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지형에서 마을미디어의 길 찾기 

    - 마을미디어 공개 특강 ‘마을을 위한 뉴스는 없다’ 정리


                                                                 강은주 (<마중> 객원 필자)



     미디어 트렌드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고 새로운 방송 문법이 생겨났다. 한국 언론의 지형도 마찬가지다. 이념적 충돌이 치열한 한국 언론은 그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변화를 겪어 왔다. 마을미디어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마을미디어도 언론이므로 한국 언론의 흐름에서 배제될 수 없다. 미디어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변화무쌍한 미디어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하지만 마을을 얘기하는 미디어는 많지 않다. 이런 고민에서 특강을 마련했다. ‘마을을 위한 뉴스는 없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한국 언론 상황이 현재처럼 계속되면 마을을 위한 뉴스는 없겠다는 비관과 대안미디어나 마을미디어는 마을에 대한 뉴스를 계속 할 것이라는 낙관이 섞였다. 


     지난 8월 21일 한국 언론의 지형을 짚어줄 미디어 평론가를 모셨다. ‘미디어 오늘’ 편집국장이었고 고발뉴스’ 보도국장이자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민동기 님이다. 민동기 강사가 전해주는 한국 언론의 이념적 스펙트럼의 흐름과 미디어 트렌드의 변화, 마을미디어는 무엇을 다루어야 할지를 생생한 입담으로 들어본다. 





     한국 언론의 보수화로 마을미디어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명박 정권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허락한 건 지상파 3사를 장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는 언론노조에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 장악을 시작한 뒤, KBS는 사장의 인사권을 정부가 쥐고 있어 정리가 되었다. 민영방송 SBS는 사주 일가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조절했다. MBC는 노조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쉽지 않았다. 김재철을 사장으로 임명한 뒤 MBC에는 해직기자가 대거 발생했다. 내부의 비판적 언론인을 지방이나 한직으로 보내 MBC를 무너뜨렸다. 


     정권과 집권당이 애초에 구상한 언론의 지형도가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지상파 3사, 종편>이 한 그룹이 되어 <CBS, 경향·한겨레신문>을 포위하는 구도이다. 결국 종편을 장악했고 지상파를 손에 넣었다. 최근 이들의 포위망에 JTBC가 포함되었다. 손석희 사장을 영입한 JTBC 뉴스는 경향이나 한겨레를 능가할 때도 있고 영향력도 커졌다. 이제 JTBC도 정권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진보 언론이 보수 언론에 포위된 형국은 마을미디어 발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장악하려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마을미디어는 위에서 컨트롤해서 되는 게 아니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논의하며 운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영상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을미디어의 향후 발전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막말 종편과 획일화된 언론, 다양성이 사라지고 수준은 떨어졌다


     마을미디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종편이다. 동네 주민들로부터 마을미디어가 출발해야 하는데 주민들은 오히려 종편에 열광한다. 종편은 기존의 방송 문법을 깼다. 변호사가 연예 이슈 토론하고 건강 이슈도 토론하고 경제까지 평론하며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지상파에서는 어려운 말 쓰며 토론하는데 종편에서는 나랑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사람이 막 떠드는 걸 보며 재미있어 한다. 방송 문법 파괴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말을 막 하다 보니 전체적인 미디어 수준을 굉장히 떨어뜨려 놓았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 떨어지는 게 마을미디어에 좋을 게 없다. 일정 수준 이상 버텨줘야 마을미디어 수준도 같이 올라가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다.


     방송 언론이 뉴라이트판으로 가는 것도 우려할 지점이다. 공안검사의 대표격 인사가 MBC 방송문화진흥원 이사로 들어갔고, 극보수 인사가 KBS 이사가 되었다. 종편 방송사나 방송유관단체에 친박계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되었다. 언론 분위기가 보수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언론 흐름이 획일화되면서 마을미디어나 1인 미디어 등 미디어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소지가 많아졌다. 

     

     이처럼 한국 언론의 이념적 스펙트럼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마을미디어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트렌드는 마을미디어에 적절한 기회를 주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 마을미디어도 변화가 필요하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먼저 인터넷에서 생방송한 뒤 편집해서 내보낸다. 이전에 방송하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포맷이다. 제작 방식과 형식이 바뀌고 있다. 요즘은 방송 녹음도 스튜디오에서 하지 않는다. 집이나 카페에서 녹음한다. 라디오는 물론이고 영상 등 매체 소비 방식도 바뀌었다. 젊은이들은 뉴스를 본방사수 안 한다. 대개 모바일로 본다. 앞으로 방송은 이렇게 갈 것이다.


     뉴스도 파괴되고 있다. JTBC 손석희의 ‘뉴스룸’을 보면 뉴스 말미에 팝송이 나온다. 그 영향 때문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도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예전에 메인 뉴스는 무조건 45분인데, JTBC 뉴스는 100분을 한다. 뉴스에서 지드래곤의 인터뷰가 10분 넘게 나온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방식이다.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뉴스를 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변화다. 


     이렇게 기존 언론도 포맷·소재를 활용해 변하고 있는데, 마을미디어는 예전에 하던 문법을 차용해 쓰고 있다. 마을미디어는 주민 참여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마을 의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남도민일보’라는 신문이 있다. 어느 날 홈페이지 머리기사에 동네 신혼부부 결혼식 기사가 올랐다. 의제나 저널리즘 관점에서 보면 한참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게 지역에서 먹힌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민을 타깃으로 하면 되고, 그 지역 주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 아들이 어떻게 결혼했고, 어떻게 살 것인지가 1면 머리기사로 실린다면 다 볼 것이다. 이런 자질구레한 게 기사가 된다. 


     이런 게 마을미디어의 소재이다. 마을미디어에서는 사소하고 디테일한 내용으로 가도 되는데, 방송 제작 문법은 정통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문법을 바꿔야 한다. 형식·소재는 마을미디어 쪽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 다음의 예가 말해 준다.


     동대문 창신동의 봉제공장 노동자는 허리 통증이나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KBS TV ‘다큐 3일’에도 나왔는데 굉장히 미화해서 나왔다. 마을미디어가 이분들의 육성을 들려준다면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기존언론, 지역언론, 대안언론에서는 이들의 육성을 전달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들은 주로 청와대, 국정원, 무상급식 같은 정치·시사 의제를 다룬다. 우리의 일상은 이분들의 목소리와 더 관련이 많다. 이런 걸 주목하고 축적하다 보면 기존 언론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의제 발굴과 마을미디어만의 문법 찾기


     이런 방법도 제안해 본다. 강동구에 길고양이 급식소 60곳을 설치했다. 만화가 강풀이 제안해 만들었다. 강동구에서 마을미디어하는 분들이 강풀을 섭외하는 건 어떨까? 마을미디어가 확장성을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강풀이 방송에 나와 길고양이 얘기하면 마을미디어에 관심 없는 사람도 귀를 기울일 것이다. 마을미디어는 마을에 있는 유명한 사람의 호구조사를 해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아이템을 재미있게 풀어내 마을미디어와 연결시켜 보는 방법도 있다.


     마을미디어도 틀을 깼으면 좋겠다. MBC ‘마리텔’을 보면 기존 방송의 대화 문법에서 한참 벗어났다. 방송인데 일상에서 대화하듯 말한다. 마을미디어나 팟캐스트에 더 적합한 방식이다.서로 대화하듯 해야 재밌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 좋아한다. 방송문법이 변하고 있다. 마을미디어도 틀에서 나와 망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거 하면 천박해보이지 않을까, 하는 그걸 하면 좋겠다. B급 마인드가 필요한 때이다. 


     미디어 평론가 민동기 강사의 진단대로 한국 언론 지형은 보수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마을미디어에는 불리한 형국이지만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미디어 트렌드도 급변하고 있다. 마을미디어에는 호기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다양하고 자유로운 도구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밀접한 소재를 발굴하고 주민들이 공감하는 문법을 찾는 것. 바로 마을미디어만의 방식을 생산할 적기이다. 마을미디어의 자생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 이건 여담인데, 얼마 전 민동기 평론가가 책을 펴냈습니다. 

    저서 <뉴스를 읽어드립니다>는 우리가 몰랐던 한국 언론의민낯을 속속들이 알려줍니다. 신문·방송·미디어의 섹션별 사례를 팟캐스트 형식으로 전해주는데 예리한 통찰과 맛깔난 입담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책을 펴는 순간 한국 언론 현장 한가운데 서있게 되고, 책을 덮으면 언론과 미디어에 구체적 관점을 얻게 됩니다. 추천합니다.

     


    [필자 소개] 강은주 (마중 객원 필자)

    은평에 살면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Posted by 마중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