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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6월_이슈] 마을미디어가 메르스에 대처하는 방법?

by 공동체미디어 2015. 7. 11.


마을미디어가 메르스에 대처하는 방법?

 

김일웅 (강북FM)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신체 건강한 청년(?)인지라 마스크 착용도 한 번 하지 않으며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뒤늦게 메르스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9, 강북FM 마을미디어 교육 참여자들과 녹음한 시험방송에서 메르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방송을 청취한 마을미디어지원센터 관계자께서 <마중>메르스와 마을미디어라는 주제로 원고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전화로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제 겨우 마을라디오 방송을 1년 반 남짓 진행하고 있는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평소의 협조적인 행태가 발현되면서 원고 청탁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밤늦게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처지가 되었다.

 


불안과 우려가 고스란히 담긴 메르스 방송


 
다들 아시는 것처럼 메르스 즉,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생소하기만 했던 감염병의 이름은 지난 1달 남짓한 기간 동안 마도 언론과 사람들의 대화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중 하나였을 것이다. 미흡한 초동대응 등으로 인해 세계 최초로 3차와 4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의 진원지인 중동의 여러 국가들을 제치고, 1,000명 넘는 대규모 감염자가 발생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발병 국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정부와 언론은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지 않았고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갔다. 무너진 방역망과 정부의 대책을 신뢰할 수 없었던 시민들은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나누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신경 쓰는 수밖에 없었다.


 메르스를 주제로 짧막한 이야기를 나눴던 문제(?)의 방송을 녹음했던 69일은 감염자 95, 사망자 8, 격리자 3,000여명 등 메르스 확산세가 꺽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시점이었고 교육 참여자 중 2분이 메르스를 이유로 교육에 불참하시기도 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그날 녹음의 주제 중 하나로 메르스를 다루게 되었다. 이야기 손님으로 녹음을 함께한 두 분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느끼던 것처럼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불안감을 표시했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을 답답해했다. 또한 메르스 확산에서 1년 전 세월호 참사가 오버랩됨을 이야기했고 어느 어린이집과 학교가 휴교를 했고 하는 등의 동네 정보를 나누기도 했다. 방송을 녹음하면서 이른바 고위험군이 아닌 내가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공동체라디오가 재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재난 방지와 사후 대책 방송의 의무화가 공동체라디오의 허가 조건이고 250개가 넘는 공동체라디오가 전파를 송출하고 있는 일본과 전파를 송출하는 공동체라디오방송국이 전국에 7개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사례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동체라디오 방송국과 현재 1W에 불과한 출력을 확대하기 위한 법적, 정책적 접근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중요할 것이다. 동시에 강북FM을 비롯해 인터넷 기반으로, 방송을 시작한지 그리 오래지 않은 마을미디어가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의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고민의 출발은 공동체성과 지역밀착성

 


(출처: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54)


 일본의 사례를 보면 재난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재난의 발생을 알리는 일회적 보도가 아니라 재난 당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구호정보와 치유, 그리고 재난자들을 도와줄 사회적 자원을 연계시키는 커뮤니티 활동이고, 이러한 활동을 매개할 수 있는 적합한 매체가 바로 공동체라디오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마을미디어는 ‘10%의 미디어와 90%의 마을, 공동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감안할 때, 공동체에 기반한 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지역밀착성을 핵심적인 키워드로 뽑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미디어가 메르스와 같은 사회적인 위험과 재난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는 전통적인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 등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사회적 위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들은 사회적으로 관리되어지는데 메르스 사태처럼 어떤 위험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하기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사회적인 원인, 필요한 대책과 조치 등에 대해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비록 작고 미약하지만, 마을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고 소통되는 것은 사회적인 위험 혹은 재난에 대해 사회적인 해결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마을미디어가 활동하고 있는 각각의 동네에서, 소통하고 있는 주민들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두 번째로 지역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적인 사고 뿐 아니라 메르스와 같은 전국적인 재난 혹은 위험에 있어서도 사람들의 1차적인 관심사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정보일 것이다. 그래서 메르스와 관련한 컨텐츠를 제작한 마을미디어들이 대부분 각 지역의 현황과 정보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강북구와 서초구의 사망률,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률 등이 몇 배씩 차이가 나는 한국사회에서 중앙 언론이 알려주는 정보는 지역에 따라서는 그리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고 보건소를 제외하면 선별진료소 및 국민안심병원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 강북구 주민들의 경우, 공중파 방송에서 전달하는 강북삼성병원 관련 소식은 큰 관심이 가지 않는 정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메르스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마을미디어만이 전달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재난이나 위험 상황에서 마을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의 신뢰도와 영향력은 해당 마을미디어가 지역 사회 마을공동체에 얼마만큼 뿌리내리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출처: LOCAL MEDIA, http://blog.civicplus.com/blog/bid/247261/5-Reasons-To-Use-Social-Media-For-Local-Government)


 마지막으로 이웃의 전문가를 통한 전문적인 정보의 전달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메르스와 같은 생소한 감염병은 물론이고, 현대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많은 위험은 위험의 여부, 위험한 정도 등을 판단하는 데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MSG를 둘러싼 논란 등 많은 경우, 전문가의 의견에는 다른 요소들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일반적인 시민들의 경우 전문적인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마을미디어 역시 전문적인 영역일수록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평소 마을미디어를 통해, 혹은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꾸준히 접해왔고 소통해왔던 전문가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얼굴 있는 생산자와의 농산물 직거래가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것처럼 마을에서 자주 접해왔던 전문가가 마을미디어를 통해 전달하는 전문적 정보는 청취하는 주민들에게 훨씬 높은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초보 마을미디어 활동가의 입장에서 메르스 사태와 마을미디어라는 주제는 너무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주어진 주제에 대한 고민 자체가 피상적이고 얕을 수밖에 없었다는 아쉬움도 든다. 다만, 결국 고민의 해법은 마을미디어의 지향과 성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성과 지역밀착성이라는 키워드가 논의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다 심도 깊은 고민과 논의를 위한 아주 작은 단초라도 담겨있다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필자소개] 김일웅 (강북FM)


2012년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이 인연이 되어 마을미디어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금은 강북FM에서 <반달곰이 만난 사람>, <마음 읽는 시간>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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