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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7,8월_이슈] 마을라디오, 동네에 뿌리내리는 즐거운 모험 하나

by 공동체미디어 2015. 9. 8.


마을라디오, 동네에 뿌리 내리는 즐거운 모험 하나

- 노량진 청년들과 함께 하는 동작FM 오픈 스튜디오

<수고했어, 오늘도!> 그 설레는 시작에서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



노량진의 현실과 한국사회의 청년문제 그리고 동작FM   


 동작FM은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해 있다. 노량진은 대학입시, 공무원시험 등에 도전하는 전국 각지의 청춘남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그 어느 동네보다 각종 학원과 고시원이 성업 중이고 전입신고된 거주자 가운데 20~30대의 구성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그런 노량진 일대를 둘러보면 다소 의아한 점이 한 가지 있다. 보통 홍대, 신촌, 대학로, 강남 등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에는 으레 영화관, 극장, 클럽, 공연장 등과 같은 -상업적이라 하더라도- 문화시설 하나 있을 법한데 노량진에는 전무하다. 이곳에는 함께 음악을 듣고 소리 지르고 몸을 흔들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동작FM은 2015년 한국사회 안에 있다. 어느 시대에나 그때그때마다 해결해야할 사회문제, 당면적인 과제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청년실업과 취업난이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악화되어서 2030 청년세대의 윗세대와 아랫세대로 그 어두운 그림자를 넓혀갈 전망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가? 88만원세대 청년들의 경제적 불안과 공포는 3포세대, 5포세대라는 씁쓸한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한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할 청년들을 좁은 고시원방과 콩나물시루 같은 학원, 그리고 겨우 최저시급이나 받을까 말까한 편의점 알바생으로 내몰고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죽음뿐인 세상이라고 청년들 스스로 경험치를 축적하고 있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라도 한 번 질러보고 이 아픔이 나 자신만의 나태함과 능력부족의 문제인지 아니면 너나 할 것 없이 보편적으로 비슷한 우리 모두의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청년들이 함께 모이고 청년들이 직접 자기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는 없다. 노량진이 바로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마을미디어는 가만히 있지 말아야 한다


 마을미디어는 주민이 소유하고 주민이 함께 운영하며 소통, 교류, 만남의 장이자 작은 언론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을미디어는 비영리적, 공익적 성격을 토대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받고 비마을미디어들과 다른 자기만의 독창적인 지역적 가치를 고민하고 주민들의 신뢰와 참여를 만들어가야 계속 존립할 수 있다. 2013년부터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 동작FM은 ‘주민이 주인 되는 마을방송’을 모토로 삼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노량진의 청년들 그리고 이 사회의 청년문제를 동작FM이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마을미디어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만들어낼 것인가였다. 작년에는 이십대 DJ들이 진행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동작FM 프로그램에서 노량진 공무원학원 수험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는 사연들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청취율이 높지 않아서 파급력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마이크를 들고 노량진 거리로 나가서 청년들과 인터뷰를 해볼까? 아니면 청년들이 자주 가는 밥집이나 술집에 편지함을 설치해놓고 사연을 받아볼까? 이런 고민도 했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노량진 청년들과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은 계속되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에 동작FM이 동작구 시민사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를 공동개최하면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문화예술 공연이었다. 당시 전문 밴드 한 팀을 초청하여 상도동에 있는 숭실대학교 앞에서 문화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시민들은 물론 대학생들도 잠시 발길을 멈추며 멜로디를 느끼고 있었다. 마치 유레카를 외치던 아르키메데스처럼 ‘그래! 청년들의 메카 노량진에서 밴드 공연과 청년 토크쇼를 열어보자!’ 손뼉을 쳤고 이렇게 해서 공개방송 <수고했어, 오늘도!>의 기획은 시작되었다.



두 달여간의 기획으로 탄생한 <수고했어, 오늘도!>


 공개방송을 시리즈로 묶어서 연속진행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콘셉트가 필요하다. 원래 첫 기획은 ‘매달 20일 20시에 노량진에서 만나요!’라는 내용이었다. 20대 청년들을 타깃으로 하기 위한 ‘20’이라는 홍보 전략이었다. 장소는 1호선 노량진역 광장(실외)과 9호선 노량진역 로비(실내) 중에서 고민하다가 날씨에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했고 6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개방송을 한 달여를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를 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매달 20일로 날짜를 잡게 되면 요일이 항상 바뀌는데 주말이나 휴일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어서 매달 넷째 화요일로 날짜를 정하고 계획을 수정했다. 그리고 실내공간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게 더 많은 노량진 청년들과 주민들을 만날 수 있겠다고 판단하여 바꾸었다. 그리고 입에 잘 붙는 프로그램 이름이 필요했는데 여성듀오 ‘옥상달빛’의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를 그대로 베껴서 쓰기로 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밴드 ‘옥상달빛’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재원 마련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실 것도 같은데 항상 이런 행사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골치 아픈 부분이 바로 재원이다. 이 행사를 기획하면서 동시에 동작구청에서 시행하는 마을사업(자치행정과 담당)에 응모했고 선정이 되었다.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작은 규모의 지원사업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액수를 밝히자면 회당 약 60만원. 6, 7, 8, 9월 매달 한 번씩 4번의 행사에 총 250만원이다. 물론 이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동작FM 자체의 인력과 기술, 장비, 재원이 자부담으로 채워진다. 출연하는 밴드와 연사, 진행자들에게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하면 회당 60만원의 구청 보조금은 바닥이 난다. 재정이 아직 넉넉지 못한 처지에서 이 정도의 지출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환원이라고 여기며 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공간문제였다. 동작구는 광장(공원과 다르다)이 하나도 없는 곳이다. 더군다나 노량진은 매우 번잡스럽고 뭔가를 할 만한 여유 공간이 전혀 없다. 애초에 공간확보가 본 기획을 중단시킬 만큼 매우 어려운 변수였지만 1호선 노량진역 앞의 흡연공간을 무대로 쓰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화단과 벤치가 있어서 사람들이 앉을 수 있고 저녁에는 조명도 들어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동작구청에 부탁하여 협조공문을 받아서 노량진역에 찾아갔다. 다행히도 노량진역은 반응이 좋았다. 공간과 전기를 빌려주기로 했다.     



담배연기와 쓰레기로 가득하던 공간에서 음악과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다



 6월 23일 화요일 저녁 8시! 첫 공개방송이 열렸다. 진행은 동작FM 청년DJ인 신슬기, 사공성근, 김의태(이상 ‘친절한 영화씨’ DJ) 그리고 공연은 밴드 일렉스틱(ELEKSTIC)이 장식했고 초대손님은 홍대 앞에서 가장 잘 나가는 클럽 매니저 박성자 씨와 함께 그녀의 도전 가득한 20대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4월에 경험했던 것처럼 공연의 힘은 대단했다. 빵빵한 노랫소리는 퇴근길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공연이 끝나고 나자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 공연 후 반도 안 되는 사람들이 토크쇼를 듣다가 이내 일어섰다. 7월 21일 두 번째 공개방송 때는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이 나와서 최저임금 문제를 다루고 여성 싱어송라이터 청은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렇게 2회 때는 순서를 바꾸어서 토크쇼를 먼저 하고 공연을 뒤에 배치했다. 결과는 지난달보다 훨씬 좋았다. 관객은 1회에 비해서 약 2배 가까이였다. 행사 총괄인 나도 그렇고 진행자들도 그렇고 경험치가 쌓이다보니 지난달과 달리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2회 때는 간이의자를 10개 구입해서 배치하여 사람들이 편히 앉아서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서 <수고했어, 오늘도!>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수고했어, 오늘도!>의 남겨진 과제들


 이 원고를 작성하면서도 내 머릿속엔 <수고했어, 오늘도!> 생각뿐이다. 당장 코앞인 8월 25일이 행사인데 며칠 전부터 설렘으로 가득하다. 가을을 알리는 처서가 지나고 그날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겠지? 이번 청년부채와 관련된 토크쇼(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청을 하게 될 것인가? 또 톡톡 튀는 밴드 ‘만쥬한봉지’ 공연에서는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까? 그리고 나는 그 1시간 30분 동안 얼마나 흥분하고 그 에너지에 취할 것인가? 원고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해서 죄송스럽지만 솔직히 이 <수고했어, 오늘도!>는 나의 소원성취다. 노량진에 오랫동안 살면서, 청년으로 살아가면서, 활동가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내가 느꼈던 갈증을 마음껏 풀어내는 과정이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고도 누군가 그랬다. 나는 이 말들을 이해한다. 해야 할 것은 많지만 아직 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적은 마을미디어들이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자기가 가장 집중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고르길 바란다.  

 동작FM을 통해서 노량진이라는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울려퍼지는 음악과 청년들의 이야기!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그 순간을 기다리고 그 자리에서 웃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노량진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동작FM이 자리를 지키며 오랫동안 이어나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노량진의 하나의 문화가 되고 청년들의 쉴 공간이 된다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동작구청과 연계된 지원은 9월로 끝이다. 하지만 외부지원의 유무와 관계없이 <수고했어, 오늘도!>는 이어져야 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지역의 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하여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지역사회에서 이 <수고했어, 오늘도!>에 대한 평가가 있고 공동의 후속논의가 있어야 한다. 아니면 더 큰 판을 짜기 위해서 민관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6~9월 4번의 실험을 통해서 발현된 가능성을 내밀하게 정리하고 타진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현실적인 고민을 진척시켜야 한다. 홍보의 문제, 우천시 대안, 출연진에 대한 고민, 더욱 훌륭한 공연무대를 만들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 언제나 그렇듯이 가장 첫 번째 문제는 기획이었던 것 같다. 문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포장을 잘 할 수 있는 기획이 가장 좋다. 마을미디어도 이런 기획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입지구축과 수익사업 활로 모색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 기존 온라인상의 방송제작 외에도 오프라인의 문화예술 공연기획이라는 또 다른 흥미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높여있다. 지역 속으로 파고 들어가기 위해선 마땅히 취득해야 할 것이다. □



※ 위 글의 내용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수고했어, 오늘도!>에 꼭 오시라! 춤추는 누군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춤추게 될 것이다. ^^

- 8월 25일(화) 저녁 8시 1호선 노량진역 광장, 

- 9월 22일(화) 저녁 8시 1호선 노량진역 광장. 


<작은 Tip!> 공개방송을 위한 장비구성

 동작FM에는 단출하기는 하지만 이동식 음향장비세트가 갖추어져 있다. 장비구성은 200와트 스피커 1쌍, 500와트 스피커 1쌍(이상 BEHRINGER社 제품) 그리고 16채널 콘솔(YAMAHA社 제품)과 유/무선마이크 세트(유선마이크는 SANDY社 제품 4개, 무선마이크는 SHURE社 제품 2개), 순차전원분배기와 마이크 및 스피커 스탠드, 각종 오디오케이블 등이 있다. 스피커는 2쌍 모두 유선방식에 앰프 내장형이며, 200와트짜리는 주로 무대 모니터용으로 쓰고 500와트짜리는 관객석 메인 스피커로 쓴다. 약 400만원 정도의 비용(RACK 제작비용 포함)으로 마련한 저가형 장비구성이지만 작은 규모의 축제, 공연, 행사 등에서는 꽤나 쓸 만했다. 



[필자소개] 양승렬 (동작FM 방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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