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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1월_인터뷰] <우연, 필연, 인연 그리고 모기동> 모기동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유다원 인터뷰

by 공동체미디어 2013. 12. 3.

[서울마을미디어센터 뉴스레터 마중’ 2013.11.31]

 

 

<우연, 필연, 인연 그리고 모기동>

- 모기동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유다원 인터뷰


최은정(사회복지 글쓰기 모임 SWC)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가면 네모난 박스가 있었습니다.

네모 박스는 옆집 꼬맹이, 우리 가족,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이게 하는 신기한 박스였습니다. 그 곳에서는 노래도 나오고 사람도 나오는 신기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네모박스에 둘러앉아 박스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에 함께 귀 기울이고

울고 웃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네모박스는 우리들에게 '대화'를 시작하게 해주었던 매개인 동시에 격없이 어울릴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릴적 작은 네모박스인 티비처럼 동네의 작은 '마을극장'을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마을 안 대청마루와 같은 '마을극장'을 통해, 미디어가 개인의 손 안에만 머무르는 단절적인 매체가 아닌 함께 모일 수 있고, 수다 떨 수 있는 매체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이야기하는 마을극장’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하는 마을극장은 내게, 동네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했던 “네모난 박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은 네모박스 티비.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는 신기한 네모박스. 순간, 티비 주위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모락모락 도란도란~~

 

이렇게 신기한 네모박스 이야기를 통해 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힌다.

사람의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의 “이야기”가,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꾸준히 이어지길 빌며. 그 즐거운 “수다” 속으로... 두둥!!!!!♬


최은정: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최은정” 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선생님과의 만남을 위해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에 대해 찾아보던 중, 아래의 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에선 ‘이야기’가 매우 중요한 화두인 것 같은데, 이 공간에서 “이야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요? 이 공간에서 “이야기”가 화두가 되어져,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유다원: 저희는 원래 공공미술을 했던 사람들이고, 문화예술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지역의 이슈들을 해결하는 작업을 해왔었어요. 그런데 프로젝트성 사업을 많이 하면, 내가 일을 하는 건지 행정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지점이 있어요. 저희가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그 지점이었고요. 그러던 중 한 지역에서,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내 이웃들과 천천히라도 변화를 맛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생각이 계기가 되어 ‘일은 선택할 수 있게 그러나 기본적인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카페를 냈습니다. 지금 이 공간은 카페이기도 하지만, 동네에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 곳을 문화허브라고 이야기 해요. 축제나 기타 등등의 회의를 하며 지역의 작은 모임들이 이루어지고, 키를 몇 명이 가지고 있어서 공유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또 축제 거점공간이기도 하고요.

 

저희가 축제를 진행할 때마다, ‘어린이책시민연대’와 함께 빛 그림 공연을 했어요.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빛 그림 공연에 대해 대단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공연을 볼 때마다 느꼈던 것이 사람들과 “그림책 하나”로 굉장히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축제를 1년에 한 번 밖에 안 하는데, 이런 축제가 있을 때만 만나지 말고 “좀더 자주 이런 일들이 정기적으로 생겼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 동네에선 축제 영상도 만들어지고, 미디어 문화교실이 있어서 미디어 문화교실에서 제작되는 컨텐츠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한 번 상영되기 때문에 일정이 안 맞으면 여러 명이 보지 못할 수가 있어요. 우리 지역 안에서 생산되는 컨텐츠가 있으니, 그 컨텐츠들을 같이 상영도 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옛날에는 tv 하나 두고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tv를 보고 이야기도 하며 가까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잖아요. 저희도 마을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한계점임과 동시에 돌파해내려 노력하는 점 중 하나가 ‘그들만의 리그’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에요. 그것이 가장 염려되는 점이기도 하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어야 하고, 그 사람들이 새롭게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활동가들만 활동하다보면 결국 지치게 되거든요. 왜 수다떨다보면 가까워지고 친해지지 않나요? 이런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던 게 바로, “이야기”에요.

 

이야기가 사실 ‘수다’잖아요.

수다 떨다보면 별 이야기가 다 나와요. 저희 동네사람들 간에도 다 친해질 수 있었던 이유가 술 먹으면서 수다를 많이 떨었거든요. ‘수다가 일으킨 관계, 관계들이 일으킨 일’들이 지금의 모기동을 만들었고 지금까지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꼭 했으면 좋겠어요. 가령 빛 그림 공연을 상영만 하고 끝난다면, 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서로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함께 들어보자’ 이런 취지로 ‘이야기하는 마을 극장’이라는 컨셉을 잡았어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최은정: 그럼 지금은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나요? 이제껏 진행된 4번의 일정을 살펴보니 책이 매달 다르던데, 물론 책에 따른 내용이 진행되긴 하겠지만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지요?

 

유다원: 이번까지 총 4번 진행을 했는데, 빛 그림 공연할 때와 공동체 관련 또는 지역안의 컨텐츠를 상영할 때는 느낌이 확실히 달라요.

 

빛 그림 공연은 매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책 읽어주기]는 매일 시작할 때 오프닝처럼, 사람들한테 좋은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빛 그림 공연을 하면 참여하는 분들은 대개, 아이에서부터 엄마들이고. 대부분 오시는 분들을 살펴보면, 아이들은 초등학생 저학년까지가 제일 많고 엄마들은 그 아이를 둔 엄마들이 참여하세요. 다 같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함께 보는데, 사실 책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게 되요. 어떤 주제가 있어야 말 꺼내기가 쉽기 때문에 그 날 읽었던 책과 관련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요.

 

책을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하는데, 되도록이면 [마을 관계 이웃]과 관련한 책들을 읽고자 해요.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웃과 함께 사는 문화, 이웃과 함께 살아야하는 필요성, 관계에 대해 말하지요.

 

아이들과 있을 때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아서 한 시간 책을 보고 30분 정도 토론하면, 이미 지쳐 나가떨어져요. 아이들이 지쳐서 밖에 나가 놀면, 그 때부턴 나머지 어른들이 모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이 곳(목2동)에 오래 사신 할머니 한 분이 어느날 손녀를 데리고 오셨던 적이 있었는데, 옛날에는 책이 없어서 책 이야기를 들으러 먼 길을 가셨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예전엔 그런 꺼리로 다 모이고 놀았었는데, 오늘 이런 일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고. 이렇게 사람들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공감들을 많이 이야기했었어요.

 

최은정: 달마다 선택되는 책이나 화두 자체가 [마을 관계 이웃]과 관련한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로 선택되어지는 건가요?

 

유다원: 책이나 영화나 마을 안에서 제작된 건 대부분 마을 이야기이니, “마을”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어요. 책들도 선택할 때는 대부분, 마을이나 이웃/관계에 대한 것들이고요.

 

최은정: 그것들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건지요?

 

유다원: 근본적으론 우리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게 가장 커요. 우리가 재미있는 일이 사람들 모여서 같이 놀고, 같이 어울려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 겹쳐있다 보니 때론 피곤하기도 하죠. 그리고 사실 개인적으론, 지금이 조금 정체되어 있는 시기에요.

 

마을 공동체 하면 사람들이, 동네 모든 사람들과 융화를 일으켜야 되는 것처럼 무겁게 생각을 하는데 물론 저 역시도 예전엔 그렇게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게 무거울 필요가 있나 싶어요.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와 맞는 사람들. 비슷한 사람들이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더 두터워지고. 그 관계 안에서 굉장히 즐거울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얼마 전에 유창복 대표님의 강의를 들었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향기로운 사람들한테는 그 향기가 저절로 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돌아보면 전 예전에, 사람들이 향기를 맡게 하려고 사람들 코에 향을 쑤셔 박아 주었던 것 같아요.

 

최은정: 선생님 생각하시기에 예전엔 그러셨던 것 같단 말씀이신가요?

 

유다원: 네. 그렇게 해야된다 라고 생각했고, 그게 투철하고 치열했던 거죠.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활동가도 결국은 사람이잖아요. 이 활동을 오래하다 보면 활동가도 누군가에게 힐링이 필요하게 되고.. 사실 나도 이 공동체 속에서 행복해야하는 것인데 내 활동이 누군가를 향해있으면 나는 결국은 소모되고 금방 지쳐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우리와 함께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좋으면 좋잖아요. 그 활동을 하기 위해서 마을 극장 안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들 그리고 이웃과 관계되는 것들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마을 또는 이웃 문화에 노출된다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이웃집 어른들과 수다 떠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거죠.

 

예전에는 친구들과 손잡고 집에 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엄마아빠가 데리러 오잖아요. 각자 자기네 집에 가고, 부모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아이들을 수배해 학원에 보내고. 이런 문화보다는 사람들, 어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실 요즘 어른들하고의 자리가 일 빼고는 거의 없지 않나요? 그런 게 불편한 이유는 그런 자리가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가 근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래요.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이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어울려서 관계맺고 그런 것들이 나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된다면 참 좋겠다 라는 바람. 나랑 같이 있었던 아이들이 나중에 우리와 같은 꿈을 꾸면서, “야, 나 옛날에 과자 먹으면서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그랬어.” 하는 거죠. 아이들이 이런 추억들을 저마다의 가슴 안에 가져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마을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건 아니고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최은정: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책임과 무게가 덜어지셨단 이야기인가요?

예전에는 있으셨지만. 지금은 그냥 즐겁게?

 

유다원: 사실 그 이유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을 가장 나에게 집중하고 있으면 되게 힘든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항상 그렇게 말해요. 우리가 즐거워야 하고, 우리가 재밌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를 비판해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더 많고.

 

마을이면, 어르신들하고도 놀아야 하고 시장과도 활동해야 하고 아이들도 더 많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너희는 대체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제 생각엔, 아마 그 활동까지 했다면 저희는 이미 카페 문 닫고 나갔을 거에요. 그만하고 싶었을 거고.

 

처음 목2동에 들어오자마자, 시장을 정말 많이 이야기했었어요. 우리도 시장이 보였고 모르는 바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나 분명히 시장과 만날 시기가 오겠지 하면서 천천히 생각했어요. 이 곳에 오시는 분들은 다 ‘여기 재래시장이 있는데, 재래시장과 함께 하면서 경제활성화, 지역골목 활성화를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셨지만요.

 

올해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4번째 프로젝트를 이것저것 하면서 시장의 역사조사를 하게 됐어요. 인트로 작업이고 앞으로 쭉 마을 작업들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렇게 지금 시장과의 관계가 의도치않게 자연스럽게 생기는 중이에요.

 

그런 하나씩의 문제들을 예전에는 다 내가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공간 하나쯤 내어줄 수 있고, 가서 사람들 소개시켜드리면 되고. 그렇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되지 않나. 이런 방식으로 마을 일들이 점차 확장되어가는 중이에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최은정: 이 곳은 처음부터 선생님의 터전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목2동에 오시게 된 건가요?

 

유다원: 당시 저와 함께 시작했던 4명의 마음속에 그런 그림이 있었어요. “큰 대로변 말고 좁은 길에, 사람들 눈이 바로바로 보이는 그런 곳에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자.” 커뮤니티 카페를 생각했기 때문에, 이렇게 골목이 작았어야 했어요. 대로변 이런 곳은 상권은 좋을 수 있겠으나 사람들하고 직접 만나고 가까워지려면 작은 골목 안에 있으면 좋겠다가 우리의 목포였거든요.

 

그런 그림을 가지고 좋은 장소를 찾아보던 중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공사가 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이 굉장히 예뻤어요. 가게 안쪽까지 햇빛이 쫘악 드는 모습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권리금을 안낼 심산으로 여기 들어오게 되기도 했지만, 사실 그냥 이 공간이 너무 예뻤어요.

 

최은정: 그러면 이런 작은 골목 안에 있는 카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계시던 찰라에 이 곳을 발견하게 되신 건가요?

 

유다원: 네.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었어요. 원래 저 도로변에 봐둔 곳이 있기도 했고요. 그 길을 알려 주셨었는데, 거기는 좀 차들도 있고 큰 길은 아니나 썩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최은정: 흠.. 이 공간과 선생님의 만남은 마치, “운명 같네요!” 하하^^

이제 선생님께 개인적 질문을 한 가지 드리고 싶어요. 선생님 개인적으론, 공공미술을 하시다가 또 다른 방향을 선택하신 건데 그 개인적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유다원: 사실 굉장히 비슷한 지점이에요.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7년 정도 활동을 했었는데 회사에서 날을 새고, 아침에 이를 닦고, 아이들을 만나고. 그렇게 쉼없이 일을 했었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쉴까. 거의 일만 했었어요. 처음엔 너무 재미있었고.. 일을 시작했을 때 전, ‘내가 행복한 일을 하는데 사람들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치를 가졌었거든요. 그런데 일이 굉장히 많아지는 것도 어려웠지만, 사람들은 행복해하는데 내가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사람들이 행복한 걸 보는데, ‘그냥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이제는 그만둬야 할 때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라에 마침, 회사에 변화도 생겼고요. 전 기업가 스타일이 아니라 그런지, 관계나 사람이 굉장히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기획하는 사람인데, 기획을 6,7년 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절로 “저 사람에겐 뭐가 필요할 것 같고 저 공간엔 뭘 만들면 되겠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얼마나 위험해요. 해봤자 10년도 안 한 애가 그렇게 사람을 대상화하고, 공간을 대상화 시키면서 어떤 것을 주입하려 하니..

 

처음 목2동에 들어온 1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버릇 버리자’ 이런 취지로요. 어떤 일이 미치게 하고 싶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1년 동안 자영업자로만 살았어요. 개인적인 고민에 있어서 다만 회사를 나왔을 뿐이지, 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 [공공예술/생활예술] 이거든요. 전시장에 틀어박힌 작품/작업이 아닌, 나와 내 이웃이 하는 작품도 작업이 될 수 있고, 모든 것이 다 예술인 그런 예술.

 

예술은 굉장히 상향에 있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저희의 활동이었고, 그 활동을 통해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인적 삶의 행로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최은정: 그런데 아까 “정체”란 단어를 쓰시며 지금이 개인적으론 정체된 시기라 말씀하셨는데, 현재가 정체된 시기처럼 느껴지시는지요? 어떠신가요?

 

유다원: 매일 똑같은 것 같아요. 마을 안에 박혀있다 보니 돌파구가 많지 않거든요. 저희는 그냥 매일 카페를 열어야 하는 일개 소상공인이고. 회사처럼 계속 새로운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나, 365일을 본다면 50일은 그런 일이 있겠지만 나머지는 일상적인 업무와 일상적인 삶이 반복되는.

 

이제 겨우 3년밖에 안한 주제에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변했으면 좋겠다 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긍정적인, 내가 좋다 라고 바라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활동이겠지요?


그런데 허탈감이 많아요. 사람들과, 마을은 계단식 성장이라는 얘기를 했었어요. 처음 들어와서 일 년을 밑바닥을 걷다가, 첫 번째 축제를 할 당시 동네사람들과 미쳐서 놀며 1년 반을 수직상승 했다 라고 생각하는데.. 수직상승하며 마을이 성장하고, 그 즐거움에 빠져 동네 사람들이 흥에 겨워있는 모습들을 봤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을 지나 다시 두 번째 계단에 서니, 계단의 앞길이 너무 길게 느껴져요. 1년을 이 공간에서 동네주민으로 살았던 기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던 것처럼 이요. 지금 여기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원래 겨울이 비성수기 이잖아요. 카페도 겨울은 비성수기이고요. 모든 게 정체되어 있는 듯 느껴지고, 움직이지 않는 것 같고, 어떤 일을 해도 사람들이 추우니 밖에 잘 나다니지 않고. 사실, 이것을 올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작년에도 그랬어요. 제작년에만 그렇지 않았지요, 가장 즐겁게 놀던 시기였기 때문에. 작년에도 굉장히 힘들었더라고요. 그때에도 사실은 기운이 빠져 있었어요.

 

저희 동네가 약간 보수적이에요. 터줏대감들이 ‘박씨’와 ‘이씨’인데, 아주 토속민들이 살고 있던 동네에요. 그래서 잘 변화하지 않아요. 인터뷰를 통해 그분들의 성향이 변화하지 않는 스타일임을 알게 되었어요. 보수적이고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이 곳은 또 교육의 메카와 맞닿아있는 곳인지라, 엄마들이 학구적인 교육열에만 관심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우리가 좋아하는 일들을 확장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우리 같은 지역의 활동가들이 마을 안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활동들을 지속할 수가 있는데, 그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마을이 페쇄적이고 늦게 변화하기 때문에 생태계들을 구축하는 시간이 무척 기니까, 과연 되기나 할까 싶을 만큼 더디고 보이지 않는, 그런 정체기인 것 같네요.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최은정: 지금의 이 정체기가 제 2의 성장과 도약으로 흘러가길 빌며 이제 분위기를 좀 바꿔볼까요? 선생님께 ‘제주도’ 관련 계획이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획을 준비 중이신 건지요?

 

유다원: 도시에서 살면 제일 어려운 지점이 매달 나가는 기본적 생활비에요. 이 카페 자체가 한 사람의 인건비를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것과 다름 없어요. 한 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거죠. 지방에 있으면 이 정도 까지 매달 생활비가 필요하진 않을 텐데 서울이란 공간 안에 있기 때문에 그 한계가 더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일을 적당히 하고 싶으나 현실의 벽이 있고. 계속 자본주의에 노출되어 있는데다가 서울이란 엄청난 돈이 드는 공간에 있다 보니 우리가 과연 이렇게 사는 삶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러던 찰라에, 나무도예방 선생님들로부터 “우리 이제 제주도 가서 살려고 해” 라는 말씀을 듣게 되었어요.

 

사실 전 요즘, 여러 가지 글 쓸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어도 생각나지 않는 그런 상태에요. 뭔가 채우고 내실도 다지고 그래야 또다른 생각과 또다른 걸 만들어낼 텐데, 계속 속이 텅텅 비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오늘 오진 못했지만, 함께하는 친구도 마찬가지에요. 저희 둘다 내면을 좀 쌓아야 하는 시기인 거지요. 친구와 함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여기서 4,5년 있다가 제주도 2~3년 정도 내려가서 둘이 개인 작업들을 진행해보자, 더 늦기 전에. 그게 또 우리에게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그 때 마침 샘들과 제주도 얘기가 나와서 “그럼 저희도 갈래요” 이렇게 되었어요.

 

현재 선생님들이 땅을 사두신 상태이고, 우선은 1차로 내려가신 분들이 있고. 그러다보니 저희가 이 모기동이란 거점을 두고 활발히 활동을 진행하다가, 핵심축 중 하나인 선생님들과 우리가 톡 빠지면 모기동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 잘할 거에요. 그러나 우리 개인에 대한 책임이 있거든요. 어찌됐건, 이 공간에서 마을 활동을 하자고 주창하고 있었고 열심히 놀고 있었는데, 자기네들이 저렇게 가서 산다고 하며 쑥 빠지는 건 개인적으로 거짓말 하는 삶인 것 같아요. 거짓말 같은 삶처럼 느껴지고요. 마을 공동체를 만드네 막 이렇게 얘기하다가, 실상 나는 떠나야할 사람인 거니까요.

 

제주도를 내려가더라도, 100% 이주하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아직 젊고, 마음 속에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있는데, 모든 걸 털고 내려갈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서울과 연계지점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서울도 계속 귀촌, 귀농을 꿈꾸고 있지만 마냥 내려갈 수는 없잖아요. 아는 사람이 있으면 더 쉽게 내려올 수 있는 공간. 그런 게 제주도가 될 수 있으면 좋겠는 바람이고, 제주도가 서울과 맞닿아 있는 인연의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축제도 같이 할 수 있고. 축제를 진행하면 이원생방송으로 한다 던지. 한번은 제주도에서 하고, 한번은 모기동에서 한다 던지. 문화가 연계되는 방식으로요. 아직 커다란 계획을 짜지는 않았어요. 제주도 내려가면, 우리만의 폭풍 같은 필요 또 어떤 다른 것들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기동이라는 곳과 연을 끊지 않고 문화적으로 소통하면서, 어떻게 보면 한 도시와 한 지방(지역)이 잘 상생해서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는 단계인데.. 그렇지만 어쨌든 우리는 내려갈 예정이에요. 2014년은 아마, 어떤 방식으로 내려갈까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내려가서 여기와 어떻게 연결할 거고, 우리는 어떻게 살 건지를 준비하는 해가 2014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똑 내려가서 여기가 텅텅 비는 일은 만들지 않을 거예요. 이 쪽 골목의 가장 핵심축이 우리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남아있는 분들이 계속 재미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고..

 

사실, 제주도를 내려가야지 계획한 게 굉장히 오래되었어요. 그러다보니 더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심플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의 고민은, 개인적으로 작업 좀 해보고 배우고 채우자 라는 거였으니 그걸 우선 하는 걸로. 그것을 사회적 책임과 “잘해야지. 실패하지 말아야지” 하며 너무 광대한 생각들을 하면, 큰 고민과 큰 이상을 그려놓으면, 함께하는 사람들도 불편하고 또 그 무게 때문에 서로 지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되게 심플하게 생각하려고요. 가서 작업하고,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해보겠다 이런 마음으로. 이미 내려가 정착해계신 분들이 있기 때문에 현지분들과 관계 맺는 건 좀더 쉬울 것 같아요.


심플하고 쿨하게 생각하려 해요. 무슨 일이든 계획 잡고 틀 잡아 놓고 하면 무거운 것 같거든요.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 해요!

 

 

어느 해 겨울, 한창 야간 자율학습에 매진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은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우연과 필연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역사다.

나는 너희들의 역사를 믿는다!”

 

우연과 필연의 끊임없는 교차 속에 이루어진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

그리고 그 인연과 역사의 교집합이 이루어낸 한 지역의 역사.

그런데 이 역사도 결국은, 입에서 입으로 혹은 글로 전해지고 전해 내려오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닐는지?

 

목2동이 모기동이 된 아름다운 역사가, 더 많은 지역 속에서 피어나길 빈다.

플러스마이너스1도씨팀과 목2동 모든 분들을 향해, 화이팅!!!!



▲이야기하는 마을극장 사진 (사진출처: 플러스마이너스 1도씨 http://blog.naver.com/theworkpl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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