후 3개의 키워드로 각 마을 미디어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자리에 모인 마을미디어들이 서로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준비된 순서였다.



 다양한 키워드로 각자를 소개했는데 많이 나온 키워드는 소통, 동네, 수다, 어울림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키워드들. 마을미디어가 각자 동네에서 주민들을 모이게 하고 수다와 어울림으로 소통하게 하는 역할을 활발하게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마을미디어 지원 정책, 현장에서는 이런 것을 원해요


 센터장님의 환영 인사 후 이번 워크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순서인 마을미디어 정책방향에 대한 이슈토론이 진행되었다. 서울에서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이 진행된 지도 벌써 3년차를 맞이했고 많은 단체와 주민들이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마을미디어 활동을 진행해왔다. 활동 2,3년차에 접어든 마을미디어들이 늘어나면서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어떻게 중‧장기적인 발전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도 깊어지고 있다. 또한 지금은 서울시에서 내년도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 계획과 마을미디어 중장기 발전방향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마을미디어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행정의 사업계획에 현장의 목소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이야기들이 분출되고 있다. 이슈토론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내고 이를 정책수립 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과 개별 마을미디어들의 자기 과제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 서울시 관계자가 한 명도 찾아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지점이지만 참여자들은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슈토론을 위해 시민들의 참여 확대 방안, 기존 마을미디어의 활동력 배가를 위한 지원 정책, 마을미디어 지원센터의 역할 강화 방안, 공간과 장비 마련을 위한 실효적 대책, 마을미디어의 장기적 생존, 성장 방안 등 12가지의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쟁점들을 정리했다. 이 쟁점들을 연관된 의제들끼리 묶어내고 시간문제 등을 고려해 1) 마을미디어에 대한 단계별 지원 정책, 2) 마을미디어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립 방안의 두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두 조로 나누어 분임토론을 진행했다. 


 워크숍 참여자들은 그 동안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지 두 조 모두,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기면서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분임 토론 이후 각 주제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며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내용을 통해 당일 토론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단계별 지원 정책에 대한 분임토론은 연차별로 어떤 요구가 존재하는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으로 시작해 먼저 2,3년차 마을미디어에 대한 지원 정책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설비가 갖춰진 공간, 1년차 사업의 동력이 되었던 ‘재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성장 동력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인근 대학과 연계하는 방안이 주되게 언급되었는데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 공식적인 직책과 명함 등 협상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방안들도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새롭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시작하는 단체를 위해서는 기술적 영역 등 단계별 교재 및 상황별 매뉴얼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실제적인 방송 프로세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두 번째 분임토론 주제인 마을미디어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립 방안의 경우, 현재 마을미디어들의 상황을 볼 때 큰 이익을 내는 수익모델보다는 안정적인 유지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수준의 수익모델이 필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재미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취자 수를 늘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상파와는 차별화된 타겟 설정, 더 많은 곳에서 배급/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홍보 강화, 후원 모델을 고민할 수 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자 협동조합 등의 모델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방식,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한 마을미디어 통합 방송국 등의 의견과 고민이 나왔다.


 마을미디어 활동이 시작된 지 3년차, 여러 마을미디어들은 동네에서 다양한 사람들, 단체들과 교류, 소통하면서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크고 작게 기여하고 있다. 이슈토론을 통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고민을 서로 나눌 수 있었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민들이 유실되지 않고 서울시의 정책 수립과정에 반영되어 동네마다, 그리고 서울시 차원에서 풍부하고 건강한 마을미디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본다. 



 열심히 활동한 여러분에게 즐거움과 힐링의 시간을


 진지하고 열띤 토론 자리가 있었으니 서로 즐겁게 어울리며, 공감하고 격려하기 위한 시간도 준비된 것은 당연지사. 저녁 식사 후 진행된 첫 번째 프로그램은 PLAY 마을미디어였다. 다양한 ‘고급’ 상품들이 떡밥으로 준비되었다. 조를 나누어 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준비한 즐겁고, 재밌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상품에 눈이 먼 일부 참여자들이 과도한 승부욕을 과시해 빈축을 샀다는 후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어진 시간은 각 마을미디어의 인생 그래프를 그리고 이를 함께 나눠보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이른바 마을미디어 힐링캠프. 희비가 교차하는 각 단체의 인생그래프를 함께 보며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게 공감하면서 마을미디어 활동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돌아보고 희망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어려운 기억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인생그래프가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로 그려진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아 마을미디어 활동이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못다 한 이야기는 길게 이어진 뒤풀이에서 계속 되었다.




 지역은 마을미디어의 미래다


 워크숍 이틀 째 오전에 준비된 마지막 프로그램은 지역밀착형 프로그램 사례 발표. 마을미디어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의 사례들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이후 마을미디어의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4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세탁소의 이야기를 담은 와보숑TV의 주민밀착 영상, 60회를 훌쩍 넘기며 우리 동네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다루는 동작FM의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방송을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지역의 건강한 언론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지역 소식을 담아내고 있는 가재울 라듸오의 <줌 인 서대문>. 그리고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판단컨대 지역이 콘텐츠이며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을 통해 매체 파워와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더라는 관악FM의 사례도 함께 나누었다.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질문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단순한 존재 기반으로서의 지역이 아니라 관계의 확장과 지속적인 동력의 확보를 위해서 지역에 밀착한 활동과 방송이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고, 마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유통하는 방안 등 지역밀착성을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공유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울러 지역밀착형 프로그램이 이후 마을미디어만의 색깔, 공통의 전략이 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색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단체 사진을 찍으며 1박 2일간의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합의된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은 시기에 시작한 마을미디어 활동이 어느 새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활동 주체들의 열정적인 활동과 노력을 통해 마을미디어는 지역 단체들을 연결해주며 마을공동체 활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마을의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등 건강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지난 3년의 활동이 자양분이 되어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만들어가기 위한 현장의 고민들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를 나눔으로써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내고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위한 버팀목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발견한 자리였다. 아울러 동네에서 유쾌하고 건강한 소통의 매개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마을미디어들이 안정적으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들이 수립되는 것 또한 중요하며 서울시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을미디어 활동가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워크숍에 참여해 좋은 시간을 함께 만들어주신 참여자 여러분들과 워크숍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마을미디어지원센터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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