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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6월_이슈] 평범한 우리들의 역사를 담는 마을미디어

by 공동체미디어 2015. 7. 11.


평범한 우리들의 역사를 담는 마을미디어

- 마을미디어 기본이해교육 후기


장남순 (성북마을방송 와보숑)



 나는 어릴 때 자란 고향을 생각하면 마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한다. 세상에 온지 꽤 오래되었고, 또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그 소리가 참 정겹게 들린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마을이란 이야기는 처음에는 시답잖고 생뚱맞은 이야기로 들리는 용어였다. 대부분 옆집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마을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하지만 성북마을방송 와보숑에서 활동하면서 서울사람들 중에도 마을을 소중히 여기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미디어 활동을 하는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와보숑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서울에서 마을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사업을 알게 된 것은 당시 사회적기업인 ‘뉴 시니어라이프’모델교실에서 직원으로 패션모델 활동을 하던 때였다. 패션쇼 워킹 장면들을 캠코더로 찍어서 보곤 했는데, 불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고 멋있게 만들고 싶은 생각에 편집을 배우고 싶었고, 때마침 성북마을 만들기 ‘시끌시끌 함성’에서 미디어 교육을 한다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저 동영상 편집이나 배워야지 하는 욕심으로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 편집은 마지막 부분에 배우게 되어 무작정 따라하다가 보니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나이 많은 내가 와보숑의 일원으로 창시멤버가 되었고, 불명예스럽게도 서울 미디어 쪽에서는 최 연장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활동을 이어오다가 지난 6월 12일 사회적경제센터 3층에서 미디액트 김희영 팀장님의 마을미디어 기본이해 교육들 듣게 되었다.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번 강의에서 나는 힘이 빠져가는 팽이를 팽이채로 쳐서 힘을 가중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부채질하고 있는 사람에게 선풍기를 틀어준 느낌이랄까? 각 마을마다의 개성 있는 아이디어와 간략한 사례를 들으니 아~ 그러면 되겠구나,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고 나도 금방 그렇게 활동할 수 있는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낭랑한 목소리로 쉬지도 않고 퍼부어주는 이야기는 지금 마을미디어란 것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가뭄에 단비였다.



 “텔레비전이나 대중매체에서는 자본과 권력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록에 남겨주지만 50년, 100년 후에 제가 오늘 와보숑에서 이런 강의를 했다는 식의 평범한 사람의 일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자, 권력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소시민들이 모여 평범하고 소소하게 이어가는 이야기들을 스스로 담아 기록으로 남긴다면 우리들의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런 기록 방식 중 하나가 강의에서 사례로 든 영국 BBC 방송의 아카이빙 사업(*주1)이었다. 녹음실을 찾아온 아이들이 축구얘기를 하다 싸우는 이야기도 녹음이 되고, 어떤 노부부가 일생을 돌아보는 소소한 얘기까지 모두 담겨서, 영국 박물관의 소리박물관에 분류, 보관된단다. 그 방대한 자료에 감탄사가 나왔고, 또한 몇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자신의 지난날을 문득 추억하고 싶을 때 소리박물관에서 자신의 지난 모습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참 행복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아카이빙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미디어를 한다는 것이 이런 일상의 소소한 생활을 기록에 남기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상들이 시간이 지나면 역사의 한 면으로 장식되는 것 아닌가... 후대 사람들이 이 시대를 알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일. 그러고 보니 우리 미디어 하시는 분들이 큰일을 하시는 것이라는 전율이 온 몸에 퍼졌다. 앞으론 좀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와보숑에서는 마을곳곳에 다양한 소식들을 유튜브나 페이스북, 그리고 각 사이트에 올려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상물들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성북마을뉴스’, ‘마을포커스’, ‘빌리진’, ‘아빠들의 수다’, ‘여수다’, ‘열린 채널’과 ‘와보숑이 간다’ 등이 있고, 몇 편의 미니영화도 만들었다.



이렇게 와보숑 팀원들이 각자의 역량대로 힘과 아이디어를 모아 재미있게 하다 보니 우리들은 보람을 얻어서 좋은데, 게다가 잘하고 있다면서 2014년 서울시 마을미디어 축제에서 대상을 받게 되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성북구 공모사업을 취재하여 영상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34곳의 행사현장을 40~50번을 내가 맡아 찍어서 영상을 만들었다. 덕분에 스타 상까지 받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고로 나는 지금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와보숑 덕분에 내가 하고자하는 일들을 하나 둘 채워가고 있으니까. 따지고 보면 젊은 사람들이 요리하고 만드느라 애쓰는데서 나는 맛보며 영양을 채우는 격으로 꿩 먹고 알 먹은 셈이다. 연령대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데도 불편함 없이 잘 어울려 돌아가고 있는데, 다른 모임이라면 가능할까? 나는 모르는 것을 배워서 좋고, 정년퇴임을 하고 시간에 여유가 생긴 시기에 때 맞춰 취미거리가 생긴 셈이니.. 크게 말하자면 마을 만들기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필자소개] 장남순

현재 실버넷뉴스 문화행복부 차장이자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의 이사. 과거 사회적기업인 ‘뉴 시니어라이프’패션모델로서 패션쇼 워킹 장면을 멋진 영상으로 만들기 위해 편집을 배우고 싶었다. 때마침 성북 마을 만들기 ‘시끌시끌 함성’에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여 동참하다가 와보숑 창시멤버가 되었다. 현재 마을미디어 활동가 중 최 연장자.



*각주


(*주1) 리스닝 프로젝트 The Listening Project 지난 2012년부터 BBC와 Radio4, 영국도서관의 합작품으로, 누구나 온라인으로 최대 한 시간까지 자유롭게 대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게 모인 클립들을 다양한 테마로 분류해 방송도 하고, 영국도서관에 아카이빙하는 작업. http://sounds.bl.uk/Oral-history/The-Listening-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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