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

[6월_이슈] 청년마중② 마을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by 공동체미디어 2015. 7. 11.


청년마중② 마을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씬블리 (강북FM)



편집자 주 : <마중>에서는 2015년 한 해 동안 각 마을미디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활동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청년마중'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청년들이 미디어로 마을을 만나며 겪는 좌충우돌 시행착오, 희로애락, 깊어가는 고민들을 풀어낼 '청년마중'을 기대해주세요!



마을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세상에서 혹은 우리나라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만큼, 마을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습니다.

 청년이 되기까지 우리를 품어온 마을을 모른척할 수도, 마을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세상이 주는 수많은 이유로 꿈을 포기하고 마을을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곧 청년이 되어 우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다른 친구들을 보며, 선뜻 손 내밀어 희망의 말을 주지 못하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잘 살아야 마을을 품고 손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마을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을


 누군가 묻습니다. 특히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너에게 마을은 무엇이니”


 마을을 어떠한 말로 정의하면 좋을까요? 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지금은 청년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에게 마을은 ‘익숙함’ 그 자체입니다. 발길 닿는 골목 하나하나부터 시장의 냄새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 또한 가족이고, 친구고, 삶이고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마을은 굳이 새로운 말로 정의할 필요가 없는 그냥 ‘마을’입니다. 그러니 마을은 무엇이냐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마을은 마을이니까요.



사부작사부작 [부사] 별로 힘들이지 않고 계속 가볍게 행동하는 모양.

 

▲ ‘청년커뮤니티공간 청춘행성209’의 청년들


 마을의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좋은 동료가 되어주자.

 각자가 그리는 마을도 미래도 다르지만, 조금 더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그렇게 모인 청년들만 벌써 30명에 가깝습니다. 2주에 한 번 모여서 우리는 마을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하고 삶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다섯 명의 청년이 있습니다. 강북구 슈퍼스타라고 지칭해도 될 만큼 마을에 오래도록 스며들며 살아왔습니다. (그렇다고 해봐야 23년 남짓이지만요.) 다섯 명의 청년들은 한 손에 꿈을 꼭 쥐고 다닙니다. 절대로 꿈을 놓지 않겠다 다짐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네 명의 청년은 음악을 하고, 한 명의 청년은 그림을 그립니다. 꿈으로 먹고 사는 일이 가능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일이 분명히 보이지 않아서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스스로가 살 집을 구하는 것 조차도 쉽지가 않습니다. 한달 내내 일한 돈에서 월세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 입니다. 교통비와 식비로 나오는 5000원으로 교통비는커녕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힘이 들지요.

 세상을 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할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모두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쫓아가버리고, 정작 이런 이야기를 전해줄 곳은 없는 셈입니다.

 이쯤되면 닭가슴살 같다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팍팍할 수가 없습니다.



배가 고픈 밤에


“동네 음악하는 형누나가 들려주는 고품격 음악방송. 배가 고픈 밤에!
지금 시각 밤 12시 배가 고픈 밤에 시작합니다.”



▲ 왼쪽부터 씬블리,손주새끼,락털,손똥땡,슈퍼스타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살아냈다. 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다섯 명의 청년들은 마이크 앞에 앉습니다. 예전엔 우리끼리 밤이 새도록 했던 수다들을 마을에 풀어놓기 위해서 입니다.

 벌써 한 달째 진행된 ‘배밤’(배가 고픈 밤에 줄임말)은, 좋은 노래지만 사람들이 잘 몰라서 듣지 못하고 있는 노래들을 소개해주는 ‘널 위한 노래’, 상업적인 영향으로 가득한 멜론차트를 뒤집는 ‘수박차트’, 밥 먹듯이 편하게 듣는 음악 역사이야기 ‘손주새끼의 음악세끼’, 영화와 OST를 함께 소개하는 ‘카라멜 팝콘’까지 코너만 4개입니다. 음악을 하면서 들었던 고민들과 생각을 풀어놓고,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음악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하나씩 늘었습니다. 물론 코너도 각각의 청년들이 직접 준비하고 공부해서 진행합니다. 녹음과 편집도 마찬가지로 누구의 도움 없이 해내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해서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출연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군대에 있는 친구들이 방송 잘 들었다며 연락이 오고, 연애상담 같은 고민들도 함께 이야기하고 나눕니다. ‘널 위한 노래’의 경우 직접 아티스트에게 음원 사용을 허락 받은 후 들려주기 때문에 저작권의 울타리에서도 자유로운 방송입니다. 아티스트가 직접 출연하여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동네의 음악 하는 친구들의 노래를 마음껏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도 합니다. ‘수박차트’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이야기와 고민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늘 가지고 있던 고민과 이야기를 마을미디어를 통해서 한 번 해볼까?’ 라는 작은 시작이 만들어 낸 일입니다.



안녕 강북FM

 


▲ ‘강북FM 씬블리의 명함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마을미디어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고 묻습니다. 드라마처럼 후광이 반짝이고 종소리가 울리며 만났으리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힘 빠지실 수 있겠지만 정말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듯 만났습니다.

 그간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한 번도 우리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시절 문화축제를 기획하며 라디오 형식의 무대도 꾸려보았고, 전시관이나 공연을 통해 우리 이야기도 전해봤습니다. 도봉N을 만나 기사를 실어보기도 하고, SNS가 발달된 후에는 그 곳에 각자의 이야기를 전하고 소통했습니다. 단지 그게 마을미디어인지 몰랐을 뿐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흘러 흘러 마을의 청년이 되었고, ‘강북구 공동체 라디오 강북FM’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면 달이 뜨듯 아주 자연스럽게요.


마을미디어

 우리에게 마을미디어는 ‘숨’입니다.

 당연히 행해져야 할 것이고, 필요한 일이고, 숨통 트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배밤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에게 배밤은 놀이고 삶이고 숨쉬는 것일 뿐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마을미디어는 숨이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 빼앗기지도 말고, 요구하지도 말고, 스스로가 숨을 쉬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필자소개] 씬블리

강북FM에서 청년활동가로 지내며

배밤DJ로 활약하고 있는 씬블리입니다.

청춘행성209의 청년이기도 하며,

디자이너로서의 삶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SSINVELY_

www.facebook.com/gangbukf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