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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5월_이슈] 응답하라! 2014 서울마을미디어

by 공동체미디어 2014. 5. 14.



응답하라! 2014 서울마을미디어

-서울마을미디어 청책토론회에서 마이크 잡은 어느 청년의 이야기


양승렬 (동작FM)



  2012년 가을부터 서울 동작구에서 이른바 ‘마을미디어’ 활동이라는 걸 하고 있는 청년 A씨. 그전부터 지역운동과 대안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의 마을미디어활성화지원사업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을 계기로 마음 맞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동작공동체라디오-동작FM’을 만들고 운영해 온 지 1년반. 그간 남모르게 겪었던 어려움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마을미디어 청책토론회(2014년 3월 18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한 마디 했다고 한다. 그 못 다한 이야기와 당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직접 들어보자.



양승렬 : 청책토론회가 뭔지 좀 생소하다. 이날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청년 A : 나도 처음엔 정책토론회의 오타인 줄 알았다. 아마도 들을 ‘청’의 의미가 섞여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함께 만들겠다, 이런 취지가 아닌가 싶다. 올해는 서울시 마을미디어 사업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가 마을미디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앞으로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필요했다. 때마침 이런 청책토론회가 있다고 해서 플로어 토론자로 사전에 신청했다. 


양승렬 : 당신은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나? 


청년 A : 난 동작FM의 실무자로 일하고 있다. 금전적 보상은 없다. 다른 마을미디어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활동이 가지고 있는 공공성 실현에서 보람과 만족을 느끼면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하고 있다. 보통사람들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는 건 참 즐겁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좀 어둡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으로 단기적인 교육진행 정도는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은 각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 점이 우리의 숙제다. 다들 너무 힘들고 어렵다. 동작FM은 마을미디어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뉴딜일자리 마을로청년활동가’ 사업에 선정되어 2명의 청년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 2명의 청년에게는 10개월간 활동비가 지급된다. 나도 청년이고 동작FM의 실무자이지만 대표자라는 이유로 활동비 지원의 대상이 아니다. 지역의 작은 단체나 모임에서는 이름만 대표자일 뿐이지 혼자 거의 모든 실무를 다 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행정과 실정이 너무 분리된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고작 10개월이라는 시간은 ‘마’, ‘을’, ‘미’, ‘디’, ‘어’ 이 다섯 글자 가운데 ‘마’ 한 글자 정도 맛보다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과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더 길고 깊게 사고해야 한다. 여하튼 나는 마을미디어에 특화된 일자리 지원이 필요하고 나이에 대한 제한, 단기 지원 등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지역 활동의 주를 이루는 분들은 여성주부들이나 장년, 노년층이 많기 때문이다.


플로어 토론 중인 청년 A


양승렬 : 그래서 반응이나 답변은 어땠나?


청년 A : 발언할 때 박원순 시장 바로 뒤에 앉아있었는데 굉장히 유심히 들으시고 메모도 꼼꼼하게 하시는 게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박원순 시장이 정리발언하면서 일자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서울시가 깊이 고민해보고 더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의 지원을 모색하겠다고 말씀하셨다. 한 20개 정도는 마을미디어에 일자리를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무리일 수 있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은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양승렬 : 다른 이야기들은 어떤 게 있었나? 그날 현장의 분위기도 궁금하다.


청년 A : 이날 서울시 마을미디어에 관련된 분들은 다 모인 것 같다. 서울시 관계공무원들과 문화예술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 그리고 미디어 활동가들과 지역주민들로 시민청 바스락홀이 가득 찼다. 맨 처음 이주훈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마을미디어의 총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지속을 위해 인력, 공간이 지원되어야 하고 마을마다 다른 맞춤형 지원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이어서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은 마을미디어사업이 마을공동체활동의 효자사업이라며 각 마을마다 스토리텔링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관계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짧은 기간과 적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1년짜리 보조사업자로 남아있어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발언 중인 이주훈 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



양승렬 : 아니..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1년짜리 보조사업자라는 이야기는 무슨 소리인가? 이건 서울시에서 하는 게 아닌가?


청년 A : 서울시는 1년 단위로 마을미디어활성화사업을 추진할 센터를 공모한다. 여기에 민간 공동체미디어 전문조직인 미디액트(MEDIACT)가 선정되어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다양한 마을공동체사업 가운데 이렇게 특화된 중간지원조직을 갖춘 곳은 마을미디어뿐이다. 하지만 그 성과에 비해서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원순 시장도 최소 3년 단위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이야기했다. 꼭 실현되기를 바란다. 


양승렬 : 마을미디어사업이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고 하니 이제 그 동안의 성과들을 잘 다듬어서 더 큰 그림으로 발전시킬 원동력이 필요해 보인다. 


청년 A : 맞다. 그 동안 지역에서 마을미디어를 통해서 소통과 참여의 씨를 뿌리고 그 싹이 나왔으니 이제 거름도 줘야하고 잘 가꿔야 한다. 무엇보다 양질의 토양과 안정적인 농부가 필요하다. 공간, 장비, 인력 이 3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거기에 민관협력이 잘 가동된다면 참 좋겠다. 이번 청책토론회의 화두는 무엇보다 ‘중장기적 계획수립’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동작FM을 비롯한 다른 많은 마을미디어들이 공적지원에 목말라하고 있다.


양승렬 : 음... 뭔가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청년 A : 일단 이렇게 민관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부터가 좋은 방법을 찾는 첫 걸음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다른 마을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또 우리끼리의 네트워크도 잘 만들어가고 지역의 요구를 정책과 제도로 실현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 꾸준히 손을 잡아야겠다. 



양승렬 : 다른 지역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어떤 게 있었나?


청년 A : 창신동 라디오 덤 같은 경우에는 지역의 청소년,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진로탐색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전면 시행될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연동하여 마을미디어가 방송교육을 담당하고 수익성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도 청소년미디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리고 공동체라디오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높은 안목을 갖고 계신 관악FM 안병천 대표는 기술과 공간,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긴 안목을 가진 지원과 컨설팅을 통해서 실패요인들을 줄여나가는 환경을 만들자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다. 마포FM의 송덕호 본부장께서는 서울시에서 중앙정부 차원으로 공동체라디오 도입사업과 신규허가를 제안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주민들의 주파수를 갖는 것... 정말 우리의 궁극점이 아닐까 싶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이런 분들이 계셔서 마을미디어 활동이 참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또 다른 마을미디어들에서는 마을극장과 같은 오프라인 활동의 지원, 마을신문에 대한 지원,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시설 마련, 재난방송과 마을미디어의 결합 그리고 각 자치구와 마을미디어의 협력증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청책토론회에 한 150~200명 정도 오셨나? 다들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양승렬 : 굉장히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서울마을미디어 청책토론회 참가 소감을 한 마디 해준다면?


청년 A : 이제 제2의 시작인 것 같다. 하얀 도화지 위에 마을미디어를 그릴 수 있도록 남  모르게 수고해주신 미디액트 관계자들과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큰 박수를 치고 싶다. 그리고 지역에서 각개돌파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마을미디어 단위들도 참 대단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번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박원순 시장은 언제나 자립을 이야기한다. 참 옭은 말이다. 그가 그전부터 해왔던 시민사회활동도 그렇고 지금의 마을공동체사업들도 그렇고 궁극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자체 원동력이 없는 운동은 항상 위태롭다. 하지만 나는 마을미디어의 특성을 좀 다르게 생각한다. 어느 정도 지역주민들의 회원구조나 교육 등을 통해서 작게나마 수익을 발생시킬 수는 있겠지만 마을미디어가 온전히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외국의 공동체라디오 사례들을 보더라도 그 퍼센트는 각각 다르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대한 방송국들도 방송발전기금이나 수신료 등 공적자금을 받고 있다. 마을미디어가 비영리, 공익추구의 영역에서 나와 광고를 띄우거나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업수완을 모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마을미디어가 내용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보다 충분하게 지원하고 육성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마을미디어는 정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공동체 활동이다. 마을미디어하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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