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25호 이슈 2016.11.25]


    마을 역사를 탐방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마을라디오 역사 콘텐츠 5개 심층 분석



    진행 및 정리 : 조한철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2016년 가을, 서울마을라디오에도 가을 개편으로 많은 신설 프로그램들이 나왔다. 그 중 눈길을 사로잡는 것 몇몇 마을방송국에서 역사 방송을 런칭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서울마을미디어 네트워크 워크숍에서는 마을역사 방송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동작FM의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사례발표가 있었다.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었는지,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 다른 마을방송국도 동네의 역사를 다루는 방송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2년 만인 올해, 강서FM, 노원FM, 서대문 가재울라듸오, 용산FM, 중랑 마을미디어뻔 등 곳곳에서 마을역사방송이 시작되었다.

    활동 방송국의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의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마중> 편집위원회는 각 마을방송국의 역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서면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그 답변을 모아 각자 어떤 계기로 역사 방송을 시작했고, 방송의 컨셉은 어떠하며,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고 기획과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정리했다. 마을역사가 궁금한 사람들, 마을역사방송에 도전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마을라디오 역사프로그램의 시초 - 동작FM '낭전동'의 맹명숙, 김학규 DJ


    인터뷰 참여자

    - 동작FM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DJ 김학규, 맹명숙)

    - 중랑구 마을미디어뻔 "중랑에 살거들랑" (DJ 이현숙, 김완숙)

    - 용산FM "용산에 살어리랏다" (DJ 황혜원, 설혜영)

    - 강서FM "무도사와 배추도사의 전설타파" (DJ 김정진,정은희, 출연 김희양)

    - 강서FM "말로 듣는 강서나들이" (DJ 김청길)



    <서울마을라디오 역사 프로그램 현황>




    역사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역사방송을 할 수 있다


     역사 방송을 진행하려면 꼭 전문가여야 할까? 실제로 마을라디오 역사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역사 전공자나 역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동작FM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이하 낭전동)”의 맹명숙 DJ는 20여 년간 학습교재 역사편집 일을 해왔다. 마을미디어뻔 “중랑에 살거들랑”의 김완숙DJ, 강서FM “무도사와 배추도사의 전설타파(이하 전설타파)”의 정은희DJ 역시 박물관 외부강의와 역사체험학습 강사 등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비전문가로서 역사 방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용산FM “용산에 살어리랏다”의 황혜원, 설혜영 DJ는 용산에 남아있는 수많은 근현대사 역사·문화 유적, 이야깃거리를 용산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방송을 시작했다고 한다. 두 DJ는 용산구청에서 진행한 용산역사강좌(6강)을 들으며 기초 지식을 다졌는데, 이는 마을역사방송 선배, 동작FM “낭전동” 팀에게 들은 조언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설타파”의 김정진DJ 역시 역사를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 2015년 서울마을라디오 방송제에서 설화극을 선보여 좋은 호응을 얻었던 기억을 토대로 라디오 설화극 콘텐츠를 구상했다.



    ▲강서FM - '무도사 배추도사의 전설타파' 팀



    준비과정


     이렇게 다양한 사람과 이유로 시작된 마을역사방송, 그 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낭전동”의 경우 맹명숙 DJ가 방송 진행자, 김학규 DJ가 역사이야기꾼의 역할을 맡는다. 방송 4년차인 이들에게도 원고쓰기는 준비과정 중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방송주제에 관한 서적, 인터넷, 과거 신문기사 등을 조사하고, 조선시대보다도 이전의 역사를 다룰 때는 실록과 사료까지 찾아보며, 필요하면 직접 답사도 떠난다.

     그렇게 방대하게 모은 자료를 담아 원고 초안을 작성하는데, 이 때 팁은 실제 두 DJ가 대화하는 듯한 문체로 원고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완성된 원고는 보통 11페이지를 조금 넘는다.

     “중랑에 살거들랑” 팀은 중랑구 역사문화 투어 코스 25개를 답사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향후 방송할 주제를 미리 조사해두고 방송을 시작했다. 물론 기초 자료가 있더라도 매회 방송 전에 인터넷을 통한 자료 찾기는 기본이고, 답사 당시의 사진과 해당 명소 관계자 인터뷰 등 모아두었던 자료를 보완하고 정리하는 과정은 필수다. “중랑에 살거들랑” 팀만의 특징은 동네 토박이 분들을 대상으로 1~2시간 가량 심층 인터뷰를 거쳐 원고를 작성한다는 점이다.

     설화극을 컨셉으로 한 전설타파는 어떻게 준비할까? 초반 3회까지는 두 DJ가 모여 소재 상의가 끝나면 정은희 DJ가 이야기 극본을 맡아 쓰고, 그렇게 극본이 완성되면 다른 한 명인 김정진 DJ는 진행 멘트를 작성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한다. 최근 4회 부터는 김정진,정은희 DJ가 돌아가며 한 편씩 전담해 극본을 준비하고 있다한다.

     



    ▲ 중랑구 봉우재 투어길 (이미지 제공 : 마을미디어 뻔 '중랑에 살거들랑' 팀)



    마을역사콘텐츠의 의미와 타겟 청취층


     이처럼 꼼꼼하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역사 방송, 진행자들은 이 방송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을까?

     “낭전동”의 맹명숙 DJ는 거주민들이 지역을 잘 알아야 사는 곳에 애정이 생기고 다양한 활동이 지역에 생겨난다는 것을 마을역사방송의 존재의의로 꼽았다. 나아가 지방자치 시대에 동네 정치인들이 동네 역사를 잘 알아야 의정 활동에 충실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래서 모든 주민들이 방송을 들었으면 좋겠지만,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용산에 살어리랏다” 팀은 역사를 아는 것이 마을의 가치, 우리의 뿌리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우리 마을의 역사를 알아가면서 마을 공간에 대한 가치를 주민들과 공유하고, 더 의미 있게 가꿔나가길 바란다고 한다.

     “중랑에 살거들랑”의 두 DJ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본인들 콘텐츠의 의미를 밝혀주셨다. 김완숙 DJ는 중랑구는 ‘88년 동대문구에서 분구된 자치구적 특성 때문에 그 이전에는 중랑구의 독립적인 역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중랑에 살거들랑” 방송 콘텐츠가 중랑구의 역사문화 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숙 DJ 역시 음성화된 자료로서 중랑의 역사적 사건, 인물, 공간에 대한 의미를 정리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재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송이 마을에 가진 가치가 매우 크다고 자부했다. 덧붙여 아직은 중랑에 동네 역사 탐방 소모임이 적어 아쉽다며, 역사 모임이나 마을 옛 사진전을 기획 중인 분들이 들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설문을 마치며 각자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낭전동”은 방송으로 다루었던 내용들을 모으고 정리해 2015년에 <책으로 읽는 낭만과 전설의 동작구> 책자를 출간했는데, 현재 두 번째 권 출간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맹명숙 DJ는 마지막으로 “작은 동네 라디오 방송이지만 본인들의 활동이 역사 바로잡기와 지방자치 확산 및 정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소재가 고갈될 때까지 동작구와 관련된 역사적 소재를 열심히 주민들께 소개할 것”이라고 답했다.

     “용산에 살어리랏다”의 두 DJ 역시 용산의 굵직한 이야기부터 골목마다 숨은 이야기까지 용산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알찬 방송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중랑에 살거들랑” 팀은 일단 30회까지는 방송을 이어갈 예정이며, 책자 발행, 동네 사진전, 역사탐방과 연계한 활동들이 이어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또 앞으로는 방송 소재를 우리 생활로 넓혀 중랑구의 가장 오래된 가옥, 병원, 그리고 장인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구상 중에 있다.

     “전설타파” 팀은 아직 방송 초기인 만큼 내용적, 기술적으로 완숙한 방송을 약속하며, 더불어 마을축제, 학교 등지에서 공익을 위한 활동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말로 듣는 강서 나들이” 김청길 DJ는 “마을의 어르신으로서 강서구의 다양한 문화재를 소개하고 안내하는 방송이 되길 기대한다”며, 강서구 청소년들과 지역주민들이 문화재와 더 친근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나가며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며 결과적으로 마을에서 역사 콘텐츠를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전설타파’의 정은희 선생님은 마을 역사 콘텐츠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마을역사 방송은 재미와 지식은 물론 마을에 대한 자랑거리를 통해 애향심이 생기게 하고 소속감을 강하게 한다고 할수 있다”라고 답해주셨다. 답변을 통해 역사 방송 만들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엄청난 전문성이 아닌 마을에 대한 애정이 우선순위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을에서 건강한 역사 콘텐츠가 제작되는데 비해, 최근 정부는 균형성을 내세우며 정작 균형의 추가 엉망으로 치우친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아직까지 논란중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마을 역사 콘텐츠들이 부디 지속,확산되어 마을에 올바른 역사 인식과 풀뿌리 미디어로서 건강한 우리 마을 역사 알리미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보너스] 우리 마을 오면 여긴 꼭 가봐야제~! 

                - 마을역사 DJ들이 추천하는 우리 동네 명소


    동작구 : 노량진


    동작구청에서도 발굴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발굴했습니다. 1919년 거국적으로 일어난 3.1운동 당시 동작구 노량진 역 앞에서도 만세시위가 3월 29일 있었다는 사실을 당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를 뒤져서 찾아내서 방송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주민참여예산 회의에서 이를 기념하는 기념비를 노량진 역 앞에 세울 것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노량진 전경


    중랑구 : 봉우재 역사투어길


    2016년 중랑구 주민제안 사업으로 진행했던 “중랑구 중화동 봉우재 역사투어길”입니다. 마을의 역사적인 곳으론 한양의 동쪽에서 으뜸가는 100년이 넘은 경동제일교회, 일제 시대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서 만든 사립학교인 옛 동창학교 터와 박용환 육영비가 있죠.



    ▲경동제일교회


    용산구 : 효창공원


     효창공원은 정조 임금의 다섯살 아들 문효세자의 묘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1890년말 일제가 불법으로 이곳 효창원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효창원이 훼손되기 시작했습니다. 효창원에 운동장을 만들고, 결국 효창원은 1940년대 지금의 서삼릉으로 완전히 옮겨갔습니다. 

     해방 후 효창원에 김구선생이 독립열사의 묘를 만들었고, 김구 선생님도 묻혀 계십니다. 

     안중근의사의 유해를 찾아 모시려던 가묘도 조성돼 있습니다. 의열사라고 독립열사지사 7인의 영정을 모신 사당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효창공원은 주민들이 쉬고 산책하는 공간입니다. 물론 바로 옆에 백범 김구기념관도 있지만 효창원의 존재와 독립열사의 묘에 대해 잘 모르고 계셔 많이 안타깝습니다.



    ▲효창공원


    강서구(이야기) : 곰달래 설화


     곰달래길에 얽힌 <곰달래 설화>를 추천합니다. 강서구에는 허준박물관이나 겸재정선미술관 같은 유명한 곳도 많지만 초록동자이야기, 광주바위 이야기등  마을에 얽힌 재미나고 슬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 음소와 음월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깃든 곰달래길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렸으면 좋겠어요.

    곰달래 설화 /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삼국간의 전쟁이 빈번하던 시대. 이 지역에 살던 음소와 음월은 서로 결혼을 약속한 사이었습니다. 전쟁이 나서 음소는 전쟁에 나가게 되었고 음소가 떠나기 전 자기가 죽으면 달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을 하지요. 전쟁에 나간 음소는 열심히 싸워 승리를 하였고, 음월은 음소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빌고 빌었는데 하늘의 달이 사라지며 천지가 검게 변하자 음월은 음소가 죽었는지 알고 산에서 떨어져 죽게 됩니다. 뒤늦게 달려온 음소는 음월의 시신을 붙들고 고음월이라 울부짖었는데 그때 울부짖던 고음월이 변해서 곰달래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곰달래길



    강서구(명소) : 허준박물관


     허준박물관은 의성 허준 선생이 태어나고 성장하였으며 《동의보감》을 집필하고 돌아가신 곳으로 알려진 서울특별시 강서구에 2005년 3월 23일 개관한 공립박물관이다. 서울특별시 강서구 허준로 87번지에 있다.



    ▲허준박물관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