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을미디어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10.31]
마을 미디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다
-‘우리마을미디어공방 중간 간담회’ 취재
이선화 (<마중>객원기자)
10월 17일(목)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우리마을미디어공방 중간간담회>가 열렸다.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과 그간의 고민이나 생각들을 공유하고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십여 명의 활동가들은 진지한 얼굴로 질문과 토론을 하기도 하고 그동안 본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밝게 웃기도 했다.
▲ 공방간담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최은정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활동가와 듣고 있는 참여자들
이날 간담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공방 운영 관련 공지와 중간 점검을 위한 설문 조사가 이뤄진 후, 새롭게 참여한 마을미디어공방 5곳의 소개가 있었다. 2부에서는 활동가들이 두 조로 나뉘어 토론을 진행했다. “마을미디어 운영을 위한 가계부, 어떻게 쓸까?”와 “마을 미디어를 지속하기 위한 필수조건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각기 토론한 후, 조별 발표로 마무리되었다.
“마을미디어의 새로운 주자들을 소개합니다.”
▲ '월간 이리' 이훈보 님
오묘한 매력을 가진 잡지, 월간 이리 (이훈보):
"월간 이리는 홍대 상수동에 위치한 이리 카페에서 자주 모이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발간하게 된 잡지이다. 현재 32호부터 36호까지 지원을 받기로 한 후, 인쇄량과 배포 가능한 범위가 늘어났고, 동네에 관한 정보를 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전부터 동네에서 만들었지만, 마을 정보를 적극적으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지원을 받으면서 동네에서 열리는 전시, 거리에서 일어나는 행사 등등 동네의 동향을 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예를 들어 이번 호 같은 경우, 새롭게 발견한 동네 산책 코스를 소개하는 사진들을 실었다. 처음 기획할 때의 방향이 동네 주민의 대다수가 예술가인 만큼 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덜 정제되었지만, 방향성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지원 이후 마을에서 이야기들을 찾다 보니 새로운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다."
▲ 인권재단 사람의 정욜 님
마을과 인권이 만나는 담벼락 미디어, 인권재단 사람 (정욜):
"인권재단 사람은 주민단체도 미디어 전문단체도 아니지만, 미디어를 매개로 마을을 만나보고자 지원하였다. 단체가 위치한 마포구는 성미산 공동체처럼 의미 있는 단체가 많은 곳이지만, 그들과 마을 주민과의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첫 시작으로 이곳에 뭐가 있다는 사실을 벽에 만화적 이미지로 그리거나 소식을 알리는 게시판을 설치해보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이 지나가다 보면서 이 지역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실행하게 되었다. 게시판 설치와 벽화 모두 11월에 시작되어서, 아직 결과물은 없다. 우선 정해진 것은 벽화로 그릴 이미지의 내용이다. 인권재단 사람이 시민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단체인 만큼 인권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가족 바깥의 마을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지는 내용이다.
현재는 동네의 여러 단체가 같이 참여해서 지역주민과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성미산 공동체에 속하신 주민분들과 함께 단체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기존의 지역주민공동체가 가족 중심, 육아 중심의 공동체인데, 지역주민 모두가 가족이 있거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공유하기가 힘든 이들은 공동체에 들어가기 어렵다. 마을공동체에 있던 분들이 이 지점에 공감해서, 같이 여러 단체를 돌아다니면서 ‘왜 이 단체들이 같은 지역에 있는데 지역과 함께 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공유하는 중이다."
▲ 모기동 이야기하는 마을극장의 유다원 님
보고, 듣고, 만드는 희한한 극장,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유다원):
"공공미술 활동을 6년 정도 했고, 양천구 모기동이라는 곳에서 4년 정도 활동하고 있다. 마을극장 활동을 시작하면서 ‘미디어’가 일상에서 친숙한 단어가 아니라 많이 고민했는데, 옛날 할아버지 댁에 있던 상자 TV가 생각났다. TV 앞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르신들이 모여서 신기해하며 대화를 나누고는 했는데, 지금은 미디어가 개인 손안에만 머물러 있다. 미디어를 소통의 매개체로 되돌려서, 이것이 사람을 이어주는 메시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만나서 놀자는 취지로 축제 때 한 번씩 미디어 상영을 하다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미디어공방을 만났던 것 같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옛날처럼 극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다 떨면서 소통할 수 있는 마을극장을 열기로 했다. 수다 떨다가 배워도 보면서 미디어와 친숙해지고, 다른 동네 구경을 가게 하기도 하고, 그리고 마을 안의 이야기들을 찾아내 보자는 취지가 있다. 마을극장의 첫 공연으로 빛 그림 공연이랑 책 읽어주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아직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보다는 감상 정도를 나누는 정도였다. 현재 다음에 진행할 공연을 같이 만들고 있다.
‘목동’하면 잘 사는 동네 같지만, 모기동은 5층 이하의 빌라가 주를 이루는 동네이다. 이곳에서 저희 외에 나무도예방, 카페 숙영원, 양천 지리 등등 여러 단체와 협업해서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아날로그 플랫폼을 만드는 목적으로 4년 동안이나 활동해 보니 정체기가 온 듯하다. 마을 안에서 생산되는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그것을 활동과 잘 연계하고, 더 많은 사람과 같이 놀면 좋겠다는 게 앞으로의 바람이다. "
▲ 진관동 아줌마들의 동네 탐방 김지혜 님
동네를 쏘다니는 진관동 아줌마들! 아줌마들의 동네 탐방(김지혜) :
"뉴타운 조성되기 이전의 폭포동이라는 동네를 중심으로 이전 모습에 대해 원주민들에게 취재하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개발반대 여부를 떠나 동네의 과거 모습과 이야기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고, 새로운 사람들, 또는 다른 세대에게 그러한 것들을 전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우연히 들린 진관동의 기자촌이라는 동네가 10년 후에 사라진 경험이 컸었다.
예전에 은평시민신문이라는 지역 매체가 뉴타운 조성 전에 마을들을 기록한 작업이 있었다. 여기에서 은평구에 문화유적들이 꽤 많은데 이것들을 모아 지역박물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있었지만, 뉴타운 개발이 빠르게 추진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비슷하게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은평구에 관한 전시를 따로 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수장고에만 있다고 한다. 이런 조사를 하다 보니까 저희 안에서 웹 박물관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취재에서 기억에 남았던 분은 진관동에서 오랫동안 전파상을 하신 분이었다. 전기를 만지려면 집집이 들어가야 해서 예전 집 구조를 다 기억하고 계신다. 이처럼 같은 동네에 살아도 느끼거나 기억하는 것이 다르니까 그것들을 지도로 그리거나 해서 남기고 싶다. 비슷한 맥락에서 폭포동은 물줄기가 살아있는 계곡과 나무가 어울려진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다 아파트가 들어섰다. 우연히 아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바뀐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아이는 오히려 아파트 뒤에 물이 흐르니 멋지게 생각했다. 과거부터 살아온 주민들은 옛 모습을 알지만, 이전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깔끔해졌다면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동기들을 엮어서 열심히 인터뷰하러 다니고 사진도 구하고 있다."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2부 순서에서 두 조로 나뉘어서 진행된 토론은 예상보다 각 조의 인원이 많은 관계로 원활히 이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의 문제점들과 한계에 대해 토로하면서 서로 조언을 나누기도 하고 공감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무엇보다 “마을 주민을 어떻게 만날 것인가?”라는 고민이 가장 커 보였다. 마을미디어 활동은 우리 마을의 이야기를 담기 위한 것인데, 주민들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곤란한 적이 많았다고 했다. 창신동라디오 덤 김종임 씨의 경우, 40년간 동네를 산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오해하거나, 하나 건너 아는 같은 주민임에도 지역 자치회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던 경험이 그러했다. 아직은 ‘미디어’라는 단어가 주는 낯섦과 장벽이 존재하고, 흔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외부세력’이라고 규정하는 편견이 크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주민들과의 인식 차이를 주민들이 이전부터 해오던 익숙한 방식으로 다가서면 당장에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자치회 같은 경우 구청과 문서로 주고받던 관습이 있어서 문서로 제시하면 협조를 받기 쉬울 거라는 '행운동길 팟캐스트' 한지훈 씨의 조언이 그랬다. 마을주민이 원하는 것과 마을미디어 활동가가 원하는 것이 충돌할 때,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우선순위로 해야 하기에 일정 정도 한계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활동가는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활동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발생하는 갈등 속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가 늘 새로운 문제로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주민을 누구로 규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인권재단 사람 정욜 씨는 기존 지역 행사나 축제가 다루는 주제들이 가족이 없거나 육아와 무관한 사람들에게 공감되는 지점이 없어서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민’이라고 보통 부르는 범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외될 수 있는지 단어의 의미에서부터 다시 한 번 재고해봐야 할 필요성을 제기해주었다.
▲ 우리마을미디어공방 활동가들이 조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지속하기 위한 현실적인 기반, 즉 자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가장 활발하게 토론된 부분은 운영비와 인건비에 대한 부분이었다. 먼저 운영비의 경우, 공적 기관에서 지원을 받는 문제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이후에 어떤 방법으로 자본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도봉 N'의 이상호 씨는 공적 기관에서 지원을 많이 받을수록 그만큼 해야 하는 것이 많아져서 될 수 있으면 지원받지 않는 형태를 앞으로 지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원을 받으면 인쇄량이 늘어나거나, 다른 매체에 도전할 수 있거나, 장비를 갖출 수 있는 등의 물질적인 부분에서 윤택해지는 면이 있다. 반면에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서류를 처리해야 하고 실무 차원에서 부가적인 일이 전가되는 경우가 많아, 활동의 본래 목표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현실적으로 공모에 계속 붙어서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운영비를 모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날 논의에서는 지원이 끝난 후에 취할 방법으로 후원을 받는다거나 구독료, 광고수익 등등이 논의되었지만, 뚜렷하게 어떤 것이 좋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이 방법들이 이미 존재하는 선택지이기에 그 한계들이 명확한 것도 있지만, 마을미디어가 지향하는 지점과 수익성을 어디까지 조율해야 하는지 각 활동에 따라 다른 변수가 작용하는지라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다음으로 활동가들 자신들이 겪는 인건비의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와보숑TV'의 김현미 씨는 활동을 지속할 수준의 경제적인 받침이 되지 않으면 힘든 현실에 대해 말하면서, 지원 항목 중에서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들은 결국 활동가 개인들에게 전가된다고 했다. 활동을 일종의 취미활동으로 할 수도 있지만,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고민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상근 인력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상근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의 문제와 부딪치게 된다. 또한 미디어를 다루기 때문에, 실무 부분뿐만 아니라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인력까지 요구된다. 이를 담당할 사람을 찾고 교육하는 문제가 장기적으로 가능한 일인만큼 단기적인 지원으로는 마을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금천IN'의 이성호 씨는 서울시에서 인건비 대신에 마을미디어 부분의 청년 활동가들을 모집, 양성한 후, 채용해서 내려보내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제시했다.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미디어 활동에 관해서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사람이 당분간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역으로 마을미디어를 지향한다고 해서 마을 안에서 전부 해결하려는 태도는 위험하지만, 전업인 전문 인력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좋은 형태라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재능 기부 같은 형태가 아니라 참여하는 주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고 싶은 것을 새롭게 배우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관심사를 찾아갈 때, 더 끈끈한 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 우리마을미디어공방 활동가들이 조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마을미디어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다. 마을미디어 활동을 위해 마을이야기를 모으다 보면 여러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거나 반대로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월간 이리' 이훈보 씨는 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데 보는 사람의 필요를 파악하기 어려운 일인지라,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기고해서 글을 실어도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는다면서 상처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역으로 '창신동 라디오 덤'의 경우, 봉제공장 구직 코너가 있는데 방송이 점점 알려지면서 늘어난 요청으로 코너가 길어져 방송 자체가 지겨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과 이야기를 선별하는 기준을 결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였다. 이 과정이 진행하면서 차차 확정되거나 더 확장될 수도 있지만, 처음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세밀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보였다. 또한 활동이 쌓여갈수록 매체로써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때 기존의 마을 매체와 어떤 차별성을 가져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도봉 N'의 이상호 씨는 나중에는 마을의 이야기와 함께 언론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기 이야기는 왜 안 실어 주느냐는 말을 듣는다든지, 이번 것은 밋밋하다던 지의 평가는 마을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는 동시에 영향력이 넓어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앞으로 마을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마을 안의 다양한 주체들의 권리나 요구들을 발언하는 장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 느껴졌다. 하지만 기존의 마을 신문이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마을미디어의 의미를 묻는 진중한 질문이었다. 비록 이에 대한 깊은 논의는 없었지만, 마을미디어를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그것이 누구를 향해 있고, 어떤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조금 더 세세하게 토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 간담회 토론 결과를 발표 중인 '행운동길 팟캐스트'의 한지훈 님
토론 마무리 발표에서 두 조 모두 공통으로 활동가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다른 지역과 조건, 목적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지만, 그들이 겪는 문제와 한계 지점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주민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해 활동가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도록 바깥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한 활동가의 말처럼, 활동가는 자기 마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경계 바깥으로 나가는 활동도 필요하다. 한 지역의 특수한 문제는 사실 다른 지역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의 문제의식을 위해서만 아니라, 활동의 주체들이 ‘주민’, ‘마을’, ‘공동체’라는 언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동체를 말한다는 것은 가족을 벗어나 마을, 그리고 마을을 벗어나 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 스스로 놓여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공동체는 하나의 원이 아니라 색색의 목소리들이 말할 수 있는 구멍들이 되지 않으면 건강할 수 없다. 마을미디어 활동이 닫힌 해방구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충돌하는 목소리들이 가진 긴장과 토론을 이끌어 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