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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2월_이슈]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 - 2016 마을미디어 영상 단체 네트워크 모임 후기

by 공동체미디어 2016. 12. 16.

[마중 26호 이슈 2016.12.30]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

- 2016 마을미디어 영상 단체 네트워크 모임을 다녀와서


한효림 (미디어 돌아봄)


 서울시 마을미디어사업이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지역별, 매체별 차이는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참여자나 지원 요청 단체, 매체,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그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매체별 편차가 크다. 일취월장하는 라디오에 비해 영상매체의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교육과 상영회까지는 잘 마쳤지만 그 이후의 전망을 고민하고 있던 마을미디어 사업초보자인 필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네트워크 모임에 참여했다.





 서울시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왜 영상단체의 교육형 프로그램 이후에 후속모임이 꾸려지기가 힘든가?’, ‘영상단체가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할까’ 하는 여러 가지 고심에서 이번 웃떠말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를 준비하게 되었다. 작년의 경우 영상제에서 영상 콘텐츠만 보니까 영상단체들의 네트워킹이 아쉬웠고, 올해는 마을미디어 축제에 영상제가 없기 때문에 영상단체들이 영상 콘텐츠를 공유, 교류하면서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


 행사는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는 각 영상단체의 간단한 소개와 교육 커리큘럼소개, 메이킹영상과 교육 참여자 영상콘텐츠를 공유했고 2부에는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에 관한 토론을 했다.



2016년 마을미디어 영상 교육 진행해보니


 그날 참여했던 단체는 6개로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동자동 ‘밥꽃영화마을’, 서초 ‘미디어돌아봄’, 금천 ‘징검다리’, ‘서초생생소셜미디어’, ‘성북마을TV’이었고, 주운영자나 교육을 진행했던 강사가 참석해서 콘텐츠 공유와 토론을 함께했다. 상영과 질의응답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토론시간이 짧아졌지만 영상단체 운영상의 어려움에 다들 공감하며 힘든 점에 대한 지원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마을미디어활동 4년차인 <성북마을방송 와보숑>은 먼저 주민이 직접 성북의 지역소식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성북마을뉴스’를 소개했다. 성북구청에 모인 장애인 수당인상요구집회 소식을 보고 주민들의 마을활동을 전폭 지원해주기로 소문난 성북구청에 대해서 할 말은 하는 와보숑의 취재가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 교육과정에 관한 스케치 동영상을 상영했는데 15차시로 구성된 교육이 알차게 진했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용산구 동자동에서 활동하는 <밥꽃영화마을>은 ‘작은방 너머 영화세상’이란 미디어교육을 통해 서울역 주변의 주거불안정층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해하고 소통하는 작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은 단체다. 교육과정 메이킹영상과 셀카를 주제로 한 작품을 감상했다. 셀카로 찍은 자신의 ‘못생긴’ 얼굴에 관해 담담한 나레이션과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다음 생엔 ‘잘생긴’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는 소박한 내용인데 왠지 코끝이 시큰하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미디어돌아봄>은 서초지역에서 미디어활동을 하는 단체다. 교육형 프로그램에서 글, 사진과 그림으로 ‘나를 돌아보는 스토리텔링 워크숍’을 진행하고 ‘내 삶의 반짝이던 순간’에 대한 동영상 포토에세이를 스마트폰 앱으로 제작해서 마을상영회를 가졌다. 교육과정 스케치 영상과 수료작을 상영했다. 작품으로는 투병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늘 죽음을 생각하고 살다가 환우모임에서 사회와 만나게 되면서의 변화를 다룬 ‘하루’를 감상했는데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에 대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금천 <징검다리>는 금천구에서 미디어로 마을과 마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단체다. 작품으로는 금천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을 찾아보는 과정을 다룬 ‘금광싸라기 땅을 찾아서’를 함께 보았다. 지독히도 더웠던 이번 여름에 고생하면서 찍은 영상으로 징검다리 회원들의 열정적인 좌충우돌의 고군분투기를 엿보며 미소와 응원의 마음을 보탰다.




 <서초생생소셜미디어>는 서초구의 지역 소식을 직접 취재해서 글과 영상을 SNS로 공유하는 단체로 회원들 중 서초구청 소식지 전 명예 기자들과 서초구 마을지원활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서초구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교육과정 동영상과  ‘나도 PD다’라는 작품을 상영했다. 서초구청의 서리풀축제에 참석하고 나서 주민들이 모여서 소감을 수다로 나누는 집단 토크쇼의 형식인데 서초구 주민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박민욱 성북구마을미디어센터장은 마을미디어 종합 웹 플랫폼 <성북마을TV>를 소개했다. 마을뉴스, 보이는 라디오, 토크쇼, 토론, 공연, 예능 등의 프로그램 등이 있는데 영상단체들에게 귀가 쫑긋할만한 정보를 알려줬다. 지역을 제한하지 않고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마을미디어단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기술적인 부분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촬영이나 편집에 대한 맞춤교육을 해준다고 한다.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 

  

 ‘마을방송국 어떻게 만들까‘ 토론에 앞서 ‘왜 영상매체는 지속되기가 어려운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영상작업의 특성상 콘텐츠의 기획과 지속적인 생산을 하려면 첫째, 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열성적인 활동가들이 필수적인데 그런 사람이 드물다. 둘째, 기획, 촬영, 편집에 있어 전문가적인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매우 부족하다. 셋째, 편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엄청난 헌신이 필요하다. 넷째, 촬영 장비나 편집에 필요한 노트북과 편집프로그램,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분도 큰 문제다.


 


 “왜 교육형 중에서도 유독 영상단체는 교육이후 모임이 지속되지 않나?”는 질문에서 초동멤버의 중요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활동가들의 일방적인 헌신만 요구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쉽게 기획하고 스마트폰으로 찍고, 앱으로 편하게 편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도 필요하다. 그런 역량이 쌓인 개인이 모이면 미디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힘도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나?”, “어떤 부분을 지원해줘야 하나?” 가장 필요한 것은 각 구마다 마을방송국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언제나 누구나 맞춤형 교육과 실습을 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지역에 각종 자원과 공간이 몰려있는 구가 있어 지역균형발전의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강남 3구는 원래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런 자원과 지원이 거의 없어서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민욱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장은 <성북마을TV>의 토크쇼 프로그램을 예를 들면서 몇 가지 지원해줄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1~2회 정도의 편집이나 맞춤형 제작 실습 교육은 지역에 관계없이 제공해 줄 수 있다.” 토크쇼 형식같이 최소한의 준비로 가능한 프로그램의 예를 들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지치지 않도록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기술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한다.


 각 단체에서 장비와 편집 등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활동가가 각 구에 배치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서초구의 밸류가든이란 공간에 미디어 청년활동가가 배치되어 지역에서 미디어 작업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여서 토론을 해보니 영상단체의 미래는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미래를 앞당길 수도, 꽃길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



[필자소개] 한효림 (미디어 돌아봄)


 대학교때 영화동아리에서 활동했고, 개인적인 다큐에 관심이 많았다. 미디액트의 다큐제작과정을 수료하고 2011년부터 다큐영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2017년 1월 개봉예정)의 기획진행을 했다. 2016년 하반기에 서초구에서 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교육형 공모사업 ‘나를 돌아보는 스토리텔링: 내 삶의 반짝이던 순간’을 진행하고 마을 상영회를 연 ‘미디어돌아봄’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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