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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7월_이슈] "당신의 미디어는 무엇입니까" - 2014 마을미디어 공개특강 1탄 "스스로 미디어가 되자!" 참여기

by 공동체미디어 2014. 7. 28.


“당신의 미디어는 무엇입니까”

- 2014 마을미디어 공개특강 1탄 "스스로 미디어가 되자!" 참여기


김경미(동네스튜디오 생강PD)

 

  누구나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할 수 있으며, 누구나 라디오방송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한 미디어의 시대. ‘콘텐츠’ 제작의 가능성은 다양하게 확장되었지만, 미디어 ‘산업’의 구조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한때 전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마봉춘(MBC)의 몰락과 텔레비전의 채널삭제기능을 알게 해 주었던 종편채널의 약진. 주류미디어라 불리는 현장에서 ‘전파’라는 공공재는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요동치고 있다.


  지역기반의 사회적 관계를 타고 흐르는 미디어. ‘마을미디어’ 사업을 처음 접했을 때, ‘미디어’는 일종의 확장된 소셜미디어였다. 공동의 콘텐츠 제작을 통해서 마을 안에서 관계를 확장하고, 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마을살이를 실감할 수 있는 ‘매체’. 그 채널 활용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마을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동체 미디어가 그저 ‘경험’하고 ‘도전’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분명한 비전과 명확한 모델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계기는 남미의 사례를 접하고 부터이다. 방송사업의 1/3은 공공영역, 1/3은 영리기업, 1/3을 독립미디어 전문가와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조직에 할당한다는 내용이 법제화 되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우루과이의 미디어 민주화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해외에서는 최근 전파운영방식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독립제작자나 시민들에게 확장된 채널의 일부를 분배하기도 했다는데, 좋은 환경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국내 시민사회의 동력이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공개특강 제1탄, “스스로 미디어가 되자”라는 강의를 누구보다 기다려왔는지 모르겠다. 기존 미디어권력을 해체(!)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단초가 ‘마을미디어’에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직접 참여 미디어운동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 ‘마을미디어’의 위상과 역할을 점검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상상을 확대할 수 있었다.


  지역의 방송국에서 교육도 받고 장비도 활용해서 실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네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각 가정의 텔레비전을 통해 송출되고, 방송국은 지역주민들이 납부하는 시청료로 운영된다. 방송편성을 결정하는 민주적인 운영이사회를 구성해서 지역의 입법 및 행정을 견제함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내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해내는 네트워크 허브가 된다.

 

  당장 코앞의 사업을 추진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기획과 섭외, 정산에 찌들어 있을 때, 이런 멋진 상상은 분명 응원이 된다. ‘마을미디어’활동은 대개 즐거울 수 있다. 가깝게 연대하면서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마을에 대한 애향심도 키울 수 있다.


  다만 마을미디어‘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허락된 사람들이며, 그들의 자원봉사를 중심으로만 운영될 수 있는 구조가 늘 아쉬웠다. 정말 미디어를 통해 발언하고 살펴야 할 사람들은 긴 노동시간에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힘은 소외된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가치’를 챙기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난 4월, 지방선거 방송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우리 동네 구의원 선거의 개표현황, 아니 개표결과조차 확인할 수가 없었다. ‘지방선거’인데 우리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미디어 채널은 많지 않았다. 이른 아침 종점에서 서울 시내로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분들을 위한 방송, 늦은 밤, 야근과 유흥에 지쳐 귀가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는 방송, ‘좋은 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님들의 정보가 허심탄회하게 공유되고 의논되어서 사교육의 늪에 빠지지 않고 협동할 수 있는 방송. 저 멀리 닿지 않은 연예인들의 동선을 쫓아 주류 방송국의 청취율에 기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가까이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멘토를 만날 수 있는 방송. 마을미디어가 만들 수 있는 방송의 역할은 아무리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에게 ‘어떤’ 미디어가 필요한가. 모두가 미디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공동체미디어’는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마을미디어’가 현재의 모순적 구조를 압도할 수 있는 ‘힘’으로 ‘공동체’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부단히 상상하고 계획하기를 멈추지 않고 연대하며 협력하는 과정에서 그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치지 않고 살아남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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