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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좋아요!

[5월_활용법] 마을라디오 공개방송, 이젠 두렵지 않아!

by 공동체미디어 2015. 5. 29.


마을라디오 공개방송, 이젠 두렵지 않아!

- 마을미디어 공개특강 6탄 <쿵짝쿵짝! 마을라디오 공개방송 워크숍>



이세린 (구로공동체라디오)


 5월은 ‘행사의 달’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수많은 행사들이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데, 마을라디오도 빠질 수 없겠죠! 특히 행사에서 선보이는 라디오 공개방송은 그 누구보다도 이목을 끌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년, 종종 라디오 장비를 싸들고는 밖으로 나가곤 했죠.


 하지만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공개방송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위기 상황에 허둥지둥했던 경험도 많습니다. 저희 구로FM 외에 많은 마을라디오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월 11일, <쿵짝쿵짝! 마을라디오 공개방송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마을라디오 계의 ‘대선배’ 격인 관악FM의 안병천 대표가 강의를 맡았습니다.



 이번 특강에는 그리 좁지 않은 관악FM을 꽉 메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대부분 현재 운영 중인 마을라디오에서 오셨지만 마을라디오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관악FM에서 발행한 특별판 신문을 나누어 받았습니다. 당시 관악 지역에서는 취약계층 영유아를 지원하는 ‘시소와 그네’가 구청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이슈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하는 신문이었습니다. 신문제작은 공개방송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지만, 안병천 대표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라디오 제작 인력의 역량 강화와 지역에서의 인지도 및 영향력 확보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을라디오 중에 아직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은 없어서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라디오에 있어 공개방송이란?


 강의가 시작되고, 안병천 대표는 먼저 "마을라디오에 있어 공개방송이란 무엇일까?"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공개방송을 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큰데, 그래도 공개방송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정리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안병천 대표는 공개방송의 필요성을 네 가지 차원에서 정리했습니다. 우선 제작자 차원에서 보면, 공개방송은 청취자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랜 시간 라디오를 진행하다보면 지치고 허무해지기도 하는데, 이럴 때 공개방송을 통해 새로이 동기부여를 할 수가 있겠죠. 또한 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는 방송 제작 때보다 역량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 기술적 차원에서 공개방송은 라디오 관련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화이트노이즈나 하울링, 인터넷 연결 등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기에 대응하면서 실력이 늘 수 있습니다. 안병천 대표는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기술 문제가 마을미디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공개방송도 좋은 기회지만, 이런 위기대처 능력을 평소에 길러낼 수 있는 훈련 공간이 마을미디어네트워크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조직적 차원에서, 공개방송은 마을라디오의 대외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단, 충분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겠죠. 마지막으로 마을미디어의 수익적 차원으로 공개방송이 기능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악FM이나 가재울라듸오는 중계방송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마을미디어는 지역사회의 커뮤니케이션에 기여해야 한다는 역할이 있고, 방송국의 규모에 관계없이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안병천 대표는 전했습니다. 공개방송이 아니어도 지역에서 마을라디오가 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음향장비 대여 수요는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공개방송을 하는 데에는 이렇게 다양한 목적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점들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공개방송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은 영 정신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 만큼 이런 목표들을 얼마나 잘 이뤄내고 있는지 중간중간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개방송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


 '공개방송으로 어떤 것들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제 실행할 단계입니다. 공개방송을 시작하기 전, 마을라디오가 갖춰야 할 것들을 알아봅시다. 가장 먼저 진행 역량이 필요합니다. 공개방송은 현장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모습을 바로바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에 있어서도 평소보다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안병천 대표는 이미 마을라디오들이 진행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장비와 기술력이라는 것입니다.

 마을라디오 장비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먼저 따져볼 것은 안정성입니다. 장비에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장비를 이용하는 사람은 시시각각 상황을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비 가격이 올라갈수록 안정성은 올라가게 됩니다. 마을라디오가 지출할 수 있는 금액과 갖춰야 할 안정성 사이에서 최선을 찾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지금 마을라디오들에 보급된 장비는 관악FM에서 먼저 시행착오 끝에 정리한 매뉴얼을 참고해 구성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적정선을 찾기 위해 4~5년간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안병천 대표는 앞으로는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관련 전문가와 함께 라디오 장비에 대한 연구 부분도 맡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도 내비쳤습니다. 또 장비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기 전에는 필히 장비체크를 해야 하며, 따로 공개방송이 없어도 정기적인 체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안정성과 함께 장비에 있어 중요한 것이 바로 조작의 편이성입니다. 마을라디오의 경우 특히 전문가들만 장비를 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한 눈에 보고 금방 배울 수 있는 장비가 중요합니다. 지상파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갖추고 있는 비싸고 거대한 장비들은 다른 것보다 조작이 매우 편리하다고 하네요.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은 관악FM을 통해 표준화된 장비일 것 같습니다. 마을라디오 장비를 처음 구비하시려는 분들은 아래 를 참고해주세요.



▲ 2014 마을미디어 축제 <자화타찬>에서 전시된 각 마을미디어들의 스튜디오 장비 정보


 이외에도 이동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스피커의 경우 무거울수록 음질은 좋아진다고 하지만, 이동할 때 그만큼 많은 품이 들어갑니다. 관악FM의 경우 우퍼 대신 이동성이 좋은 작은 스피커 8개를 가져가기도 하는데, 소리의 출력은 우퍼만큼 크지는 않지만 라디오 진행에는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방송국에서 공개방송 음향 장비 전부를 자체조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음향업체를 찾아두면 좋다고 합니다. 이 때 워크숍에 참여하신 분들이 장비에 관해 질문을 많이 하셔서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장비 문제가 모두에게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비 뿐 아니라 라디오 송출 부분에 있어서도 미리 준비가 필요한데요, 저도 공개방송을 기획해본 적이 있지만 송출은 하던 대로 녹음하는 것으로만 대체했었습니다. 하지만 공개방송을 직접 들으러 오신 분들도 어딘가에 방송이 생중계되고 있을 때 보다 호응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안병천 대표에 따르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할 경우 winamp 샤우트캐스트가 가장 안정도가 높다고 합니다. 모바일로 샤우트캐스트 기반의 인터넷 생방송을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개발하고 있다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이는 라디오 형태로 영상 생방송을 하는 경우 걱정하는 만큼 화면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라디오가 메인이기 때문에 영상은 보조적인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안병천 대표는 미니FM을 활용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사의 경우 한시적으로 주파수를 허가받을 수 있는 제도가 미니FM입니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 몇 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서류작업이 많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재 마을미디어들이 지상파 주파수로 방송을 송출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업체에서 미니FM 송출 장비를 대여하는 가격에 비해 장비를 구입하는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센터 차원에서 마을미디어 공동의 장비를 마련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잠깐 나왔습니다. 



 관악FM <라디오로맨스> 공개방송 탐구하기


 공개방송에서 갖춰야 할 것들을 알아보았으니, 공개방송의 실제 사례를 접해볼 차례입니다. 관련 자료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aeulmedia.org - 소통광장 - 자료실 - no.13 [특강자료] 안병천 대표님의 마을라디오 대본 강의 자료) 1회짜리 공개방송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초안부터 최종안, 예산, 홍보물, 장비, 타임테이블, 대본까지 담아내니 꽤 두꺼운 양이었습니다. 대본을 비롯한 자료들을 수정 단계별로 잘 모아두는 것을 특강마다 강조했던 관악FM 다운 자료였습니다.

 관악FM의 <라디오로맨스> 공개방송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연하나로와 관악FM이 주관했습니다. 2014 서울 문화의 밤에서 가족 단위로 서울광장에서 캠핑을 하는 프로그램이 열렸는데요, 여기 참여한 분들을 청취자로 삼은 공개방송이었습니다. 저녁~밤 시간에 이루어지는 공개방송인만큼 라디오 특유의 낭만적인 느낌을 강조했는데요, 작은 사이즈의 라디오를 대량 구매해서 캠핑 온 가족들마다 하나씩 놓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병천 대표는 기획안의 수정 과정을 언급하며 공개방송에 있어 많은 목표보다는 1~2개의 목표를 정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목표’와 ‘기대효과’는 다르며, 부가적으로 얻으면 좋은 것들 외에 이것만큼은 꼭 이루어야 할 것을 명확히 하라는 것입니다. 목표가 너무 적어보이더라도, 작은 성공을 여러 번 이루어내는 것이 더 좋다고 안병천 대표는 말했습니다.

 공개방송을 준비할 때는 전달, 수용, 참여의 세 측면으로 나눠 검토하고, 전달 부분의 경우 전파, 스트리밍, 음향기기의 세 측면으로 나누어보면 보다 꼼꼼한 기획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청취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관악FM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거나, 전화연결, 라디오스 앱 댓글로 참여하거나, 손글씨 엽서를 받거나, 사전 인터뷰를 하는 다섯 가지의 방법을 준비했는데, 의외로 엽서 참여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 기획이 적절했고, 작은 경품이라도 준비했던 것이 참여를 자극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일 인원은 경력이 있는 PD와 신입 PD, 청년 셋을 비롯한 관악FM의 많은 인력이 붙었는데도 여유롭지만은 않았다고 하네요. 부족한 부분의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임금을 지급하고서라도 외부 전문가를 모셔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는 공개방송 Q&A 시간!


 여기까지가 준비된 강의 내용이었고, 이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본 강의만큼이나 알찬 시간이었고, 강의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라디오 로맨스>처럼 외부에서 따온 큰 사업이 아니라, 마을에서 작은 단위의 공개방송을 할 때는 무엇이 중요할까?"였습니다. 마을에서는 작은 규모의 공개방송 수요가 자주 있을 뿐 아니라, 큰 공개방송을 열기에는 인력을 비롯한 여러 여건이 부족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안병천 대표는 소규모 공개방송의 경우, 진행자의 역량과 위기대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역량 있는 진행자가 전반적으로 공개방송을 이끌고, 다른 참여자들의 경우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이를 감안해서 역할을 나누어볼 때 진행자는 2명, 스트리밍 관리와 엔지니어링 등을 맡을 기술 담당 1명, 음향을 관리할 1명, PD 1명, 참여자 안내와 엽서 수집, 문자메시지 관리 등을 맡을 1명으로 최소 5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이 정도 규모도 마을미디어에서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역할들을 한 두 사람이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공개방송은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죠. PD는 따로 실무를 맡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을 내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유가 있을 경우 기술 담당자를 늘려 믹서를 다룰 사람, 무대를 담당할 사람, 음악 재생을 담당할 사람 등으로 나누라고 조언했습니다. 자원활동가들과 함께하면 인력의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단체 활동가들은 최소한 5시간 전부터 현장에 가서 준비를 해야 하고, 자원활동가들에게 정확한 역할을 지시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미리 역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당일 리허설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많은 고생이 들지만, 행사에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경험이 마을라디오에 있어 중요하다고 안병천 대표는 말했습니다.



 공개방송 중에 공연이 들어갈 수 있는데요, 마이크에 비해 사람이 많은 경우 컨덴서 마이크를 활용하면 좋다고 합니다. 하지만 없을 경우에는 따로 전문인력과 장비를 구하거나, 공연자 중 특정한 사람에게 집중하거나, 아예 과감히 공연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공연의 경우 특히 사운드의 질에 신경을 써야 하고, 공연자들마다 누가 메인이고 몇 명 정도가 필요한지 등 체크할 것이 많은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팁이 오고갔습니다. 하울링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요, 저 또한 공개방송 때마다 매번 위잉하는 소리를 어쩌질 못해 난감했던 경험이 많아 반가운 질문이었습니다. 하울링을 막으려면 스피커와 마이크를 최대한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스피커와 마이크의 방향을 반대로 두고, 소리가 너무 크게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또 공개방송 엔지니어링을 하다보면 헤드폰으로 들리는 소리와 관객들이 듣는 현장 소리를 왔다 갔다 하며 체크하는 것이 참 힘든데요, 모니터링 스피커를 두고 엔지니어의 자리를 관객 쪽으로 두면 조금 편하다고 합니다.


 수많은 질문들이 오고간 끝에 4시간 동안의 긴 특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특강이 긴 시간 이어져 체력적으로는 지쳤지만, 내용만 생각하면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다른 어떤 특강보다도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그동안 진행했던 공개방송을 돌이켜보며 부족했던 점들을 다시금 되짚어보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라디오 로맨스> 사례를 들을 때는 생각보다 너무 큰 규모의 사례여서 놀랐는데, 이 정도 규모의 공개방송을 제안하고 진행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2015년 사업이 시작된 시기인데요, 올해는 보다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공개방송들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필자소개] 이세린


구로FM에서 PD로 일하고 있다. PD지만 가끔 진행도 하고(ㅋㅋ)

공동체라디오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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