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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6월_이슈] 미디어교육과 마을을 잇는 마을 강사들

by 공동체미디어 2015. 7. 11.


미디어교육과 마을을 잇는 마을 강사들

- 2015 마을미디어 강사워크숍에 다녀와서

강은주(<마중>객원필자)


 작년 은평구에서 마을기록사업을 했다. 사진과 영상으로 골목을 담는 작업이었다. 그러면서 마을미디어 네트워크 모임인 웃.떠.말 2회 <마을미디어, 그것이 알고 싶다>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서로 방송 노하우를 공유하고, 배우는 자리였다. 마을미디어네트워크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2015년 사업계획을 공유했고, 마을미디어의 전망에 대해 토론도 했다. 네트워크의 자리였던 만큼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는 단체와 활동가들의 역사와 과정, 고민의 지점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마을미디어 활동가를 연결하는 장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올해는 마을미디어 강사들이 네트워크 활동을 시작했다. 미디어교육과 마을을 잇는 자리에 바로 강사들이 있다. 마을과 미디어와 교육의 연결은 쉽지만은 않다. 마을 공동체와 미디어의 전달, 교육이라는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 성장의 도구를 한꺼번에 수행해야 하는 마을미디어 강사는 그래서 더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요구된다.


 지난 5월 15일 ‘마을미디어 강사워크숍’이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렸다. 강사와 활동가 37명이 모였다. 마을미디어 교육의 흐름을 살피는 마을미디어지원센터 김희영 실장의 미니 강연을 시작으로, 강사 세 명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이어지는 참여자들의 테이블에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 


 '마을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는 것은, 미디어로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다. 매끈한 콘텐츠를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는 과정이다.' 기조 발제에서 김희영(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님이 제시한 미디어 교육의 핵심은 이후 사례 발표와 토론에서 계속 회자되었다. 이날 발제는 미디어 교육을 왜 하며,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중심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강사와 활동가들의 일관된 고민이 거쳐 가는 플랫폼과 같았다.



사진으로 관찰하는 우리 동네 | <산아래문화학교> 도춘호



 첫 번째 사례는 <산아래문화학교>의 사진수업 사례였다. 발표를 맡은 도춘호 선생님은 짧은 시간에 어떻게 잘 놀 수 있을까, 를 생각하며 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프로그램도 느슨했고 커리큘럼도 참여자와 같이 만들어갔다.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의논하며 동네를 다녔다. 주제를 스스로 찾아가게 도우며, 사진을 잘 찍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즐겁게 찍는가에 초점을 두었다. 출사가 끝나면 사진을 함께 보았다. 강사의 피드백보다 참여자 스스로 의견을 내며 발견한 것이 많았다. 교육 마지막에 사진책을 만들었다. 어쩌다 구청에서 6개월 동안 상설전시까지 했다는 도춘호 선생님은 “미디어로 즐기며 놀았더니 모두 즐거웠고, 결과도 좋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도춘호 선생님의 수업에 참석한 <산아래문화학교>의 김유선 님은 “사진수업은 놀고 쉬는 시간이었다. 골목에서 이야기도 하고, 슈퍼에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남는 시간에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없는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몇 해 동안 그렇게 작업한 게 쌓이니 느낌도 생기고 자신감도 붙었다. 골목을 다니면서 마을에 애정이 생겼다는 분도 많았다”고 전했다. 



청소년과 함께 마을 영화 만들기 | <성북나눔의집> 박홍준



 영화감독 박홍준 선생님은 청소년들과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성북나눔의집>에서 중·고등학생과 했던 단편영화제작은 ‘영화라는 미디어로 아이들의 표현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박홍준 선생님은 처음에 15분짜리 단편극영화 만들기를 제안 받았을 때는 불가능해 보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청소년단편영화'를 보여주며 첫수업을 시작했다. 이어 컷별로 5장 이상 찍은 사진을 이어붙여 동영상으로 만드는 ‘포토로망’ 수업을 했다. 아이들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은 찍지만 편집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등의 표현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수업이 끝나도 계속 작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감독을 희망하는 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럽게 왕따 이야기가 나왔다. 그 경험을 디테일하게 써보라고 조언했다. 청소년에게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박홍준 선생님은 말한다. 촬영·편집이 끝나고 상영회를 했다.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했다. 다른 사람과 작품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다. 피드백이 있을 때, 더 확장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학생들이 이 과정을 다 거치고 나자 발표를 잘 하게 되었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졌다. 영화 만들기 수업은 학생들의 시선이 확장되는 기회였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동네에서 라디오 전파하기 | <창신동라디오방송국 덤> 조은형



 <창신동 라디오 덤>의 조은형 방송국장은 라디오교실 운영 사례를 전했다. 라디오교실을 4차례 진행하며 ‘지속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한다.

 1기 라디오교실에서는, 참여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배려했다. 자기 이야기로 공적인 발언을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데 주력했다. 2기 라디오교실은 참여자들이 라디오 방송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기획을 비롯해 방송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수업을 했다. 덕분에 자발성이 높아졌다. 3기 라디오교실 때는 개국 멤버들을 운영진으로 만들려 애썼는데, 어려웠다. 참여자에서 운영자가 되는 건 너무나 벅찬 과제였다. 4기 라디오교실까지 진행하며,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사람들이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신동 라디오 덤>의 사례는, 작년에 마을라디오를 시작한 <노원유스캐스트>의 최윤석 님에게 도움이 되었다. 최윤석 님은 '4기까지 라디오 교실을 하며 기수마다 교육 방향이나 방법이 변해왔고, 매번 장단점이 달랐던 점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전했다.


  

구체적 고민이 오갔던 테이블 토론



 사례 발표 뒤, 참여자들은 세 개의 테이블로 나뉘어 마을미디어 강사와 활동가로서 겪는 실질적인 고민을 풀어냈다.

 도춘호 선생님 테이블에서는 미디어 수업 운영의 구체적 방법을 주제로 이야기가 오갔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 출결과 과제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마을의 커뮤니티가 즐겁게 형성되는 게 미디어 수업의 목적이고, 수강생과 강사가 편안하게 가는 게 마을미디어의 프로젝트라는 답으로 마을미디어의 개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던 조은형 선생님 테이블에서는 저작권 문제로 열띤 논의가 있었다. 이를 위한 사전체크의 필요성에 대한 제기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운영자 한둘이 모든 방송을 일일이 미리 들어볼 여력도 없으니, 대신 서로 방송을 들어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방법’이 제안됐다. 제작자, 출처를 밝히거나, 해당 콘텐츠의 사용 허락을 직접 받는 방법으로 저작권 문제에 대응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준 선생님 테이블에는 청소년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참여자들이 모였다. 청소년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라디오 방송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자기표현을 하는 것, 서로에 대해 잘 알게 하는 것,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주면서 청소년들의 소통과 표현을 이끌어내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활동과 워크숍이 만나 얻은 것



 워크숍이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참여자의 활동과 오늘 워크숍이 어떤 접점으로 만났기에 이토록 열기가 높은지 참여자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엶엔터테인먼트>에서 온 이철우 님은 “성북 청년들이 모여 라디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결과물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데, 오늘 자리는 커뮤니티에 대해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압박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성산마을기자단>의 이성종 감독은 “프리랜서라 외부와의 네트워킹이 중요하다. 마을미디어 강사들과 연결되니 혼자가 아닌 느낌이었다”고 했다. 

 <강서FM>의 김지혜 방송국장은 “가장 큰 고민인 공간 마련의 길이 보이고 조언도 받았다. 올해 처음 사업하는데 앞으로 네트워크 행사에 나와 정보를 교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결과물에 대한 압박을 커뮤니티로 넘고, 혼자보다는 연결로 사고가 확장되고, 다른 강사의 경험이 고민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스며드는 네트워크의 힘을 이번 워크숍에서 보았다. 마찬가지로 네트워크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마을과 미디어와 교육을 한꺼번에 수행해나가는 마을미디어 강사들은 좀 더 많은 공감과 공유와 구체적 방법을 원했다. 많은 강사들이 활동가이자 강사로 마을미디어를 책임지고 있지만, 마을미디어 교육을 고유하게 수행하는 '마을미디어 강사 양성'은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질문을 해본다. □



[필자소개] 강은주 (<마중> 객원필자)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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